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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지드래곤·올슨·카다시안… 패션에 이름을 건다는 건

안미은 프리랜서 기자

2025. 04. 07

자신의 이름을 걸고 어엿한 패션 하우스로 나아가는 스타들의 본업 아닌 본업 같은 패션 모멘트. 

스킴스 by 킴 카다시안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가져다 붙여 팔기만 하면 패션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요즘 패션 셀럽들이 팬들과 소통하는 방식은 그들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브랜드를 론칭하는 거다. 그러나 결코 브랜드 충성도와 인기는 비례하지 않는다. 업계에 대한 진심 어린 이해와 전문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반짝 떠올랐다 사라지는 물거품이 될 뿐이다. 모델 겸 배우 킴 카다시안이 이끄는 언더웨어 브랜드 스킴스(Skims)는 스타 오너를 바라보는 가장 긍정적인 사례다. 스킴스는 ‘포용, 자신감, 자기 사랑’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내세우며 XXS부터 XXL까지 여성의 다양한 체형과 피부색을 돋보이게 하는 매혹적인 상품들을 선보인다. 스킴스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저 ‘꽉 낀 옷’ 정도로 생각할지 모르나, 신제품을 사려면 웃돈을 주고 구매대행까지 해야 할 정도로 막강한 파급력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나이키, 노스페이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화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킴은 여전히 여성의 몸에서 놀라움과 즐거움 그리고 영감을 얻는다. 이런 확고한 철학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언더웨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열쇠가 된다.

카이 by 카일리 제너

‌카일리 제너만큼 소셜 미디어를 잘 활용하는 셀럽이 있을까. 10대 시절부터 소셜 미디어를 활발히 운영하며 현재 수억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영향력 있는 셀럽으로 자리 잡았다. 2015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화장품 브랜드 카일리 코스메틱스(Kylie Cosmetics)를 론칭해 큰 인기를 얻었고, 이어 스킨케어 브랜드 카일리 스킨(Kylie Skin)과 유아동 브랜드 카일리 베이비(Kylie Baby)를 출시하며 뷰티업계에서 입지를 다졌다. 자연스럽게 카일리는 패션 산업으로 활동 범위를 넓힌다. 2021년에는 스윔웨어 브랜드 카일리 스윔(Kylie Swim)을 론칭해 큰 주목을 받았지만, 엉성한 봉제와 마감 문제로 반년 만에 사업을 접게 된다. 이는 아무리 유명한 스타라도 소비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외면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난 해 말 카일리는 다섯 번째 브랜드인 카이(Khy)를 론칭하며 다시 한 번 부활을 예고했다. 카이(Khy)는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주무기로 삼는다. 독일의 가죽 전문 브랜드 나밀리아, 스트리트 패션 레이블 엔타이어스튜디오, 베를린패션위크의 신예 시아아르니카와 차례로 협력하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해가고 있다. 과연 카일리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표절과 품질 논란을 딛고 패션계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피스마이너스원 by 지드래곤

‌세계적인 패션 신에서 주목받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글로벌 스타 지드래곤이 이끄는 하이엔드 스트리트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Peaceminusone). 피스(peace)에서 하나(one)를 빼면 마이너스 원(minus one)이 된다는 뜻으로, 완벽해 보이는 세상에도 불완전한 요소가 존재한다는 브랜드 철학을 담고 있다. 로고는 그 자체로 예술적이다. 평화를 상징하는 데이지 꽃의 한쪽이 지워진 독특한 심벌로 불완전함 속의 아름다움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대부분의 셀럽 브랜드가 스타 마케팅을 펼칠 때, 피스마이너스원은 ‘지드래곤’이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독립적인 패션 레이블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제품 생산에서도 차이점은 뚜렷하다. 대량 생산을 지양하고 특정 시즌이나 한정판 출시를 통해 희소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데이지 로고를 활용한 티셔츠와 후드티 외에 볼캡, 크로스 백, 키링 등의 액세서리가 주요 아이템.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도 가치를 상승시키는 요소다. 나이키, 나나미카, 프라그먼트 등 메이저 브랜드와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독창적인 아트워크를 선보이며 활발한 활동을 잇고 있다. 피스마이너스원은 단순한 패션 브랜드를 넘어 예술과 디자인, 기술을 아우르는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다. 불완전함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 브랜드는 완벽을 갈망하는 현대인에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더로우 by 올슨 자매

‌2000년대를 호령한 스타일 아이콘 자매를 꼽자면 바로 애슐리와 그의 쌍둥이 자매 메리케이트 올슨이다. 그때만 해도 지금의 더로우(The Row)를 상상이나 했을까. 올슨 자매가 2006년 론칭한 뉴욕 기반의 패션 브랜드 더로우는 시대를 초월한 조용하고 힘 있는 스타일로 패션계를 사로잡고 있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콰이어트 럭셔리의 원조인 셈. 그들이 선보이는 클래식한 아카이브 룩들은 대를 이어 물려줘도 좋을 만큼 높은 상품 가치를 지닌다. 그들은 유명인이 만든 브랜드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배우 활동을 중단하고 직접 패턴 제작과 품질 관리에 열을 올리는 등 패션 사업에 집중해왔다. 그 결과 2012년과 2015년, 2018년 차례로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가 주관하는 ‘CFDA 패션 어워드’에서 올해의 여성복 디자이너상을 수상하면서 하이엔드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지난 2022년부터는 프랑스 파리로 본무대를 옮겨 파리패션위크에 이름을 올리며 세계 최고 디자이너들과 어깨를 견주고 있다. 한 시즌 입고 버리는 게 아니라 오래도록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것. 제2의 에르메스를 꿈꾸는 더로우의 성공 스토리는 셀럽 브랜드가 하이엔드 럭셔리 브랜드로 성장해가는 좋은 사례로 남아 있다.

‌#더로우 #지드래곤 #여성동아

‌기획 강현숙 기자 
사진제공 더로우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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