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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옷장에서 발견한 시대정신 친환경

이나래 프리랜서 기자

2024. 01. 11

2024년 새해가 밝았다. 런웨이에서 매장을 거쳐 우리의 옷장으로 불어올 패드 중 가장 뚜렷한 것은 ‘친환경’이다.

친환경 패딩 브랜드 세이브더덕의 제품들.

친환경 패딩 브랜드 세이브더덕의 제품들.

지난해 독일의 여론 조사 기관 포레자(Forsa)가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묻는 질문에, 64%의 응답자가 ‘기후위기를 의식하고 친환경적으로 살아가기’를 실현하겠다고 답했다고. 이처럼 친환경은 이제 일부의 선택이 아닌 거대한 흐름이자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추어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패션 브랜드도 빠르게 늘어나는 중이다. Z세대가 “지속 가능한 제품을 위해서라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입을 모으는 점도 이에 힘을 더한다. 어느새 가장 세련된 환경보호의 형태로 자리 잡은 비건 패션 트렌드에 합류하고 싶다면, 지금 가장 핫한 다음의 브랜드에 주목하자.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모두를 만족시키는 선택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학대를 멈춰요! 동물을 살리는 비건 패션

비건 소재를 활용한 나누시카의 아우터들.

비건 소재를 활용한 나누시카의 아우터들.

아우터의 충전재로 널리 쓰여온 오리털이나 거위털은 실제 오리와 거위에서 뽑아내는 것으로, 동물의 피부가 찢기는 등 고통을 수반하고 생명도 단축시킨다. 최소 15마리에서 최대 25마리가 롱 패딩 점퍼 한 벌에 쓰인다. 세이브더덕(@save_the_duck)은 이름처럼 오리를 구하는 브랜드로, 2012년 이탈리아에서 탄생했다. 메인 아이템은 겨울 아우터인데, 로고는 노래하는 오리다. 동물성 원료를 100% 배제하는 ‘애니멀 프리’와 동물실험이나 동물 학대를 금하는 ‘크루얼티 프리’를 원칙으로 한다. 대신 자체 개발한 신소재 플룸테크(PLUMTECHⓇ)를 사용한다. 폴리에스테르를 가공한 이 소재는 보온성이 높고 가벼운 데다가 건조 속도도 빨라 물세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세이브더덕의 남성용 패딩 점퍼인 ‘에드가드’를 기준으로 할 때, 약 28마리의 오리를 구할 수 있다. 폐플라스틱병에서 추출한 PET 소재를 활용해 옷을 만드는 등 리사이클에도 적극적이다. 오리의 자연 수명이 10년에서 최대 20년인데, 털을 뽑기 위해 사육하는 오리의 평균수명이 4개월이라는 점을 기억한다면 이 브랜드가 더욱 빛난다. 세이브더덕을 수입·판매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2013년 1월부터 11월까지 판매량이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을 정도로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시작된 패션 하우스 나누시카(@nanushka)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모던 보헤미안, 아이코닉 피스는 비건 레더 재킷이다. 199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풀어낸다는 평으로 세계 각국의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런던칼리지오브패션을 졸업한 부다페스트 출신의 디자이너 산드라 샌더가 론칭 때부터 지금까지 디자인 철학만큼이나 확고하게 전개하는 원칙이 바로 크루얼티 프리다. 대체 가죽을 사용하던 초창기 움직임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변모해 2022년에는 아예 오코보(Okobor™)라고 명명한 신소재를 출시하기도 했다.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56%와 폴리우레탄 44%를 조합해 만든 이 비건 가죽은 건식 가공 방식을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에 널리 쓰이던 습식 가공 방법에 비해 80% 적은 양의 물로 가공이 가능하고, 태닝 공정에 흔히 쓰이는 유해 화학물질도 배제했다. 이 외에도 나누시카는 2025년까지 원료의 100%를 재생 가능한 것으로 수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이를 위해 사용되는 원단의 87%를 오가닉으로, 11%를 재생 원료로, 2%는 보유하고 있는 재고 원단을 재활용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아예 공식 홈페이지에 지속 가능성에 관련한 카테고리를 마련하고 활동 전반을 소개할 정도다.

야생화부터 포도 껍질까지, 신소재의 출현

지속가능 섬유로 제작한 오차드문의 라운지웨어.

지속가능 섬유로 제작한 오차드문의 라운지웨어.

과학의 발전은 환경파괴를 촉진한다고 여겨지지만, 오히려 기술을 통해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패션 브랜드도 있다. 판가이아(@PANGAIA)는 아예 과학자와 기술자, 디자이너들이 손을 잡고 혁신적인 특허 기술을 활용해 패션을 발전시켜나가는 브랜드다. 후디와 트랙 팬츠 같은 라운지 웨어나 데님, 액티브 웨어를 선보이는데, 원료는 석유화학 기반의 합성 물질을 배제하고 최대한 자연에서 온 것을 활용한다. 제품 하나하나가 업계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탄생할 정도. 대표 아이템인 ‘플라워다운’ 패딩 점퍼의 경우 동물성 충전재를 대체하기 위해 초원에서 채취한 야생화를 사용했다. 동물을 해치지 않고, 기존의 식물성 소재처럼 농약이나 살충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 생물다양성 보전에도 도움을 준다. 이 브랜드가 데님을 다루는 방식도 혁신적이다. 히말라야 야생 쐐기풀을 주원료로 삼아 만드는 판가이아의 데님 소재는, 기존의 데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요소를 최대한 억제한다. 와인산업에서 발생하는 포도 찌꺼기나 포도나무 부산물을 원료로 삼는 포도 가죽 스니커즈는 연간 4500억 달러 규모의 와인산업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는 데 일조하고자 개발했다. 이런 브랜드의 철학은 해리 스타일스, 저스틴 비버, 제니퍼 로페즈, 카다시안 자매 등의 공감을 얻으면서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판가이아는 과학자와 디자이너가 손잡고 만든 친환경 패션 브랜드다.

판가이아는 과학자와 디자이너가 손잡고 만든 친환경 패션 브랜드다.

영국의 라운지 웨어 브랜드 오차드문(@orchardmoon)은 실크를 주요 소재로 삼는 라운지 웨어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 브랜드는 실크를 원료로 사용할 경우, 파자마 한 벌에 약 3000개의 누에고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전 세계의 실크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매년 1조 마리의 누에가 희생된다는 것이 브랜드의 설명.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오차드문은 펄프에서 추출한 텐셀과 이오셀 필라멘트를 직조한, 지속 가능한 섬유로 라운지 웨어를 만든다. 파자마에 쓰이는 단추는 코로조라는 품종의 야자를 가공해 만든다. ‘식물성 상아’라는 별명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 모양새는 상아와 흡사해 고급 라운지 웨어에도 손색없이 쓰인다.



Made in Korea, 서울의 비건 패션은?

친환경 및 리사이클링 소재를 사용하는 비건타이거.

친환경 및 리사이클링 소재를 사용하는 비건타이거.

K-팝만큼이나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K-패션 브랜드 역시 비건 열풍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중이다. 2023년 9월 열린 서울패션위크에서도 주목할 만한 비건 패션 브랜드들의 약진이 포착됐다. 가장 주목할 만한 곳으로는 국내 최초의 비건 패션 브랜드 비건타이거(@vegan_tiger)가 꼽힌다. 초식과 일직선상에 있는 ‘비건’에 육식동물의 대표 주자인 ‘타이거’를 조합한 대담성만큼이나 독특한 아트워크가 브랜드의 특징이다. 소재와 컬러, 패턴과 무드를 거리낌 없이 믹스 매치하는 방식으로 강렬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2024 S/S 시즌에는 자연 친화적 소재와 리사이클 소재를 7:3으로 사용했다고.

2024 S/S 서울패션위크의 오프닝 브랜드로 선정된 얼킨(@ulkin_official)은 뉴욕과 파리에서도 쇼를 진행하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비건 패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속 가능성에 목적을 둔 얼킨은 브랜드 초창기부터 신인 작가나 예술가들의 습작 또는 버려질 상황에 놓인 예술 작품을 가방으로 재탄생시키는 방식으로 업사이클링을 실현해왔다. 그림이 그려진 캔버스를 폐기하는 대신 패션 아이템의 소재로 사용한 후, 판매 수익금을 작가들에게 지원하는 순환구조다. 이번 서울패션위크에서는 우리에게 스카치테이프로 널리 알려진 3M이 개발한 친환경 섬유 보온재인 ‘신슐레이트’ 중에서도 ‘페더리스’ 소재를 활용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국내 대표적인 비건 패션 브랜드 얼킨.

국내 대표적인 비건 패션 브랜드 얼킨.

이 외에도 2017년 론칭한 이래 한국의 비건 패션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낫아워스’를 비롯해 2022년 론칭한 스트리트 패션 기반의 캐주얼 브랜드 ‘디어라이프’, 제로 웨이스트 디자인을 추구하는 ‘파츠파츠’, 비건 무스탕과 비건 캐시미어 등을 선보이는 ‘홀리넘버세븐’도 눈여겨볼 만하다.

#비건패션 #친환경 #세이브더덕 #여성동아

사진제공 나누시카 비건타이거 신세계인터내셔날 얼킨 오차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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