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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호황’이라는 말 이면에는 씁쓸한 현실이 숨어 있다. 고금리로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경매로 넘어온 ‘영끌족’ 매물이 쏟아진 영향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경매 낙찰가가 일반 시장 거래가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집값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무주택자들에게 경매는 기회의 장인 것은 분명하다.
경매의 꽃은 아파트 아닌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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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한 한 채’ 전략이 확산하면서 실거주 목적의 입찰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오로지 투자만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이 발을 붙이기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실거주 수요자는 투자자보다 입찰가를 더 높게 쓰는 경향이 있어서죠. 전문 컨설팅 업체조차도 직접 경매에 참여하면 낙찰받을 확률이 30%에 불과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합니다.
경매의 기대 수익률은 어느 정도인가요.
아파트의 경우 통상 시세보다 7~8% 싸게 살 수 있어요. 숫자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실거주자 입장에서는 5억 원짜리 아파트를 4억6000만 원에 살 수 있죠. 웬만한 급매보다 저렴하죠. 하지만 경매 시장의 꽃은 공장과 특수물건입니다.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공장과 특수물건은 애초에 낮은 가격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메리트가 큽니다. 먼저 공장은 매매가 활발하지 않아 급매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 감정가도 처음부터 낮게 설정됩니다. 이 때문에 웬만해서는 손실 위험이 적고 큰 수익을 낼 수 있어요. 단, 공장은 한번 입주하면 이전이 어렵기 때문에 위치가 매우 중요합니다. 서해안 라인이나 나들목(IC)에서 멀지 않은 곳이 이상적이고, 이런 곳에 위치해야 제조업체들의 수요도 높습니다.
특수물건은 어떤 건가요.
쉽게 말해 일반 경매보다 권리관계가 복잡해 일반인이 선뜻 구매하기 힘든 물건이죠. 맹지(도로가 없는 땅)가 대표적입니다. 건축이 불가능해 낙찰가가 감정가 대비 30%까지 떨어질 만큼 인기가 없어요. 하지만 이 또한 일반 시세 수준의 가치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어떤 방법인가요.
통행로로 이용되는 땅을 매입해 길을 내는 것입니다. 맹지라고 해도 주변에 길로 활용되는 땅이 있는 경우가 많아요. 민법상 ‘주위토지통행권’에 따라 맹지 소유자는 지료(통행료)를 내고 이웃 토지를 통행로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료는 감정가에 따라 산정되는데, 통행로로 사용되는 땅은 감정가가 낮아 지료도 연 30만 원 수준으로 저렴합니다. 이때 단순히 지료를 지불하기보다 해당 통로의 소유주에게 땅값의 3배를 제안하면 매매가 성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기존에 통로로 사용되던 소규모 토지여서 활용도가 낮아 소유주들도 큰 부담 없이 매도를 결정하죠. 이런 방식으로 맹지를 개발하면 최소 10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상당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시세의 30%에 매입한 맹지에 통행로 구매료까지 포함해도 총비용이 낙찰가의 50%를 넘지 않아서죠. 특수물건이라도 적절한 방법을 활용하면 일반 시세 수준의 가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특수물건으로 수익을 본 구체적인 사례가 궁금합니다.
충청도에서 6600㎡(2000평) 규모의 종중 묘지가 들어선 땅이 매물로 나온 적이 있어요. 과거에는 묘지에 지료(사용료)를 청구할 수 없었지만 2021년부터 가능해졌습니다. 낙찰자는 시세의 20%에 구매한 뒤 묘지 사용에 대한 지료를 종중 측에 청구하기로 했죠. 그런데 이 비용이 땅값보다 큰 거예요. 결국 종중 측은 낙찰자로부터 당초 매매액보다 3~4배 높은 가격에 다시 땅을 사들였습니다. 단, 특수물건은 구매 목적이 분명해야 하며, 단순히 싸다는 이유로 구매했다가는 자금이 묶일 위험이 있습니다.
경매 시장도 수도권이랑 지방의 차이가 큰가요.
그럼요. 이제는 그 격차가 더욱 극명해졌습니다. 2022년 부동산이 반짝 상승했던 시기를 제외하면 2023년 중반부터 지방은 대폭 하락했습니다. 그만큼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실거주 목적이라면 좋은 선택지죠. 하지만 환금성이 떨어져서 투자 목적이라면 신중해야 합니다. 실제로 10년 전 전남에서 시세의 19%로 매입한 물건이 최근까지 팔리지 않아 결국 원가에 처분된 사례도 있고요.
철저한 권리분석이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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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공부하기에 앞서 직접 경매장에 가서 분위기를 살피는 것을 추천해요. 누군가 낙찰받고 환호하거나 떨어져서 안색이 안 좋은 모습도 직접 보고 느낄 필요가 있습니다. 경매 컨설턴트를 교육할 때, 경매장에서 집행관의 숨소리도 놓치지 말고 모든 이야기를 들으라고 강조하죠.
분위기만 보는 것도 도움이 되나요.
경매에서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는 입찰가를 1원 단위부터 써야 하는데 실수로 1000억 원 단위부터 써서 잘못 낙찰받는 경우입니다. 처음 가본 경매장의 분위기에 압도돼 너무 긴장한 탓이죠. 웅성거리는 소음 속에서 혼란스럽기도 하고, 현장에 사람이 너무 많아 걱정되다 보니 애초에 생각한 금액보다 높은 금액을 적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매장을 자주 방문하면 긴장감이 줄어들어 이런 실수가 자연스럽게 감소합니다. 실전 감각을 익히기 위해 가짜로라도 입찰가를 작성해 제출해보거나 미리 입찰표를 작성해 가져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경매장에 익숙해지면 실전에서도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어요.
적정 입찰가는 어떻게 산출할 수 있나요.
입찰가를 산출할 때는 먼저 현장 방문이 필수입니다. 최근에도 수익률이 좋아 보이는 5층 상가 건물이 경매로 나왔는데 직접 가보니 하수구 역류로 지하가 침수돼 있었습니다. 현장에 가보면 누수나 균열 등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요. 지하부터 옥상까지 꼼꼼히 점검한 후, 주변 부동산을 방문해 임대 시 적정 월세가 얼마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예상 수익률을 계산하고 목표 수익률에 맞춰 적정 입찰가를 산정해야 합니다.
경매 초보자가 가장 어려워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경매를 처음 배우는 분 중에는 1~2년 동안 낙찰을 한 번도 받지 못하고 헤매는 경우가 많아요. 가장 큰 이유는 비현실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해서입니다. 수익을 조금 낮게 잡더라도 빠르게 판다거나 리모델링을 통해 임대료를 높이는 전략을 세우고 입찰가를 조정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많은 초보 투자자가 큰 이익을 보겠다는 목표만을 우선시하면서 현실적인 가격 조정을 하지 않다 보니 낙찰받기 어려워지는 것이죠.
부동산 경매를 한다고 했을 때 목돈이 얼마 정도 있어야 시작할 수 있나요.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100만 원도 안 되는 금액으로 지방의 저렴한 땅을 취득한 뒤, 개발이나 보상으로 10~20배의 수익을 얻는 사례도 있죠. 또 경매는 낙찰가의 60~90%까지 경락잔금대출이 돼서 소액 투자가 가능합니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매했기 때문에 리스크가 적고 부동산 하락기에도 타격을 덜 받아요. 권리분석(물건에 대한 법적 권리를 따지는 절차)을 잘못하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기본적인 분석만 제대로 하면 경매로 인해 크게 손해 보는 경우는 드뭅니다.
권리분석을 잘못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죠.
실제로 지난해 법원에서 낙찰 후 몰수한 입찰보증금만 200억 원이 넘었을 정도로 잘못된 입찰로 손해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낮은 가격에 혹해서 권리분석 없이 급히 입찰할 때 생기는 문제죠. 예컨대 감정가 5억 원짜리 물건이 유찰돼 2억 원까지 떨어지면 마음이 조급해져 급하게 입찰하는 거죠. 이렇게 접근하면 예상치 못한 비용을 떠안을 위험이 큽니다.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립니다.
경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소기준권리’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등기된 여러 권리 중 기준이 되는 권리로, 이보다 나중에 등기된 권리들은 말소됩니다. 즉, 낙찰자가 인수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보통 은행 저당권이 말소기준권리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임차인의 전입일이 저당권보다 빠를 경우 해당 임차인의 보증금을 낙찰자가 떠안을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입찰하면 낙찰 후 거액의 보증금을 반환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 거죠. 낙찰 후 소멸될 권리와 인수해야 할 권리를 구분해 철저히 검토해야 합니다.
또 초보자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요.
전입 일자가 말소기준권리보다 빠른, 즉 대항력이 있는 선순위 임차인의 배당 요구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선순위 임차인이 배당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임대차계약 해지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아 낙찰자는 임차인의 남은 계약 기간을 보장해야 합니다. 보증금도 낙찰자가 인수해야 하죠. 이를 모른 채 보증금이 5억 원이니 5억5000만 원에 낙찰받으면 임차인이 배당을 받고 나갈 것이라 가정하고 입찰했다가 임차인이 퇴거하지 않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을 별도로 인수하게 되면서 낙찰가보다 훨씬 비싼 값에 매수하는 경우도 생기고요. 울며 겨자 먹기로 입찰보증금을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죠.
경매 참여 전 공부해야 할 게 많다 보니 장벽이 높게 느껴지네요.
처음에는 용어부터 시작해서 모든 게 생소하게 느껴져도 딱 이틀만 날 잡고 공부하면 기초는 닦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부담감 때문에 경매 학원을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수강생들과 같이 공동 경매를 하거나, 학원에서 추천하는 매물이나 입찰가를 써내기도 하고요. 문제는 최근 경매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 수법이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일부 경매 교육 과정에서는 수강생들에게 특정 물건을 추천하며 공동 투자를 유도하기도 합니다. 이때 저가 채권을 사들인 뒤, 회원들을 대상으로 해당 물건에 높은 가격으로 입찰하게 해서 차익을 챙기는 곳도 있습니다. 투자에 앞서 이러한 위험 요소들을 충분히 숙지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부동산경매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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