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그린 등 다양한 컬러로 발랄한 느낌 연출
뉴욕, 밀라노, 런던, 파리에 이어 세계 패션의 흐름을 주도하면서 아시아 유행의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는 도쿄 컬렉션. 지난 2004 봄·여름 도쿄 컬렉션에서는 세계적인 흐름을 반영하면서도 일본만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의상들이 선보였다. 그 키워드는 다양한 컬러와 달콤한 공포, 그리고 자연스러움.
먼저 컬러는 오렌지, 그린, 블루, 옐로 등의 밝은 색상이 주류를 이루는데, 채도와 명도가 높은 선명한 색상이 함께 어우러져 화사하고 발랄한 느낌을 연출한다. 공포는 파리나 밀라노 컬렉션에서는 볼 수 없었던 테마. 일본 브랜드에서 나타나는 경향으로 주로 20대 디자이너들이 시도하고 있다. 공포를 테마로 한다고 해서 그로테스크함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달콤하고 귀여운 분위기를 함께 담아 독특한 스타일을 연출하고 있다.
이와 같은 테마로 등장하는 주요 아이템은 트렌치코트, 여성스러운 드레스, 어린아이 옷과 같은 점퍼 등. 무엇보다 트렌치 코트는 2004년 세계 공통의 트렌드로 일본에서도 그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유행을 이끌고 있는 만큼 소재나 디자인이 이전에 비해 훨씬 다양해진 것이 특징. 드레스풍, 캐주얼룩 등 스타일이 다양하다. 또 여성스러운 드레스는 세계적인 패션 경향 중 하나인 뉴로맨티시즘을 반영한 아이템. 도쿄 컬렉션에 등장한 페미니즘 원피스의 기본은 타이트한 상의와 볼륨 있는 플레어 스커트의 결합. 시폰이나 실크 소재를 이용해 몸의 실루엣을 따라 하늘거리는 스타일을 연출한다. 아우터 중에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점퍼. 작은 사이즈, 알록달록한 무늬, 귀여움을 강조한 디자인 등으로 아동복 같은 깜찍한 스타일의 점퍼를 선보인다.
도쿄 컬렉션 통해 본 헤어·뷰티 트렌드
당고 스타일과 스모키 메이크업이 강세
올 봄 일본에서 유행할 헤어는 동그랗게 말아올린 스타일이다. 머리 전체나 머리카락의 일부를 동그랗게 말아 한쪽으로 고정시키는 스타일로, 동그랗게 말려 올라간 머리가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떡꼬치 ‘당고’를 닮았다고 해서 ‘당고 스타일’로 불리기도 한다. 동그란 머리 모양이 약간은 만화 같은 분위기를 내기도 하는 이 헤어 스타일은 이미 도쿄의 젊은층에서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고.
메이크업은 강한 인상을 만들어내는 연출법이 강세. 그중 하나가 스모키 메이크업으로 어둡고 강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눈매를 다크 그린, 퍼플 같은 강한 컬러로 마무리해주거나 펄을 이용해 신비감을 살린다. 스모키풍과 함께 선보인 것이 바로 영화를 연상시키는 비현실적인 메이크업. 블랙 섀도로 눈가에 선을 그려넣거나 얼굴 전체에 낙서 같은 그림을 그리는 이 메이크업은 영화 ‘블레이드 러너’ 등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현실과는 약간 동떨어져 있지만 올 상반기 일본의 메이크업은 영화 같은 초현실적 분위기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큐트스타일.
패션은 그 나라의 전통과 한 시대의 첨단성을 동시에 표현한다. 일본 패션은 다른 어느 나라의 패션보다 이같은 문화적 특성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일본 스트리트 패션(보통사람들의 거리 패션)의 저력은 서양 패션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소화력’과 아기자기하게 꾸며내는 ‘창의력’에 있다. 그래서 일본의 디자이너들은 이같은 스트리트 패션에서 영감을 얻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겐조의 레이어드룩(겹쳐 입기)을 꼽을 수 있다.
도쿄의 패션 거리인 아오야마나 하라주쿠 등지에서 만날 수 있는 일본 여성들의 대표적인 차림새는 ‘깔끔한 스타일’이다. 심플한 디자인의 기본 원피스에 카디건을 매치한다든가, 몸에 붙는 터틀 스웨터와 깔끔한 스커트의 매치 등을 꼽을 수 있다. 빛깔은 파스텔톤보다 더 연한 색, 또는 검정과 흰색의 매치 등 무채색 계열도 좋아한다. ‘꼭 필요한 만큼’이라는 일본인의 절제주의가 심플한 패션으로 표현되고 있다.
깜찍하고 소녀 같은 느낌의 ‘큐트 스타일’ 역시 일본 패션의 상징이다. 셔링이나 러플 등의 주름 장식을 활용한 블라우스와 원피스, A라인 미니스커트와 귀여운 꽃모양이 달린 앙증맞은 핸드백을 코디한다. 빛깔 역시 어려 보이게 하는 파스텔톤으로 연출한다. 일본인들은 남녀 모두 청순하고 소녀 같은 이미지의 여성을 좋아한다. 그러므로 큐트 패션은 솜사탕 같은 달콤함을 선호하는 일본인의 기질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데부짱(뚱뚱한 아이) 패션, 장식 패션 등 다양한 코디 아이디어 돋보여
데부짱패션.
‘데부짱(뚱뚱한 아이) 패션’도 눈길을 끈다. 여러 개를 겹쳐 입는 레이어드룩이라든가, 루즈 삭스(구불구불하게 겹주름을 잡은 반양말) 등을 꼽을 수 있다. 일부러 뚱뚱하게 스타일을 연출하는 파괴의 미학이다. 일본인들이 자칫 빠지기 쉬운 획일주의에 대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라고나 할까.
다음은 주렁주렁 달고 붙이는 ‘장식 패션’이다. 재킷에 브로치를 2개 이상 단 것도 부족해서, 바지의 허리춤에 두른 체인 벨트에 별·하트 모양 장식을 매단다. 청바지에 실로 짠 나비 장식이나 레이스 조각을 붙이는 리메이크 스타일도 있다. 그런가 하면 일본 전통 옷인지, 서양 옷인지 알쏭달쏭하고 요란한 믹스 매치도 눈에 띈다. 이같은 패션 경향은 아기자기하게 꾸미기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놀이문화에서 나온 것이다.
일본 여성들은 모자·스카프 등 패션 소품도 즐긴다. 특히 모자에 대한 일본 여성들의 애착은 남다르다. 모자 디자인에 따라 헤어 스타일을 어떻게 바꿀까 고심하기도 한다. 스카프나 머플러는 작은 것이 대세. 깜찍한 미니 스카프로 목에 포인트를 주는 식이다. 도쿄의 아사쿠사에는 일본의 전통 소품들만 파는 가게가 즐비하다. 보자기·주머니·작은 지갑·부채 등 온통 예쁜 천으로 만든 물건들 천지다. 이같은 생활 소품 문화의 전통이 현대 패션의 소품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게 하는 모양이다.
한번 받아들인 것은 절대로 버리지 않고 독창적으로 가꾸어내는 문화의식의 생생한 현장. 일본 패션은 거리에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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