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모의평가가 끝나면 수시의 계절이 온다. 6장의 수시 카드를 두고 학생들의 생각은 많아진다. 이때 고민하는 것이 논술이다. 논술 전형으로 뽑히는 학생은 전체 대학 정원의 5%에 불과하지만 수도권 대학으로 좁히면 정원의 10%로 비율이 증가한다. ‘나는 정시로 대학 갈 거야’ 하는 환상은 9모 성적을 받으면 사라지고, 내신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면 교과·학종을 노리기도 어렵다. 상위권 대학을 진학할 유일한 카드는 논술이 남는 것.
김종두 선생님은 2005년부터 수리 논술 강의를 진행해온 논술계 일타강사다. 사교육계 양대 산맥인 메가스터디와 시대인재에서 논술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9월은 학생들에게 폭탄이 떨어지는 시기”라며 “수학 1~3등급에 해당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논술 전형에 지원하지만 준비 없이 합격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어떤 학생이 수리 논술을 준비하면 좋을까요.
상위권이면 수리 논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선 수리 논술은 수학 실력으로 당락이 좌우됩니다. 수학이 약하다면 다른 과목이 뛰어나도 의미가 없죠. 또 수능 수학이 같은 2등급이더라도 어떤 학생은 논술을 보면 100점 만점에 80점이 나오지만 누군가는 20점이 나오기도 합니다.
수능 수학과 어떻게 다른가요.
학부모님들이 내신 수학과 수능 수학이 다르다는 건 알고 계십니다. 수능 수학과 수리 논술의 차이는 내신과 수능의 차이보다 훨씬 커요. 우선 수능은 개별 문제가 단독으로 출제되죠. 문제 간에 서로 관련이 없습니다. 하지만 수리 논술은 대문항이 있고 소문항이 있습니다. 그리고 시험 범위가 다릅니다.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수학 과목을 포괄할 경우 학생들이 부담을 느끼죠. 수리 논술에서는 증명을 요구합니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증명 문제 비중이 전체에서 40%는 됩니다. 상위권 대학은 모든 문항이 증명 문제로 나오기도 해요. 별도의 시간 투자가 필요합니다.
언제부터 하면 좋을까요.빠르면 좋죠.
다만 수리 논술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것과 수리 논술에 도움이 되도록 수학을 공부하는 건 다릅니다. 고2 때까지는 수리 논술에 도움이 되도록 수학 공부를 해서 기초체력을 기르는 게 좋고요. 고2 겨울방학부터 본격적으로 수리 논술 공부를 시작하면 됩니다. 그때 시작해도 빠른 편입니다.
내신과 수능 공부를 하면서 논술 준비를 겸할 수 있다는 거네요.
논술을 대비하려면 과정을 중시하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수학 교육이 원하는 의도에 맞게 공부를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극한에 로피탈 정리가 있어요. 학생들은 내신이나 수능에서 이를 통해 쉽게 극한값을 구하지만 고교 교육과정에서는 가르치지 않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논술에서는 로피탈 정리를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러니까 제대로 수학 공부를 해야 하는 겁니다.
제대로 공부한다는 건 무슨 말인가요.
수학에서는 논리와 직관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수능은 아무래도 논리보다는 직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수리 논술에서는 수학적 논리도 필요해요. 내신과 수능을 준비하다 보면 문제를 풀기 위해 수학적 논리에서 약한 점이 생겨요. 수리 논술 공부는 그 점을 보완하는 과정이죠.
수리 논술은 유형을 파악하고, 문제를 분석하고, 답안을 작성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답안 작성은 특정 수준을 넘으면 큰 점수 차를 만들지 않습니다. 특정 수준을 넘어갈 때는 연습이 필요한데 의식해서 훈련하면 한 달 반이면 됩니다. 논술에서 중요한 주제와 유형을 아는 건 당연히 강의를 많이 들으면 유리합니다. 그리고 분석 능력이 필요합니다. ‘수학 센스’라고 말할 수 있는데, 센스가 있어야 수리 논술을 잘할 수 있습니다. 다행인 건 수리 논술을 하면서 수학 센스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고2 겨울방학부터는 뭘 하면 되나요.
우선 수리 논술 공부를 시작하면 수리 논술이 무엇인지, 어떤 사고 과정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등을 체득하는 과정을 3개월 정도 거칩니다. 기본적으로 수리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은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있습니다. 모의고사에서 1~2등급은 나오는 학생이죠. 하지만 이런 학생도 처음에는 많이 깨집니다. 내신과 수능 레벨에서는 적당히 배우고 넘긴 걸 보충해야 하거든요.
일주일에 어느 정도 시간을 투자해야 하나요.
정답은 없습니다. 물론 공부는 많이 할수록 성적이 오르죠. 중요한 건 균형이잖아요. 논술 준비를 한다고 수능을 놓아서는 안 되니까요. 3학년 1학기까지는 강의 시간을 포함해서 일주일에 6~7시간 정도를 투자하길 권합니다. 여름방학부터는 논술에 어느 정도 공을 들여야 하는지에 따라 다릅니다. 이건 스스로 알아요. 모의고사 성적 향상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닫고 수능최저학력기준만 맞추는 수준에서 나머지 시간을 논술에 쏟는 학생은 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정시로 대학 가려고 한다면 일주일에 6~7시간 수준을 유지하면 됩니다.
논술 전형이 자신과 맞는지 알 수 있나요.
한두 달 공부해보면 스스로 알게 됩니다. 다만 수능도 1등급 학생에게만 의미 있는 시험이 아니듯 어느 정도 수준의 학교를 지망하느냐에 따라 논술에서 필요한 점수도 달라져요. 논술 수준은 중간 정도지만 목표로 하는 대학을 진학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면 계속 논술 준비를 해도 괜찮죠.
논술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은 고3이 지원해도 되나요.
지망 대학이 상위권이면 수학 전 범위를 다 공부해야 합니다. 확통과 기하를 공부하지 않았는데 시험 범위가 고등학교 수학 전 범위인 학교를 쓰면 붙기 어렵죠. 보통 확통과 기하가 범위에 포함돼 있는 학교는 미적분과 확통, 기하 문제를 1:1:1로 냅니다. 만약 지망하는 대학이 수1, 수2, 미적분까지만 논술 범위에 포함한다면 고려해볼 만합니다.
상위권 대학에 논술로 진학하려고 한다면 수능에서 선택하지 않았더라도 확통과 기하를 공부해야겠군요.
그래서 저는 매년 고2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확통과 기하를 선택과목으로 듣길 권합니다. 고3 때 논술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한 번이라도 들어본 적 있는 학생이 무조건 유리합니다. 하지만 대개 그렇게 하지 않죠. 오히려 수능 선택과목은 미적분을 하길 권합니다. 대학에서 논술 문제를 출제할 때 확통과 기하는 교과 수준보다 어렵게 내기 어려워요. 하지만 미적분은 대부분 학생이 선택하는 걸 알고 있으니 문제를 어렵게 냅니다.
수리 논술은 특목고 학생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합격자 중 절대적인 숫자는 일반고 학생이 더 많습니다. 또 특목고라고 해서 수리 논술이 많이 유리하지는 않아요. 일부 학교를 제외하면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있는데 영재고 학생들은 수능 준비를 안 하거든요. 또 특목고 학생이라 하더라도 준비 없이 합격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수학을 잘하는 학생은 많지만 논술도 답안을 쓰는 거라 경험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특목고 학생들은 논리보다 직관에 강합니다. 자기 딴에 당연해 보여서 과정을 생략하면 감점이 됩니다. 수학 문제를 잘 푸는 것과 답안을 잘 쓰는 건 다른 영역인 거죠.
최근 수리 논술 트렌드가 있나요.
5년 전과 비교하면 쉬워졌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공부를 안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차피 상대평가니까요. 그리고 문항 수가 늘어났어요. 그래서 도박성이 줄어들었습니다. 논술 특성상 본인이 강한 주제가 나오면 유리하고 약한 주제가 나오면 불리한데 그 가능성이 줄었다는 의미죠.
연세대 수리 논술 특징이 있나요.
솔직하게 연세대는 문제를 너무 잘 냅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문제가 나오는 분야도 해마다 다르고, 시험 난이도와 문제 스타일도 예측 불허입니다. 학생 입장에선 예측 가능한 시험이 안정적일 수도 있지만, 수리 논술이 수학 실력을 엄밀하게 평가하는 시험이라고 하면 문제 은행식보다 예측할 수 없는 문제를 통해 수학 실력을 측정하는 게 맞거든요. 그런 점에서 시험 문제를 잘 낸다고 말하는 겁니다.
대비법이 있나요.
어쩔 수 없이 모든 영역을 다 잘해야 합니다. 연세대가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없는 건 논술만으로도 실력이 뛰어난 학생을 뽑을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죠.
고려대가 7년 만에 논술 전형을 부활시켰습니다.
고려대도 연세대와 마찬가지로 좋은 논술 문제를 내는 학교였어요. 논술도 경향이 있는데 과거 고려대 문제를 지금 출제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죠. 고려대 준비를 하는 학생이라면 7년 전 5년 치 논술을 참고하고, 지난해와 올해 공개한 모의 논술은 기본으로 봐야 합니다. 난도는 모의 논술보다는 높아질 겁니다. 대개 연고대 논술은 학생들이 함께 준비합니다.
의대 논술은 진입 장벽이 다른가요.
의대를 포함한 메디컬 계열 논술 전형은 문이 너무 좁아요. 소위 ‘고인물’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메디컬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 중에는 거의 저만큼 문제를 푸는 경우도 있어요. 어떤 학생은 30개 대학 논술 문제 5년 치를 다 봤대요. 대학을 하나로 한정하면 150년간의 논술 문제를 풀어본 셈입니다. 고인물이 아니라면 올림피아드에 나가도 될 만큼 수학 실력이 뛰어나야 합니다. 그 정도의 수학 실력이 아니라면 논술을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논술 전형으로 입학하는 메디컬 계열 정원은 300명 안팎입니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엄격하다는 걸 고려했을 때 논술로 합격하는 학생은 적어도 논술로 전국 2000등 안에 드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기출문제는 얼마나 풀면 되나요.
당연히 지원할 학교 기출문제 3년 치는 풀어야 하고요. 여기엔 모의 문제도 포함됩니다. 그렇게 몇 년 치를 풀다 보면 출제 스타일이 보입니다. 그리고 참고할 만한 대학이 있어요. 대학 중에 다른 학교에서 문제를 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보편적인 문제를 내는 곳이죠. 한양대, 중앙대, 시립대가 대표적입니다. 해당 대학 논술 기출문제는 대부분의 학생에게 다 보라고 말합니다.
특이한 학교도 있나요.
홍익대, 동국대, 아주대, 인하대는 유형이 특이한 편입니다. 해당 학교를 지원할 학생이 아니라면 굳이 보라고 권하지 않아요.
지원할 학교를 고르는 기준은 뭔가요.
첫 번째는 수능최저학력기준입니다. 당연한 거고요. 두 번째는 객관적인 논술 실력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시험 범위입니다. 마지막이 문제 스타일인데요. 다른 조건에서 비슷한 두 대학이 있으면 그중에 하나를 골라서 써야 할 때 스타일이 영향을 미칩니다. 그건 본인이 제일 잘 알아요. 같은 수학 실력으로도 점수가 더 잘 나오는 학교가 있어요.
힘들다고 봅니다. 학교 선생님은 실력이 없는 게 아니라 여유가 없습니다. 또 학교 전체를 놓고 보면 논술 준비를 하는 학생들 숫자가 그렇게 많지 않아요. 전문가의 도움을 꼭 받으라고 하는 이유는 대개 논술 준비를 고3이 돼서야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원래 수학이라는 과목은 시행착오와 좌충우돌 속에 실력을 높여야 하는데 고3은 그럴 시간이 없죠. 효율적으로 준비하려면 어쩔 수 없이 사교육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특히 논술은 수능에 비해 방법론이 더 많아요. 그걸 혼자 깨닫기에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어떤 학과를 지망할지도 고민거리입니다.
기본적으로는 배치표에 나와 있는 학과 배치 순서와 비슷합니다. 논술 합격 점수와 결과를 발표하는 일부 대학을 보면, 큰 경향성은 배치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소위 ‘펑크’를 노리는 학생도 있지만 논술에서 그런 일은 거의 없습니다. 운을 바란다면, 본인이 잘하는 영역이나 많이 공부한 영역에서 문제가 나오는 거겠죠.
왜 대학에선 논술로 학생들을 뽑을까요.
우선 수학 실력이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또 대학 입장에서 수학을 월등하게 잘하는데 국어와 영어가 약한 학생을 놓치고 싶지 않은 거죠. 현실적으로는 돈이 됩니다. 너도나도 지원하기 때문에 원서비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여타 수시 전형과 비교하기 힘들죠.
고등학교 수학 진도를 다 커버했다면 중학생도 수리 논술 준비를 할 수 있나요.
중학교 학생이 미리 수리 논술을 준비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사실 수학 실력만 탄탄하면 수능도, 수리 논술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겁니다. 저는 선행학습을 통해 수1, 수2 진도를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학에 대한 독서를 하는 것을 권합니다. 길게 볼 때 더 큰 도움을 줍니다. 결국 수학은 사고력 싸움인데 교과서 진도를 미리 나간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죠. 뭔가에 뛰어나려면 보통의 사람들과는 달라야 합니다. 모두가 진도에 급급할 때 색다른 수학적 경험을 하는 게 더 좋다고 봅니다. 특히 아이가 어릴수록요.
마지막으로, 논술 전형을 쓸 때 유의할 점이 있나요.
논술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기분으로 결정하면 안 됩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적지 않은 학부모와 학생이 그렇게 합니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논술 실력을 파악해서 결정해야 하고요. 또 논술은 정시의 도피처가 아닙니다. 모의고사 성적이 안 나온다고 ‘몰빵’하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대부분의 대학은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있기 때문에 이 조건도 맞추지 못하는데 논술 준비를 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수리논술 #논술 #김종두 #여성동아
사진 홍태식 뉴스1
김종두 선생님은 2005년부터 수리 논술 강의를 진행해온 논술계 일타강사다. 사교육계 양대 산맥인 메가스터디와 시대인재에서 논술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9월은 학생들에게 폭탄이 떨어지는 시기”라며 “수학 1~3등급에 해당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논술 전형에 지원하지만 준비 없이 합격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고2 겨울방학부터 일주일에 6~7시간 투자해야
2024학년도 논술 전형이 치러지는 대학교 풍경. 인기학과의 경우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보인다.
상위권이면 수리 논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선 수리 논술은 수학 실력으로 당락이 좌우됩니다. 수학이 약하다면 다른 과목이 뛰어나도 의미가 없죠. 또 수능 수학이 같은 2등급이더라도 어떤 학생은 논술을 보면 100점 만점에 80점이 나오지만 누군가는 20점이 나오기도 합니다.
수능 수학과 어떻게 다른가요.
학부모님들이 내신 수학과 수능 수학이 다르다는 건 알고 계십니다. 수능 수학과 수리 논술의 차이는 내신과 수능의 차이보다 훨씬 커요. 우선 수능은 개별 문제가 단독으로 출제되죠. 문제 간에 서로 관련이 없습니다. 하지만 수리 논술은 대문항이 있고 소문항이 있습니다. 그리고 시험 범위가 다릅니다.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수학 과목을 포괄할 경우 학생들이 부담을 느끼죠. 수리 논술에서는 증명을 요구합니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증명 문제 비중이 전체에서 40%는 됩니다. 상위권 대학은 모든 문항이 증명 문제로 나오기도 해요. 별도의 시간 투자가 필요합니다.
언제부터 하면 좋을까요.빠르면 좋죠.
다만 수리 논술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것과 수리 논술에 도움이 되도록 수학을 공부하는 건 다릅니다. 고2 때까지는 수리 논술에 도움이 되도록 수학 공부를 해서 기초체력을 기르는 게 좋고요. 고2 겨울방학부터 본격적으로 수리 논술 공부를 시작하면 됩니다. 그때 시작해도 빠른 편입니다.
내신과 수능 공부를 하면서 논술 준비를 겸할 수 있다는 거네요.
논술을 대비하려면 과정을 중시하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수학 교육이 원하는 의도에 맞게 공부를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극한에 로피탈 정리가 있어요. 학생들은 내신이나 수능에서 이를 통해 쉽게 극한값을 구하지만 고교 교육과정에서는 가르치지 않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논술에서는 로피탈 정리를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러니까 제대로 수학 공부를 해야 하는 겁니다.
제대로 공부한다는 건 무슨 말인가요.
수학에서는 논리와 직관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수능은 아무래도 논리보다는 직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수리 논술에서는 수학적 논리도 필요해요. 내신과 수능을 준비하다 보면 문제를 풀기 위해 수학적 논리에서 약한 점이 생겨요. 수리 논술 공부는 그 점을 보완하는 과정이죠.
수리 논술은 유형을 파악하고, 문제를 분석하고, 답안을 작성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답안 작성은 특정 수준을 넘으면 큰 점수 차를 만들지 않습니다. 특정 수준을 넘어갈 때는 연습이 필요한데 의식해서 훈련하면 한 달 반이면 됩니다. 논술에서 중요한 주제와 유형을 아는 건 당연히 강의를 많이 들으면 유리합니다. 그리고 분석 능력이 필요합니다. ‘수학 센스’라고 말할 수 있는데, 센스가 있어야 수리 논술을 잘할 수 있습니다. 다행인 건 수리 논술을 하면서 수학 센스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고2 겨울방학부터는 뭘 하면 되나요.
우선 수리 논술 공부를 시작하면 수리 논술이 무엇인지, 어떤 사고 과정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등을 체득하는 과정을 3개월 정도 거칩니다. 기본적으로 수리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은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있습니다. 모의고사에서 1~2등급은 나오는 학생이죠. 하지만 이런 학생도 처음에는 많이 깨집니다. 내신과 수능 레벨에서는 적당히 배우고 넘긴 걸 보충해야 하거든요.
일주일에 어느 정도 시간을 투자해야 하나요.
정답은 없습니다. 물론 공부는 많이 할수록 성적이 오르죠. 중요한 건 균형이잖아요. 논술 준비를 한다고 수능을 놓아서는 안 되니까요. 3학년 1학기까지는 강의 시간을 포함해서 일주일에 6~7시간 정도를 투자하길 권합니다. 여름방학부터는 논술에 어느 정도 공을 들여야 하는지에 따라 다릅니다. 이건 스스로 알아요. 모의고사 성적 향상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닫고 수능최저학력기준만 맞추는 수준에서 나머지 시간을 논술에 쏟는 학생은 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정시로 대학 가려고 한다면 일주일에 6~7시간 수준을 유지하면 됩니다.
논술 전형이 자신과 맞는지 알 수 있나요.
한두 달 공부해보면 스스로 알게 됩니다. 다만 수능도 1등급 학생에게만 의미 있는 시험이 아니듯 어느 정도 수준의 학교를 지망하느냐에 따라 논술에서 필요한 점수도 달라져요. 논술 수준은 중간 정도지만 목표로 하는 대학을 진학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면 계속 논술 준비를 해도 괜찮죠.
논술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은 고3이 지원해도 되나요.
지망 대학이 상위권이면 수학 전 범위를 다 공부해야 합니다. 확통과 기하를 공부하지 않았는데 시험 범위가 고등학교 수학 전 범위인 학교를 쓰면 붙기 어렵죠. 보통 확통과 기하가 범위에 포함돼 있는 학교는 미적분과 확통, 기하 문제를 1:1:1로 냅니다. 만약 지망하는 대학이 수1, 수2, 미적분까지만 논술 범위에 포함한다면 고려해볼 만합니다.
상위권 대학에 논술로 진학하려고 한다면 수능에서 선택하지 않았더라도 확통과 기하를 공부해야겠군요.
그래서 저는 매년 고2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확통과 기하를 선택과목으로 듣길 권합니다. 고3 때 논술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한 번이라도 들어본 적 있는 학생이 무조건 유리합니다. 하지만 대개 그렇게 하지 않죠. 오히려 수능 선택과목은 미적분을 하길 권합니다. 대학에서 논술 문제를 출제할 때 확통과 기하는 교과 수준보다 어렵게 내기 어려워요. 하지만 미적분은 대부분 학생이 선택하는 걸 알고 있으니 문제를 어렵게 냅니다.
수리 논술은 특목고 학생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합격자 중 절대적인 숫자는 일반고 학생이 더 많습니다. 또 특목고라고 해서 수리 논술이 많이 유리하지는 않아요. 일부 학교를 제외하면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있는데 영재고 학생들은 수능 준비를 안 하거든요. 또 특목고 학생이라 하더라도 준비 없이 합격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수학을 잘하는 학생은 많지만 논술도 답안을 쓰는 거라 경험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특목고 학생들은 논리보다 직관에 강합니다. 자기 딴에 당연해 보여서 과정을 생략하면 감점이 됩니다. 수학 문제를 잘 푸는 것과 답안을 잘 쓰는 건 다른 영역인 거죠.
의대 논술은 고인물 잔치
2025학년도 입시에서 고려대는 7년 만에 논술 전형을 부활시켰다. 연세대는 과학 논술을 폐지하고 수리 논술만 남겨뒀다. 연세대, 한양대, 시립대를 제외하면 대부분 대학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한다. 시험 범위가 저마다 다른 것도 고려해야 한다. 가령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중앙대, 이화여대, 건국대, 홍익대는 수학1, 수학2, 미적분, 확통, 기하 모든 영역에서 문제를 낸다. 여타 대학은 기하나 확통을 범위에서 빼기도 한다. 대학이 공개하는 대학별 논술 특징 외에도 어떤 경향을 파악해둬야 할까.
최근 수리 논술 트렌드가 있나요.
5년 전과 비교하면 쉬워졌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공부를 안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차피 상대평가니까요. 그리고 문항 수가 늘어났어요. 그래서 도박성이 줄어들었습니다. 논술 특성상 본인이 강한 주제가 나오면 유리하고 약한 주제가 나오면 불리한데 그 가능성이 줄었다는 의미죠.
연세대 수리 논술 특징이 있나요.
솔직하게 연세대는 문제를 너무 잘 냅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문제가 나오는 분야도 해마다 다르고, 시험 난이도와 문제 스타일도 예측 불허입니다. 학생 입장에선 예측 가능한 시험이 안정적일 수도 있지만, 수리 논술이 수학 실력을 엄밀하게 평가하는 시험이라고 하면 문제 은행식보다 예측할 수 없는 문제를 통해 수학 실력을 측정하는 게 맞거든요. 그런 점에서 시험 문제를 잘 낸다고 말하는 겁니다.
대비법이 있나요.
어쩔 수 없이 모든 영역을 다 잘해야 합니다. 연세대가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없는 건 논술만으로도 실력이 뛰어난 학생을 뽑을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죠.
고려대가 7년 만에 논술 전형을 부활시켰습니다.
고려대도 연세대와 마찬가지로 좋은 논술 문제를 내는 학교였어요. 논술도 경향이 있는데 과거 고려대 문제를 지금 출제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죠. 고려대 준비를 하는 학생이라면 7년 전 5년 치 논술을 참고하고, 지난해와 올해 공개한 모의 논술은 기본으로 봐야 합니다. 난도는 모의 논술보다는 높아질 겁니다. 대개 연고대 논술은 학생들이 함께 준비합니다.
의대 논술은 진입 장벽이 다른가요.
의대를 포함한 메디컬 계열 논술 전형은 문이 너무 좁아요. 소위 ‘고인물’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메디컬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 중에는 거의 저만큼 문제를 푸는 경우도 있어요. 어떤 학생은 30개 대학 논술 문제 5년 치를 다 봤대요. 대학을 하나로 한정하면 150년간의 논술 문제를 풀어본 셈입니다. 고인물이 아니라면 올림피아드에 나가도 될 만큼 수학 실력이 뛰어나야 합니다. 그 정도의 수학 실력이 아니라면 논술을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논술 전형으로 입학하는 메디컬 계열 정원은 300명 안팎입니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엄격하다는 걸 고려했을 때 논술로 합격하는 학생은 적어도 논술로 전국 2000등 안에 드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기출문제는 얼마나 풀면 되나요.
당연히 지원할 학교 기출문제 3년 치는 풀어야 하고요. 여기엔 모의 문제도 포함됩니다. 그렇게 몇 년 치를 풀다 보면 출제 스타일이 보입니다. 그리고 참고할 만한 대학이 있어요. 대학 중에 다른 학교에서 문제를 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보편적인 문제를 내는 곳이죠. 한양대, 중앙대, 시립대가 대표적입니다. 해당 대학 논술 기출문제는 대부분의 학생에게 다 보라고 말합니다.
특이한 학교도 있나요.
홍익대, 동국대, 아주대, 인하대는 유형이 특이한 편입니다. 해당 학교를 지원할 학생이 아니라면 굳이 보라고 권하지 않아요.
지원할 학교를 고르는 기준은 뭔가요.
첫 번째는 수능최저학력기준입니다. 당연한 거고요. 두 번째는 객관적인 논술 실력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시험 범위입니다. 마지막이 문제 스타일인데요. 다른 조건에서 비슷한 두 대학이 있으면 그중에 하나를 골라서 써야 할 때 스타일이 영향을 미칩니다. 그건 본인이 제일 잘 알아요. 같은 수학 실력으로도 점수가 더 잘 나오는 학교가 있어요.
논술에서 요행은 없다
사교육 없이 논술 준비를 하기는 힘든가요.힘들다고 봅니다. 학교 선생님은 실력이 없는 게 아니라 여유가 없습니다. 또 학교 전체를 놓고 보면 논술 준비를 하는 학생들 숫자가 그렇게 많지 않아요. 전문가의 도움을 꼭 받으라고 하는 이유는 대개 논술 준비를 고3이 돼서야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원래 수학이라는 과목은 시행착오와 좌충우돌 속에 실력을 높여야 하는데 고3은 그럴 시간이 없죠. 효율적으로 준비하려면 어쩔 수 없이 사교육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특히 논술은 수능에 비해 방법론이 더 많아요. 그걸 혼자 깨닫기에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어떤 학과를 지망할지도 고민거리입니다.
기본적으로는 배치표에 나와 있는 학과 배치 순서와 비슷합니다. 논술 합격 점수와 결과를 발표하는 일부 대학을 보면, 큰 경향성은 배치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소위 ‘펑크’를 노리는 학생도 있지만 논술에서 그런 일은 거의 없습니다. 운을 바란다면, 본인이 잘하는 영역이나 많이 공부한 영역에서 문제가 나오는 거겠죠.
왜 대학에선 논술로 학생들을 뽑을까요.
우선 수학 실력이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또 대학 입장에서 수학을 월등하게 잘하는데 국어와 영어가 약한 학생을 놓치고 싶지 않은 거죠. 현실적으로는 돈이 됩니다. 너도나도 지원하기 때문에 원서비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여타 수시 전형과 비교하기 힘들죠.
고등학교 수학 진도를 다 커버했다면 중학생도 수리 논술 준비를 할 수 있나요.
중학교 학생이 미리 수리 논술을 준비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사실 수학 실력만 탄탄하면 수능도, 수리 논술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겁니다. 저는 선행학습을 통해 수1, 수2 진도를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학에 대한 독서를 하는 것을 권합니다. 길게 볼 때 더 큰 도움을 줍니다. 결국 수학은 사고력 싸움인데 교과서 진도를 미리 나간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죠. 뭔가에 뛰어나려면 보통의 사람들과는 달라야 합니다. 모두가 진도에 급급할 때 색다른 수학적 경험을 하는 게 더 좋다고 봅니다. 특히 아이가 어릴수록요.
마지막으로, 논술 전형을 쓸 때 유의할 점이 있나요.
논술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기분으로 결정하면 안 됩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적지 않은 학부모와 학생이 그렇게 합니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논술 실력을 파악해서 결정해야 하고요. 또 논술은 정시의 도피처가 아닙니다. 모의고사 성적이 안 나온다고 ‘몰빵’하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대부분의 대학은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있기 때문에 이 조건도 맞추지 못하는데 논술 준비를 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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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홍태식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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