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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 비자 규제 여파에 혼돈 빠진 학부모들

이혜진 객원기자

2025. 06. 27

최근 미국 학생 비자 발급이 지연되며 조기 유학과 대학 입학을 앞둔 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대치동 유학원, 제주 국제학교 학부모 등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혼란 속 대응 전략을 살펴봤다.

최근 미국 학생 비자 발급이 지연되며 조기 유학과 대학 입학을 앞둔 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대치동 유학원, 제주 국제학교 학부모 등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혼란 속 대응 전략을 살펴봤다.  이혜진 객원기자 

최근 미국 학생 비자 발급이 지연되며 조기 유학과 대학 입학을 앞둔 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대치동 유학원, 제주 국제학교 학부모 등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혼란 속 대응 전략을 살펴봤다.  이혜진 객원기자 

서울 강남 대치동. 평일 오전인데도 유학원 상담실은 이미 자리를 꽉 채운 학부모들로 분주하다. 

“최근 미국 학생비자(F-1) 발급이 예년보다 지연되고 있고, 많은 인원이 예약에 몰리다 보니 스케줄 잡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 유학 컨설턴트의 설명에 따르면, 예전에는 서둘러 예약하면 일주일 안에 인터뷰 일정을 잡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한 달 이상 기다리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라고 한다. 특히 대사관 측이 인터뷰 수요에 비해 인력을 탄력적으로 늘리지 않고 있어, 정작 급한 학생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제주 국제학교도 비상… “캠프도, 투어도 취소”

미국 정부가 국경 보안 강화를 명분으로 학생비자 심사를 강화하면서, 조기 유학과 대학 입학을 준비 중이던 학생과 가족들이 비자 발급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8월 학기 입학을 앞둔 지금 그 여파가 가장 크다. 6월과 7월은 전통적으로 미국 유학을 위한 출국 준비가 집중되는 시기지만, 올해는 예년과 분위기가 다르다.

김유환 유학 컨설턴트는 “비자 인터뷰 일정을 못 잡은 가정들이 입학 자체를 1년 연기하자는 논의까지 한다”며 “부랴부랴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등으로 대안을 찾는 학부모들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치동과 목동 유학상담소를 중심으로 최근 2~3주 사이 ‘긴급 유학 전환 상담’ 건수가 전월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유학 컨설팅 업계는 비자 대란이 예고 없이 찾아오면서 대안 루트를 찾는 수요가 폭증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대학 입학을 앞둔 자녀를 둔 수현 씨는 “아이가 미국 대학 입학 허가는 받았지만, 새 학기 시작 전 혹시라도 비자가 안 나올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남자아이들끼리는 우스갯소리로 “비자 안 나오면 입대할까?”라고 말하지만, 부모들에겐 웃을 수 없는 이야기다.

비자 인터뷰 예약 재개 소식에도 불안감은 여전하다.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매일 주한 미국대사관 앞은 분주하다.

비자 인터뷰 예약 재개 소식에도 불안감은 여전하다.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매일 주한 미국대사관 앞은 분주하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로도 ‘진로 급선회’

최근 몇 년간 미국 명문대 진학 준비를 위한 전략지로 각광받아온 제주 영어교육도시의 주요 국제학교들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여름방학 기간은 미국 대학 탐방이나 캠프를 계획하는 학생 비중이 높은데, 올해는 비자 발급 지연으로 대부분의 일정이 중단되거나 취소되었다. 제주 NLCS, SJA, KIS 등 국제학교 학생들은 방학 시즌마다 미국 동부·서부 지역의 유수 대학을 견학하거나 입시 캠프에 참여하며 포트폴리오를 쌓아왔다.

한 국제학교 재학생의 학부모는 “7월 말 뉴욕대 캠프에 참가 예정이었는데, 비자 발급 일정이 안 잡혀 전면 취소됐다”며 “학생으로선 대학 입시용 포트폴리오와 활동 기록까지 영향을 받는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번 일정 취소는 단순한 여행 계획 변경이 아니라, 상위권 대학 지원 시 활용할 수 있는 비교과 활동 증빙이 사라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당혹감이 크다.

이에 따라 일부 학부모들은 미국 현지 학교의 온라인 수업 등록을 타진하거나, 방학 기간 계획을 국내 활동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비용을 지불한 경우 환불 문제도 만만치 않다. 국제학교 커뮤니티 내에서는 “입시 스펙을 위한 여름 활동이 이렇게 흔들릴 줄 몰랐다”는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입시를 앞둔 학생들의 경우 미국 비자 발급 불확실성이 이어지자, 플랜 B를 빠르게 찾고 있다. 상대적으로 심사가 수월한 캐나다, 유학생 친화 정책을 내세우는 영국, 국제학교 진학이 활발한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제3국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이 어렵다면 차라리 1~2년은 제3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다시 미국으로 진입하는 경로를 택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유학 컨설턴트들의 조언이 힘을 얻기도 한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또 국내 진학으로 방향을 틀고 내신 관리를 본격화하는 케이스도 증가하고 있다. 국제고에 다니는 11, 12학년 학생들의 경우 국내 자사고, 외고 등으로 방향을 전환해 수능과 논술을 준비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과거와 달리 미국 진학이 유일한 답이라는 인식이 많이 약해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이번 미국 비자 발급 강화 조치에 대해 일부 학부모는 오히려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충격보단 ‘그럴 줄 알았다’는 마음이 더 커요.” 

제주 KIS 국제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의 학부모 유민 씨의 말이다.

“트럼프가 처음 집권했을 때부터 미국의 이민 정책과 비자 행정은 예측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재임하면서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경계심을 갖고 있었기에 놀라기보다는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 더 컸어요.”

유민 씨는 평소 미국 외 다른 국가로도 진학 가능성을 열어두고 아이와 꾸준히 이야기를 나눠왔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변수에도 상대적으로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미국만을 유일한 유학지로 생각하지 않았기에 아이와 늘 다양한 선택지를 논의해왔어요. 막상 닥치니 당황스럽긴 해도 크게 흔들리진 않네요.” 유민 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가족 차원에서 유학 설계를 더욱 유연하게 재정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버드 등 일부 대학은 정상 비자 발급 재개를 알렸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크다. 전문가들은 “당장 비자 인터뷰 일정을 확보하고, 미국 체류 목적과 귀국 의사를 설득력 있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또 인터뷰를 위한 모의 면접, 재정 관련한 서류 재점검, SEVIS(유학생 및 교환학생 정보시스템) 등록 등 꼼꼼한 준비가 요구된다.

아이 앞에서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냉정하게 점검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 것 같아요.” 유민 씨 발언이 지금 상황을 대변한다. 

불확실성은 늘 기회와 위기를 동반한다. 예기치 않은 비자 문제로 유학길이 흔들리는 요즘, 중요한 것은 ‘진짜 준비’다. 조급한 결정보다 냉정한 판단 그리고 장기적 안목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유학 #비자규제여파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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