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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연예계 N잡러 활약상

이나래 프리랜서 기자

2025. 01. 14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문화 전반에 걸쳐 타고난 안목으로 본업 외 다방면에서 끼를 발산하고 있는 스타 N잡러들을 소개한다. 

2024년 11월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배우 강동원 ‘나니머스에이에이(NONYMOUSAA) 쇼핑몰 오픈’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업로드됐다. 조회수는 약 6만2000, 댓글은 400개가 넘을 만큼 큰 화제가 됐다. SNS 채널 팔로어 수 역시 어마어마하다. 개설된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팔로어 1만7000명을 훌쩍 넘겼다. 네이버에서 한 달간 이 브랜드를 검색한 숫자는 5만7000 이상에 달했다.

나니머스에이에이는 강동원이 브랜드 전반을 관리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점을 내세웠다. 패션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총괄’ 역할을 담당한다. 상품 기획부터 디자인과 VMD, 광고, 홍보 등 패션 브랜드의 비주얼이 모두 그의 손과 눈을 지난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들고 아이덴티티를 알리는 역할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몫이다. 쉽게 말해 브랜드의 마에스트로인 셈이다. 

강동원은 패션모델로 데뷔해 수많은 런웨이를 걸었고 2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결같이 패션계의 뜨거운 러브 콜을 받아왔다. 패션 트렌드를 진두지휘할 정도로 파급력이 있는 그가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고 선보인 창작물이 나니머스에이에이  2024  F/W 컬렉션이다. 이 쇼핑몰은 인간 디올옴므로 불리며 에디 슬리먼을 사랑한 강동원답게 미니멀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소재를 갖췄다는 평이다. 많은 이가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웨어러블한 아이템을 리스트업한 것이 특징이다.

스타 CEO, K-패션을 이끌다

래퍼 빈지노가 소속된 디자인 스튜디오 아이앱스튜디오(IAB-STUDIO)는 동명의 패션 브랜드로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래퍼 빈지노가 소속된 디자인 스튜디오 아이앱스튜디오(IAB-STUDIO)는 동명의 패션 브랜드로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패션 브랜드를 론칭한 스타는 강동원 외에도 여럿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가수 강민경이다. 그녀가 대표로 있는 ‘아비에무아(Àvie muah)’는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감도 높은 디자인을 선보이며 탄탄한 팬덤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스타일 좋기로 유명한 강민경이 브랜드 전반을 총괄하며 감각적인 비주얼을 이끌어낸 데다, 본인의 유튜브 채널과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도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 덕분에 여성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잡화로 시작한 브랜드가 유니섹스 라인과 주얼리, 반려동물 아이템으로 영역을 확장하기까지 채 5년도 걸리지 않았다. 아비에무아는 서울숲과 합정동에서 브랜드 플래그십스토어를 운영하고,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 입점해 전국구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최근에는 해외에서도 그 인기가 감지된다. 2024년 11월 도쿄 파르코백화점에서 일주일간 팝업스토어를 진행하며 일본의 2030 여성 소비자로부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런 성공에 힘입어 CEO 강민경은 뷰티업계로도 진출했다. 뷰티 브랜드 ‘포트레(Portré)’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하면서 다음 도약을 노리는 중이다.

여성 패션 브랜드 아비에무아로 큰 성공을 거둔 다비치 강민경은 뷰티브랜드 포트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도 활동 중이다.

여성 패션 브랜드 아비에무아로 큰 성공을 거둔 다비치 강민경은 뷰티브랜드 포트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도 활동 중이다.

페미닌한 패션에 강민경이 있다면 스트리트 패션에는 래퍼 빈지노가 있다. 길에서 한 번쯤은 마주쳤을 만한 브랜드 ‘아이앱스튜디오(IAB STUDIO)’가 빈지노의 포트폴리오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빈지노와 친구들이 함께 운영하는 동명의 아트 스튜디오에서 패션 레이블을 운용한다. 아티스트들의 앨범 아트워크를 디자인하던 이들이 상업 브랜드로 전환하면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게 된 것이다. 티셔츠와 맨투맨티, 후드티 등 20대가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아이템에 로고를 삽입한 깔끔한 디자인이 대표적이다. 언뜻 보기에는 심플한 이 디자인이 인기를 끈 까닭은 마케팅에 있다. 빈지노를 필두로 한 힙합 뮤지션들이 아이앱스튜디오를 자주 착용하면서 화제성을 모았기 때문. 또 팝업스토어를 통해서만 아이템을 판매하고 온라인 드로라고 불리는 추첨 판매 방식을 채택하며 ‘쉽게 사기 어려운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었다. 스타성과 희소성을 모두 자극해 갖고 싶은 브랜드로 탄생시킨 것이다.  

대표님은 문화예술을 사랑해! 영화부터 출판까지

영화 ‘악마와의 토크쇼’와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포스터. 배우 소지섭이 수입, 배급한 수준 높은 예술영화들이다.

영화 ‘악마와의 토크쇼’와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포스터. 배우 소지섭이 수입, 배급한 수준 높은 예술영화들이다.

잘 보이지 않지만 문화의 토양을 다지는 일에 매진하는 스타들도 있다. 영리보다는 비영리에 가까운 사업들이다.  배우 소지섭은 해외 영화를 수입, 배급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상업성은 낮지만 예술성 높은 영화가 주로 대상이 된다. ‘돈이 되긴 어렵지만 가치가 높은 영화’라는 점에서 그 어려움을 짐작할 만하다. 그런데도 2014년부터 시작된 그의 행보는 10년간 꾸준히 이어져왔다. 2024년 초까지 소지섭이 개인적으로 투자한 작품만 47편에 달했고, ‘악마와의 토크쇼’ ‘미드소마’ ‘존 오브 인터레스트’처럼 국내에서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킨 작품도 여럿 생겼다. 직접 보거나 시나리오를 읽은 후 영화를 고르고, 자신의 소속사 ‘51k’와 수입 배급사 ‘찬란’이 협업하는 방식으로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이런 행보가 알려지면서 영화깨나 본다 하는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공동 배급이 소지섭이면 믿고 봐도 된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국내에 수입되지 않은 독립영화의 리뷰난에 “소지섭 씨 배급 좀 부탁합니다”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소지섭 역시 “덕분에 좋은 영화 봤다는 얘기를 듣는 게 좋다”고 밝힌 바 있다. 이익은커녕 손실이 크지만, 작게는 관객에게 좋은 영화를 소개하고 크게는 영화 산업의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중이다.

배우 박정민은 출판사 무제를 설립해 도서 ‘살리는 일’과 ‘자매일기’를 펴냈다.

배우 박정민은 출판사 무제를 설립해 도서 ‘살리는 일’과 ‘자매일기’를 펴냈다.

배우 박정민 역시 좋은 콘텐츠를 발굴하는 일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가 선택한 영역은 출판계다. 2019년 1인 출판사 ‘무제(MUZE)’를 설립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소외된 곳의 이야기를 말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많은 사람이 애써 보지 않으려는 영역, 너무 작은 부분이라 배려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책을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출판사를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영화는 돈이 너무 많이 들고 다른 예술 분야는 동료가 아예 없다. 내가 책을 좋아하니까, 운용할 수 있는 금액 안에서 만들 수 있는 게 책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본인도 에세이집 ‘쓸 만한 인간’을 펴낸 바 있다. 평소에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 남들에게 소개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출판사 운영에도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박정민의 출판사 무제에서 펴낸 책으로는 사회부 기자 박소영 씨의 에세이집 ‘살리는 일’과 동물 구호 활동가 박소영, 박수영 자매의 ‘자매일기’가 있다.



배우 김남길이 운영하는 NGO 길스토리에서 제작 지원한 단편영화 ‘문을 여는 법’과 ‘함께나길’.

배우 김남길이 운영하는 NGO 길스토리에서 제작 지원한 단편영화 ‘문을 여는 법’과 ‘함께나길’.

배우 김남길은 비영리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2012년에 창립한 문화예술 NGO ‘길스토리’다. 사회적 약자와 문화예술 캠페인 활동을 지원하는 게 이 단체의 목적이다. 중증 장애 어린이를 돌보는 봉사활동을 통해 베푸는 기쁨을 느낀 김남길은 인도네시아 쓰나미와 아이티 지진 등의 재난 구호에 참여하면서 NGO 활동을 구체화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성금을 모아 재난 현장을 돕고 문화유산을 국내외에 소개하거나, 예술 꿈나무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각각의 행보도 중요하지만 스타의 명성과 화제성을 통해 사회적인 이슈를 만들고 더 큰 움직임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스타N잡러 #박정민 #강민경 #빈지노 #김남길 #여성동아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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