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변호사가 써 더 실감나는 드라마 ‘굿파트너’ 최유나 작가
‘굿파트너’는 이혼 전문 스타 변호사 차은경(장나라)과 이혼은 ‘처음’인 신입 변호사 한유리(남지현)의 차갑고도 뜨거운 휴먼 법정 오피스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자극적인 에피소드를 내세워 흥미를 유발하는 대신, 이혼 가정 내면에 숨겨진 딜레마를 화두로 던진다. 극 중 변호사는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서 사건을 진행하지만, 그 지점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생각해온 상식, 도리, 정의 같은 단어들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시청자들이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아이와 돈을 바꾸다니!’ 하고 반발할 때쯤, 반전처럼 현실의 민낯이 드러난다. 20억 원의 재산분할까지 하면서 양육권을 가져왔지만 이내 귀찮아져서 아내에게 아이들을 보내는 아빠, 불륜을 저질렀지만 아이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엄마, 부모 자격이 없는 아빠에게라도 아이를 맡기고 돈을 벌러 나가야 하는 엄마의 현실 등 작가는 현상 이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가 실제 이혼 전문 변호사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굿파트너’를 집필한 최유나(39) 작가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 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바 있는 이혼 전문 변호사다. 그렇기에 실제 많이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리면서도, 드라마라면 으레 따라올 수 있는 신파적인 감정과 권선징악보다는 현실성 있는 상황을 그려내 호평을 받고 있다. 시청자는 차선 중 최선을 선택하는 경험을 통해 삶에는 다양한 길이 있고 통념의 틀에서 바라볼 수 없는 개인의 삶이 존재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배우들 역시 “작가님이 이혼 전문 변호사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사실”이라고 감탄하고 변호사들은 “신입 변호사 교육용 자료”라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스토리의 힘을 바탕으로 드라마는 인기를 얻고 있다. 7.8%로 시작한 드라마 시청률은 파리 올림픽으로 인해 3주 결방이라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7회 만에 17.7%로 껑충 뛰어올라 SBS 금토드라마 최고 성적을 기록 중이다.
현직 변호사, 드라마 작가 되다!
최유나 변호사는 방송 출연 이전, 이혼 사연 웹툰 ‘메리지레드’를 연재하면서 작가로서도 팬덤을 형성했다. 이후 단행본 ‘혼자와 함께 사이’와 ‘우리 이만 헤어져요’를 출간해 좋은 반응을 얻는 등 이혼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여왔다.작가로서 첫 드라마인데, 드라마를 보신 소감은 어떤가요.
시청자 입장에서는 재미있게 봤고, 작가로서는 앞으로 혹시 더 쓰게 된다면 어떤 부분을 고쳐나가야 하는지 보게 되더라고요. 저로서는 법정에 가고 사건 진행하는 게 일상이라, ‘이런 일상을 드라마로 만들었을 때 과연 재미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거든요. 제작사와 PD님들이 재미있다고 해주셔서 쓰긴 했지만, 많은 사람이 재미있어하시는 걸 보면서 안도했어요.
그간 수많은 이혼 사건을 다루면서 작가로서 또 변호사로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을 텐데 어떤 기준으로 에피소드를 골랐는지 궁금합니다.
이혼 전문 변호사로서 13~14년 동안 일하면서 비슷하게 반복되는 사건이 있거든요. 그런 사건들은 의뢰인이 특정되지도 않고, 또 자주 일어나는 이야기니까 다루게 되면 예방 효과가 생기고 가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고르게 됐어요. 흔히 막장, 막장 하시지만 진짜 너무 충격적인 이야기는 사실 쓸 수 없어요.
웹툰 스토리 작가로 ‘메리지레드’를 연재하고 있는데, 드라마와 웹툰은 각각 어떤 매력이 있나요.
웹툰은 빨리 쓸 수 있고 빨리 발행할 수 있지만 회당 내용이 너무 짧으니까 사건의 맥락을 다 담을 수 없다는 점에서는 늘 아쉬움이 있었어요. 반면 드라마는 1시간 분량의 에피소드 하나가 나오니까 주인공의 사연에 몰입이 가능한 것 같아요.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의뢰인 입장도 되어보고, 변호사 입장도 되어보면서 간접 경험을 하다 보면 관계에 대해서 더 생각하고 이혼을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작가로서 장나라·남지현 씨의 연기는 어떻게 보는지요.
두 분의 연기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고 느낍니다. 장나라 배우님은 대본에 충실할 뿐 아니라 플러스알파의 창의성과 자신만의 해석으로 캐릭터를 뻔하지 않게 표현해줘서 굉장히 신선했고, 시청자로서도 흥미롭게 보고 있어요. 남지현 배우님은 ‘이 사람은 진짜 변호사다’라고 느끼게끔 연기하더라고요. 말투나 신입 때의 감정 등을 진짜처럼 표현해줘서 제 신입 시절의 감정이 확 살아날 정도예요. 시청자 입장에서 몰입할 수 있는 최적의 연기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물론 현실에서는 좀 더 표정을 감추겠지만요. 지금도 후반부 대본을 쓰고 있는데, 이분들이 어떻게 연기할지 예상이 되니까 더 재밌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보통 드라마 주인공은 남녀 투톱이 많은데, 여성 투톱 주인공을 내세운 이유는 뭔가요.
제가 바쁘다 보니 다른 변호사들을 따로 취재할 시간은 없어요. 그렇지만 여성 캐릭터라면 제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을 녹여 쓸 수 있으니 가능한 부분이죠. 또 한편으로는 여성 투톱 오피스 드라마가 흔하지는 않아서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제 나이가 올해 39세인데, 제 또래 여성 중 지금까지 일하는 분들이 많지 않아요. 드라마를 통해 20~30대 여성분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차은경과 한유리 캐릭터에 변호사님 모습이 많이 담겼겠네요.
사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변호사들이 다 저예요(웃음). 의뢰인이 볼 때는 아마 차은경이겠고, 내면은 한유리에 가깝고, 다정다감한 정우진(김준한)과 워라밸을 중시하는 전은호(피오)는 변호사로서 제 이상향에 가깝죠. 특히 은호는 사건을 담백하게 끝내고 자기 일상을 지켜나가는 경지에 오른 사람이거든요. 인격 분리가 잘된 사람이에요. 살아보니까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더라고요. 분명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거든요.
극 중 차은경 변호사가 한유리에게 “창의성을 발휘해봐”라고 말하는 대목이 신선했어요.
로스쿨 졸업하고 온 변호사들은 자기가 그동안 봤던 판례와 책 안에 갇혀 있을 때가 많아요.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사례를 보면서도 자꾸 예전 판례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죠. ‘창의성을 발휘하라’는 이야기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생각을 해도 된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새로운 판례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변호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법과 달리 판례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으니까요.
극 중 차은경이 한유리에게 성공보수로 가방을 사주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변호사 업계에서 흔한 일인가요.
흔한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봐요. 비싼 가방은 아니었어요(웃음). 가방을 통해 차은경은 한유리에게 ‘이 일은 너의 직업이다. 이걸로 네가 돈을 벌고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사람이다. 승소했기 때문에 이런 보상을 받는 건 당연하다’는 걸 알려주는 장면이었어요. 유리가 가방이 없으니 은경으로서는 챙겨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고요.
‘굿파트너’는 매회 새로운 에피소드를 담고 있지만, 큰 축은 ‘이혼 변호사의 이혼’이다. 일에 매진하느라 가정에 소홀한 아내, 그로 인해 외로움을 느껴 외도한 남자, 그 사이에 있는 아이의 상처는 보는 이로 하여금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김지상과 차은경이 파경에 이른 결정적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파경의 결정적인 이유는 당사자들만 안다고 생각해요. 그 부분을 외부적으로 드러낸다고 해도 각자 느끼는 부분이 다를 거예요. 어떤 이는 ‘당연히 지상의 외도 때문이다’ 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은경이 너무 일만 했다’ 생각할 수 있죠. 그게 사실은 부부의 어떤 본질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차은경의 입장에서는 남편이 육아를 잘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역할 분담이 이루어졌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상이 완벽한 인간이 아니다 보니 그 과정에서 나름의 고충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해요. 그건 사람마다 너무 다른 거라서 뭐가 맞다 틀리다 이야기할 수 없지 않을까요.
드라마 속 차은경이 “불륜 남녀가 법원에서 ‘미래를 함께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얘기하는 장면이 있어요. 정말 그런가요.
불륜 남녀가 상간자로서 피고인이 되면 서로 싸우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아요. 우리나라가 유독 더 그런데요. 외도가 사회적으로 엄청난 지탄을 받는 일이다 보니 밝혀지고 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거든요. 그 이해관계 앞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고요. 그리고 불륜 남녀는 애초에 백년해로라는 개념이 없는 사람들이라 더 쉽게 관계가 와해될 수 있어요. 울타리의 개념이 있는 사람이라면 불륜 자체를 안 하고 어떻게든 참았겠죠.
‘이혼 변호사의 이혼 쇼’라는 아이디어가 무척 새롭더라고요. 이혼 변호사라면 이혼도 잘할까요.
이혼 전문 변호사의 이혼을 수임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이혼 변호사도 결국 똑같은 사람이라 자기가 직접 서면 쓰고 재판 나가고 하는 건 못 할 것 같아요. 만일 제가 이혼을 하게 된다면 드라마에서처럼 아는 변호사에게 소송을 맡기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혼 변호사라면 소송까지 가지 않고 거의 대부분 합의하지 않을까 싶어요.
드라마 속에서 “대부분 불륜은 가까이에서 일어납니다. 회사 동료나 이웃, 친구의 배우자, 심지어 친척 사이에도 흔합니다”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사실이라면 좀 충격인데요.
작정하고 채팅 앱 등으로 불륜 상대를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있지만 친구, 동창, 회사 동료, 동호회 회원 등 주변에서 만나는 분들이 가장 많아요. 먼 친척일 경우 친척 모임에서 만나 불륜으로 연결되는 분들도 많고요.
어차피 이혼 선택해야 한다면, ‘좋은 이혼’으로
좋은 이혼이 있을까? 최유나 변호사는 “차선 중 최선을 선택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인생에서 가장 비이성적인 순간, 가장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는 기로에 놓이는 것. 최 변호사는 상대방에 대한 보복의 마음은 내려놓고,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실리적으로 생각해보길 권한다.드라마에서 합의가 최선의 솔루션으로 나오더군요. 역시 합의가 최선일까요.
판결을 받아야 할 때도 있고, 합의가 안 되면 소송 끝까지 가는 게 당연하겠죠. 그렇지만 ‘합의를 해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드리는 이유는 의뢰인 중에 소송에 대한 판타지를 가지는 경우가 있어서예요. 상대방에 대해 너무 화가 나면, 판사가 이 사람을 혼내고 망신 주고 처벌하는 걸 기대하게 되죠. 그런데 그걸 감수하기에는 사회적인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요. 2~3년 정도 소송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상처받고, 변호사 수임료는 늘어나고, 감정과 에너지도 소모돼요. 그래서 의뢰인에게 “합의가 안 되면, 소송은 불가피한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씀드려요. 저는 드라마나 웹툰을 통해서 혹은 인터뷰를 할 때도 꼭 이 부분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어요.
‘좋은 이혼’이라는 게 있긴 할까요.
있죠. 본인이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파악하고 그걸 갖기 위해서 차선 중 최선을 선택해야 해요. 실속 있게 돈이면 돈, 사과면 사과, 양육권이면 양육권으로 정확히 자기가 원하는 부분을 인지하는 것이 우선이죠. 그렇지만 대개 이혼을 앞두면 너무 화가 나니까 그게 잘 안 돼요. 그 부분을 보완해주는 것이 변호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닥칠 상황에 대해 100% 있는 그대로,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알려주고 선택하게끔 하는 거예요. 무조건 ‘저만 믿으세요’ 하면서 자기 방식대로 끌고 가는 건 옳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실제 이혼 생각은 가득하지만, 여러 상황에 처한 분들의 고민도 있을 것 같아요. 이혼을 생각 중이라면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있나요.
이혼에 대한 판단은 당사자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3자가 봤을 때 ‘이 정도면 이혼해도 될까’에 대한 정답은 정말 없어요. 가정 폭력을 5년, 10년을 당해도 ‘나는 아직 이혼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배우자가 부부싸움 중 큰소리 한번 친 걸로 ‘나는 이렇게는 못 산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을 수 있거든요. 그 기준은 누구도 정해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이런 사안인데 이혼이 가능할까요?’ 하는 질문을 받을 때는, 배우자의 폭력성이 짙은 경우가 아니라면 공식적인 답변만 드려요.
이혼 사유도 트렌드가 있다고 하던데, 요즘은 어떤 사유가 많은지 궁금해요.
요즘 젊은 부부들은 ‘아이를 낳을까, 말까’로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결혼하기 전 합의점을 찾았어야 하는데, 한쪽은 ‘당연히 결혼하면 아이를 낳는 거지’, 다른 한쪽은 ‘출산은 협의 사안이지’ 생각하고 넘어간 거예요. 이 경우 합의가 되기 어렵죠. 그리고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거나 올랐을 때 이혼을 결심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재산분할은 이혼 시점의 시가를 기준으로 하거든요. 그러니 집을 가진 입장이라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졌을 때, 분할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라면 올랐을 때 하는 게 유리하죠. 그래서 아파트 재개발, 재건축 공고가 났을 때 특정 아파트에서 이혼 상담하러 몰려오는 경우도 있어요. 이혼이 급하지 않은 분들이 그럴 때 결심하는 거죠.
두 아이를 둔 워킹 맘의 하루 4시간
두 아이를 키우며 5년간 ‘굿파트너’를 집필한 최유나 변호사.
워킹 맘으로서 본업만을 하기도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제 일상을 깰 만큼 드라마를 쓰지는 않았어요. 보통 오후 6~7시까지는 변호사 일을 하고, 퇴근해서 10시까지는 육아를 하거든요. 그러면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글을 쓸 수 있어요. 집중하면 4시간은 정말 알찬 시간이거든요. 그 시간이 쌓여서 드라마가 완성됐죠.
바쁜 워킹 맘으로서 아이들은 어떻게 돌보고 있나요? 남편은 얼마나 함께하는지 궁금해요.
남편도 변호사인데 저보다 더 바빠서 육아에 기여한 부분은 없어요. 대신 제가 주로 밤에 글을 썼기 때문에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자는 거 정도는 가능했어요. 양쪽 부모님이 진짜 많이 도와주셨고요. 이젠 아이들이 커서 문자로 보살핌이 가능하니까, 중간중간 ‘지금 뭐 해?’ ‘사랑해!’ ‘엄마는 지금 뭐 하고 있어’ 하는 식으로 계속 문자를 주고받으면 조금이나마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는 있더라고요. 막내는 아직 그럴 수 있는 나이가 아니어서 집에 일찍 들어가려고 노력해요.
변호사 부부답게, 부부싸움을 서면으로 하신다고요.
바쁜 현대인한테 굉장히 맞는 방식인 것 같아요. 서로 바쁘다 보니 얼굴 보면 밤 12시, 새벽 1시인데 싸우기도 되게 피곤한 시간이잖아요. 그래서 서로 메시지로 그때그때 틈날 때마다 쟁점만 딱딱 주고받으면 되니까 굉장히 효율적으로 해결되는 것 같아요. 단점은 뉘앙스가 전달이 안 되니까 오해를 살 수 있으니, 굉장히 표현을 잘해야 합니다.
드라마 작가로의 꿈은 언제부터 갖고 있었나요.
사실 기자가 꿈이었어요. 대학교 때부터 하루에 1시간은 꼭 글을 쓰려고 했어요. 변호사가 된 다음에는 그게 웹툰이든 책이든 계속 썼고, 칼럼도 쓰다 보니 제 글을 좋게 봐주신 영화 제작사에서 드라마를 써보라고 제안하면서 글의 장르가 드라마로 바뀐 거죠. 초반 2~3년은 드라마 쓰기 공부를 했는데, 시중에 나와 있는 드라마 작법 책을 다 봤던 것 같아요.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아이가 태어났을 때 가장 기뻤고, 그다음이 이혼 전문 변호사 등록을 했을 때였어요. 그때가 변호사 됐을 때보다 더 기뻤던 것 같아요. 이혼 변호사 자격증은 사건 경험이 쌓였을 때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 신청을 해야 나오거든요. 당시 제가 좀 이른 나이에 이혼 전문 변호사로 등록했는데, 제 길을 빨리 정한 것에 대한 안정감이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혼 관련 일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분야였으니까요. 세 번째로 기뻤을 때는 드라마가 방영된 당시예요. 시청률까지 잘 나왔을 때는 정말 기뻤어요.
이혼 사건만 13~14년 다루다 보면 부부관계에 대한 거의 모든 케이스를 다 알지 않을까 싶어요.
계속 놀라게 됩니다. ‘사람이 진짜 다 다르구나’라고 많이 느끼고, 상식이나 도덕은 거의 판타지 아닌가 싶을 정도니까요. 그럴 때면 ‘정말 나도 그런가’ 하면서 저 자신에 대해서 돌아보기도 하고요. 그래서 주변 변호사들을 봐도. 변호사일수록 더 조심스럽고 뭐가 맞다 틀리다 이야기 자체를 안 해요.
만일 법을 바꿀 수 있다면 어떤 걸 가장 먼저 바꾸고 싶은가요.
사실 돈이라는 게 굉장히 상대적인데, 위자료가 지나치게 천편일률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외도 시 상대방에게 지급해야 하는 위자료가 많아 봤자 2000만~3000만 원인데, 어떤 사람에게는 이 금액이 200원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2억 원처럼 느껴질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위자료를 ‘외도 가해자의 연봉 2~3년 치 혹은 재산의 10%’ 이런 식으로 재산에 비례해서 책정했으면 합니다. 외도 피해자들을 만나보면 회복되기까지 2~3년은 걸리거든요. 그래서 외도하면 연봉의 2~3년 치 위자료는 각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더 객관적이지 않을까요?
앞으로 더 쓰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굿파트너’가 완결되는 16부까지 시청자들이 제가 쓴 드라마를 재미있게 봐주신다면 그때 가서 고민할 것 같아요. 지금으로서는 드라마는 한 번으로 좋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일에 도전해봤고 제 본업에서 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담았으니까요.
더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요.
관계나 결혼, 이혼에 관한 강연을 많이 다니거든요. 그래서 이혼을 예방하는 일에 좀 더 기여했으면 좋겠어요. 이건 마치 아이스크림 회사에서 “단 음식을 줄여라” 하는 캠페인 같을 수 있지만, 입체적으로 봤을 때는 결혼, 이혼 등 관계에 관한 일들은 다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굿파트너 #최유나변호사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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