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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빨래 개며 수다 떠니 구독자 20만? 유튜버 '권감각'

이경은 기자

2023. 03. 20

주식 투자한 1000만 원은 날렸어도 유튜브는 대박 났다. 한가롭게 빨래를 개며 조근조근 들려주는 위로의 말로 ‘유튜브 드림’을 이룬 ‘권감각’의 성공 법칙을 따라가 보자. 



바야흐로 유튜브 시대다. 지난해 9월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유튜브 이용자는 전 국민의 81%에 해당하는 4183만 명, 총사용 시간은 13억8000만이다. 방송사는 물론 기업과 개인까지도 유튜브 점령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한 시대를 풍미한 파워 블로거이자 현재는 타고난 ‘말발’로 ‘유튜브 드림’을 이룬 이가 있으니 바로 ‘권감각’ 권지혜 씨다. 유튜브 알고리즘에서 권 씨를 ‘빵’ 띄운 건 다름 아닌 폭삭 망한 주식투자 얘기다. 주식의 ‘주’ 자도 모르는 그가 분위기에 휩쓸려 1000만 원을 투자했다 날린 이야기가 많은 개미투자자의 공감을 산 것. 망해버린 주식과 다르게 승승장구하는 그의 유튜브 영업비밀이 궁금해졌다. 2월 8일 그를 동아매거진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파워 블로거에서 유튜버로

화제가 된 주식 떡락 영상 중 캡처(왼쪽). 최근 동영상에 삽입된 삼성전자 광고.

화제가 된 주식 떡락 영상 중 캡처(왼쪽). 최근 동영상에 삽입된 삼성전자 광고.

요새 삼성전자 주식은 잘 있나요.

예나 지금이나 사실 전 주식을 하나도 몰라요. 당시에 한참 주식 전문가들이 삼성전자 주식 매수를 권했고, 귀가 팔랑거려 넘어갔죠(웃음). 이제는 탈출도 못 해요. 진짜 반려주(반려동물처럼 평생을 함께할 주식) 개념으로 가지고 있어요. 혹시라도 ‘떡상’했다면 카메라 앞에서 빨래 말고 돈을 접었겠죠(웃음). 아쉽게도 그런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네요.

그래도 유튜브 콘텐츠는 떡상했어요.

하소연하는 영상이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긴 했어요. 이 영상을 본 건진 모르겠지만 최근에 삼성전자에서 광고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하하하. 콘텐츠를 통해 보상을 받았네요.



권 씨는 주식으로 빵 떴지만 주력 콘텐츠는 빨래 개기다. 하긴 그는 주식 얘기를 할 때도 빨래를 갰다. 가사 노동을 하면서 타고난 입담으로 카메라를 향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연애, 고부갈등, 직장 생활 등 주제도 다양하다. 구독자에게 받은 사연을 바탕으로 진행하는 고민 상담도 주요 콘텐츠다.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 네이버 ‘파워블로거’였어요. 블로그에서 유튜브로 플랫폼이 바뀔 때 넘어온 거죠.

흐름을 따라 전략적으로 갈아탔군요.

주변 말을 듣고 시작해서 그런지, ‘블로그 하듯 유튜브 하면 실패한다’ ‘유튜브는 감성이다’ 등 이런저런 조언이 많았어요. 그래서 더 갈피를 못 잡았던 것 같아요. 별거 다 해도 조회수가 안 나오니 그냥 빨래 개면서 수다를 떨어봤는데 그게 잘됐어요. 그날따라 밀쳐놓은 빨래를 개기 싫어서 누가 날 보고 있다 생각하면 잘 갤 것 같아 카메라를 켠 건데 말예요. 제가 워낙 ‘관종’이라(웃음).

영상편집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원래 영상편집을 하나도 할 줄 몰라 유튜브 강좌를 따라 하면서 배웠어요. 처음엔 4분짜리 영상을 편집하는 데 8시간 앉아 있던 기억이 나네요. 이젠 자막과 효과는 편집자가 넣어도 컷 편집까진 제가 직접 해요.

모르는 건 직접 찾아가 묻는다

권 씨의 구독자 대부분은 20대 중반부터 40대 여성이다. 콘텐츠를 위해 직접 사연을 받다보니 주제도 해당 연령층이 관심 있을 법한 키워드로 모인다고. 그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게 권감각 콘텐츠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딴짓을 하면서 봐도 내용이 귀에 쏙쏙 들어와요.

타고난 언변을 무시할 순 없어요(웃음). 유튜브를 운영한 지 2~3년 정도 되다 보니 특유의 ‘쪼’(촬영용 억양과 톤)가 생기기도 했고요. 그리고 누구나 언젠가 겪을 수 있는 사연을 다루니 진입장벽이 낮은 것도 한몫하죠.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겠네요.

최근에 한 20대 여성분이 아버지의 외도 사연을 보냈어요. 아버지 외도 사실을 어머니보다 먼저 알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묻는 내용이었죠. 지금은 돌아가셔서 할 말은 없지만 저희 아버지도 참 ‘콘텐츠’가 많은 분이셨거든요(웃음). 저도 딸의 입장이고, 남 얘기 같지 않았죠. 그래서 당사자의 답변이 궁금해 저희 어머니에게 출연 요청을 했어요.

구독자의 반응은 어땠나요.

영상이 게시되고 댓글이 많이 달렸어요. 특히 “저희 집도요”라며 공감하는 내용이 많았어요. 몇몇 구독자는 자기 사연을 길게 댓글로 쓰며 제보자에게 “힘내라” 하기도 했어요. 마음이 뭉클해지더라고요.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 서로 위로받을 수 있겠다 싶었죠.

1명의 고민 상담이 많은 이에게 도움을 주는군요.

이번 영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나니, 경험자를 직접 찾아가 조언을 구하는 고민 상담 콘텐츠를 진행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여러 사연 중에는 제가 답할 수 없는 내용도 정말 많거든요. 예를 들면 ‘이혼하고 너무 힘들다’ 같은 거요. 겪어보질 않았으니 뭐라 말할 수가 없죠.

“너 정말 가성비 있게 산다.”

권 씨가 주로 진행하는 가사노동 콘텐츠.

권 씨가 주로 진행하는 가사노동 콘텐츠.

유튜브를 시작한 지 3년째, 튼튼한 구독자층을 확보한 그를 두고 주변에서 하는 말이다. 그는 “빨래 개면서 20만 가까이 구독자를 모으는 게 쉽지는 않다”며 머쓱하게 웃으면서도 “유튜브 생태계에선 선택받은 장점을 장기로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부담 없이 콘텐츠를 시도하고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은 주제를 제대로 챙기라는 의미다.

유튜브 시작할까, 고민하는 주부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다면요.

예전에 주부들이 부업 겸해서 블로그를 많이 했잖아요. 그에 비해 유튜브는 진입장벽을 높게 느끼더라고요. 영상 장비, 기술, 내용 이런 걸 생각해서요. 저도 시작할 땐 핸드폰 카메라 하나로 찍었어요. 그 후로도 중고로 구매한 소니 카메라가 전부고요. 콘텐츠는 별다른 기술 없이 ‘빨래 개며 수다 떨기’죠. 대부분 자신이 무엇을 잘해낼지 몰라요. 처음부터 완벽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여러 시도를 하다 보면 알고리즘 간택을 받는 일이 생길 거예요. 그게 장점인 거죠. 너무 고민하지 말고 일단 시작해보세요.

#권감각 #아줌마 #유튜브 #여성동아

사진 조영철 기자
사진출처 유튜브 ‘권감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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