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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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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부동산 재벌, 방미의 투자 성공기

EDITOR 김지은

2019. 06. 13

1978년 코미디언으로 데뷔해 가수로, 사업가로 변신을 거듭한 방미가 최근 해외에서 부동산 투자를 하며 터득한 노하우를 담은 책을 펴냈다. “누구나 뉴욕 맨해튼의 집주인이 될 수 있다”는 그에게 실전 투자 성공기를 들었다.

인생에 집 한 채가 있다는 것

한국인은 집에 대한 집착이 크다. 수십 년 동안 한국인들에게 공통적으로 축적된 경험상 가장 큰 수익을 남기는 재테크 수단이기도 하지만 단순히 자산 가치로만 따질 수 없는, 마치 인생의 든든한 뒷배 같은 존재감이 있다. 가수, 아니 이제는 글로벌 부동산 투자자가 된 방미(59·본명 박미애)에게도 첫 번째 집은 그런 의미였다. 그는 “인생 재테크 중 집 한 채가 있다는 것은 살아가는 데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 한다. 내 집이 있다는 것은 인생을 펼칠 수 있는 첫 번째 좋은 조건”이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한 방미는 1978년 MBC 공채 코미디언으로 연예계에 데뷔한 뒤 근검절약을 생활화했다. 1980년 가수로 전업해 ‘날 보러 와요’ ‘올가을엔 사랑할 거야’ 등의 히트곡을 남긴 그는 1993년 방송 활동을 접고 미국으로 건너가 부동산 투자와 패션 사업 등으로 2백억원의 자산을 일구고 2007년엔 이 스토리를 바탕으로 ‘종자돈 700만 원으로 부동산 투자 200억 만들기’라는 책을 펴내 화제를 모았다. 이후 다시 미국으로 건너갔던 그가 2019년에는 ‘나는 해외 투자로 글로벌 부동산 부자가 되었다’를 펴냈다. 

방미는 올 초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살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와 미국 뉴욕, LA, 하와이에도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5월 8일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부동산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돈을 벌었다면 투자가 아닌 투기 아닌가?”라는 한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나는 세금을 다 냈고, 노력하지 않고 거저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투기꾼 vs. 투자자

2007년 출간한 첫 번째 책이 재테크 전반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이번에 낸 책에는 그가 해외에서 어떻게 부동산에 투자하고 관리했는지에 대한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5월 13일 그 노하우를 자세히 풀어놓기 위해 ‘여성동아’와 다시 만난 그는 먼저 투자자와 투기꾼을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투자로 얻은 수익은 ‘불로소득’입니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죠. 하지만 그만큼 세금을 많이 냅니다. 그런데 주식은 어떤가요?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주식투자로 얻은 수익에 대해 거의 세금을 부과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주식은 ‘투기’가 아닌 ‘투자’라고 이야기하더군요. 생각해보세요. 저처럼 나이 든 사람이 언제까지 노동을 해서 생계를 이어갈 수 있을지. 대부분은 그런 이유로 불로소득 창출이 가능한 부동산에 투자하는 거 아니겠어요? 물론 아무런 노력 없이 단발성으로 아파트 분양권을 샀다 팔았다 하며 차익을 얻는 것은 투기입니다. 남의 돈으로 부동산을 사고팔아 수익을 남기는 것도 투기입니다. 하지만 부동산으로 돈을 벌면 무조건 투기꾼일까요? 정당하게 모은 종잣돈으로 투자를 하고 수익에 대한 세금까지 모두 내는 사람을 투기꾼으로 몰아서는 안 됩니다. 뭐가 투기고 뭐가 투자인지는 생각을 해보자는 이야깁니다.”



인생에 공짜는 없다

부동산을 투기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저 쉽게 누군가 나의 자산을 불려주기만을 바란다. 남들이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렇게 따라 하기만 해도 돈을 벌 수 있는 줄 안다. 하지만 인생에 공짜는 없다. 그 역시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1978년 MBC 코미디언으로 연예계에 첫발을 내디딘 그에게 돈은 쓰는 것이 아닌 악착같이 모아야 하는 대상이었다. 노래 ‘날 보러 와요’가 히트를 치며 여기저기서 그를 찾을 때도 그는 버스비가 아까워 서울 종로구 명륜동 집에서 당시 중구 정동에 있던 MBC 방송국까지 걸어 다녔다. 그렇게 푼돈을 모으고 첫 영화 출연료로 받은 목돈을 합해 대전 유성온천 근처 과수원 땅을 샀다. 그것이 그의 첫 번째 투자였다. 

물론 그 땅이 그에게 당장 수익을 안겨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부동산이 무엇이며 어떻게 경제가 흘러가는지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게 된 계기였던 것만은 확실하다. 이후부터 그는 말 그대로 ‘발품’을 팔아가며 부동산 투자에 필요한 공부를 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에 거주하는 부동산 자산가란 소문이 국내에 파다했을 때도, 미국으로 건너가 사업가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을 때도 가만히 앉아 돈을 거둬들이리란 기대를 한 적이 없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의 말만 덥석 믿고 밑도 끝도 없는 투자를 하거나 ‘어디가 개발된다’는 소문만 믿고 몰려다니며 남들 다 하는 투자를 해본 적도 없다. 딱 한 번, 지인의 말에 속아 한순간에 10억원이라는 큰돈을 날린 경험이 그에게는 뼈아픈 교훈이 되었기 때문이다. 

“건강한 투자는 목돈을 만들기 위해 전력을 쏟는 데서 시작됩니다. 목돈을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는 것은 돈을 불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거든요. 1천만원을 갖고 가만히 앉아서 수십억으로 불릴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사기꾼이거나 사기꾼의 타깃이 될 사람들입니다. 저도 과거 그런 말에 속아 10억원을 날린 적이 있습니다. 내막이야 어찌 되었건 제 잘못이 가장 컸습니다. 큰돈을 빨리, 많이 준다는 말에 귀가 팔랑거려 ‘어우, 그런 게 있나 보다’ 하고 신이 났었죠. 그게 무슨 건강한 투자입니까. 철이 없었던 거죠.” 

그는 목돈을 만드는 것을 계단을 오르는 과정에 비유했다. 계단을 가장 잘 오르는 방법은 한 계단 한 계단 찬찬히 발을 내딛는 것이다. 한 번에 세 계단, 아홉 계단을 오를 수 있다는 허황된 말에 현혹되는 것은 사기꾼 심보일 뿐이다.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발품’을 파는 방식이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던 때는 무조건 현장을 돌아다니며 주변 환경과 입지, 교통 등을 꼼꼼히 따져보았지만 이제는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으로 발품을 대신한다. 그리고 수집한 정보에서 옥석을 가려내어 타깃에 대한 ‘확신’이 생긴 다음 직접 현장을 둘러본다.

미국은 부동산 투자를 장려하는 나라

방미가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운영하던 주얼리 숍.

방미가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운영하던 주얼리 숍.

그가 해외 투자, 특히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 시장을 권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그 첫째는 가격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론과 부동산 위기론이 나돌고 있지만 뉴욕, LA, 하와이 등 그가 눈여겨보았던 지역의 부동산들은 한국에 비해 가격 면에서는 훨씬 저렴하고 주거 환경이나 투자 가치 면에서는 월등했다. 정확히 말하면 해외의 부동산이 저평가되었다기보다 한국의 부동산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00년 미국 뉴욕에서 처음으로 구입한 트럼프 플레이스를 예로 들었다. 센트럴파크 서쪽 허드슨강을 끼고 있는 트럼프 플레이스는 공원 등 휴식 공간과 줄리어드 음대, 컬럼비아대 등 훌륭한 교육기관이 인접해 있으며 링컨센터 등의 문화시설과도 접근성이 좋아 부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건물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당시 그가 구입한 로열층의 가격은 32만 달러(약 3억8천만원)에 불과했다.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의 시세는 1백만~1백30만 달러(약 12억~15억5천만원)로, 서울에서는 그 가격에 그만한 입지를 갖춘 매물을 구하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두 번째는 세금이다. 한국의 부동산은 웬만큼 가격이 올라도 세금으로 나가는 비용이 만만찮아 실질적으로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상당한 차액을 남겨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미국은 정책적으로 부동산 투자를 장려하고 있어 세금 부담이 훨씬 적다. 일단 취득세와 등록세가 없으며, 판매한 부동산 가격에 비해 새로 구입한 부동산의 가격이 높으면 재투자 장려 차원에서 양도세도 면제다. 재산세는 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0.1~0.4% 수준, 부동산 중개수수료의 경우 부동산을 판매하는 사람에게만 0.3~0.6% 수준으로 부과되어 부담이 적다. 

세 번째는 선진화된 거래 시스템이다. 뉴욕의 경우 부동산 거래 시 반드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고, LA나 하와이에서는 부동산 에이전트를 끼고 거래를 하도록 돼 있다. 이들 변호사나 에이전트는 부동산 거래에 따른 서류를 검토하고 잔금을 치를 때까지 거래 당사자의 자산을 보호하는 역할도 담당하기 때문에 안전한 거래가 가능하다. 

물론 무턱대고 해외 부동산에 손대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이다. 부동산 중개업자, 변호사, 에스크로(구매자와 판매자 간 신용관계가 불확실할 때 제3자가 상거래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개를 하는 매매 보호 서비스) 회사 등 믿을 만한 전문가를 만날 때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하며 꾸준히 공부하고 정보를 수집해나가는 것이 우선이다. 부동산 투자는 언제나 장기전이다. 미국에서는 여행비자만으로도 집을 구입할 수 있고, 국내 귀국 후에도 소유할 수 있으며, 구입가에 대한 한도도 없다.

국내 투자와 해외 투자, 기본은 같다

“국내건 해외건 부동산은 경제 상황이나 정부의 정책, 사회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이니만큼 매일 경기 동향과 시장의 흐름을 파악해야 합니다. 부동산 투자에 성공하고 싶다면 땅이나 건물만 보러 다닐 것이 아니라 환율과 주식 시장을 체크하고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읽어나가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그가 투자자들에게 강조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주변 환경, 특히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수준을 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학군을 따지지 말라는 것이다. 

“정말로 돈 많은 자산가들은 서울 강남의 압구정동이나 청담동에 살지 않습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이라 낡고 오래된 아파트나 주택이 대부분이거든요. 그렇게 주거 환경이 열악한 곳에 비싼 돈을 주고 전세나 월세를 살면서 ‘학군’ 이야기를 합니다. 위치가 좋고 패셔너블한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도 하고요. 그런데 실제 제가 이 지역을 지나다 보면 주민들 간에 분위기가 험악한 곳들이 있어요. 이런 곳들을 정말 좋은 투자처라 할 수 있을까요?” 

그는 요즘 유튜브 채널 ‘BangmeTV’를 운영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기존 크리에이터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구독자 수에 연연하거나 인기를 끌기 위해 이런저런 자극적인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댓글도 모두 막아두었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일일이 신경 쓰며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아서다. 

“저는 부동산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분들보다 다양한 실전 노하우를 갖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들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해줄 수 있다는 뜻이죠. 유튜브를 통해 돈을 벌거나 인기를 끌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제가 알고 있는 정보, 저만의 노하우를 소개하고 싶은 거예요. 이제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인생을 즐기며 살고 싶어요.”

기획 김지영 기자 사진 홍태식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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