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는 영국 런던 에서 열린 ‘어스샷 프라이스’에서 시상자로 나선 왓슨은 웨딩드레스 10벌을 재활용해 만든 해리스 리드의 드레스를 입었다.
익히 알다시피 ‘해리 포터’ 시리즈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부터 마지막 시리즈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까지 총 8편으로 77억2000만 달러(약 10조4714억 원)가 넘는 수입을 벌어들였다. 특히 ‘해리 포터’ 시리즈는 지금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젊은 배우 다니엘 래드클리프, 루퍼트 그린트 그리고 엠마 왓슨의 첫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어떻게 보면 전 세계가 이들의 성장을 함께 지켜본 것과 다름없다. 엠마 왓슨이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로’ 캐스팅됐을 때 나이는 고작 아홉 살. 연기 경험이 전무했음에도 열심히 캐릭터를 연구하며 헤르미온느의 정체성을 만들어갔다. 엠마 왓슨이 연기한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는 단순한 조연 캐릭터가 아닌, 본인만의 강력한 존재감과 지적인 이미지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2016년열린 ‘멧 갈라’에서 캘빈클라인의 업사이클링 드레스를 입은 엠마 왓슨.
총 8편의 ‘해리 포터’ 시리즈에 출연하며 어느덧 어른이 된 엠마 왓슨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엄청난 인기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포기하지 않았다. 미국의 유명 아이비리그 가운데 하나인 브라운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왓슨은 성평등과 환경문제 등 여러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공부했고,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엠마 왓슨이 특히 관심을 가지는 주제는 ‘환경’으로, 환경 패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환경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데 주력해왔다. 그 노력 중 하나가 바로 ‘그린카펫 운동’이다. 이 운동은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하는 유명 인사들이 친환경 패션을 입는 것을 장려하는 활동이다. 왓슨은 이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환경에 대한 자신의 메시지를 패션에 담아 널리 알렸다.
2018년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는 버려진 천으로 만든 로널드반데르켐프의 검은색 러플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을 빛냈다.
엠마 왓슨이 최초로 선보인 메시지 패션은 놀랍게도 2004년 시작되었다. 왓슨은 런던에서 열린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시사회에 1920년대 빈티지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당시는 왓슨이 패션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시기임에도 하우스 브랜드의 명품 드레스를 입기보다는 빈티지 드레스를 선택하며 자신의 소신을 밝힌 것. 2009년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 시사회에서도 디자이너 오시 클라크의 빈티지 가운을 입고 레드카펫에 등장하며 소신을 이어갔다.
2017년 영화 ‘미녀와 야수’ 시사회에서는 남은 천으로 만든 엘리사브의 이브닝 가운을 선택했다.
엠마 왓슨이 친환경 패션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하게 된 것은 2016년 ‘멧 갈라’ 레드카펫이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매년 봄에 열리는 ‘멧 갈라’는 패션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행사다. 이때 엠마 왓슨이 선택한 옷은 캘빈클라인의 업사이클링 드레스로, 흰색 톱에 검은색 천을 길게 늘어뜨린 팬츠와 함께 입었다. 이 옷이 특별한 이유는 소재 때문인데, 의상에 사용된 원단은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해 만들었다. 뷔스티에 부분은 윤리적 인증을 받은 오가닉 실크를 사용했고, 지퍼 하나까지 모두 재활용한 드레스였다. 엠마 왓슨은 “쓰레기를 재활용해 만든 이 옷은 창의성과 기술, 패션이 만나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줬다”며 “진정 아름다운 것은 계속 다시 입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7년 개봉한 영화 ‘미녀와 야수’에서 주인공 ‘벨’ 역을 맡은 왓슨은 시사회에서도 지속 가능한 패션을 선보여왔다. 재활용 플라스틱병으로 만든 루이비통 맞춤 드레스 또는 인증받은 유기농 실크로 만든 지방시 드레스를 입거나, 남은 천으로 만든 엘리사브의 이브닝 가운을 입고 등장하기도 했다. 2018년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는 버려진 천으로 만든 로널드반데르켐프의 검은색 러플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을 빛냈다.
오랫동안 앰배서더로 활동한 프라다 컬렉션의 프론트 로에서 포착된 엠마 왓슨.
엠마 왓슨은 2019년 개봉한 영화 ‘작은 아씨들’을 마지막으로 5년간 배우 활동을 중단했다. 일각에서는 ‘은퇴설’ ‘약혼설’ 등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작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간간이 활동을 이어가며 복귀를 시사했다. 2022년에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어스샷 프라이스’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어스샷 프라이스’는 영국 윌리엄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 부부가 만든 시상식으로 환경보호 및 복원을 위한 기술 프로젝트를 장려하는 행사다. 이날 시상자로 나선 왓슨은 런던에서 핫한 디자이너 해리스 리드의 화이트 튤 드레스에 블랙 플레어 팬츠를 레이어드했다. 이 튤 드레스는 지속 가능한 옷으로, 웨딩드레스 10벌을 재활용해 만들었다. 2023년 윔블던에서는 오스카드라렌타의 모노크롬 미니드레스를 입었는데, 왓슨이 2017년 ‘미녀와 야수’ 프레스 투어에서 착용한 옷을 재활용한 것이다.
스키아파렐리의 블랙 파워 숄더 재킷으로 멋을 낸 엠마 왓슨.
이처럼 자신의 의상을 통해 패션 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 엠마 왓슨은 패션계에도 그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왓슨은 해양 보전에 진심인 프라다의 2024년 리나일론 광고에 등장하는가 하면, 구찌와 생로랑 등 럭셔리 패션 브랜드가 속한 케어링 그룹의 임원이자 지속가능성위원회 의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한 지속 가능 패션의 홍보대사와 UN 친선대사로 활약하는가 하면, 페미니즘 운동가로 활동하면서 UN의 ‘히포시(HeForShe)’ 양성 평등 캠페인을 주도하는 엠마 왓슨.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자신의 영향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왓슨의 행보를 눈여겨볼 것.
2009년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 시사회에서도 디자이너 오시 클라크의 빈티지 가운을 입은 엠마 왓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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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