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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노베이스’ 특화 영어 강사 스텔라의 1등급 전략

“친구 따라 죽어라 문제만 풀면 1등급 안 나옵니다”

문영훈 기자

2024. 03. 19

정부는 영어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2018학년도부터 수능 영어를 절대평가 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2024학년도 수능 결과 절반이 넘는 학생(55.6%)은 3~5등급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영어 2등급을 넘어 1등급으로 가는 비결을 스텔라 강사에게 물었다.

2023년 교육부가 발표한 ‘2022년 초중고사교육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 사교육비 지출은 1년에 26조 원에 달한다. 모든 과목 중 가장 많은 사교육비가 지출되는 영역은 영어다. 여기에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영어유치원까지 포함하면 엄청난 돈이 영어 사교육으로 몰리고 있다. 정부는 영어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2018학년도 수능부터 90점만 넘으면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절대평가 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2024학년도 수능에서 90점을 넘겨 1등급을 받은 학생은 응시자 중 4.7%로 절대평가 영어 수능 중 가장 낮은 비율이 나왔다.



7년 차 영어 강사인 스텔라는 대치동 예섬학원을 비롯해 에듀테크 업체 패쓰가 운영하는 ‘클러스’ 온라인 강의를 통해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영누(스텔라T) - 대치동 영어강사’를 운영하며 영어 공부 팁도 전한다. 특히 온라인 상에서는 3등급 이하 학생, 이른바 ‘노베이스’ 학생들의 성적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한다.

스텔라 강사에게 고등학교 영어 과목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을 비약적으로 향상하는 방법을 물었다. 그는 “영어는 기본기가 가장 중요하다”며 “중학교 때 기본을 다지지 않은 학생이 고등학교에 와서 갑자기 난도가 높아진 시험에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중학교에 비해 내신 범위 10배 많아져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영어 공부가 어려워지는 이유는 뭘까요.
중학교 내신 시험은 범위가 교과서 두 과 정도입니다. 문법 포인트도 교과서 챕터마다 2개 정도로 정해져 있고요. 거기에 독해 프린트가 추가되는 정도죠. 하지만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범위가 10배가량 늘어나요. 교과서뿐 아니라 부교재, 모의고사 등이 추가됩니다. 유형 역시 수능형으로 바뀌죠. 특히 문법을 특정 포인트에서 내는 게 아니라 중학교 때 기본을 했다는 전제하에 전 범위에서 출제합니다.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요.
중학교 내신 시험을 볼 때는 교과서 본문을 통째로 외워서 치르는 아이들이 많아요. 고등학교 내신 시험은 범위가 넓다 보니 그렇게 하기 힘들죠. 변별력을 위해 선생님들이 변형 문제를 내기도 해서 기본적인 영어 실력이 없으면 내신 시험을 잘 보기가 어려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중학교 수준의 어휘와 문법 실력을 닦고 와야 내신에서 1등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단기간에 되는 게 아니네요.
고등학교에서 학기가 시작되면 두 달에 한 번씩 시험을 보잖아요. 그러니 기본적인 영어 실력을 높이기는 어렵죠.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 신경 쓸 과목이 늘어나니 영어 공부만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요. 고교 내신에서 수월하게 점수를 따려면 중학교 때 베이스를 닦는 작업을 해둬야 합니다. 그러지 않았다면 지금부터 시작해야 하고요.

영어 기본기를 어떻게 채울 수 있나요.
기본적인 건 단어입니다. 사실 단어장을 여러 개 살 필요도 없습니다. 한 단어장만 열심히 보면 되거든요.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특정 단어장을 끝냈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정작 단어 뜻을 물어보면 모르는 아이들이 태반입니다. 한 단어장을 마스터한다는 건 영어 단어를 보고 한글 뜻을 말할 수 있는 건 기본이고, 한글 뜻을 보고도 반대로 영어 단어를 쓸 수 있어야 합니다. 또 한 단어에 있는 다양한 뜻까지 파약해야죠. 가령 content라는 단어에는 ‘내용’이라는 뜻도 있지만 전치사 with과 함께 쓰이면 ‘만족한’이라는 의미를 가진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학원을 다니든, 혼자 단어 공부를 하든 처음부터 끝까지 세 번 정도는 반복해야 하죠.

단어장을 여러 번 반복해서 봐야 한다는 뜻이네요.
부모님들은 아이가 어려운 단어장을 외우는 걸 좋아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중학생 자녀가 수능 수준 단어장을 들고 다니면 뿌듯해합니다. 하지만 어려운 단어를 외우고 시험을 계속 보면 아이들이 단어를 외우는 것 자체에 싫증을 느껴 금방 포기합니다. 실력에 맞는 단어장을 여러 번 외우는 게 중요해요.

외우기 좋은 단어장을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저는 ‘뜯어먹는 영단어’나 ‘링크랭크’ 시리즈 가운데 중학교 수준의 단어장을 권합니다. 두 단어장의 특징은 예문이 덩어리로 제시돼서 외우기 편하다는 겁니다. 가령 environment(환경)라는 단어가 있다면 protect the environment(환경을 보호하다)가 같이 쓰여 있는 거죠. 단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알 수 있는 예문을 보는 게 중요한데, 오히려 예문이 길면 아이들이 보지 않으려고 하거든요. 덩어리로 된 구문이 제시돼 있으니까 접근성이 높습니다.

문법은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요.
문법은 교재의 편차가 크지 않은 편입니다. 제가 학창 시절에 공부했던 교재와 지금을 비교 해봐도 큰 차이가 없죠. 중요한 건 아이들이 문법 공부를 할 때 자기가 많이 들어본 것과 실제로 아는 것을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그래서 문법 공부를 할 때는 문제를 함께 풀면서 적용 연습을 해야 합니다. 보통 아이들이 문제집 한 권을 끝냈다고 하면 문제만 푼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문제만 푼다고 해서 실력이 느는 건 아니죠. 문제가 틀렸다면 그 이유를 써보는 연습이 중요합니다. 혼자 문제집을 풀더라도 능동적인 공부 습관이 중요한 거죠.

어휘와 문법이 어느 정도 완성됐을 때 독해로 넘어가면 되나요.
독해에서 중요한 건 한 문장 한 문장을 꼼꼼히 해석해야 한다는 겁니다. 영어 문장을 읽을 때 대강 단어 뜻만 알면 그걸 이해했다고 착각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해석을 제대로 하려면, 그게 무슨 말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합니다. 단어와 마찬가지로 구문을 공부할 때도 해석뿐만 아니라 영작을 할 수 있는지를 체크해봐야 합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서술형 문제를 푸는데, 그 연습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 문장 해석 공부를 하면서도 단어와 어법을 함께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외운 단어가 본인의 단어가 되려면 문장에서 그 단어를 만났을 때 ‘이렇게 쓰이는구나’를 알아야 합니다. 결국 문법도 독해에 쓰이기 때문에 해석이 잘 안 되는 문장이 있다면 어법에 대한 이해를 잘 못 해서인 경우가 많죠.

구문, 독해 교재도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영어 구문 공부를 처음 하는 학생들에게는 ‘마법같은 블록구문’이라는 책을 권합니다. 보통의 구문 책들은 주어, 동사, 목적어, 보어 등 문장 성분이 빗금으로 끊어져 있기만 하거든요. 이 책은 아예 영어 문장에서 각기 다른 문장 성분을 색깔로 표시해뒀어요. 구문을 처음 공부하는 학생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좋습니다.

“정시 파이터는 ‘유니콘’ 같은 이야기”

스텔라 강사는 3등급 이하 ‘노베이스’ 학생들을 위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영누(스텔라T) [대치동 영어강사’ 캡처]

스텔라 강사는 3등급 이하 ‘노베이스’ 학생들을 위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영누(스텔라T) [대치동 영어강사’ 캡처]

어릴 때부터 영어 학원에 다니는데 왜 학생들이 영어를 어려워할까요.
제가 가르치는 대치동 학생 중에는 영어유치원을 다녔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그런데 그 아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내신이나 수능 영어를 다 잘하냐 하면 그렇지는 않거든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는 스피킹이나 회화 등 영어 유창성 위주의 교육을 받아요. 그래서 발음은 되게 좋죠. 하지만 시험 영어는 다르거든요. 영어로 된 글을 독해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그 스킬을 많이 익히지 못하는 거죠. 적어도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때부터 시험 영어에 적응하는 연습을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중학교 때 기본을 갖추지 못한 학생도 수능에서 1등급을 받을 수 있나요.
준비 기간이 짧은 내신 시험에서 바로 좋은 등급을 받기는 어렵겠지만 고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은 차근차근 준비하면 수능에서 1등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빠른 시간 내에 모의고사 1등급을 만들겠다는 생각보다는 내신을 준비하면서 기본을 다진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내신으로 아예 가망이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고등학교 3학년 1학기까지도 시험 기간에 내신 공부를 열심히 하기를 권합니다.

수시를 포기하고 정시를 노리는 학생도 많습니다.
고1이 끝나면 내신 성적이 어느 정도 정해지니까 ‘정시 파이터’를 하겠다는 아이들이 있어요. 학교에 1~2명 있는 유니콘 같은 존재를 제외하고 그 말은 사실 공부하기 싫다는 뜻이죠. 내신은 강제성이 있잖아요. 시험 날짜가 눈앞에 정해져 있고요. 기본이 약한 학생들은 내신 범위가 길어서 전 범위를 제대로 공부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절반이라도 제대로 공부하고 그 파트는 다 맞자는 생각으로 공부하다 보면 실력이 오르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노베이스인지를 어떻게 아나요.
모의고사 성적을 받았을 때 70점대 초반까지가 노베이스 범주에 포함된다고 봐요. 다행인 건 고등학교 1~2학년 때는 차근차근 공부할 시간이 있다는 겁니다. 중학교 때 기본기를 닦아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단어를 모르면 단어부터 외워야 하고 문장 해석이 안 되면 구문 공부를 해야 합니다. 스스로 뭐가 부족한지는 학생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노베이스 학생 중에 친구 따라서 평소에 문제만 푸는 경우가 많아요. 수능 영어 독해 지문에서 적어도 절반 이상은 해석이 된다고 판단됐을 때 문제 풀이로 넘어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 푸는 게 전혀 의미가 없어요.

1등급 만드는 모의고사 오답 노트법

스텔라 강사는 “영어는 국영수 중에 등급을 올리기 가장 쉬운 과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1번부터 45번까지 문제의 틀이 확고하게 정해져 있다는 것. 그는 “어휘와 문법, 독해 스킬을 어느 정도 갖춘 후부터는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히면 누구나 2등급 이상을 받을 수 있다“며 ”평소 모의고사 오답을 정리하면서 문제 푸는 방법이 왜 틀렸는지 스스로를 점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모의고사 오답 노트는 어떻게 정리하는 게 좋은가요.
모든 독해 문제는 단서가 있습니다. 답이 1번인데 4번으로 봤다면 내가 4번이라고 생각한 이유를 연필로 줄을 그어놓습니다. 그리고 다른 색깔로 진짜 답에 대한 근거를 찾아서 표시하고 비교해봐야 합니다. 그렇게 내가 문제를 틀린 이유를 점검해야 사고가 교정됩니다. 보통 학생들은 해설지만 보고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갑니다. 그런데 해설지는 한국어로 쓰여 있으니까 누구나 이해할 수 있어요. 그건 공부를 한 게 아니죠.

모의고사 영어를 푸는 순서가 있다고요.
우선 듣기를 마치면 쉬운 문제부터 풀어야 합니다. 18번에서 20번, 25번에서 28번, 43번에서 45번 총 10문제를 난도 하로 분류합니다. 듣기 37점에 난도 하 문제를 전부 맞아서 20점만 획득해도 기본 5등급은 먹고 들어가는 거죠. 그다음엔 순서대로 문제를 풀면서 난도 상에 해당하는 빈칸 추론, 삽입, 순서 문제를 건너뛰는 방식으로 중간 난도 문제를 풉니다. 그러면 일부 어려운 문제에서 틀린다고 하더라도 2등급까지는 무조건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중요한 건 너무 빠르게 지문을 훑으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보통 학생들은 아는 단어만 체크하면서 제시문 내용을 추론하고 상상해서 선지를 고르죠. 그러면 틀릴 수밖에 없습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한 번 읽을 때 이해하려고 해야 합니다.

90점만 넘으면 1등급인데 한 문제에 불과한 문법 대비가 필요한가요.
1등급이 목표라면 한 문제지만 문법에 도전하는 것이 좋습니다. 33~34번에 해당하는 빈칸 추론 문제(각각 3점)가 너무 어렵고요. 추가로 3점짜리 문제를 틀린다면 91점인데 만약 문법 문제까지 틀린다면 90점보다 낮은 점수가 나오는 거죠. 또 내신 문법에서 겁먹은 학생들이 수능 문법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수능 문법에서는 어느 정도 나오는 문제가 반복되거든요. 평가원에서 나온 5개년 문제를 풀어보면서 문법에 도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스텔라 #대치동 #영어 #여성동아

사진 이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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