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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언제나 당당함을 잃지 마세요” 1세대 뷰티크리에이터 다영

이진수 기자

2023. 01. 31

미혼 시절부터 결혼, 출산, 육아에 이르기까지 인생 일대기를 유튜브 플랫폼에 새기게 된 다영. 남편이자 일상 크리에이터인 ‘무파사’와 함께 부부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메이크업 튜토리얼부터 브이로그까지 그간 남겨온 발자취는 ‘공유의 즐거움’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콘텐츠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가로 영상을 찍고 있으면 “혹시 유튜브 하세요?”라고 흔히들 물어본다. 지금은 유튜버가 하나의 신종 직업이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SNS가 직업이 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었다. 뷰티 크리에이터 다영(본명 김다영)은 “유튜브가 뭐예요?”라는 질문이 만연하던 시절부터 콘텐츠를 제작해온 1세대 크리에이터다. 2013년 11월 유튜브 세계에 ‘다영’ 채널이 첫 등장했으니 말이다.

다영이 유튜브를 운영할 당시 미국의 세계적인 뷰티 유튜버 ‘미셸 판’의 영상이 SNS에서 회자되며, 해외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유튜버라는 직업이 알려졌다. 2014년 2월 다영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사슴 캐릭터 ‘밤비’를 모티프로 한 메이크업 영상을 찍어 올렸는데, 해당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어느덧 유튜브계 고인물(?)이 된 다영. 그의 채널에는 각종 메이크업 영상과 일상 브이로그는 물론, 남편 ‘무파사’와의 결혼식 날, 딸 ‘도담이’를 임신하고 출산했을 때의 일상이 빼곡히 담겨 있다. 2016년 3월 남편 무파사가 개인 채널 ‘무파사’를 열어 부부 크리에이터로도 활약하고 있다. 1월 11일 55만 명의 구독자와 함께 11년째 일상을 기록하고 있는 다영을 만났다.

컴퓨터 앞에서 영상 안으로

다영은 유튜버로 전향하기 전 웹퍼블리셔라는 직업으로 활동했다. 대학교 재학 시절 웹디자인과 코딩을 다루는 웹 퍼블리싱 프리랜서로 활동한 것. 하지만 집 안에서 혼자 일하다 보니 “머리도 감지 않고, 외출도 거의 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이 싫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고민 끝에 그는 2013년 뷰티 블로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블로거의 세계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전문가 뺨치는 사진에 톡톡튀는 제품 리뷰까지, 능력자가 한둘이 아니었던 것. 그 무렵 다영은 ‘동영상을 활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고, 때마침 블로그에는 영상 업로드 용량의 한계가 있어 자연스레 유튜브 플랫폼에 발을 들이게 됐다.

블로그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시작한 건가요.

유튜브는 블로그로 영상 링크를 가져오기 위한 수단이었어요. 초창기에는 영상을 보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그래도 하루에 5000회 정도는 나왔던 것 같아요.



다양한 분야 중에서도 왜 뷰티를 선택했나요.

평소 화장하는 걸 좋아해서 뷰티 제품에 관심이 많았어요. 웹 퍼블리싱과는 완전 다른 걸 해보자고 마음먹고 시작했죠.

이전과 지금, 콘텐츠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예전에는 ‘자몽 메이크업’처럼 한 가지 주제를 잡아서 콘셉추얼한 메이크업을 많이 했어요. 요즘에는 제가 크리에이터 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구독자분들이 자연스러운 모습을 좋아해주세요. 그래서 어떤 콘셉트나 소재를 찾기보다 좋아하는 제품이나 좋아하는 스타일의 메이크업을 포인트 삼아서 만들고 있어요.

당시에는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요즘처럼 흔하지 않았는데요.

5년 차까지 제 직업을 크리에이터라고 정확하게 밝히기 어려웠는데 제가 도담이를 임신했을 때인 2017년 정도부터 스스럼없이 얘기할 수 있게 됐어요. “유튜브 한다” “크리에이터다” 얘기하면 알아봐 주시고, “구독할게요”라고 먼저 선뜻 얘기해주더라고요.

크리에이터 시장이 무척 커졌는데, 체감하나요.

맞아요. 예전에는 유튜브를 일부러 잘 안 봤어요. 저도 모르게 누군가를 따라 하게 될까 봐요. 그런데 최근에는 워낙 많은 분이 유튜브를 하셔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시장조사차 열심히 봐요. 메이크업도 콘셉추얼한 릴스가 유행이에요. 요정 메이크업같이 화려한 모습을 많이들 좋아하더라고요. 브이로그는 정말 일상 속의 일상이라고 “내가 오늘 어떤 카페에서 이걸 시켰는데 ㅇㅇㅇ집보다 더 맛있다” 하면서 소소한 정보를 공유하는데, 좋아해주세요. 그래서 나의 어떤 모습을 소재로 삼아야 할까 고민이 많아요.

부부 크리에이터로 사는 법

남편 무파사(본명 이학석)는 16만 명의 구독자를 뒀다. 두 사람은 2010년 빈티지 쇼핑몰 모델과 사장으로 처음 만났다. 남편이 운영하던 쇼핑몰에 대학생인 다영이 친구 따라 모델에 지원한 것. 그러다 둘은 연인으로 발전했고 남편은 내장 목수, 다영은 웹 퍼블리싱 일을 하다가 5년 열애 끝에 2015년 3월 결혼에 골인했다. 티키타카 완벽한 친구 같은 커플 모습에 부부 팬층 또한 두껍다.

부부 크리에이터이신데,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나요.

장점은 서로 브이로그를 촬영할 때 배려해준다는 거예요. 어느 한 사람이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오케이 촬영하는구나’ 하고 금방 알아채죠. 어디 놀러 가서 촬영하면 여기저기 다 찍어야 하는데 그런 동선을 다 아니까 불평 안 하고 기다려주는 것도 고맙고요.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촬영 중에 표정이 안 좋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있구나’ 하는 걸 금방 알죠. 단점이 있다면 놀러 가서 같이 즐기지 못한다는 거예요. 누군가는 찍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종종 따로 여행 온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해요(웃음).

무파사 님이 초반에는 유튜브에 대해 부정적이셨다고요.

갑자기 얼굴을 드러내야 하는 삶이 힘들었을 거예요. 어떤 돌발 행동처럼 느껴졌나 봐요.

무파사 님도 만만치 않게 유튜브에 열심이던데요(웃음).

저보다 더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웃음). 최근에는 ‘펀치드렁크파티즈’라는 패션 브랜드를 론칭해서 거기에 전념하느라 유튜버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영상을 안 올리고 있어요.

‘무파사’ 채널이 초반에는 도담이 육아 콘텐츠로 시작했던데요.

남편이 운영하지만 채널명은 ‘도담이 키우기’였어요. 그러다 보니 도담이 일상을 낱낱이 공유할 수밖에 없었죠.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는데, 막상 본인이 유튜브를 해보니 재미있었나 봐요. ‘나만의 채널을 갖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서 돌발 행동을 시작한 거죠(웃음). 그래서 채널 명을 ‘무파사’로 바꾸고 개인 채널을 만들었어요.

부부가 유튜브를 하면 모든 일상이 노출되는데, 불편한 점은 없나요.

전 너무 재미있어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서 구독자분들이 먼저 인사해주시고 하는 게 재밌어요. 물론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죠. 예를 들어 술 마실 때(웃음). 남편이랑 홍대 부근에 있는 술집에 갔는데 종업원분이 저희 팬이라면서 알아보셨어요. 그때 저는 완전히 취해 있었어요. 제가 사인해드렸다는데, 기억이 안 나요. 어느 날 그 식당에 또 갔는데 벽에 제 사인이 걸려 있더라고요(웃음).

도담이랑 같이 GRWM 하는 영상을 봤어요. 엄마를 그대로 따라 하는데 너무 귀엽더라고요.

영상 찍는 걸 좋아해서 저한테 매일 화장 발표하라고 강요해요. 촬영을 발표라고 표현해요. “엄마, 화장 발표 빨리 해라. 나도 화장 발표 하고 싶다”고 하죠. 제 휴대폰에 미공개 영상이 굉장히 많아요.

언제부터 엄마와 아빠가 크리에이터인 걸 인지하던가요.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봐온 거라 딱히 특별할 건 없는데, 유치원 친구들한테 “유튜브에 도담이 검색하면 나 나와~ 너는 없어? 안 나와?”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웃음).

유튜브 채널 하나 열어줘야 할 것 같은데요.

하하. 그 정도는 아니에요. 요즘은 유치원도 아이들 알림장이나 공지 사항, 선생님이 찍어주신 아이 사진을 볼 수 있는 SNS 같은 게 있어요. 집에서 찍은 사진이나 영상도 올릴 수 있거든요. 유치원에서도 그걸 다 같이 본대요. 거기에 도담이 영상을 올려주면 친구들이랑 같이 보는 거죠. 아이가 정말 좋아해요.

도담이가 키즈 크리에이터를 하고 싶다고 하면 시키실 의향이 있나요.

안 시킬 것 같아요. 그럼 제가 다 편집해줘야 하잖아요(웃음). 피곤한 일이 많아질 수 있으니 나중에 아이가 성인이 돼서 하고 싶다고 하면 도와줘야죠.

“언제나 당당함을 잃지 마세요” 다영 채널의 시그니처 문구다.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은 사람들에게 작고 큰 영향을 끼친다. 그는 매일 변화하는 개인의 생각과 가치관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고 한다. 뷰티 크리에이터 김다영, 딸, 엄마, 아내, 뷰티 브랜드 ‘데이퍼센트’와 홈 웨어 브랜드 ‘졸리럼플리’ 대표까지 그 역할만 6가지. 다영은 “많은 여성이 저를 통해 더욱 진취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힙한 엄마의 정석인 것 같아요.

친정 부모님이 도담이를 봐주시는 덕분에 김다영의 모습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일하는 제 모습이 좋고, 또 그런 부분에서 다른 엄마들이나 결혼을 앞둔 여성분들 그리고 출산을 앞둔 분들이 용기를 많이 얻으시는 것 같아요.

2020년에는 화장품 브랜드도 론칭했는데, 사업에 뛰어든 계기가 있나요.

좋아했던 인디 뷰티 브랜드의 스킨 제품이 있었어요. 사실 스킨은 인생템 만나기가 쉽지 않아요. 딱히 신경을 안 쓰게 되는 제품군이고요. 그래서 더 신세계인 거예요. 그 어떤 좋은 세럼, 크림을 써봐도 이 스킨을 못 따라오더라고요. ‘이래서 스킨이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에 제품 홍보를 주위에 엄청 하고 다녔어요. 그러다가 너무 안타깝게 그 브랜드가 없어진 거예요. 비슷한 제품 여러 개를 사봐도 달랐어요. 제품의 전 성분을 알고 있으니 ‘내가 한번 만들어보자’ 해서 출시한 게 데이퍼센트의 젤리 스킨이에요.

지난해에는 홈 웨어 브랜드 ‘졸리럼플리’를 론칭했는데, 조금 의아했어요.

도담이를 임신하고부터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홈 웨어에 관심이 생겼어요. 어느 날,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 후줄근하게 있는 제 모습이 보이는 거예요. ‘이거 안 되겠다’ 싶어서 집에서도 잘 챙겨 입으려고 이곳저곳에서 잠옷을 샀죠. 그랬더니 제품마다 장단점이 보이더라고요. 이후 잠옷도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 해서 2021년 가을부터 1년간 준비했어요. 한 해에 반팔 잠옷, 긴팔 잠옷 이렇게 두 번 정도 출시할 생각이에요.

역할을 다 해내려면 하루가 바쁘겠어요.

버거울 때도 있긴 한데 스트레스를 잘 털어내는 성격인 것 같아요. 유튜브가 힘들면 브랜드 운영에 기대고, 도담이를 키우고, 조금씩 각자 일들에 기대면서 환기하죠. 본능적으로 역할 회전을 잘하는 것 같아요.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라는 직업이 다영 님에게 잘 맞는 것 같나요.

맞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질문에 답변하고 소통할 때는 너무 재밌거든요. 그럼에도 인플루언서로 활동하시는 분이 많다 보니까 그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 힘들어요. 다들 트렌드에 너무 밝잖아요.

올해 목표가 대외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거라고요.

원래 브랜드 행사도 잘 안 가고 폐쇄적이었어요. 부담스럽더라고요. 사람 만나는 건 좋은데 저 스스로가 인플루언서인 걸 인정하지 못했는지 행사에 가서 사진을 찍고 예쁘게 꾸며주시는 게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내가 누릴 만한 권한이 있나’라는 생각도 컸고요. 작년 말부터 마음을 고쳐먹고 대외 활동을 잘해보자 결심했죠. MCN 소속사 계약도 이달에 끝나서 2월부터는 혼자 열심히 꾸려나가려고 합니다.

상반기에 재밌는 콘텐츠 기대해도 될까요.

다음 주에 올릴 예정인데요. 제가 그동안 부모님과 같이 지냈고, 결혼 전에는 남편과 잠시 동거를 했어요. 한 번도 혼자 살았던 적이 없어서인지 자취 라이프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하지만 집을 따로 구할 수도 없고, 혼자 사는 분들 브이로그를 보면 너무 부럽더라고요.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나 혼자 산다’ 콘텐츠를 만들어보려고요. 지난주에 첫 편을 찍었어요. 근데 막상 혼자는 못 있겠던데요(웃음). 심심해요. 결국 에어비앤비 주변에 사는 지인들이 1일 동네 친구를 해줬어요. 다음 달에는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게 목표예요.

#유튜버김다영 #무파사 #여성동아

사진 홍태식 
사진출처 다영·무파사 유튜브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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