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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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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들의 현실 런웨이 by블링블링 엠파이어

글 정세영 기자

2021. 03. 24

전세기를 타고 옆 도시로 원정 쇼핑을 떠나고 친구와 프랑스 파리에서 저녁을 먹으며 명품 매장 직원을 집으로 불러 쇼핑을 하는 요란하고도 사치스러운 일상. 영화나 드라마에 나올 법한 판타지 같은 이야기지만 실제 부유한 아시안들의 삶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링블링 엠파이어’는 미국 LA에 사는 아시아계 갑부들의 화려한 일상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리얼리티 쇼다. 올해를 끝으로 14년 만에 종영하는 ‘4차원 가족 카다시안 따라잡기’와 힐튼가의 상속녀 패리스 힐튼의 일상을 담은 ‘심플 라이프’ 등 2000년대 미국을 강타한 프로그램의 제작자이자 리얼리티 쇼의 황제로 불리는 제프 젠킨스가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방영 전부터 넷플릭스 화제작으로 꼽히기도 한 작품. 

“로스앤젤레스에는 말 그대로 미친 부자 아시아인이 많아요.” 주인공 중 한 명인 케인의 인터뷰를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8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드라마에는 자기주장 강한 비주얼과 성격을 지닌 아시아계 부자들이 대거 출연한다. 쿠튀르 퀸 크리스틴, 방산 업체 집안의 딸이자 대부호 애나, 싱가포르계 부동산 큰손 케인, IT 업계 재벌을 아버지로 둔 패션 인플루언서 제이미, 베트남계 유명 DJ 킴 리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리치 아시안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클래스가 다른 씀씀이를 제대로 과시한다. 상위 1%의 삶을 다룬다는 점은 ‘셀링 선셋’이나 ‘더 리얼 하우스 와이브즈 오브 비버리힐즈’ 같은 리얼리티 쇼와 비슷하지만, ‘블링블링 엠파이어’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동양 사회에서만 볼 수 있는 문화와 제도, 관습을 조명했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은 춘절이라 불리는 중국의 가장 큰 명절을 챙기고 아기의 백일을 축하해주며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영적인 존재에 의지하기도 한다. 또한 명품 중독, 성형수술, 금기와 향락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성문화 등 동양인은 조용하고 순종적이며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자극적인 스토리도 눈길을 끈다. 

한동안 대를 잇지 못한다는 이유로 고된 시집살이를 견뎌야 했던 크리스틴, 남자 친구 사이에 2명의 아이가 있음에도 프러포즈를 받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셰리, 입양으로 희미해진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케빈의 에피소드도 인상적. 

쇼 제목처럼 떠들썩하고 화려하게 사는 이들이지만 저마다 안고 있는 삶의 애환은 보통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차이점이 있다면 그들은 명품 백을 내팽개치면서 슈퍼 카 핸들에 기대어 운다는 것뿐.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슈퍼 카와 대저택은 물론, 장인의 영혼이 담긴 아름다운 쿠튀르 드레스, 값비싼 주얼리를 누가 사는지 궁금했다면 지금부터 소개하는 ‘블링블링 엠파이어’ 속 4명의 여주인공을 통해 확인해보자.

쿠튀르 퀸 크리스틴 치우

대만에서 태어나 베벌리힐스에서 자란 크리스틴 치우는 현재 LA의 유명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CEO이자 자선 사업가다. 그녀의 남편은 성형외과 의사로 송나라 황제의 24대 직계 후손. “오늘날까지 중국에 황제 체제가 존재했다면 시아버님은 황제이시고 제 남편은 황위 계승자였겠죠. 베이비 지(아들)는 아기 왕자였을 테고요.” 가족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나는 그녀는 중국의 명절인 춘절을 축하하는 파티를 열기 위해 로데오 거리쯤은 쉽게 장악하고, 해마다 영국 버킹엄 궁전에서 찰스 왕세자의 옆자리에 앉아 만찬을 즐긴다. 크리스틴의 별명은 ‘쿠튀르 퀸’으로 1년에 최소 30개의 패션쇼에 참석하며 1억원이 훌쩍 넘는 오트 쿠튀르를 수집한다. 그녀가 선보였던 수많은 쿠튀르 피스 중 시청자들을 가장 현혹시켰던 룩은 마지막 에피소드 인터뷰 때 입었던 돌체앤가바나의 드레스. 나폴리의 보물이었을지도 모른다는 다채롭고 황홀한 색감의 주얼리가 정교하게 장식되어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과시욕과 인정 욕구가 강한 캐릭터로 때로는 얄미운 푼수 같지만 가족과 친구,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크리스틴. ‘블링블링 엠파이어’의 주인공들 중 가장 마음이 가는 매력적인 캐릭터인 듯하다.

닮고 싶은 멋진 언니 애나 셰이

“애나 셰이는 급이 다른 갑부예요. 집안이 무기 사업을 하거든요.” 케인은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드레스 차림에 망치를 들고 드레스 룸의 벽을 부수며 등장한 애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올해 61세가 된 애나, 그녀의 아버지는 방산 업체를 운영하는 억만장자이며 어머니는 일본계 러시아 귀족이다. 위대한 개츠비 같은 삶을 사는 애나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우정과 충성. 다른 출연자들보다 나이가 2배 정도 많지만 절대 가르치거나 과시하지 않고, 때에 따라 친구들을 위해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는 조언이나 지혜를 조용히 속삭이기도 한다. “1달러든 1천 달러든 상관없어. 난 이것을 친구로서 너에게 선물한 거야. 시험도 리허설도 아니야.” 애나는 알아주는 다이아몬드 마니아로 어떤 룩에든 하이 주얼리를 걸친다. 특히 찢어진 데님 팬츠와 체크 셔츠, 헝클어진 헤어스타일링에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부쉐론의 퀘스천 마크 네클리스를 아무렇지도 않게 매치한 스타일에서 하이 주얼리를 대하는 애나의 쿨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옷이 너를 입는 게 아니라 네가 옷을 입는 거야.” 디올 앞에서 주눅이 든 친구에게 애나가 건넨 명언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사랑스러운 상속녀 셰리 첸

거대 데님 기업의 상속자인 셰리는 애나 다음으로 순자산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어릴 적부터 팝 스타가 꿈이었던 그녀는 일본에서 소니 뮤직과 계약하며 본격적으로 가수 데뷔를 준비했다고. 하지만 어머니의 반대로 꿈을 포기하는 대신 LA로 이주해 유기농 테킬라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셰리는 남자 친구 제리 사이에서 2명의 아이를 낳았지만 여전히 미혼이다. 둘째를 임신했을 때 결혼을 희망했지만 오랜 시간 기다려도 청혼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남자 친구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캐릭터. 임신, 결혼, 양육 등 여느 출연자들과 달리 현실적이고 무거운 고민에 집중하는 그녀지만 옷장만큼은 플라워 패턴과 실크, 시폰 소재로 이루어진 봄바람처럼 가볍고 여성스러운 스타일로 가득하다. 

샤넬부터 디올까지 다채로운 룩을 선보였던 셰리의 베스트 아이템은 돌체앤가바나의 시그니처, 플라워 패턴 드레스. 시칠리아의 아름다운 장미 정원을 연상시키는 플라워 패턴 드레스를 다양한 디자인으로 여러 벌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대담한 주얼리 세트를 더하면 셰리의 룩이 완성된다.

패션 인플루언서 제이미 지

스물세 살 제이미는 통합 네트워크 보안 업체인 포티넷의 최고 경영자이자 순자산 4조원이 넘는 IT 업계 억만장자인 켄 지의 딸이다. 한때 올림픽 승마 선수를 꿈꾸며 말 축사까지 지을 뻔했지만 쇼핑을 훨씬 더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고 진로를 바꿨다. Z세대답게 SNS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며 현재는 패션 인플루언서의 길을 걷고 있는 중. 출연진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리고 이슈가 크게 없어서 분량이 많지 않지만, 등장할 때마다 강렬한 패션으로 눈도장을 찍는다. 크리스틴과 애나, 셰리가 본인의 취향을 유지하는 스타일이라면, 제이미는 트렌디하고 다채로운 룩을 선보인다. “내 스타일은 다양하기 때문에 친구들은 종종 나를 ‘카멜레온’이라고 불러요.” 그녀의 베스트 룩은 오스카 드 라 렌타의 깃털 드레스. 레드카펫에 어울릴 만큼 과한 디자인이지만, 깔끔한 포니테일 헤어를 연출해 한층 세련된 분위기를 완성했다. 패션에 대해 많이 배운 만큼 그녀의 다음 스텝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소규모 스타트 업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패션계에 새롭게 등장한 영  &  리치 제이미의 활약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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