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필자가 쓴 자기 계발서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드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런데 정신과 전문의 윤홍균(41) 씨가 쓴 책 〈자존감 수업〉이 출간 4개월여 만에 20만 부 이상 팔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출판계에서는 자신의 실패 경험담을 바탕으로 의학적 지식을 곁들여 이야기를 풀어나간 저자의 접근 방식을 이 책의 인기 요인 중 하나로 꼽는다.
1월 7일 주말 진료를 끝내고 기자와 마주한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의 원인을 자존감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 자존감은 자만심, 자신감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자존감은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예요. 자신을 80점짜리 의사, 90점짜리 의사라고 하는 식으로요. 자신감은 자기 일과 본인의 능력 간의 차이를 말하는 겁니다. 제가 80점짜리 사람인데 난도가 1000점짜리인 일을 해야 한다면 자신감이 떨어지겠죠. 반면 1000점짜리인 사람이 80점짜리 일을 할 땐 자신감이 높아지고요. 또 자기 일의 난도를 너무 낮게 평가하거나 자기 자신의 능력을 너무 높게 평가해 자신감이 지나치게 높아져 있는 상태를 자만심이 있다고 해요. 이런 경우는 승부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하기 십상이죠.
▼ 자존감에 대한 책을 쓴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지금은 정신과 의사로 다른 분들을 도와드리지만 제게도 자존감이 떨어져 방황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이제는 많은 스승과 선후배들의 조언 덕분에 건강하고 성공한 삶을 살고 있죠. 그런데 3년 전 이 병원을 개원한 직후 막 성공 가도를 달릴 것 같던 시기에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그때까지 깨달은 것들, 제가 환자들을 치료하는 방식에 대해 주위의 동료들이나 가족들에게 하나도 알려주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족에게 돈을 남겨주는 것보다 제가 깨달은 성공과 행복의 비결을 알려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여러 가지 테마를 잡았는데, 제게는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이 성공하는 길이자 행복해지는 길이었어요. 그래서 이것부터 빨리 전한 거예요. 말로 전하면 공허하니까 글로 하나하나 정리했고, 그러다 블로그도 운영하게 되고 책도 내게 됐죠.
▼ 자존감 문제로 찾아오는 환자가 많습니까.
우울증이든 불안장애든 알코올 의존증이든 자존감 문제가 기저에 깔려 있어요. 다른 문제로 오시는 분들도 대부분 자존감이 떨어져 있는 상태니까, 저에게 상담하러 오시는 많은 분들이 자존감 문제를 겪고 있다고 봐야죠.
▼ 충동조절장애나 분노조절장애도 낮은 자존감이 원인인가요.
다 자존감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충동이나 분노 조절을 못 해서 폭력적인 행동을 일삼는 사람이라면 자존감이 낮아져 있는 상태일 겁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폭력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 박근혜 대통령의 자존감에 대해서 말씀해주신다면.
자존감이 건강한 상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개인적으로 만나본 적은 없지만 자존감이 건강한 사람들은 잘못한 게 있으면 기꺼이 벌을 받아요. 실수나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니까 과오를 바로 인정하고 타인에게도 관대해요. 그런데 자존감이 건강하지 못하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약하니까 타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고, 남의 비난에 대해서도 끝까지 방어하려고 하죠.
▼ 본인이 화날 때는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나요.
예전에는 욕을 하거나 때리기도 했어요. 나를 때릴 때도 있고, 남을 때릴 때도 있고, 말로 때릴 때도 있고…. 누군가를 괴롭혀야 화가 풀린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지금은 화나는 상태가 5분 이상 안 간다는 사실을 아니까 마음을 억지로 진정하려고 애쓰지 않아요. 화가 나면 열심히 화를 내고, 미운 사람이 있으면 그냥 미워해요. 그러면서 말도 하죠. “진짜 밉다. 화난다. 짜증 난다” 하고요. 그렇게 말만 뱉어도 시원하더라고요. 걸어만 다녀도, 무거운 걸 들기만 해도 화가 풀리니까 지금은 많이 걷고 들고 그러죠. 20대 때는 던지는 행동으로 화를 표현했는데 그러면 나중에 귀찮아지더라고요. 상대가 퍼붓는 반격을 받아줘야 하고 사과도 해야 하니까요. 예전에는 제가 모자라서 화를 낸다고 생각했는데 자존감이 높아지니까 화내는 제 자신도 사랑스러워요(웃음).
▼ 일상 속에서 자존감을 회복하는 방법이 있나요.
자기 자신에게 어떤 상황에서든 항상 “괜찮다”고 말해주세요. 또 자존감이 건강한 사람, 자신이 존경하는 인물을 롤 모델로 정해놓고 그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어요.
▼ 자신의 롤 모델은 누구인가요.
배우 박신양 씨가 주로 연기하는 캐릭터요. 누가 욕을 하건 천연덕스럽게 행동하면서 그 상황을 뻔뻔하게 잘 넘기는 캐릭터를 좋아하거든요. 연세가 들어도 끊임없이 저작 활동을 하시는 이시형 박사님의 모습도 닮고 싶어요.
▼ 의사라고 하면 엘리트 코스를 걸어왔을 것 같은데 실패한 경험이 많은가요.
탄탄대로를 달려온 것처럼 보이는 성공한 사람들도 남모르는 시련을 겪은 경우가 많아요. 저 역시 사춘기에는 성공한 인생을 살고 싶어서 과학고 진학 시험을 쳤는데 떨어졌고, 의사가 되고 싶어 의대에 지원했는데 그때도 떨어졌어요. 다시 시험을 치르고 의대에 입학해서는 유급을 당했고요. 그런 실패를 겪으면서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나는 머리가 나쁜가 보다. 의대에 맞지 않는 사람인가 보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요. 어떤 사람은 그런 좌절감에 압도되지 않고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잘 이용해서 성공의 발판으로 삼아요. 지금은 저도 시련을 잘 극복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때는 순간순간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어요.
▼ 어떻게 극복했나요.
그 당시는 현실을 외면하려고 했어요. 특히 의대에서 유급을 당했을 때는 ‘유급 윤홍균’이라는 문구가 간호학과와 함께 쓰는 의대 본관 정문에 방학 내내, 그리고 다음 학기 초까지 붙어 있어서 얼굴을 들고 다니기 힘들 정도였거든요. 유급이 되면 다음 학기에 후배들과 같이 수업을 들어야 하죠. 후배들 앞에서 잘난 척도 많이 했는데 얼마나 창피했겠어요. 게임방에 가서 스타크래프트에 빠져 있었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제 인생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더라고요. 작가가 되고 싶고 의사가 되고 싶은 윤홍균이 유급까지 당했는데 1년 후, 10년 후의 삶은 어떨까.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작가가 되면 어떤 기분일까. 그렇게 호기심이 궁금증으로 변하면서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 정신과 의사가 된 것도 당시 방황의 영향인가요.
고등학교 때 이미 진로를 정신과 의사로 정했어요. 그 당시 정신과 전문의 이나미 선생님의 수필집 〈에로스 타나토스〉를 보고 정신의학을 공부해 그쪽 분야의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죠. 의사와 작가 외에도 요리사, 회사 경영 등 여러 가지 꿈을 갖고 있었는데 그중 세 가지는 이룬 셈이죠. 병원을 하는 것도 일종의 경영이니까요.
▼ 꿈을 이룬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특별한 게 없어요. 스스로 흡족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하면 돼요. 〈자존감 수업〉이 잘될 거라는 것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지만 제 마음에 들 때까지 쓰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당장은 잘하지 못하더라도 주변에서 그 사람을 믿고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도 중요해요. 가만두면 스스로 책임감을 느껴 잘될 때까지 노력하게 돼 있어요. 그러면서 자존감도 높아지고요. 만약에 제가 유급을 당했을 때 가족들이 저를 비난했으면 슬퍼지고 화가 나서 더 비뚤어졌을 것 같은데, 묵묵히 지켜봐줘서 미래에 대한 호기심에 이끌려 양지로 나올 수 있었죠(웃음).
▼ 부모가 사이좋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자존감이 높다
두 아이의 아빠이자 남편으로서도 스스로에게 후한 점수를 줄까. 그는 “가족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가족을 만족시키지는 못하고 있다”며 “1년에 3번 정도, 주로 내가 신경질이나 짜증을 내서 부부싸움을 한다”고 털어놨다.
▼ 육아관이 다른 부부가 현명하게 의견을 조율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부부가 의견 차이로 아이들 앞에서 싸우는 건 좋지 않아요. 서로 의견이 다른데 굳이 한쪽에 맞추려고 애쓸 필요도 없어요.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수준에서 각자의 생각을 말하고 다르면 다른 대로 두는 게 좋아요. 합일점을 찾으려고 하면 분쟁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아이의 학원 문제로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면 부부가 아이와 함께 셋이서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는 게 좋아요. 각자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전제를 깔고요. 그리고 옳은 결정을 하려고 하지 마세요. 옳은 결정을 하려고 하다 보면 시시비비를 따지며 상대를 언짢게 만들어 싸움으로 번지게 돼요. 의견이 다를 때 부부의 목표는 옳은 결정이 아니라 사이좋은 결정이 돼야 해요. 부부간의 사랑이 가정의 행복을 유지하는 원천이니까요. 여러 케이스를 분석해보니 부모가 사이좋은 가정에서 아이들이 가장 잘 자라고 자존감도 높더라고요.
▼ 다음에는 어떤 책을 내고 싶나요.
인간관계에 대한 책이나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을 다룬 책이 될 거예요. 자존감이 높아지면 먼저 바뀌는 게 사람들과의 관계고, 자존감이 낮아지는 이유가 다 마음의 상처 때문이라서 둘 다 중요한 문제거든요. 어느 것을 먼저 낼지를 놓고 고민 중인데, 어떤 책이 됐든 지금 움츠려 있는 모든 이들에게 절실한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되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자존감 점수는요?
사진 홍태식
디자인 김영화
1월 7일 주말 진료를 끝내고 기자와 마주한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의 원인을 자존감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 자존감은 자만심, 자신감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자존감은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예요. 자신을 80점짜리 의사, 90점짜리 의사라고 하는 식으로요. 자신감은 자기 일과 본인의 능력 간의 차이를 말하는 겁니다. 제가 80점짜리 사람인데 난도가 1000점짜리인 일을 해야 한다면 자신감이 떨어지겠죠. 반면 1000점짜리인 사람이 80점짜리 일을 할 땐 자신감이 높아지고요. 또 자기 일의 난도를 너무 낮게 평가하거나 자기 자신의 능력을 너무 높게 평가해 자신감이 지나치게 높아져 있는 상태를 자만심이 있다고 해요. 이런 경우는 승부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하기 십상이죠.
▼ 자존감에 대한 책을 쓴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지금은 정신과 의사로 다른 분들을 도와드리지만 제게도 자존감이 떨어져 방황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이제는 많은 스승과 선후배들의 조언 덕분에 건강하고 성공한 삶을 살고 있죠. 그런데 3년 전 이 병원을 개원한 직후 막 성공 가도를 달릴 것 같던 시기에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그때까지 깨달은 것들, 제가 환자들을 치료하는 방식에 대해 주위의 동료들이나 가족들에게 하나도 알려주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족에게 돈을 남겨주는 것보다 제가 깨달은 성공과 행복의 비결을 알려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여러 가지 테마를 잡았는데, 제게는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이 성공하는 길이자 행복해지는 길이었어요. 그래서 이것부터 빨리 전한 거예요. 말로 전하면 공허하니까 글로 하나하나 정리했고, 그러다 블로그도 운영하게 되고 책도 내게 됐죠.
▼ 자존감 문제로 찾아오는 환자가 많습니까.
우울증이든 불안장애든 알코올 의존증이든 자존감 문제가 기저에 깔려 있어요. 다른 문제로 오시는 분들도 대부분 자존감이 떨어져 있는 상태니까, 저에게 상담하러 오시는 많은 분들이 자존감 문제를 겪고 있다고 봐야죠.
▼ 충동조절장애나 분노조절장애도 낮은 자존감이 원인인가요.
다 자존감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충동이나 분노 조절을 못 해서 폭력적인 행동을 일삼는 사람이라면 자존감이 낮아져 있는 상태일 겁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폭력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 박근혜 대통령의 자존감에 대해서 말씀해주신다면.
자존감이 건강한 상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개인적으로 만나본 적은 없지만 자존감이 건강한 사람들은 잘못한 게 있으면 기꺼이 벌을 받아요. 실수나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니까 과오를 바로 인정하고 타인에게도 관대해요. 그런데 자존감이 건강하지 못하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약하니까 타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고, 남의 비난에 대해서도 끝까지 방어하려고 하죠.
▼ 본인이 화날 때는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나요.
예전에는 욕을 하거나 때리기도 했어요. 나를 때릴 때도 있고, 남을 때릴 때도 있고, 말로 때릴 때도 있고…. 누군가를 괴롭혀야 화가 풀린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지금은 화나는 상태가 5분 이상 안 간다는 사실을 아니까 마음을 억지로 진정하려고 애쓰지 않아요. 화가 나면 열심히 화를 내고, 미운 사람이 있으면 그냥 미워해요. 그러면서 말도 하죠. “진짜 밉다. 화난다. 짜증 난다” 하고요. 그렇게 말만 뱉어도 시원하더라고요. 걸어만 다녀도, 무거운 걸 들기만 해도 화가 풀리니까 지금은 많이 걷고 들고 그러죠. 20대 때는 던지는 행동으로 화를 표현했는데 그러면 나중에 귀찮아지더라고요. 상대가 퍼붓는 반격을 받아줘야 하고 사과도 해야 하니까요. 예전에는 제가 모자라서 화를 낸다고 생각했는데 자존감이 높아지니까 화내는 제 자신도 사랑스러워요(웃음).
▼ 일상 속에서 자존감을 회복하는 방법이 있나요.
자기 자신에게 어떤 상황에서든 항상 “괜찮다”고 말해주세요. 또 자존감이 건강한 사람, 자신이 존경하는 인물을 롤 모델로 정해놓고 그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어요.
▼ 자신의 롤 모델은 누구인가요.
배우 박신양 씨가 주로 연기하는 캐릭터요. 누가 욕을 하건 천연덕스럽게 행동하면서 그 상황을 뻔뻔하게 잘 넘기는 캐릭터를 좋아하거든요. 연세가 들어도 끊임없이 저작 활동을 하시는 이시형 박사님의 모습도 닮고 싶어요.
▼ 의사라고 하면 엘리트 코스를 걸어왔을 것 같은데 실패한 경험이 많은가요.
탄탄대로를 달려온 것처럼 보이는 성공한 사람들도 남모르는 시련을 겪은 경우가 많아요. 저 역시 사춘기에는 성공한 인생을 살고 싶어서 과학고 진학 시험을 쳤는데 떨어졌고, 의사가 되고 싶어 의대에 지원했는데 그때도 떨어졌어요. 다시 시험을 치르고 의대에 입학해서는 유급을 당했고요. 그런 실패를 겪으면서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나는 머리가 나쁜가 보다. 의대에 맞지 않는 사람인가 보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요. 어떤 사람은 그런 좌절감에 압도되지 않고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잘 이용해서 성공의 발판으로 삼아요. 지금은 저도 시련을 잘 극복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때는 순간순간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어요.
▼ 어떻게 극복했나요.
그 당시는 현실을 외면하려고 했어요. 특히 의대에서 유급을 당했을 때는 ‘유급 윤홍균’이라는 문구가 간호학과와 함께 쓰는 의대 본관 정문에 방학 내내, 그리고 다음 학기 초까지 붙어 있어서 얼굴을 들고 다니기 힘들 정도였거든요. 유급이 되면 다음 학기에 후배들과 같이 수업을 들어야 하죠. 후배들 앞에서 잘난 척도 많이 했는데 얼마나 창피했겠어요. 게임방에 가서 스타크래프트에 빠져 있었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제 인생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더라고요. 작가가 되고 싶고 의사가 되고 싶은 윤홍균이 유급까지 당했는데 1년 후, 10년 후의 삶은 어떨까.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작가가 되면 어떤 기분일까. 그렇게 호기심이 궁금증으로 변하면서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 정신과 의사가 된 것도 당시 방황의 영향인가요.
고등학교 때 이미 진로를 정신과 의사로 정했어요. 그 당시 정신과 전문의 이나미 선생님의 수필집 〈에로스 타나토스〉를 보고 정신의학을 공부해 그쪽 분야의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죠. 의사와 작가 외에도 요리사, 회사 경영 등 여러 가지 꿈을 갖고 있었는데 그중 세 가지는 이룬 셈이죠. 병원을 하는 것도 일종의 경영이니까요.
▼ 꿈을 이룬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특별한 게 없어요. 스스로 흡족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하면 돼요. 〈자존감 수업〉이 잘될 거라는 것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지만 제 마음에 들 때까지 쓰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당장은 잘하지 못하더라도 주변에서 그 사람을 믿고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도 중요해요. 가만두면 스스로 책임감을 느껴 잘될 때까지 노력하게 돼 있어요. 그러면서 자존감도 높아지고요. 만약에 제가 유급을 당했을 때 가족들이 저를 비난했으면 슬퍼지고 화가 나서 더 비뚤어졌을 것 같은데, 묵묵히 지켜봐줘서 미래에 대한 호기심에 이끌려 양지로 나올 수 있었죠(웃음).
▼ 부모가 사이좋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자존감이 높다
두 아이의 아빠이자 남편으로서도 스스로에게 후한 점수를 줄까. 그는 “가족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가족을 만족시키지는 못하고 있다”며 “1년에 3번 정도, 주로 내가 신경질이나 짜증을 내서 부부싸움을 한다”고 털어놨다.
▼ 육아관이 다른 부부가 현명하게 의견을 조율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부부가 의견 차이로 아이들 앞에서 싸우는 건 좋지 않아요. 서로 의견이 다른데 굳이 한쪽에 맞추려고 애쓸 필요도 없어요.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수준에서 각자의 생각을 말하고 다르면 다른 대로 두는 게 좋아요. 합일점을 찾으려고 하면 분쟁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아이의 학원 문제로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면 부부가 아이와 함께 셋이서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는 게 좋아요. 각자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전제를 깔고요. 그리고 옳은 결정을 하려고 하지 마세요. 옳은 결정을 하려고 하다 보면 시시비비를 따지며 상대를 언짢게 만들어 싸움으로 번지게 돼요. 의견이 다를 때 부부의 목표는 옳은 결정이 아니라 사이좋은 결정이 돼야 해요. 부부간의 사랑이 가정의 행복을 유지하는 원천이니까요. 여러 케이스를 분석해보니 부모가 사이좋은 가정에서 아이들이 가장 잘 자라고 자존감도 높더라고요.
▼ 다음에는 어떤 책을 내고 싶나요.
인간관계에 대한 책이나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을 다룬 책이 될 거예요. 자존감이 높아지면 먼저 바뀌는 게 사람들과의 관계고, 자존감이 낮아지는 이유가 다 마음의 상처 때문이라서 둘 다 중요한 문제거든요. 어느 것을 먼저 낼지를 놓고 고민 중인데, 어떤 책이 됐든 지금 움츠려 있는 모든 이들에게 절실한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되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자존감 점수는요?
사진 홍태식
디자인 김영화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