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잘 살았던 게 맞을까? 내년엔 달라질까?”
크리스마스 종소리가 거리를 메우면 어김없이 뒤숭숭한 마음이 찾아온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에 대한 아쉬움과 다가올 새로운 해에 대한 기대가 교차한다. 장기화하고 있는 코로나19 유행에 각종 참사까지 겹쳐 우울한 마음을 감추기 힘든 요즘이다.
이럴 때일수록 멘털 관리가 중요하다. 연말·연초 정신 건강을 챙기는 방법을 듣고자 10월 15일 서울 관악구 가람정신건강의학과의원을 찾았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를 이끌고 있는 김동욱 회장을 만나기 위해서다. 김 회장은 “연말은 성적표를 받는 시기와 같다”고 말했다.
어떤 의미인가요.
스스로 내가 올해를 잘 보냈는가를 평가하다 보니 그 상황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요. 상황은 개인이 바꿀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상황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그 상황 속의 나, 내 생각을 바꾸는 게 가장 좋아요. 상황을 바꾸려 하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불쾌감’ ‘짜증’ 같은 부정적 감정이 들고 결국 좋지 않은 행동으로 이어져요.
생각을 바꾸는 일,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하나의 상황을 두고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부정적 사고를 이어갈 때가 있어요. 이를 ‘재앙적 사고’ ‘재앙적 불안’이라고 해요. 예를 들면 오늘 이걸 끝내지 못하면 ‘선생님에게 혼이 날 거야. 혼이 나면 친구들이 나를 무시하겠지. 무시당하면 학교에 가기 힘들어져’ 이런 식입니다. 그 생각의 고리를 끊는 게 중요해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또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요. 그 고리를 끊도록 도와주는 게 의사의 역할이고요.
‘나이만 먹는다’는 우울감도 정확히 말하면 ‘생각했던 한 해의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상실감’에서 온 거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거네요.
네. 저는 불안을 갑옷에 비유해요. 제일 좋은 건 단단하지만 가벼운 갑옷이죠. 하지만 사람은 은연중에 단단하면서도 더 무겁고 두꺼운 갑옷을 찾아요. 불안은 정상적인 감정이고, 불안이 있어야 과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어요. 하지만 불안 자체가 지나치게 크고 무거워지면 불안장애·강박·공황·공포 등으로 이어져 본인의 움직임을 방해하게 돼요.
과도한 불안 증세는 어떻게 나타나나요.
사람이 흥분하고 긴장하면 자율신경의 교감신경이 항진돼요. 링 위에 올라가 있는 복싱 선수, 전쟁터에 나간 군인, 막다른 길에 괴한이 서 있을 때와 같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죠.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발에 땀이 나고, 동공이 커집니다. 우리 몸은 그 상황이 실제인지 가짜인지 모르거든요.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만 떠올려도 부신에서 ‘코르티솔(cortisol)’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돼요. 결과적으로 심장도 나빠지고 고혈압의 원인이 되기도 하죠.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현대인이 정말 많아요.
불안을 어떻게 해소하나요.
생각을 없애거나 그 방향을 바꾸는 건 쉽지 않아요. 생각을 의식적으로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방법은 일어나지 않은 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잠자리에 들었는데 잠이 오지 않을 때 ‘오늘 못 한 일을 내일 하려면 일찍 자야 해’라고 되뇌며 잠과 다투는 게 아니라, ‘지금은 자려고 누웠으니 내일 생각하자’는 식으로 들어오는 생각을 밀쳐내는 거예요.
새롭게 도전하는 일에 기대감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를 받았을 때 ‘이 정도면 됐지’ ‘이 정도면 괜찮아’로 스스로를 다독이는 연습이 필요해요. 최악도 최선도 아닌, 일상 수준에서의 작은 성취로도 괜찮다는 마음이요.
미디어가 발달하다 보니 타인과의 비교가 쉬워졌습니다. 목표도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텔레비전을 보면 상상도 못 할 업적을 이룬 사람이 많죠. 하지만 스스로에게 어느 정도의 적당함을 용인해야 해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속 사람들을 보며 자신과 비교하는 습관도 주의해야 합니다. 타인이 오랫동안 준비해 이룬 한순간을 보고 그것만 부러워하면 결국 본인에게 해롭죠. 상대방의 ‘하이라이트’와 비교하면 계속 상실감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코로나19 유행이 어느덧 4년째에 접어듭니다.
사람은 다른 사람을 통해 ‘나’를 인지해요. 사회적 환경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날 찾고, 함께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죠. 사회적 관계를 늘릴수록 본인이 발전하고 확장됐다는 기분을 느껴요. 하지만 수년 동안 그게 제한된 거예요.
성장이 멈췄다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그게 허무함으로 이어졌죠. 그래도 지금은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져서 이전에 알던 사람과 다시 만나기 시작하는 시기인 듯해요. 몇 달 후에는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해가는 시기가 올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해 좋은 뉴스보단 속상한 뉴스가 많았어요. 특히 ‘이태원 참사’는 전 국민에게 충격을 줬습니다.
대표적인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한 스트레스죠. 한국인의 특징은 자꾸만 본인이 노력해서 상황을 해결하려 한다는 겁니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여기서 만들어진 부정적 감정을 본인과 주변에 돌려요. 노력한다고 될 일이 아닌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비난과 원망 조로 자책하거나 남 탓을 하게 되죠.
참사 앞에서 각 개인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상황을 받아들이되 내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제도와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것은 당연해요. 하지만 사회적으로 충격이 큰 부정적 사건에 계속 몰입해 있으면 그게 개인에게는 가장 큰 손실이에요. 수용한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조금 부족해도 나를 받아들이고 소중하게 다뤄주는 게 필요해요. 앞서 말한 재앙적 사고의 끝은 ‘나는 왜 이 모양이지?’라는 자책입니다. 사실 그 기준은 다른 사람이 심은 겁니다. 어릴 때부터 들어온 “넌 왜 그렇게밖에 못 하니”가 남아 있는 거죠. 그 말을 들었을 어린 시절엔 화가 났겠지만 성인이 돼서는 그 기준을 스스로에게 적용하는 거예요. 타인의 기준을 끊임없이 내 기준으로 삼으면 사회·경제적으로 어떤 위치에 놓이더라도 절대 행복해질 수 없어요. 행복은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이 얻을 수 있어요.
타인의 기준이 개인을 불행하게 하는 거네요.
타인이 자신의 기준을 들이대도 자존감이 튼튼한 사람은 ‘저 사람이 문제네’ ‘오늘따라 기분이 안 좋나’ 하고 넘겨요. 문제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죠. 그걸 듣고 마음에 심어두거든요. 특히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그런 채찍질을, 즉 잘못된 방식의 사랑을 받고 큰 경우가 가장 문제죠.
채찍질이 마음에 남는 거군요.
어릴 적 채찍질을 통해서 뭔가를 성취하는 순간엔 잠시나마 타인에게 인정을 받으니 행복했을 거예요. 하지만 그 이후에 성과가 그전처럼 나지 않으면 불행한 삶을 살게 됩니다. 저는 사랑을 초콜릿에 비유하는데, 이런 경우는 성인이 돼서도 초콜릿 줄 사람을 찾아 헤매는 거예요. 말을 잘 듣고 받은 초콜릿이 정말 달았던 기억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늘 공허하고 타인에게 매달려요. 나에게 맞추는 게 아니라, ‘저들에게 어떻게 보여야 초콜릿을 받을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하죠.
타인이 주는 초콜릿에 익숙해진 어른도 행복해질 수 있나요.
내가 나를 인정하는 연습을 해야 해요. 스스로에게 아주 작고 단순한 약속을 하고 이걸 지켜나가면 신뢰가 쌓이죠. 예를 들어 ‘운동을 하겠다’ 약속하고 비가 오는 날도, 하기 싫은 날도 운동하러 나가는 거예요. 그럼 ‘나는 조금 더 어려운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신뢰가 생기겠죠. 그렇게 점점 언제 어디서나 스스로를 배려하고 보호하는 어른이 되는 겁니다.
#김동욱 #정신건강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여성동아
사진 홍태식
크리스마스 종소리가 거리를 메우면 어김없이 뒤숭숭한 마음이 찾아온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에 대한 아쉬움과 다가올 새로운 해에 대한 기대가 교차한다. 장기화하고 있는 코로나19 유행에 각종 참사까지 겹쳐 우울한 마음을 감추기 힘든 요즘이다.
이럴 때일수록 멘털 관리가 중요하다. 연말·연초 정신 건강을 챙기는 방법을 듣고자 10월 15일 서울 관악구 가람정신건강의학과의원을 찾았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를 이끌고 있는 김동욱 회장을 만나기 위해서다. 김 회장은 “연말은 성적표를 받는 시기와 같다”고 말했다.
어떤 의미인가요.
스스로 내가 올해를 잘 보냈는가를 평가하다 보니 그 상황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요. 상황은 개인이 바꿀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상황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그 상황 속의 나, 내 생각을 바꾸는 게 가장 좋아요. 상황을 바꾸려 하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불쾌감’ ‘짜증’ 같은 부정적 감정이 들고 결국 좋지 않은 행동으로 이어져요.
생각을 바꾸는 일,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하나의 상황을 두고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부정적 사고를 이어갈 때가 있어요. 이를 ‘재앙적 사고’ ‘재앙적 불안’이라고 해요. 예를 들면 오늘 이걸 끝내지 못하면 ‘선생님에게 혼이 날 거야. 혼이 나면 친구들이 나를 무시하겠지. 무시당하면 학교에 가기 힘들어져’ 이런 식입니다. 그 생각의 고리를 끊는 게 중요해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또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요. 그 고리를 끊도록 도와주는 게 의사의 역할이고요.
“불안할 땐 의도적으로 생각 밀쳐내야”
한 살 더 먹는 데서 오는 불안도 있습니다.‘나이만 먹는다’는 우울감도 정확히 말하면 ‘생각했던 한 해의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상실감’에서 온 거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거네요.
네. 저는 불안을 갑옷에 비유해요. 제일 좋은 건 단단하지만 가벼운 갑옷이죠. 하지만 사람은 은연중에 단단하면서도 더 무겁고 두꺼운 갑옷을 찾아요. 불안은 정상적인 감정이고, 불안이 있어야 과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어요. 하지만 불안 자체가 지나치게 크고 무거워지면 불안장애·강박·공황·공포 등으로 이어져 본인의 움직임을 방해하게 돼요.
과도한 불안 증세는 어떻게 나타나나요.
사람이 흥분하고 긴장하면 자율신경의 교감신경이 항진돼요. 링 위에 올라가 있는 복싱 선수, 전쟁터에 나간 군인, 막다른 길에 괴한이 서 있을 때와 같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죠.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발에 땀이 나고, 동공이 커집니다. 우리 몸은 그 상황이 실제인지 가짜인지 모르거든요.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만 떠올려도 부신에서 ‘코르티솔(cortisol)’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돼요. 결과적으로 심장도 나빠지고 고혈압의 원인이 되기도 하죠.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현대인이 정말 많아요.
불안을 어떻게 해소하나요.
생각을 없애거나 그 방향을 바꾸는 건 쉽지 않아요. 생각을 의식적으로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방법은 일어나지 않은 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잠자리에 들었는데 잠이 오지 않을 때 ‘오늘 못 한 일을 내일 하려면 일찍 자야 해’라고 되뇌며 잠과 다투는 게 아니라, ‘지금은 자려고 누웠으니 내일 생각하자’는 식으로 들어오는 생각을 밀쳐내는 거예요.
“노력해서 안 되는 일도 있다”
연초를 앞두고 기대감이 커지는 시기이기도 한데요.새롭게 도전하는 일에 기대감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를 받았을 때 ‘이 정도면 됐지’ ‘이 정도면 괜찮아’로 스스로를 다독이는 연습이 필요해요. 최악도 최선도 아닌, 일상 수준에서의 작은 성취로도 괜찮다는 마음이요.
미디어가 발달하다 보니 타인과의 비교가 쉬워졌습니다. 목표도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텔레비전을 보면 상상도 못 할 업적을 이룬 사람이 많죠. 하지만 스스로에게 어느 정도의 적당함을 용인해야 해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속 사람들을 보며 자신과 비교하는 습관도 주의해야 합니다. 타인이 오랫동안 준비해 이룬 한순간을 보고 그것만 부러워하면 결국 본인에게 해롭죠. 상대방의 ‘하이라이트’와 비교하면 계속 상실감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코로나19 유행이 어느덧 4년째에 접어듭니다.
사람은 다른 사람을 통해 ‘나’를 인지해요. 사회적 환경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날 찾고, 함께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죠. 사회적 관계를 늘릴수록 본인이 발전하고 확장됐다는 기분을 느껴요. 하지만 수년 동안 그게 제한된 거예요.
성장이 멈췄다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그게 허무함으로 이어졌죠. 그래도 지금은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져서 이전에 알던 사람과 다시 만나기 시작하는 시기인 듯해요. 몇 달 후에는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해가는 시기가 올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해 좋은 뉴스보단 속상한 뉴스가 많았어요. 특히 ‘이태원 참사’는 전 국민에게 충격을 줬습니다.
대표적인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한 스트레스죠. 한국인의 특징은 자꾸만 본인이 노력해서 상황을 해결하려 한다는 겁니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여기서 만들어진 부정적 감정을 본인과 주변에 돌려요. 노력한다고 될 일이 아닌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비난과 원망 조로 자책하거나 남 탓을 하게 되죠.
참사 앞에서 각 개인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상황을 받아들이되 내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제도와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것은 당연해요. 하지만 사회적으로 충격이 큰 부정적 사건에 계속 몰입해 있으면 그게 개인에게는 가장 큰 손실이에요. 수용한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자신에게 초콜릿 주는 연습해야
행복하게 내년을 맞이하는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조금 부족해도 나를 받아들이고 소중하게 다뤄주는 게 필요해요. 앞서 말한 재앙적 사고의 끝은 ‘나는 왜 이 모양이지?’라는 자책입니다. 사실 그 기준은 다른 사람이 심은 겁니다. 어릴 때부터 들어온 “넌 왜 그렇게밖에 못 하니”가 남아 있는 거죠. 그 말을 들었을 어린 시절엔 화가 났겠지만 성인이 돼서는 그 기준을 스스로에게 적용하는 거예요. 타인의 기준을 끊임없이 내 기준으로 삼으면 사회·경제적으로 어떤 위치에 놓이더라도 절대 행복해질 수 없어요. 행복은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이 얻을 수 있어요.
타인의 기준이 개인을 불행하게 하는 거네요.
타인이 자신의 기준을 들이대도 자존감이 튼튼한 사람은 ‘저 사람이 문제네’ ‘오늘따라 기분이 안 좋나’ 하고 넘겨요. 문제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죠. 그걸 듣고 마음에 심어두거든요. 특히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그런 채찍질을, 즉 잘못된 방식의 사랑을 받고 큰 경우가 가장 문제죠.
채찍질이 마음에 남는 거군요.
어릴 적 채찍질을 통해서 뭔가를 성취하는 순간엔 잠시나마 타인에게 인정을 받으니 행복했을 거예요. 하지만 그 이후에 성과가 그전처럼 나지 않으면 불행한 삶을 살게 됩니다. 저는 사랑을 초콜릿에 비유하는데, 이런 경우는 성인이 돼서도 초콜릿 줄 사람을 찾아 헤매는 거예요. 말을 잘 듣고 받은 초콜릿이 정말 달았던 기억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늘 공허하고 타인에게 매달려요. 나에게 맞추는 게 아니라, ‘저들에게 어떻게 보여야 초콜릿을 받을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하죠.
타인이 주는 초콜릿에 익숙해진 어른도 행복해질 수 있나요.
내가 나를 인정하는 연습을 해야 해요. 스스로에게 아주 작고 단순한 약속을 하고 이걸 지켜나가면 신뢰가 쌓이죠. 예를 들어 ‘운동을 하겠다’ 약속하고 비가 오는 날도, 하기 싫은 날도 운동하러 나가는 거예요. 그럼 ‘나는 조금 더 어려운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신뢰가 생기겠죠. 그렇게 점점 언제 어디서나 스스로를 배려하고 보호하는 어른이 되는 겁니다.
#김동욱 #정신건강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여성동아
사진 홍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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