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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With Specialist 블로거 본드의 여자 옷 품평기

한 끗 차이

기획·이성희 | 글·전정욱 | 사진·jtbc 제공

2014. 05. 13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상승하면서, 옷차림도 빠르게 가벼워지고 있다. 하지만 대놓고 드러낸 가슴골, 엉덩이 라인이 보일 듯 짧은 치마는 섹시하기보다 안쓰러움을 자아낸다. 노출에도 치밀한 계산이 필요하다.

한 끗 차이
자주 들르는 지인의 블로그에서 성인 남자와 성인 여자의 매력에 대해 정리해놓은 글을 보고 크게 공감한 적이 있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20대 초반의 젊은 남자(혹은 군인)는 속살을 훤히 드러내고 나오는 걸 그룹을 보고 열광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도도해 보이는 아나운서에게 매력을 느낀다. 여자도 어릴 땐 불량소년이나 나쁜 남자에게 끌리지만 갈수록 능력 있는 남자(부잣집 도련님 혹은 드라마 속 실장님)에게 끌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여성들에게 어떤 남성이 섹시해 보이는지를 물어보면 근육을 대놓고 뽐내는 마초보다 슈트를 갖춰 입고 타이트한 셔츠 사이로 은은하게 근육을 드러낸 남성이라는 대답이 돌아오곤 하는데, 요약해보면 ‘남자의 멋은 무심함 속에 고급스러움이 느껴져야 하고 여자의 멋은 자연스러움 속에 섹시함이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매년 여름이 되면 거리에서 옷차림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걸 그룹을 능가할 정도로 과감하게 속살을 드러낸 옷차림의 여성은 간혹 19금 영화의 주인공을 방불케 할 정도로 적나라하다. 공짜 ‘볼거리’를 마다할 이유는 없지만 이를 바라보는 남성에게 섹시함을 느끼는지 묻는다면 그것은 조금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대답할 것이다. 주관적인 남자의 심리를 조금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여성에게 매력을 느낀다기보다 잠재웠던 늑대 본능을 일으키는 ‘검은 마음’이 드는 쪽에 더 가까운 것 아닌가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요즘 한창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jtbc 드라마 ‘밀회’에서 보여준 김희애와 유아인의 베드신은 기존의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야릇한 흥분을 전해주었다. 스무 살 차이 나는 연하남과의 불륜 장면을 직접적인 노출로 보여주었다면 천박하게 비쳤을 가능성이 높지만 소리와 오브제의 스틸 사진만으로 시청자들의 상상력을 무한 자극하며, 보이지 않는 노출이 더 강한 자극이라는 것을 보여준 기발한 발상이었다.



극중의 김희애는 걸 그룹이나 에로배우처럼 몸을 노출하거나 자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잘 차려입은 그녀의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력이 드러낸 몸보다 더 섹시하며 더 우아하다. 다 벗고 있어서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것보단 내면의 상상력을 무한 자극하는 것이 더 강한 자극이라는 뜻이다.

무엇을 섹시하다고 할 것인가는 각자의 몫이지만 적어도 여성동아 독자들이 거리에서 ‘선정적인 볼거리’가 되는 일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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