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브랜더는 5년간 약 2000개 브랜드 성장을 도운 경험을 담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지침서’를 펴냈다.
요즘 소비 트렌드는 다수가 선호하는 일반적인 브랜드보다 작지만 가치 있는 모토를 지닌 ‘스몰 브랜드’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내가 선택하는 브랜드가 곧 ‘나’라는 인식이 소비 욕구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스몰 브랜드는 자신이 곧 브랜드가 되는 시대, 가치 소비, 미닝 아웃 등의 철학을 담아 운영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당장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들은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이들이 브랜드의 문화를 즐기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브랜드와 어울리는 고유의 컬러와 음악, 향기까지 선정하고,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어 소비자들과 소통한다.
스몰 브랜드의 철학과 스토리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는 촘촘한 마케팅이다. 타깃이 명확한 만큼 홈페이지, 상세페이지, SNS 등 고객의 진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전략과 실행 능력이 필요한 것. 이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론칭부터 마케팅, 실행까지 함께해줄 전문가가 필요하다.
스몰브랜더는 작은 브랜드 전문 마케팅 컨설팅사다. 펀딩 플랫폼 스타트업 ‘와디즈’에 입사해 작은 브랜드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을 한 김시내 대표와 인테리어 기업 ‘아파트멘터리’에서 작은 브랜드를 직접 기획하고 성장시킨 최용경 대표가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그들은 론칭을 준비하는 브랜드부터 성공의 반열에 오른 기업까지, 저마다 다른 고민에 따른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고 실행 과정까지 돕는다. 또 1만 명의 작은 브랜드 운영자들이 구독하는 뉴스레터인 ‘스몰레터’를 발행하고, 정기적으로 스몰 브랜드 오너들과 함께 워크숍도 진행하며 그들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스몰브랜더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김시내 | 와디즈에서 약 2000개의 작은 브랜드를 직간접적으로 접해보니 마케팅 분야의 공통적인 어려움이 보이더라고요. 가장 큰 문제는 광고 문구, 상세페이지 제작 등 작은 브랜드만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 없다는 거였죠. 브랜드 오너에게 마케팅 방법에 대해 물어보면 “여기저기 묻고 찾아보면서 감으로 진행한다”고 하셨어요. 내용을 들어보니 해당 브랜드와는 전혀 맞지 않은 정보고, 예산도 잘못된 루트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안타까웠죠. 각 브랜드마다 마케팅, 홍보 전략과 운영 방법은 분명 다르거든요. 와디즈에서 습득한 작은 브랜드들의 성공 전략과 사례를 함께 나누면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브랜드를 위한 생존 방법을 공유해보자’는 생각으로 최용경 대표와 스몰브랜더를 창업하게 됐습니다.
성공·실패 사례 바탕으로 해결책 제시
스몰브랜더가 운영하고 있는 인스타그램
김시내 | 사람들에게 작은 브랜드들을 소개하고, 작은 브랜드들에게는 마케팅과 컨설팅 전략을 짜주고 있어요. 인력이나 규모의 문제로 컨설팅 실행이 부족한 기업에는 그 과정에 직접 참여해 성장을 돕고 있습니다.
최용경 | 공식적으로는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뉴스레터와 유료 콘텐츠, 출판사, 북 클럽을 포괄하는 콘텐츠 비즈니스와 네트워킹 이벤트, 그룹 워크숍, 컨설팅, 대규모 협업 캠페인을 포괄하는 프로젝트 비즈니스로요. 2가지 모두 ‘작은 브랜드를 발견하고 연결하고 함께 성장한다’는 동일한 목표를 기반으로 합니다.
스몰 브랜드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김시내 | 저희는 작은 브랜드를 7가지 요소로 정의해요. 고용 인원 15명 이하, 장기 비전, 속도에 발맞춘 성장, 고객 중심 경영 철학, 브랜드 개성, 투자받지 않은 브랜드, 특별한 제품력 이렇게 7가지 기준을 충족한 기업을 스몰 브랜드로 정의합니다.
매출은 고려하지 않나요.
최용경 | 매출은 후행 지표예요. 규모가 작은 브랜드도 큰 성과를 낼 수 있고, 거대 브랜드의 후행 지표가 의외로 좋지 않을 수도 있어요. 브랜드의 지향점은 매출과 같은 개인의 행복이 아닌 성장, 목표 등과 같은 장기 비전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요소에 맞춰 브랜드를 경영하면 사업의 승패를 결정하는 고객, 제품 등에 더욱 공을 들이게 되거든요. 매출의 크고 작음이 브랜드를 분류하는 기준이 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로 오픈 초기 브랜드와 작업한다고 들었어요. 어떤 고민이 있나요.
김시내 | 5년 이하 브랜드들은 문제점이 딱 떨어지지 않아요. 저마다 다른 고민을 갖고 있죠. 제품 기반으로 성장해서 마케팅을 전혀 안 해본 기업도 있고 직원 채용, 비수기와 성수기에 따른 홍보 플랜이 무지한 경우 등 그 종류가 다양합니다. 저희는 각각의 고민에 맞춰 해결책을 제시하고 플랜을 짜드리고요. 보통 초기 브랜드 대표님들이 겪는 어려움은 타깃을 정확히 모른다는 거예요. 이 경우는 관련 책이나 워크숍을 통해 직접 실행하도록 권하는 편이에요. 저희가 투입되면 리소스와 비용 부담이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해결되지 않으면 저희가 직접 나서 코칭을 해드려요. 제품이 어디에 노출됐을 때 판매가 잘됐는지, 노출된 곳을 많이 찾는 연령대와 성별 등을 추적해보는 방식으로요.
워크숍, 강의, 뉴스레터를 통해 수시로 스몰 브랜드 성공 전략을 나누고 있다.
김시내 | 오래된 제조업체 대표님들의 의뢰가 많은 편이에요. OEM(주문자의 의뢰에 따라 주문자의 상표를 부착해 판매할 상품을 제작하는 업체)으로 오랫동안 좋은 제품을 만들다가 브랜드를 정식 오픈해야 하는 상황이나, 새로운 제품의 세일즈 기반을 다지기 위한 고민이 생길 때 SOS를 치세요. 이미 연식이 있는 브랜드는 철학과 지향점이 뚜렷한 편이에요. 그걸 바탕으로 브랜드만의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하기 때문에 플랜을 만드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편이에요. 최소 3개월은 해당 회사의 내부 직원처럼 일하지 않으면 차별화된 전략을 세우기 힘듭니다. 계획을 실천할 때 생기는 시행착오를 걱정해 실행까지 의뢰하는 브랜드도 있고요.
각 스몰 브랜드의 해결책은 어떻게 찾나요.
최용경 | 그간 경험하고 모아온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요. 저희는 사례의 힘을 믿어요. 큰 컵 브라 브랜드 ‘헤베더유스’의 임원 대표님은 10개월 내내 오직 속옷만 연구해서 히어로 제품을 탄생시켰어요. 못난이 채소 구독 브랜드 ‘어글리어스’ 최현주 대표님은 뾰족한 개성, 고객과 끈끈하게 소통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입지를 다졌고요. 또 액상 콜라겐 브랜드 ‘오니스트’ 김재현 대표님은 마케팅, 제품, 판매 모두 밸런스가 너무 좋아요. 어떤 것도 놓치지 않고 잘하시니 성공할 수밖에 없죠. 브랜드마다 고민과 집중하는 부분이 다르지만, 지금까지 모아온 사례와 성공 방법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비슷한 출발선에서 시작한 브랜드들의 한발 앞선 성공 사례가 용기를 준다고 확신하거든요.
상세페이지, 오너 인스타그램 계정 활용··· 마케팅 성공 전략
온라인 홍보가 중요한 시대예요. 스몰브랜더가 생각하는 온라인 홍보의 핵심은 뭔가요.최용경 | 상세페이지요. 대부분의 스몰 브랜드는 사람을 끌어모으는 이벤트나 방법에만 집중하는 편이에요. 정작 제품을 매력적으로 소개하는 상세페이지는 뒷전인 경우가 많죠. 제대로 된 상세페이지 구축은 제품 구매로 전환할 수 있는 기초공사가 완벽하게 진행됐다는 의미예요. 작은 브랜드에게 상세페이지는 제품을 소개할 수 있는 작고 소중한 기회입니다.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상세페이지 제작 방법이 있다면요.
최용경 | 모든 제품은 특정한 고충으로부터 출발해요. 상세페이지는 사람들에게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죠. 뛰어난 상세페이지는 고객 스스로도 몰랐던 문제의식을 도출하기도 합니다. 방법은 간단해요. 상세페이지 초반에 문제를 제기하는 거죠. 스포츠 뉴트리션 브랜드 ‘요헤미티’는 “설탕이 너무 많은 시중의 이온음료”라는 카피로 상세페이지를 시작합니다. 여기에 “각설탕 7개는 초코파이 2개에 해당하는 당분” “열심히 땀 흘리고 몇 초 만에 설탕물을 꿀꺽꿀꺽 삼키는 것과 같아요”와 같은 문구를 추가해 문제의 심각성을 고조하죠. 요헤미티의 타깃은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에요. 때문에 이온음료를 마시면서도 당분에 대한 우려가 분명 있을 거예요. 상세페이지를 읽으면서 그 우려가 생길 수도 있고요. 그다음으로 “물을 마시면 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고객이 느낄 당분에 대한 걱정을 한 번 더 강조합니다. 물을 마시는 것이 해결책 같아 보이지만, 결코 아니죠. 무작정 많은 양의 물을 마시면 탈수가 일어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스포츠 선수들이 전해질 음료를 챙겨 먹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또 다른 문제점을 제기합니다. 그 후 최종 해결책으로 ‘요헤미티 워터’를 소개하죠. 이처럼 문제 제기→해결책 제공 순서로 상세페이지를 구성하는 거예요. 문제를 직관적으로 제시한 뒤 해결책을 제공해 고객이 콘텐츠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요즘 브랜드가 가장 많이 하는 마케팅 방법은 인스타그램 활용이에요. 인스타그램을 통해 좀 더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요.
김시내 | 브랜드 오너의 계정을 적극 활용하는 거예요. 고객들은 대표의 계정에서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소소한 이야기를 엿보며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더욱 진하게 느낍니다. 사람들은 제품보다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더 흥미로워해요. 이너 뷰티 브랜드 ‘오니스트’, 남성 패션 브랜드 ‘세터’ 등도 대표의 계정을 소통 채널로 적극 활용합니다. 특히 요즘에는 고객이 브랜드 계정을 검색할 때 대표 계정까지 확인할 수 있게 대표의 계정에 브랜드 이름을 더하는 경우도 많고요.
SNS를 통해 마케팅과 홍보를 하는 기업은 특히 팔로어 수, 좋아요 수 높이기에 집중하는 분위기예요. 이 같은 숫자가 브랜드 매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나요.
김시내 |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단순히 팔로어나 좋아요 수를 올리는 것은 구매 전환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가 높다고 해서 매출이 월등하다고 볼 수도 없고요. 브랜드의 매출 성과를 보고 싶다면 카카오 친구 수를 확인하는 것이 더욱 정확해요. 카카오 로그인이 연결되어 있고 판매를 주로 자사 웹사이트에서 진행한다는 가정하에, 친구 수가 많다는 것은 그 브랜드의 회원 수가 많다는 의미니까요. 2023년 기준 3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 속옷 브랜드 ‘베리시’는 카카오 친구 수가 22만 명이 넘지만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1만8000명 정도입니다. 12배 이상 차이가 나죠. 어떤 브랜드는 콘텐츠 성과의 유일한 지표로 ‘공유’를 사용한다고 해요. 공유는 주변인에게 콘텐츠를 알리고 싶다는 의미니까요.
스몰 브랜드가 간과하는 성공 전략이 있다면요.
최용경 | 수치에 기민해지는 거요. 브랜드 운영 또한 사업이라는 것을 간과하는 대표님들이 있어요. 제품의 원가율, 플랫폼 수수료, 마케팅 비용 등을 미리 설계한 뒤 론칭해야 추후 일어나는 급박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고 새로운 제품 개발, 홍보 등 다양한 시도가 가능합니다. 원가율을 비합리적으로 높여놓거나 고가의 패키지 사용, 플랫폼 수수료 고민 없이 외부 채널에 무작정 입점하면 결국 힘들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건 고객을 위한 브랜드가 아닌 대표님만의 유니버스를 만드는 길입니다. 거창한 무언가를 만들기보다 어떻게 하면 제품을 잘 ‘팔 수 있는지’를 먼저 고민해보세요. 장사한다는 마음으로 임하면 오히려 쉬워질 거예요.
론칭을 앞둔 스몰 브랜드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요.
김시내 | 론칭 전부터 브랜드 인지도를 키워놓으세요. 이미 고객이 어느 정도 확보된 상태에서 제품을 발주할 수 있기 때문에 꽤나 큰 안정감을 느끼실 겁니다. 고객의 반응도 확인할 수 있고요. 론칭 이전에 하는 마케팅 목표 중 하나는 흥미 유발이에요. 단순히 론칭 사실을 알리는 것 외에도 사전 신청, 인스타그램 이벤트, 제품 관련 투표 등으로 고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거죠. 만약 이벤트를 진행한다면 탄탄한 기획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패션 브랜드 세터는 블랙 프라이데이 이벤트가 열리기 며칠 전부터 “아직 구매하지 마세요”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메시지를 고객에게 발송했습니다. 곧 역대급 이벤트가 시작되니 미리 제품을 구매하지 말라는 의미죠. 이런 참신한 경고성 메시지가 고객의 뇌리에 크게 박혀 당시 매출은 물론,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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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도균
사진제공 스몰브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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