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의 구조에 대해 설명하는 허준석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 [박해윤 기자]
그래서일까. 척추질환은 신경계 질환으로 불리기도 한다. 척추는 온몸으로 가는 신경 네트워크 중추로, 손상된 척추 부위에 따라 해당 신경이 가는 부위에 통증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허리와 다리로 가는 신경이 있는 요추를 다치면 요통과 함께 다리에 방사통을, 목과 팔로 가는 경추를 다치면 경부 통증과 함께 팔에 방사통을 느끼게 된다. 결국 통증의 원인을 찾아 치료하기 위해선 신경의 손상을 야기하는 척추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 국민 5명 중 1명이 앓고 있다는 척추질환, 그 대표적 병증의 원인과 치료법을 알아보기 위해 허준석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를 만났다.
“국민 5명 중 1명이 척추질환”
척추질환이 발생하는 기전은?“척추는 크게 신경 기능과 관절 기능을 담당한다. 척추체, 그 사이에서 완충 기능을 하는 추간판(디스크), 척추체 뒤쪽의 후관절은 관절 기능과 동시에 신경을 둘러싸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만약 이 구조체에 이상이 생기면 척추관 또는 신경공을 지나는 해당 부분의 신경이 눌려 통증을 유발하거나 마비를 일으킨다.”
대표적 척추질환을 꼽는다면?
“크게 퇴행성질환, 외상, 종양, 감염, 신경염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퇴행성질환은 추간판(디스크)탈출증과 척추관협착증 등이 대표적인데, 노화나 과사용에 의해 척추에 이상이 생겨 신경을 압박하면서 발생한다. 외상에 의해서도 척추골절, 추간판탈출증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척수나 신경근 손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척추에 종양이 생기는 척수종양, 결핵이나 세균에 의한 척추감염 등이 있다.”
국내 척추질환 발병 추이는?
“2021년 우리나라 척추질환 환자 수는 1131만 명으로 전체 인구수 대비 환자 비율이 22%로 나타났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 5명 중 1명꼴이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미만에서는 추간판탈출증이, 60세 이상에서는 척추관협착증이 가장 많았다. 50세가 넘어가면 추간판탈출증은 감소하고 척추관협착증은 증가하는데, 협착증은 60세 이상에서 10%가량의 유병률을 보일 정도로 흔하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협착증 유병률은 계속 올라갈 것이다.”
추간판탈출증과 척추관협착증은 왜 일어나나?
“추간판탈출증은 추간판 속을 구성하는 수핵이 외피 역할을 하는 섬유륜을 뚫고 흘러나와 신경근이나 척수를 눌러 통증을 일으킨다. 심하면 마비가 올 수도 있다. 노화와 과사용에 의한 척추의 퇴행성 변화가 가장 흔한 이유다. 척추관협착증은 추간판이나 후관절, 황색인대가 퇴행성 변화로 비대해져 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척추관, 추간공)을 좁게 만들면서 발생한다.”
“디스크 환자 절반 가까이 자연 치유”
요추에 생긴 추간판탈출증과 척추관협착증의 특징적 증상은?“요추(허리) 추간판탈출증은 대개 요통과 하지 방사통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통증이 갑작스럽게 발생하거나 악화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 방사통은 일측성, 즉 한쪽 다리만 통증이 있는 경우가 많고 양쪽 다리가 모두 아파도 대개는 한쪽이 더 심하다. 반면 척추관협착증은 양쪽 다리의 통증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 통증이 점진적으로 악화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일정 거리를 걸으면 다리가 아프고 힘이 빠져 앉아서 쉬어야 회복되는 게 특징이다. 척추관이 좁아지면 척추 신경과 주변 혈관이 눌려 혈액이 신경에 잘 공급되지 못하면서 통증이 발생한다. 걷다가 허리를 굽힌 자세로 앉아 쉬면 좁아졌던 부위가 조금 넓어지면서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경추, 즉 목 부근 척추질환은 어떠한가?
“경추는 허리와 달리 목과 팔에 통증이 온다. 더욱 중요한 차이점은 척수 압박으로 인한 척수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경추에서의 척수 압박은 팔다리에 모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통증뿐 아니라 종종 마비 등 심각한 신경학적 손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척추질환의 치료는?
“크게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구분한다. 보존적 치료에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각종 시술이 있고, 수술적 치료는 매우 다양하지만 크게 감압술과 유합술로 나눌 수 있다. 약물치료에는 진통소염제, 혈관확장제, 항전간제(항경련제), 항우울제 등이 사용된다. 물리치료는 통증을 줄이는 전기자극치료, 도수치료 등이 있다. 시술은 다양한 종류가 있으나 신경차단술이 가장 널리 활용된다. 이런 보존적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점차 증상이 악화하는 경우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보존적 치료, 시술, 수술을 결정하는 기준이 있다면?
“추간판탈출증 환자의 약 50%가량은 수개월이 지나면서 터져나온 추간판이 괴사하고 부피가 줄어들어 신경 압박이 풀리게 된다. 따라서 질병 초기에는 보존적 치료를 하면서 일정 기간(6~12주)을 버텨보는 전략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심한 통증이 지속된다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또 근육이 약해지는 근위약이나 산통에 가까운 극심한 통증이 있는 경우 조기 수술이 더 좋은 예후를 가져다줄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점진적으로 병이 진행돼 자연 치유를 기대하기 어렵다. 일단 증상이 시작되면 약물치료를 한 후 경과를 보고, 호전이 없다면 시술을 진행한다. 시술로도 차도가 없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한 번에 100m를 걷기 힘들거나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방사통, 근위약 등이 있는 경우 수술적 치료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척추질환을 방치할 경우 합병증은?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마비와 극심한 통증이다. 마비의 경우 병변 위치에 따라서 팔다리, 대소변 기능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통증 또한 극심해질 수 있다. 신경이 오래 눌린 상태로 방치되면 신경 자체에 손상이 생긴다. 신경이 불필요하게 과활성화되거나 비활성화되는 문제를 일으키는데, 이로 인한 통증을 신경병증성 통증이라고 한다. 대표적 증상으로는 시림, 저림, 무딤, 뜨거움, 차가움, 무감각 등의 이상감각이 있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법 찾아야”
척추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 습관이 있다면?“척추 건강을 위해서는 평상시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가슴을 내밀며 허리와 어깨를 펴고 정면을 주시하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근력운동도 중요하다. 등허리 근육과 복근을 키워주면 몸을 지탱하는 힘이 좋아져 척추에 무리가 덜 간다. 다만 척추질환이 있는 경우는 허리를 많이 굽히거나(윗몸일으키기 등) 젖히는 운동은 가급적 피하고 버티는 운동(플랭크 등) 위주로 하는 것이 안전하다. 쪼그리고 앉는 등 좌식 생활도 가급적 삼가는 게 좋다. 수영, 필라테스, 웨이트트레이닝 등의 운동을 자기 수준에 맞게 잘 설정해 실천하면 척추 건강에 크게 도움이 된다. 스트레칭도 근육통을 완화할 수 있으니 충분히 해주는 게 중요하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신전운동은?
“자기 체형에 맞는 수준에서 허리를 잘 펴는 게 중요하다. 과도하게 허리를 뒤로 젖히다 통증이 악화한 환자도 종종 본다. 우리 인체는 모두 다르고, 같은 질병이 있다 해도 개개인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다르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법을 찾아야 한다.”
고령층이 특히 유념해야 하는 척추 건강법은?
“고령의 경우 단백질 보충을 충분히 해야 한다. 근육량 감소는 척추에 치명적이다. 또 골다공증이 있을 때는 반드시 골다공증 약제, 칼슘, 비타민 D를 처방받아 복용하며 골절을 예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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