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미용 분야에도 자격증 제도가 도입됐다. 피부관리실을 운영하거나 그와 관련된 분야에 종사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피부미용사 자격증’이 필요하게 된 것. 지난해 처음 실시된 자격증 시험은 필기와 실기로 나뉘어 있는데 1년에 4번 정도 응시할 수 있다.
피부미용사 자격증 취득 체험을 위해 기자가 찾아간 곳은 서울 이화여대 근처에 있는 KMS 미용예술직업전문학교(02-711-5580). 이곳은 노동부 등 국가기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곳으로 주부를 비롯해 직업이 없는 사람이면 누구나 무료로 수업을 받을 수 있다. 재료비도 따로 들지 않는다. 총 훈련기간은 5개월로, 처음 3개월 동안은 자격증 취득을 위한 기술을 익히고 나머지 두 달은 현장 실무 능력을 배운다. 수업은 주 5회, 하루 8시간이며 이론과 실기 비율은 3대 7이다.
강의실에는 흔히 피부관리실에서 볼 수 있는 침대와 미용재료가 구비돼 있다. 한 반 정원은 36명으로 두 명씩 짝을 지어 번갈아가며 실습을 한다. 나이 제한이 없기 때문에 예순이 넘은 수강생도 두 명이나 됐다.
이날 수업의 주제는 ‘클렌징’. 고경아 실장의 말에 따르면 클렌징 부문은 시험 당락을 좌우할 만큼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일주일 넘게 반복해서 가르친다고 한다. 강사가 먼저 더미로 시범을 보인 뒤 수강생들의 실습이 이어졌다. 서로가 서로의 모델이 돼줘야 하기 때문에 이날 수강생들은 하나같이 메이크업을 한 상태였다. 수업은 ‘포인트 메이크업’을 지우는 것부터 시작됐다. 포인트 메이크업이란 아이섀도·아이라인·마스카라 등 아이 메이크업과 립스틱 등과 같은 립 메이크업을 말하는데, 제대로 지우지 않을 경우 피부 착색이 일어나기 때문에 꼼꼼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한다. 먼저 화장솜에 메이크업 리무버를 묻혀 눈 위에 잠시 덮어둔 뒤 화장솜을 눈 밑에 깔아놓고 마스카라를 면봉을 이용해 위에서 아래로 지워야 한다. 이때 잔여물이 눈 밑에 묻지 않고 화장솜 위에 떨어지도록 화장솜을 다른 손으로 고정시키는 게 중요하다. 립 메이크업 역시 리무버를 묻힌 화장솜을 잠시 덮어두면 손쉽게 지울 수 있다. 포인트 메이크업을 지우고 난 뒤에는 클렌징크림을 이용해 얼굴 전체를 마사지한 뒤 스펀지로 닦아내고 마지막에 스팀타월로 얼굴 전체를 감싸준다.
간단한 듯 보이지만 초보자의 경우 손놀림이 능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차례 반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기자는 반지를 끼고 실습에 임한 탓에 강사에게 지적을 받았다. 상대방 얼굴에 상처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실습 중에는 반지나 길게 늘어지는 목걸이 등을 착용해선 안 된다고 한다. 옷도 반팔 의상을 준비해야 한다.
필기시험은 피부미용학, 피부학 및 해부생리학, 피부미용기기학, 화장품학, 공중위생관리학 등 여섯 유형의 문제가 4지선다형으로 출제되고, 과락 없이 평균 6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학문적으로 깊게 파고들어야 할 것 같지만 문제의 난이도가 상중하로 골고루 섞여 출제되기 때문에 설령 어려운 문제를 맞히지 못해도 나머지 문제에서 점수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고 실장은 “운전면허 시험과 비교하면 어렵겠지만 상식적인 내용도 많이 출제되기 때문에 시험 앞두고 2~3주 정도 모의고사 위주로 열심히 공부하면 무난히 합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응시료는 2만원.
“견습기간에는 80만~100만원, 실장급은 150만~180만원 벌어요”
실기시험은 3교시에 걸쳐 진행된다. 1교시에는 마사지·팩·클렌징 등 얼굴관리와 피부분석표 작성 능력을 평가하고, 2교시에는 팔 다리 등 전신관리, 3교시에는 림프 마사지 등 특수 관리를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시험에 필요한 51개의 재료는 각자 구입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시험 일정이 각기 다른 두세 명이 함께 구매해 돌려쓰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미용재료를 챙겨갈 때도 요령이 있다. 시험장이 평지일 경우에는 여행용 캐리어에 담아 가져가는 게 편하고, 계단이 있을 때는 플라스틱 쇼핑백 두 개에 나눠 담은 뒤 양쪽 어깨에 메는 것이 가장 간편하다고 한다.
또한 집에서 물 한 병과 초콜릿 등 칼로리 높은 간식을 챙겨가는 게 좋다. 시험 도중 물이 사용될 때가 있는데, 응시생들이 한꺼번에 화장실이나 수돗가로 몰릴 수 있기 때문에 물을 준비해가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또한 쉬는 시간에는 준비해간 간식을 섭취해 에너지를 충전하는 게 좋다고 한다. 외모도 깔끔해야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머리가 긴 사람은 하나로 묶은 뒤 망사핀으로 고정하고, 앞머리가 있는 사람은 무스로 깔끔하게 붙여 시험감독관에게 좋은 인상을 주도록 한다. 실기시험 역시 과락 없이 평균 60점 이상이면 합격이고 응시료는 4만원.
피부미용사 자격증 취득 후에는 병원·피부관리실·화장품 회사 등에 취업 가능하다. 창업이 아닌 취업을 목적으로 할 경우에는 1년 정도 견습기간이 필요한데, 이때 실무 경력을 얼마나 잘 익히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난다고 한다. 고 실장은 “마사지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손님을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피부관리실은 단순히 마사지만 받으러 오는 곳이 아니에요. 마사지를 받다 보면 몸과 마음이 무장해제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이런저런 마음속 얘기들을 털어놓거든요. 그럴 때 피부관리사는 고객의 인생상담도 해줘야 해요.”
견습기간 중 한 달 소득은 80만~100만원 선. 클렌징이나 팩 제거, 핸드마사지, 수건·스펀지 세척 등을 주로 한다. 젊은 사람들은 견습기간을 이기지 못하고 이직하는 경우가 많은데, 고 실장은 “월급이 적다고 불평하기보다 실무를 배우면서 돈까지 번다는 마음가짐으로 하면 즐겁게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장급의 한 달 수입은 150만~180만원 선이고, 화장품 회사 등에 소속된 강사는 대략 기본급 120만원에 인센티브가 적용된다고 한다.
고 실장은 “사람 대하는 걸 좋아하고 밝고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면 누구나 도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1 사람 얼굴 모형에 포인트 메이크업 클렌징을 연습하고 있는 모습
2 수강생들을 두 명씩 짝을 지어 번갈아 가며 실습을 한다
3 ‘클렌징’ 과정은 피부미용사 자격증 시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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