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스로의 페르소나가 되다

영화 ‘페르소나’ 제작 발표회.
이번 작품에서는 감독들의 눈에 비친 가수 아이유 또는 배우 이지은, 그 안에 감춰졌던 인간 이지은의 모습을 그린다. 이지은이라는 존재 자체가 감독들의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뮤즈이자 즐거운 상상의 원천이 된 것이다.
“낯을 가리는 편인데도 첫 미팅 자리에서부터 편하게 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합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 분의 감독님이 저를 다각도로 해석해서 네 가지 캐릭터를 만들어주셨는데, 단기간에 네 가지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던 도전은 정말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작업이었어요.”
작업 과정에 만족감을 드러내면서도 이지은은 “이번 프로젝트가 제작발표회까지 가질 정도로 세간의 주목을 받는 큰 작업이 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넷플릭스를 통한 공개도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오히려 흥행에 대한 부담 없이 ‘단편영화 네 편을 찍는다’ ‘좋다’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작업에 임할 수 있었다고. 또한 개봉관을 잡기 쉽지 않아 널리 알려지기 어려운 단편영화가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만나 대중에게 오래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로 남게 된 점 역시 큰 행운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집요한 집착의 화신, ‘러브세트’

#섬뜩한 팜파탈, ‘썩지 않게 아주 오래’

“사실 네 작품 중 가장 어려웠어요. 아주 독특하고 자유분방한, 제가 만나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영화나 책을 통해서도 접하지 못한 캐릭터였거든요. 그래서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은’에게 반한 남자 역은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 박해수가 맡았다.
#천진난만한 사춘기 소녀, ‘키스가 죄’

이지은은 “전고운 감독님과의 작업 방식이 가장 독특했다”고 회상했다. 즉흥적으로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촬영 방식에 익숙해지기 위해 이지은은 함께 출연한 배우 심달기와 독특한 훈련 과정을 거쳐야 했다. “대본을 보고 읽는 리딩 연습보다 상대와 얼굴을 마주 보면서 말을 해라, 상대의 상태를 읽어내라 등등의 훈련을 많이 시키셨어요. 그런 식으로 하다 보니 달기 씨와 단번에 훅 가까워진 거 같아요. 연기를 그렇게 이끌어내신다는 게 정말 놀라웠죠. 편안함 속에서 진짜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이었어요.”
#이별과 죽음 앞에서도 담담한 ‘밤을 걷다’


네 편의 작품 속 어느 캐릭터도 지금까지 알던 익숙한 그의 모습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 네 명은 모두 이지은과 똑 닮은, 여전한 이지은이다.
‘페르소나’ 제작자는 윤종신

3월 27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윤종신은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6~7년간 운영했고 음반 기획과 프로듀싱을 20년 넘게 해오면서 ‘이런 걸 사람들이 좋아할까?’라는 답 없는 고민을 할 때가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으로 일하기 시작하면 답을 구할 수 없을뿐더러 ‘사람들이 좋아할 확률이 높은 안전한 것만 찾는 업자가 될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언제부턴가 ‘에이, 이거 안 돼. 사람들이 안 좋아해’ 같은 말을 회사의 금기어로 정했다”고 털어놓았다.
“어느 날 감독님들의 단편영화를 봤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15~20분이 훌쩍 가더군요.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런 작품을 본다면 많은 사람이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님들의 창의력,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단편영화를 찍을 때 더 많이 드러나는 것 같더군요.”
이번 작품도 스스로가 금지시킨 ‘되겠어?’라는 고민을 걷어낸 덕에 탄생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극장에서 상영되는 일도 극히 드문 ‘단편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데는 ‘사람들의 재미’보다 ‘내가 재밌으니까 해보고 싶다’가 더 컸다.
중요한 것은 ‘누구를 페르소나로 할 것인가’였다. 윤종신은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할 당시만 해도 이지은은 아예 물망에도 없던 배우였다”고 했다. 이지은을 생각해낸 사람은 미스틱엔터테인먼트의 조영철 대표였다. 조 대표가 과거 음반 프로듀서로 활동하면서 본 가수 아이유의 똘망똘망한 눈빛을 떠올렸을 때 윤종신은 비로소 고민을 내려놓았다.
“시대의 아이콘이 된 사람은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잃어버릴 것들이 많습니다. 자신의 만들어진 이미지를 깼을 때 감당해야 할 것들이 많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이지은은 참신한 시도를 제안해볼 만한 아이콘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보다 보수적이고 견고한 틀을 가진 가요계에서 아이유는 드물게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티스트이자 시대의 아이콘으로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기획 김지영 기자 사진 김도균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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