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다니는 김 모(여·40) 씨는 주말부부로 산 지 5년째. 아이를 간절히 원하지만 남편을 일주일이나 보름에 한 번씩 만나다 보니 배란일에 맞춰 부부 관계가 쉽지 않다. 더 이상 임신을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그는 난임 전문병원을 찾았다. 질식 초음파검사를 통해 배란일을 확인하고 그날에 맞춰 남편이 근무하는 지방에 가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임신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고, 김 씨 부부는 포기하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배란일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 한 달에 여러 차례 병원을 가는 것이 여간 고달픈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최후의 방법으로 난임 시술을 위해 휴직을 고려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난임’이란 말이 예사롭게 들린다. 만혼과 재혼,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난임 인구가 늘어난 것도 그 이유지만, 인공수정(자궁 내 정자 주입술)과 IVF(시험관아기 시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으로 시술비 부담이 대폭 줄면서 난임 전문병원을 찾는 이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난임 치료(시술)에 대한 거부감도 많이 사라졌다. 이제 난임 시술은 한 해 8만 사례 이상이 이루어질 정도로 대중적인 의료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습도와 바람에 따라 사람마다 체감온도가 다르듯 난임 치료에 대한 인식도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특히 시간에 쫓기는 직장여성일수록 난임 전문병원의 문턱을 높게 느낀다. 임신을 위해 의학적 도움(초음파로 배란일 체크)을 받고 싶어도 주변에 편하게 다닐 병원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이도 많다. 난임 전문병원은 IVF를 위주로 하는 것 같아 배란일 확인을 위해 초음파진단만 받으러 가는 게 왠지 눈치가 보인다는 것이다. 일반 산부인과를 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진료 한번 받기 위해 임신부들 사이에 앉아서 긴 시간 대기하는 건 정신적으로 더 힘든 일이다.
최근 경기 분당에 문을 연 연세아이봄여성의원(박수현·최민혜 원장)은 바쁜 직장여성들을 위해 맞춤형 클리닉을 운영하는 난임 전문병원이다. 난임에 대한 1차적인 진단부터 IVF까지 편하게 진행할 수 있는 환자 중심의 전문병원을 지향하며, 산전 검사와 자연임신 시도도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박수현 원장은 “어색하고 걱정이 앞서는 난임 전문병원이 아니라 동네 약국처럼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친한 선배나 언니를 만나러 가는 것처럼 즐거운 곳이 되려고 한다”고 밝혔다. 최민혜 원장도 “난임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담당 의사에게 시시콜콜 하소연하며 위로받고, 궁극적으로는 엄마가 되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난임 여성들은 난임 시술을 받을 때 정신적으로 강박증(임신 실패)에 시달리는 등 고달픈 과정이 있었다고 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IVF를 시작한 이상 임신에 성공하기까지 상당한 노력과 정성을 쏟아야 하므로 직장여성에게는 난임보다 난임 전문병원에 다니는 일이 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IVF 20년 차로 1만여 건 이상의 임상 경험이 있는 난임 전문의 박수현 원장은 “생활 패턴, 식습관 등으로 인해 요즘 여성들은 나이가 젊어도 예전의 여성과 달리 난임이 될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첫 번째로는 성생활 등으로 인한 질염, 피임 실패로 인한 수술, 직장 생활에 따른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과 식습관으로 인한 호르몬 장애 등이 임신율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두 번째로는 임신 시도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여러 부인과 질환과 만성질병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졌어요. 부인과 질환이 생기면 생식기의 위치와 모양이 바뀌면서 자연 임신율이 떨어질 수 있어 임신 전에 검사하고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아요.”
임신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결혼한 여성이라면 산부인과 진료를 통해 자신의 가임 능력을 진단하고 부인과적 질환이 없는지 등을 체크해야 한다. 생리주기가 일정하더라도 가임 능력에 문제가 생겼거나 부인과적 질환에 노출되었다면 건강한 삶을 위해서라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
최민혜 원장은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환자가 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초음파검사를 했는데) 난소가 한 화면에 다 보이는 거예요. 본래 여성의 생식기는 자궁을 기준으로 좌우에 나팔관이 있고, 좌우 나팔관 아래에 난소가 있거든요. 그런데 그분은 좌우에 있어야 할 난소가 앞쪽(배 앞부분)에 모여 있었어요. 자궁내막종(난소에 생긴 자궁내막증)으로 인해 나팔관에 변형이 왔고 난소 위치도 비정상이 된 거죠. 난소에 생긴 자궁내막증은 골반에 생기는 자궁내막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골반 안의 상태가 나빠져서 성교통과 골반통이 있었을 거예요. 임신을 위해 병원에 오지 않았다면 평생 자신의 생식기 모양과 위치를 모르고 살았을 거고요.”
최 원장은 “임신을 원하지 않더라도 여성은 자신의 생식기와 생리주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생리주기가 짧아지거나(난소기능 저하 의심) 길어질 때(다낭성난소증후군 의심) 증상을 간과하면 안 된다. 또 생리는 만 하루 이상 빨간 혈이 나오는 게 정상인데, 갈색 혈이 하루 이틀 나오는 것(부정출혈)을 생리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다만 20~30대에는 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서 배란 때 자궁내막이 더 두꺼워지므로 생리혈이 과다하게 나올 수 있어요. 자궁 내 질환(자궁선근증, 자궁근종 등)으로 인해 생리혈이 많이 나오는 것일 수도 있지만 초음파검사를 했을 때 정상이면 생리혈이 많거나 덩어리 출혈 및 검은 혈이 나와도 괜찮아요. 특히 10대, 20대에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아닌데도 생리주기가 몸의 컨디션에 따라 불규칙해질 수 있고요.”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신혼부부통계’에 따르면 신혼부부 맞벌이는 역대 최대 폭(57%)으로 증가했다. 신혼부부 10쌍 중 9쌍이 일명 ‘신혼 빚’을 안고 시작하다 보니 외벌이로는 대출이자를 갚으며 내 집 마련과 생활자금 등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임신을 기피하거나 차일피일 미루는 부부가 많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혼해도) 목표, 승진, 미래를 설계하며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해요. 치열하게 직장 생활을 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몸이 고단해지고 잠을 설치면서 호르몬계에 문제가 생겨요. 야근이 잦거나 교대 근무를 많이 하는 특수직의 경우는 배란일에 부부 관계를 못 했다고 하소연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데도 가임 부부가 리비도가 떨어져서 섹스리스로 산다면 문제가 있다고 봐요. 환자 중에 어떤 분은 한 달에 한 번도 부부 관계를 하지 않는다고 털어놓기도 하고, 심지어 6개월 이상 전혀 부부 관계가 없었던 분을 만난 적도 있어요. 이러한 리비도 감소 때문에 임신의 기회가 적어지면서 난임 시술까지 선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어요.”
난임 시술은 인공수정과 IVF로 나눌 수 있다. 여성의 나팔관이 좌우 모두 정상적으로 뚫려 있고, 남성의 정자 상태(수, 활동성 등)가 양호하다면 초음파검사로 배란 타이밍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자연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몇 달간 자연임신을 시도해도 실패한다면 인공수정을 고려해봐야 한다. 단, 인공수정의 경우 3회 실패하면 정자의 자가 수정 능력 등을 의심해봐야 해서 IVF를 권하고 있다.
“요즘은 IVF도 전보다 많이 수월해졌어요. 1990년대에는 비용이 많이 들고 과정도 힘들었지만 요즘은 보험도 되고 간단해졌어요. 난포를 키우는 과배란 주사도 피하주사로 바뀌어서 누구나 손쉽게 자가로 주사할 수 있고, 배아 이식 후에 매일 맞아야 했던 프로게스테론 주사도 질정으로 대체할 수 있어서 직장여성도 수월하게 IVF를 진행할 수 있어요.”(박수현 원장)
직장여성 중에는 과배란 주사를 맞지 않고 인체에서 자연적으로 키워지는 1개의 난포를 채취해서 체외수정을 하는 자연주기요법 IVF를 원하는 이가 적지 않다. 반면 난임 전문의들은 극심한 난소기능 저하가 아닌 다음에는 과배란 주사를 통해 여러 개의 난포를 키우는 일반 IVF를 권한다.
IVF의 경우 대략 6~7차례 병원을 방문하면 된다. 생리 2~3일째에 방문해서 다음 생리 즈음에는 임신 여부 결과가 나온다. 길어봐야 30~40일이면 된다. 직장여성들에게는 진료 횟수가 관건이다. 이 또한 난임 전문의가 직접 초음파를 본다면 불가피한 검사와 혈액검사(혈중 에스트로겐 확인)를 하지 않아도 돼 진료 방문 횟수가 그만큼 줄어든다. 또한 장기억제요법으로 내원 횟수를 혁신적으로 줄여서 IVF를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IVF를 위해 과배란 주사를 맞으면 나른하고 피로감이 몰려오며 잠이 많아질 수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몸이 축나는 건 결코 아니에요. 주사로 호르몬이 다량 투입되니까 일시적으로 그럴 수 있어요. 여성의 생식기 쪽은 혈관이 많이 발달해 있어서 작은 상처에도 금방 치료가 되거든요. 난자를 채취하기 위해 주삿바늘로 난소를 찔러서 상처가 났어도 금방 회복이 돼요. 분만이라는 큰 변화를 겪고도 생식기 쪽의 세포재생 능력이 뛰어나서 바로 회복이 되듯이, 난자 채취 시술 이후에도 난소가 곧바로 회복이 됩니다.”(최민혜 원장)
박수현 원장은 “초음파진단은 난임 치료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고, 난임 전문의에게도 환자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하며 “주치의가 직접 초음파를 보게 되면 난소와 자궁의 주기적인 변화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의사는 환자 이름과 얼굴은 일일이 기억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초음파로 본 환자의 자궁과 난소 모양은 생생하게 기억해요. 초음파 사진을 보면 ‘아, 그 환자’라고 떠올리는 거죠. 평소 진료에서 직접 초음파를 보면 환자마다의 자궁 크기, 모양, 위치, 이상 병변 유무 등 특색을 잘 알게 돼서 난자 채취와 배아 이식 때 한결 수월해요. 무엇보다 초음파를 보는 과정에 환자와 대화하면서 많은 얘기를 하게 됩니다. 질식 초음파검사가 여성에게 다소 민망할 수 있는데, 같은 여자니까 대화하면서 어색하지 않게 진행할 수 있어요. 환자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임신 시도에서 긍정적인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IVF를 할 때 배양연구원의 실력은 경험에서 비롯돼요. 경험은 결국 정자와 난자, 배아를 얼마나 많이 다루었느냐에 달려 있어요. 아무리 첨단 현미경이 있고 배아를 키우는 인큐베이터가 최신이라 해도 결국 사람(연구원)의 눈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거든요. 배양실의 일은 어디서도 경험해볼 수 없는, 오로지 실전(직접 정자, 난자, 배아를 다룸)으로 경험해보는 세계잖아요. 저희 병원은 20년간 배양실에서 25만 개 이상의 배아를 경험하고 다뤄본 분이 배양을 책임지고 있어요.”(최민혜 원장)
IVF는 체외에서 수정된 배아를 3~5일간 체외에서 배양해 착상이 될 만한 배아를 엄선한 후 자궁 내에 이식해주는 시술이다. 염색체 등에 이상이 없는 정상 난자와 정자를 찾아야 건강한 배아를 기대할 수 있다. 배양연구원은 정자와 난자의 수정, 수정란(배아)을 자궁 내 이식 직전까지 체외에서 다룬다. 배아의 세포분열 속도와 형태 등을 살펴서 착상 확률이 높은 배아를 엄선하고 자궁 내 이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따라서 연구원의 배양 경험과 노하우가 배양 기술력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VF는 인공수정술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임신에 큰 도움을 줍니다. 건강한 배아일 때는 착상 환경만 제대로 받쳐줘도 출산까지 무사히 갈 수 있습니다. 의사는 난임 시술에 도전하는 환자가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해주고, 설사 실패하더라도 오뚝이처럼 일어날 수 있게 다독이고 재도전으로 이끌어야 해요. 여의사라서 강점이 분명하게 있다고 봅니다. 직장 근처에서, 집 근처에서 가깝고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언니 같은 의사가 되고 싶어요.”(박수현 원장)
#난임 #IVF #연세아이봄여성의원 #여성동아
사진 홍태식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난임’이란 말이 예사롭게 들린다. 만혼과 재혼,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난임 인구가 늘어난 것도 그 이유지만, 인공수정(자궁 내 정자 주입술)과 IVF(시험관아기 시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으로 시술비 부담이 대폭 줄면서 난임 전문병원을 찾는 이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난임 치료(시술)에 대한 거부감도 많이 사라졌다. 이제 난임 시술은 한 해 8만 사례 이상이 이루어질 정도로 대중적인 의료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습도와 바람에 따라 사람마다 체감온도가 다르듯 난임 치료에 대한 인식도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특히 시간에 쫓기는 직장여성일수록 난임 전문병원의 문턱을 높게 느낀다. 임신을 위해 의학적 도움(초음파로 배란일 체크)을 받고 싶어도 주변에 편하게 다닐 병원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이도 많다. 난임 전문병원은 IVF를 위주로 하는 것 같아 배란일 확인을 위해 초음파진단만 받으러 가는 게 왠지 눈치가 보인다는 것이다. 일반 산부인과를 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진료 한번 받기 위해 임신부들 사이에 앉아서 긴 시간 대기하는 건 정신적으로 더 힘든 일이다.
최근 경기 분당에 문을 연 연세아이봄여성의원(박수현·최민혜 원장)은 바쁜 직장여성들을 위해 맞춤형 클리닉을 운영하는 난임 전문병원이다. 난임에 대한 1차적인 진단부터 IVF까지 편하게 진행할 수 있는 환자 중심의 전문병원을 지향하며, 산전 검사와 자연임신 시도도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박수현 원장은 “어색하고 걱정이 앞서는 난임 전문병원이 아니라 동네 약국처럼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친한 선배나 언니를 만나러 가는 것처럼 즐거운 곳이 되려고 한다”고 밝혔다. 최민혜 원장도 “난임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담당 의사에게 시시콜콜 하소연하며 위로받고, 궁극적으로는 엄마가 되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난임 여성들은 난임 시술을 받을 때 정신적으로 강박증(임신 실패)에 시달리는 등 고달픈 과정이 있었다고 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IVF를 시작한 이상 임신에 성공하기까지 상당한 노력과 정성을 쏟아야 하므로 직장여성에게는 난임보다 난임 전문병원에 다니는 일이 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마음 편하게 초음파검사 받으러 오세요”
IVF는 연구원의 배양 경험과 노하우가 중요하다. 연세아이봄여성의원의 베테랑 연구원들과 병원 시설.
“첫 번째로는 성생활 등으로 인한 질염, 피임 실패로 인한 수술, 직장 생활에 따른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과 식습관으로 인한 호르몬 장애 등이 임신율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두 번째로는 임신 시도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여러 부인과 질환과 만성질병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졌어요. 부인과 질환이 생기면 생식기의 위치와 모양이 바뀌면서 자연 임신율이 떨어질 수 있어 임신 전에 검사하고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아요.”
임신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결혼한 여성이라면 산부인과 진료를 통해 자신의 가임 능력을 진단하고 부인과적 질환이 없는지 등을 체크해야 한다. 생리주기가 일정하더라도 가임 능력에 문제가 생겼거나 부인과적 질환에 노출되었다면 건강한 삶을 위해서라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
최민혜 원장은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환자가 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초음파검사를 했는데) 난소가 한 화면에 다 보이는 거예요. 본래 여성의 생식기는 자궁을 기준으로 좌우에 나팔관이 있고, 좌우 나팔관 아래에 난소가 있거든요. 그런데 그분은 좌우에 있어야 할 난소가 앞쪽(배 앞부분)에 모여 있었어요. 자궁내막종(난소에 생긴 자궁내막증)으로 인해 나팔관에 변형이 왔고 난소 위치도 비정상이 된 거죠. 난소에 생긴 자궁내막증은 골반에 생기는 자궁내막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골반 안의 상태가 나빠져서 성교통과 골반통이 있었을 거예요. 임신을 위해 병원에 오지 않았다면 평생 자신의 생식기 모양과 위치를 모르고 살았을 거고요.”
최 원장은 “임신을 원하지 않더라도 여성은 자신의 생식기와 생리주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생리주기가 짧아지거나(난소기능 저하 의심) 길어질 때(다낭성난소증후군 의심) 증상을 간과하면 안 된다. 또 생리는 만 하루 이상 빨간 혈이 나오는 게 정상인데, 갈색 혈이 하루 이틀 나오는 것(부정출혈)을 생리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다만 20~30대에는 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서 배란 때 자궁내막이 더 두꺼워지므로 생리혈이 과다하게 나올 수 있어요. 자궁 내 질환(자궁선근증, 자궁근종 등)으로 인해 생리혈이 많이 나오는 것일 수도 있지만 초음파검사를 했을 때 정상이면 생리혈이 많거나 덩어리 출혈 및 검은 혈이 나와도 괜찮아요. 특히 10대, 20대에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아닌데도 생리주기가 몸의 컨디션에 따라 불규칙해질 수 있고요.”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신혼부부통계’에 따르면 신혼부부 맞벌이는 역대 최대 폭(57%)으로 증가했다. 신혼부부 10쌍 중 9쌍이 일명 ‘신혼 빚’을 안고 시작하다 보니 외벌이로는 대출이자를 갚으며 내 집 마련과 생활자금 등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임신을 기피하거나 차일피일 미루는 부부가 많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치의가 직접 초음파를 보는 게 중요
박 원장은 “임신율은 리비도(성욕)와 떼려야 뗄 수 없다”며 “맞벌이 부부가 늘고 여성의 직업이 남성 못지않게 다양해지면서 젊은 부부인데도 리비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걱정했다.“(결혼해도) 목표, 승진, 미래를 설계하며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해요. 치열하게 직장 생활을 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몸이 고단해지고 잠을 설치면서 호르몬계에 문제가 생겨요. 야근이 잦거나 교대 근무를 많이 하는 특수직의 경우는 배란일에 부부 관계를 못 했다고 하소연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데도 가임 부부가 리비도가 떨어져서 섹스리스로 산다면 문제가 있다고 봐요. 환자 중에 어떤 분은 한 달에 한 번도 부부 관계를 하지 않는다고 털어놓기도 하고, 심지어 6개월 이상 전혀 부부 관계가 없었던 분을 만난 적도 있어요. 이러한 리비도 감소 때문에 임신의 기회가 적어지면서 난임 시술까지 선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어요.”
난임 시술은 인공수정과 IVF로 나눌 수 있다. 여성의 나팔관이 좌우 모두 정상적으로 뚫려 있고, 남성의 정자 상태(수, 활동성 등)가 양호하다면 초음파검사로 배란 타이밍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자연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몇 달간 자연임신을 시도해도 실패한다면 인공수정을 고려해봐야 한다. 단, 인공수정의 경우 3회 실패하면 정자의 자가 수정 능력 등을 의심해봐야 해서 IVF를 권하고 있다.
“요즘은 IVF도 전보다 많이 수월해졌어요. 1990년대에는 비용이 많이 들고 과정도 힘들었지만 요즘은 보험도 되고 간단해졌어요. 난포를 키우는 과배란 주사도 피하주사로 바뀌어서 누구나 손쉽게 자가로 주사할 수 있고, 배아 이식 후에 매일 맞아야 했던 프로게스테론 주사도 질정으로 대체할 수 있어서 직장여성도 수월하게 IVF를 진행할 수 있어요.”(박수현 원장)
직장여성 중에는 과배란 주사를 맞지 않고 인체에서 자연적으로 키워지는 1개의 난포를 채취해서 체외수정을 하는 자연주기요법 IVF를 원하는 이가 적지 않다. 반면 난임 전문의들은 극심한 난소기능 저하가 아닌 다음에는 과배란 주사를 통해 여러 개의 난포를 키우는 일반 IVF를 권한다.
IVF의 경우 대략 6~7차례 병원을 방문하면 된다. 생리 2~3일째에 방문해서 다음 생리 즈음에는 임신 여부 결과가 나온다. 길어봐야 30~40일이면 된다. 직장여성들에게는 진료 횟수가 관건이다. 이 또한 난임 전문의가 직접 초음파를 본다면 불가피한 검사와 혈액검사(혈중 에스트로겐 확인)를 하지 않아도 돼 진료 방문 횟수가 그만큼 줄어든다. 또한 장기억제요법으로 내원 횟수를 혁신적으로 줄여서 IVF를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IVF를 위해 과배란 주사를 맞으면 나른하고 피로감이 몰려오며 잠이 많아질 수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몸이 축나는 건 결코 아니에요. 주사로 호르몬이 다량 투입되니까 일시적으로 그럴 수 있어요. 여성의 생식기 쪽은 혈관이 많이 발달해 있어서 작은 상처에도 금방 치료가 되거든요. 난자를 채취하기 위해 주삿바늘로 난소를 찔러서 상처가 났어도 금방 회복이 돼요. 분만이라는 큰 변화를 겪고도 생식기 쪽의 세포재생 능력이 뛰어나서 바로 회복이 되듯이, 난자 채취 시술 이후에도 난소가 곧바로 회복이 됩니다.”(최민혜 원장)
박수현 원장은 “초음파진단은 난임 치료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고, 난임 전문의에게도 환자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하며 “주치의가 직접 초음파를 보게 되면 난소와 자궁의 주기적인 변화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의사는 환자 이름과 얼굴은 일일이 기억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초음파로 본 환자의 자궁과 난소 모양은 생생하게 기억해요. 초음파 사진을 보면 ‘아, 그 환자’라고 떠올리는 거죠. 평소 진료에서 직접 초음파를 보면 환자마다의 자궁 크기, 모양, 위치, 이상 병변 유무 등 특색을 잘 알게 돼서 난자 채취와 배아 이식 때 한결 수월해요. 무엇보다 초음파를 보는 과정에 환자와 대화하면서 많은 얘기를 하게 됩니다. 질식 초음파검사가 여성에게 다소 민망할 수 있는데, 같은 여자니까 대화하면서 어색하지 않게 진행할 수 있어요. 환자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임신 시도에서 긍정적인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베테랑 배양연구원이 있어 든든
박수현·최민혜 원장은 “IVF의 꽃은 배양실”이라며 “배양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연구원들과 함께 개원해서 든든하다”고 했다.“IVF를 할 때 배양연구원의 실력은 경험에서 비롯돼요. 경험은 결국 정자와 난자, 배아를 얼마나 많이 다루었느냐에 달려 있어요. 아무리 첨단 현미경이 있고 배아를 키우는 인큐베이터가 최신이라 해도 결국 사람(연구원)의 눈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거든요. 배양실의 일은 어디서도 경험해볼 수 없는, 오로지 실전(직접 정자, 난자, 배아를 다룸)으로 경험해보는 세계잖아요. 저희 병원은 20년간 배양실에서 25만 개 이상의 배아를 경험하고 다뤄본 분이 배양을 책임지고 있어요.”(최민혜 원장)
IVF는 체외에서 수정된 배아를 3~5일간 체외에서 배양해 착상이 될 만한 배아를 엄선한 후 자궁 내에 이식해주는 시술이다. 염색체 등에 이상이 없는 정상 난자와 정자를 찾아야 건강한 배아를 기대할 수 있다. 배양연구원은 정자와 난자의 수정, 수정란(배아)을 자궁 내 이식 직전까지 체외에서 다룬다. 배아의 세포분열 속도와 형태 등을 살펴서 착상 확률이 높은 배아를 엄선하고 자궁 내 이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따라서 연구원의 배양 경험과 노하우가 배양 기술력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VF는 인공수정술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임신에 큰 도움을 줍니다. 건강한 배아일 때는 착상 환경만 제대로 받쳐줘도 출산까지 무사히 갈 수 있습니다. 의사는 난임 시술에 도전하는 환자가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해주고, 설사 실패하더라도 오뚝이처럼 일어날 수 있게 다독이고 재도전으로 이끌어야 해요. 여의사라서 강점이 분명하게 있다고 봅니다. 직장 근처에서, 집 근처에서 가깝고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언니 같은 의사가 되고 싶어요.”(박수현 원장)
#난임 #IVF #연세아이봄여성의원 #여성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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