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은 배우 김우빈에게 새로운 도전으로 가득한 한 해가 될 예정이다. 첫 번째 걸음을 글로벌 OTT 시리즈의 문을 두드리며 시작했다. 5월 12일 전 세계에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에서 그는 시리즈의 주인공 택배기사 ‘5-8’ 역을 연기했다. ‘택배기사’는 극심한 대기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를 배경으로 삼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물(가상의 세계 종말을 다룬 장르)이다. 전설의 택배기사 5-8과 난민 사월(강유석)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의 총수 류석(송승헌)에 맞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 ‘감시자들’ ‘마스터’ 등의 감독 조의석이 ‘택배기사’를 연출했다. 김우빈과 조의석 감독은 2016년 영화 ‘마스터’ 이후 7년 만에 다시 만났다. 지난 5월 10일 ‘택배기사’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김우빈은 “‘마스터’ 작업을 하며 너무 즐거웠던 기억이 있었기에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작품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김우빈은 이번 작품을 통해 조의석 감독뿐만 아니라 배우 이솜과도 KBS 드라마 스페셜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후 12년 만에 합을 맞췄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김우빈의 데뷔작이자 이솜의 드라마 데뷔작이었다. 두 배우가 ‘택배기사’에서 처음으로 촬영한 장면은 오염된 공간에서 마스크를 쓰고 서로 두 눈만 바라보는 상황이었다. 배우 이솜은 “김우빈의 눈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너무 좋았다”며 당시 장면을 회상했다. 김우빈도 “함께 옛날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잘 살아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모델을 꿈꾸던 소년에서 만인의 배우로

하지만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스토리가 있는 광고 미팅에서 한 번 떨어지고 난 뒤 좋은 모델이 되기 위해 연기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연기 입문 일화를 털어놨다. 당시 그의 연기 선생님은 배우 문원주로, 소속사 대표의 잠적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넘치는 열정으로 김우빈을 가르쳤다고 한다. 덕분에 그는 2010년 드라마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강미르 역으로 배우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다. 빨간 머리의 날카로운 인상을 지닌 강미르의 강렬한 외관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2011) 강미르(왼쪽), 상속자들’(2013) 최영도.
‘상속자들’ 최영도와 ‘학교 2013’ 박흥수의 임팩트가 컸기 때문일까. 한동안 김우빈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기가 세고 청춘의 치기 어린 모습이 가득했다.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연기는 여전했지만 비슷하게 반복되는 캐릭터에 김우빈의 연기 스펙트럼에 대한 물음표가 붙기 시작했다.
“모두에게 행복한 세상을 고민하며 연기했다”

2017년 왕성한 활동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그가 비인두암 투병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져 많은 팬의 가슴을 철렁이게 했다. 3번의 항암 치료와 35번의 방사선 치료. 제아무리 20대 후반의 건장한 남자라고 해도 체력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이었다. 김우빈은 “생명과 연관된 문제라 그런지 무섭고 두려웠다”며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고 투병 당시의 심정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끝내 병마를 이겨냈고, 대중 앞으로 다시 돌아왔다.
2022년은 5년 만에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온 배우 김우빈의 성장을 증명한 한 해였다. ‘타짜’ ‘도둑들’ 등 케이퍼 무비의 대가 최동훈 감독의 영화 ‘외계+인 1부’와 노희경 작가의 신작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이며 호평받았다. 초호화 캐스팅으로 많은 화제를 모은 두 작품이었던 만큼 그가 쟁쟁한 선배들에 밀리지 않는 호연을 펼쳤다는 점은 그의 연기력 진화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맡은 선장 박정준 역은 30대에 접어든 김우빈의 원숙함을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기존의 그가 맡은 어떤 배역들보다 더 미묘하고 깊은 감정선이 드러나는 연기였다. 여전히 젊음의 활력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지만, 이 드라마를 통해 복잡하면서도 우직한 내면의 깊이를 터득하며 한 단계 더 뛰어오른 배우로 성장했다.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

5월 10일 김우빈은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택배기사’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그는 제작발표회에서 “과거 회상에서의 액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투박하지만 회사를 향한 분노가 담긴 액션을 표현해보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오락적인 요소를 넘어 인물의 심정을 드러내기 위한 김우빈의 노력은 ‘택배기사’의 감정선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택배기사’(2023) 5-8 역할로 활약한 김우빈.
특히 이번 작품에서 김우빈은 5-8이라는 다면적인 인물을 해석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30대에 접어든 김우빈의 연기에는 캐릭터가 도달해야 할 깊이 그리고 자신의 연기가 바꿔나갈 세상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최근 그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통해 병마와 싸우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건넸다. 투병 이후 매일 자기 전 기도하는 습관이 생겼다는 그는 “아팠을 때 너무 많은 기도를 받았다”며 “많은 응원과 기도 받았을 때의 마음을 잘 간직해 오늘도 더 많은 가정에 기적이 일어날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오염된 세상에 기적 같은 삶을 선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택배기사’ 속 5-8과 세상에 희망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배우 김우빈의 삶이 겹쳐 보인다. 그의 강인함은 육체를 넘어 깊이 있는 연기와 내면을 통해 작품과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선한 마음에 있지 않을까.
#김우빈 #택배기사 #여성동아
사진제공 넷플릭스 사진출처 KBS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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