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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은퇴견이 일상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세심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박애경 한국애견협회 부회장

정세영 기자

2025. 04. 29

애견 전문 인력 구축과 올바른 반려 문화 조성을 위해 힘쓰는 한국애견협회 박애경 부회장을 만나
사회적 난제로 꼽히는 은퇴견의 현실과 지원책 등에 대해 물었다.

재난, 사고 현장에서 소방관 등 사람 이외에도 구조 활동을 펼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작업견’이다. 인명구조견, 수중구조견, 경찰견 등 작업견은 사람이 미처 접근하지 못하는 곳에서 후각, 시각 등의 뛰어난 기질로 인명을 구조하거나 실종자를 찾아내는 활약을 펼친다. 하지만 이 같은 공적 기여에도 불구하고 작업견의 은퇴 후 복지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동물보호법에 일부 보호조치를 규정하고 있으나, 은퇴 후 관리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 국내에서 은퇴한 구조견에 대한 지원은 대부분 민간단체와 일부 지자체에서 소규모 지원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서울 광진구 한국애견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박애경 한국애견협회 부회장은 은퇴견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국가를 위해 봉사한 구조견이 은퇴 후 편안한 삶을 보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입양자를 찾는 것을 넘어, 은퇴견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 박애경 부회장은 “의료 지원, 사전 교육 등 은퇴견과 입양자 모두 부담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양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애견협회는 어떤 일을 하나요.

한국애견협회는 1988년 창립 이후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건강한 사회문화 조성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어요. 반려견과의 교감을 높일 수 있는 사회화 교육 프로그램과 반려견 스타일리스트 국가공인자격증 및 반려견 지도사, 펫 시터, 반려동물관리사 등의 자격증도 운영하죠. 또 고도로 훈련된 인명구조견을 통한 실종자 구조 활동 등 반려동물 분야의 전문성 제고와 공익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2012년부터는 정부 기관에서 활동하다 은퇴하는 작업견, 특히 인명구조견의 복지 및 지원 체계 마련에 중점을 두고 있고요. 

작업견은 어떻게 선발되나요. 



보통 운동선수를 둔 부모의 자녀들은 운동신경이 뛰어나요. 강아지도 마찬가지예요. 작업견들의 자식 역시 출중한 능력을 타고납니다. 실제 이 강아지들을 접해보면 남다른 구석을 발견할 수 있어요. 잘 놀라지 않고 대담하며 인내심도 뛰어나죠. 훈련사들은 이와 같은 강아지들을 모아 다양한 테스트를 한 뒤 작업견에 적합한 아이들을 선발해요. 그 후 전문적인 교육을 시켜 현장에 투입하죠. 훌륭한 작업견을 선발하기 위해서는 혈통 관리에 철저해야 해요. 후천적으로 능력이 발달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까진 유전적인 기질이 절대적이거든요. 한국애견협회와 켄넬 클럽은 혈통 관리를 위해 수십 년간 DB를 구축해놓고 있습니다. 

훈련 과정 및 평가 기준도 궁금합니다. 

국제적 재난 시 구조견 활동을 총지휘하는 국제구조견협회(IRO·오스트리아와 유엔 INSARAG 협력기관) 기준을 준용하고 있어요. 보통은 복종, 추적 훈련 위주로 진행되는데 통과할 수 있는 커트라인이 상당히 높아요. 예를 들어 인명구조견의 임무는 위급한 사람을 생존 기한 내에 빨리 찾아내는 거잖아요. 생명과 직결되는 일이기 때문에 훈련이나 평가 기준이 굉장히 엄격합니다. 또 최상위 단계 인증까지 훈련 기간만 최소 2년이 걸려요. 이렇게 오랜 기간 힘든 훈련을 거친 뒤 다양한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작업견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죠. 보통 작업견으로 사람에게 호의적이면서 사회성이 강하고 먹잇감에 대한 강한 집념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 능력이 탁월한 저먼 셰퍼트, 벨지안말리노이즈, 래브라도리트리버종을 선호하지만, 요즘은 견종보다 개체의 기질과 적응력을 더 중시하는 편이에요. 

훈련이 강압적이진 않나요.

훈련 자체는 힘들지만 강제성은 없어요. 모든 트레이닝은 긍정 강화 훈련을 통해 이루어지거든요. 어떤 일을 수행하면 간식이나 공, 장난감 등을 주며 보상하는 식으로요. 작업견들은 훈련과 현장 투입을 일종의 ‘놀이’라고 생각해요. 그간 연습해온 것들을 실행하면 주인이 칭찬도 해주고 좋아하는 것들도 주니까 즐거워하죠.   

작업견의 현장 기여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정말 많은 도움을 줘요. 작업견들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거든요. 재난 현장에서 실종자를 추적하거나 공항에서 마약 소지자를 찾아내는 등 사회 전반에 큰 기여를 하죠. 실제 119구조견의 경우 약 5년 동안 8000회 정도 출동했고, 약 600명의 인명을 구조했어요. 요즘은 현장에서 드론 등 첨단 장비도 활용하지만 혼탁한 물속에서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등 미흡한 점이 많아요. 그에 반해 수난구조견은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수중에서 나오는 냄새를 통해 구조 활동을 펼치거든요. 구조견이 냄새를 맡은 뒤 핸들러에게 통보하면 다이버들이 해당 지점에 들어가 인명 구조를 실시하죠. 정확도도 꽤 높고요. 

현장에 출동한 작업견 및 단체는 비용 등의 보상을 받나요.

모두 무상으로 이뤄져요. 민간의 경우 100% 관련 단체와 활동자 자부담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일체의 지원 없이 무보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아쉬워요. 만약 소방서나 경찰청에서 협조 요청이 오면 작업견들은 밤낮 가리지 않고 출동하거든요. 이를 대비해 훈련사들은 항상 긴장 상태로 작업견의 컨디션을 살핍니다. 작업견들은 거의 매일 훈련하며 출동 준비를 하고, 현장에서는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해 공적으로 기여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를 보상할 수 있는 체계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죠. 또 작업견들은 8~10세 전후로 체력 저하, 후각 둔화, 관절 약화 등의 이유로 은퇴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지원도 미흡하고요.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은퇴한 작업견들은 어떤 생활을 하게 되나요.

보통 입양을 추진하지만 쉽지 않아요. 작업견 대부분이 덩치가 크고 노령이라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거든요. 또 주거 환경 때문에 망설이는 분들도 있어요. 대형 작업견은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시거든요. 실제로 은퇴한 작업견 입양을 위해 아파트에서 전원주택으로 이사한 분도 있고요. 하지만 이는 굉장한 선입견입니다. 기관에서 활동하던 작업견들은 다른 개들과 함께 생활했기 때문에 사람이든 동물이든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 안정감을 느껴요. 또 노령견들은 주기적으로 컨디션을 체크하며 건강관리를 해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냉난방이 갖춰진 공간에서 주인과 함께 생활해야 하고요. 대형견이라고 해서 꼭 마당에서 키울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실내에서 돌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가끔 작업견의 사료비에 대한 부담을 털어놓는 분들도 있어요. 대형견이다 보니 사료비도 만만치 않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이런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애견협회에서는 은퇴해서 입양된 119구조견의 사료를 무료 지원해주고 있거든요. 

현재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가정에서도 작업견이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작업견은 사람을 구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공격성이 거의 없어요. 선발할 때 사람과 다른 동물에게 호의적인 면을 중시하거든요. 실제 고양이나 다른 품종의 강아지를 키우는 가정에 입양된 사례도 많고요. 관련 반려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작업견은 가정에서도 온순하고 얌전한 편이라 사람은 물론 다른 동물들과도 잘 어울린다고 해요.  

은퇴견을 위한 공식적인 지원책도 마련돼 있나요.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표한 제3차 동물복지 종합계획에 은퇴견 복지 지원책이 포함됐어요. 관련 정책이 거의 전무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좀 더 디테일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은퇴견의 관리와 책임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책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은퇴견 입양자 대부분이 정부의 지원 부족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거든요. 은퇴견의 건강검진 및 병원비 등 경제적 부담감도 토로하고요. 

지원됐으면 하는 국가적인 대책이 있다면요. 

은퇴견을 이해하고 적응을 도울 수 있도록 입양자들에게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했으면 합니다. 또 은퇴견의 건강관리를 위한 지정 동물병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은퇴견 복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해야 해요. 가장 중요한 건 작업견의 훈련부터 활동, 은퇴 후 생활을 하나의 생애주기로 엮어 관리하는 거예요. 현재는 훈련과 활용을 위한 데이터만 구축하고 있어요. 이제는 그 이후의 삶까지 품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절실합니다. 아울러 정책은 단지 선언이 아닌 현장에서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운용돼야 하고요. 이를 위해서는 민간 현장의 목소리와 실질적인 데이터가 반드시 반영돼야 합니다. 

#은퇴견 #작업견 #한국애견협회 #여성동아

사진 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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