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TYLE

정소나 기자의 Style in Cinema

탕웨이의 매력 담은 뉴 트래디셔널 룩

기획·정소나 기자 사진제공·Rex

2008. 03. 12

탕웨이의 매력 담은  뉴 트래디셔널 룩

저에게는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 습관처럼 꼭 하는 일이 있어요. 여행 책자를 뒤적이거나 간단한 인사말을 익히고 환전을 하는 등 꼭 필요한 일은 뒷전으로 미룬 채 비행기 타기 몇 시간 전까지 여행지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챙겨 보는 거죠. 이 못된(?) 버릇 때문에 매번 현지에 도착해서는 손짓 발짓 섞어가며 길을 묻고, 손가락으로 메뉴판의 그림을 가리켜 끼니를 해결하는 등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랍니다. 하지만 얼마 후면 내가 가 있게 될 곳을 미리 눈으로 구석구석 누빌 수 있고, 혹시 영화 속 여주인공처럼 근사한 남자라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에 이 시간만큼은 포기할 수가 없더라고요.
지난 설날에는 홍콩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는데, 여행 준비로 선택한 영화가 지난해 11월 개봉해 주연 배우 양조위와 탕웨이의 파격적인 정사신으로 화제를 모았던 ‘색,계’라는 작품이었어요. 1940년대 초반 일제 강점기의 홍콩과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 중이었지만 영화 속 주인공들이 모두 지위가 높은 상류층으로 등장해서인지 고급스럽고 세련된 차림을 하고 있어 당시의 패션을 보는 재미가 있었답니다. 특히 이 영화로 ‘올해의 아시아 여자 스타상’을 수상한 탕웨이는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의 치파오를 선보여 눈길을 모았어요. 제 눈에는 그 치파오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그의 손에서 눈부시게 빛나던 6캐럿의 핑크색 다이아몬드 반지보다도 더 매력적이더라고요.
치파오는 몸에 딱 달라붙는 원피스에 옆트임을 해 여성스럽고 실용적인 중국의 전통의상이에요. 봉긋한 가슴부터 가느다란 허리, 엉덩이로 이어지는 S라인을 강조해 여성미와 섹시함을 드러내는 데 제격이지요. 가장 마음에 드는 디자인은 복고풍의 화려한 플라워 프린트가 돋보이는 캡 소매 치파오와 살결이 살짝 비쳐 더욱 섹시했던 시스루 소재의 파스텔 컬러 치파오였는데, 치파오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복고풍 원피스가 이번 시즌의 트렌드 아이템이라고 하니 왠지 모를 뿌듯함도 느껴졌어요.
탕웨이의 치파오뿐만 아니라 영화 ‘화양연화’ 속 리첸(장만옥 분)의 여성스러움과 우아함이 느껴지는 개량 치파오,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홀리(오드리 햅번 분)가 입었던 블랙 컬러 미니 드레스, ‘쇼핑걸’에서 미라벨(클레어 데인즈)이 입었던 옐로 컬러의 플라워 프린트 원피스, ‘원스 어폰 어 타임’의 춘자(이보영 분)가 즐겨 입던 허리를 강조하는 원피스 등 영화에서 선보인 복고풍 원피스 또한 눈여겨보면 좋을 듯해요.
발렌시아가, 이세이 미야케, 겐조, 안토니오 베라르디 등의 올 봄·여름 컬렉션에서도 치파오를 떠올리게 하는 커다란 플라워 프린트, 예술 작품을 연상시키는 아티스틱 프린트 등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복고풍 프린트 원피스를 선보여 시선을 사로잡았어요. 이번 시즌에는 허리가 살짝 들어간 시폰이나 실크 소재의 여성스러운 원피스가 인기를 모으고 있답니다. 컬러와 프린트가 화려해 디테일이 많으면 산만해 보일 수 있으니 포켓, 러플, 레이스 등의 장식이 없는 심플한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이 좋아요. 이 때 볼드한 액세서리는 피하고 앤티크한 스타일의 가는 팔찌나 목선에 딱 달라붙는 진주 목걸이를 매치하고, 오렌지톤의 립스틱을 바르면 여성스럽고 섹시한 매력을 더할 수 있어요.
짧은 소매 원피스라면 블랙 컬러 풀오버와 레이어드하고 슈즈나 백을 블랙으로 통일하면 세련된 복고룩을 완성할 수 있고요. 섹시한 느낌의 하이힐 대신 레깅스에 페이턴트 소재의 반짝이는 플랫 슈즈를 신어 발레리나 같은 분위기를 내거나, 원피스에 스키니 팬츠를 매치해 히피 룩을 연출하는 것도 개성을 드러내기에 더할 나위 없죠.
저 역시 따뜻한 봄을 맞아 ‘색,계’의 탕웨이 같은 섹시한 치파오는 아니더라도 복고풍 원피스 한 벌쯤 장만하려고 해요. 스커트 자락 살랑거리며 봄을 만끽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지금부터라도 최선을 다해 다이어트에 도전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