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사람보다 안 본 사람이 더 많은 거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이 드라마 이야기를 꼭 해야겠다. 해강(김현주)과 진언(지진희)의 사랑, 정의를 위해 싸우는 독고용기(김현주)와 백석(이규한)의 용기, 악착같이 사랑받고 싶은 ‘태양의 집’ 아이들. 이들은 결국 현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니까.
1 불륜일까, 아닐까
‘애인있어요’는 기억을 잃은 여자가 증오했던 남편과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남편의 불륜, 시댁 식구의 음모, 기억상실, 출생의 비밀, 쌍둥이 동생과의 뒤바뀐 삶, 애인이 있는 전남편과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 전개는 막장과 불륜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의 소감은 “불륜도 막장도 아니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드라마 ‘해피투게더’ ‘로망스’ ‘반짝반짝 빛나는’ 등을 집필한 탄탄한 필력의 배유미 작가는 ‘애인있어요’에 등장하는 인물 각자에게 비하인드 스토리를 부여했다. 고아인 설리(박한별)는 시인 백준상(최정우)이 꾸려나가는 ‘태양의 집’에서 자랐다. “한번 버려진 경험이 있는 사람은 또다시 버려질까 두려워 악착같이 사랑에 매달린다”는 극 중 대사처럼 그녀는 스탠퍼드 대학이 탐내는 인재임에도 오로지 최진언의 사랑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다. 진언의 이복누나인 최진리(백지원)는 아버지 최만호(독고영재)와 새엄마 홍세희(나영희)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천년제약을 차지하려는 욕망으로 발현되는 인물이다. 아버지가 미스코리아 출신의 젊고 예쁜 여자와 불륜에 빠지는 바람에 엄마가 병을 얻어 죽었다고 믿는 그녀는 일생을 복수의 칼날을 갈며 살아왔다.
무엇보다 기존의 불륜 드라마가 남편 혹은 아내의 외도로 가정이 풍비박산 나고 피해자가 더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사는, 권선징악적 스토리가 주를 이루는 반면 이 작품에서는 불륜이 직접적 이혼 사유가 아니다. 아이의 죽음으로 부부가 갈등을 겪고 이혼을 선택하지만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끝까지 남아 있다. 진언만을 바라보는 설리, 해강을 첫사랑 독고용기인 줄 착각하고 극진히 아끼는 백석 모두 진언과 해강 부부의 사랑에 속만 끓인다. 불륜녀, 불륜남이라기보단 유부남을 짝사랑하는 여자, 유부녀인 줄 모르고 짝사랑하는 남자다.
2 1인 3역, 그리고 배우 김현주의 화양연화
여주인공 김현주는 첫 방송부터 주인공 해강과 쌍둥이 동생 독고용기의 대조적 캐릭터를 섬세한 내면까지 빈틈없이 소화해내고 있다. 올해로 데뷔 20년 차인 김현주는 극의 초반 아이를 잃은 비통함으로 냉혈한이 된 변호사 도해강과, 천년제약의 비리를 고발하려다 죽임을 당한 애인을 대신해 끝까지 회사의 비리를 밝혀내려 고군분투하는 독고용기를 흔들림 없이 연기하며 “역시 김현주”라는 감탄사를 연발케 했다. 최근에는 사고로 기억을 잃고 쌍둥이 동생 독고용기로 살아가는 해강의 또 다른 모습을 실감나게 연기해내고 있다. 1인 2역이 아니라 3역인 셈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드라마 제목을 치면 ‘애인있어요’의 김현주에 빠진 사람들의 사연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20년을 배우로 살아왔으니 팬이 많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이제 와서 새삼 팬이 되었다는 사람들이 많아진 건 재밌고도 놀라운 일이다.
3 천년제약의 음모, 여기에 맞서는 용기
드라마는 사랑을 향해 달려간다. 그런데 이들의 사랑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세상을 위해 지켜야 할 ‘용기’가 필요하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주인공 해강의 쌍둥이 자매 ‘독고용기’를 쫓는 이유다.
진언의 아버지 최만호의 제약회사 천년제약에서 일하던 독고용기는 같은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애인이 회사 비리를 밝히려다 목숨을 잃으면서 새로운 운명과 맞닥뜨린다. 그녀는 납치를 당하고 목숨을 위협받으면서도 진실을 밝히려 애쓰지만, 진실을 향해 용기를 내는 일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그런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발 동동 구르며 기다리던 할머니 남초록(강부자) 여사는 끝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내가 가만있으라 했잖여. 그저 쥐 죽은 듯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살 수는 있다고!” 하지만 용기는 가만있을 수 없었다. 살아갈 힘을, 이유를 찾기 위해 반드시 용기를 내야 했으니까.
사고로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채 독고용기로 살아가는 해강은 스무 살 풋풋했던 시절의 밝고 씩씩한 해강으로 돌아간 상태다. 동생의 이름처럼 한 발 한 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용기를 내고 있는 그녀에게는 비록 피를 나눈 형제자매는 아니지만 그 이상으로 사랑스럽고 든든한 동생들(태양의 집 아이들)도 생겼다. 천년제약의 며느리로 살아가기 위해 아등바등 하던 때는 결코 느끼지 못했던 행복감이다. 기억이 돌아오면, 그녀는 이 달콤한 행복의 순간을 뿌리치고 다시 가시밭길 같은 사랑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
중반부를 향해가고 있는 드라마는 독고용기가 사실은 해강임을 확신하는 진언과 설리, 죽은 줄 알았던 해강이 살아 있음을 직감하게 되는 가족들, 독고용기인 줄만 알았던 사람이 해강일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 백석의 관계가 얽히고설키면서 또 한 번 파란을 예고한다. 여기에 악의 축으로 지목되는 천년제약의 사위 민태석(공형진)의 동생 민규석(이재윤)이 이튼 칼리지를 졸업한 유능한 의사로 등장하면서, 천년제약이 개발한 위장병 치료제 푸독신의 부작용 관련 비리를 밝혀줄 중요한 열쇠를 쥐게 될 것으로 보여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 사진 · SBS 제공
■ 디자인 · 이지은
1 불륜일까, 아닐까
‘애인있어요’는 기억을 잃은 여자가 증오했던 남편과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남편의 불륜, 시댁 식구의 음모, 기억상실, 출생의 비밀, 쌍둥이 동생과의 뒤바뀐 삶, 애인이 있는 전남편과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 전개는 막장과 불륜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의 소감은 “불륜도 막장도 아니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드라마 ‘해피투게더’ ‘로망스’ ‘반짝반짝 빛나는’ 등을 집필한 탄탄한 필력의 배유미 작가는 ‘애인있어요’에 등장하는 인물 각자에게 비하인드 스토리를 부여했다. 고아인 설리(박한별)는 시인 백준상(최정우)이 꾸려나가는 ‘태양의 집’에서 자랐다. “한번 버려진 경험이 있는 사람은 또다시 버려질까 두려워 악착같이 사랑에 매달린다”는 극 중 대사처럼 그녀는 스탠퍼드 대학이 탐내는 인재임에도 오로지 최진언의 사랑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다. 진언의 이복누나인 최진리(백지원)는 아버지 최만호(독고영재)와 새엄마 홍세희(나영희)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천년제약을 차지하려는 욕망으로 발현되는 인물이다. 아버지가 미스코리아 출신의 젊고 예쁜 여자와 불륜에 빠지는 바람에 엄마가 병을 얻어 죽었다고 믿는 그녀는 일생을 복수의 칼날을 갈며 살아왔다.
무엇보다 기존의 불륜 드라마가 남편 혹은 아내의 외도로 가정이 풍비박산 나고 피해자가 더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사는, 권선징악적 스토리가 주를 이루는 반면 이 작품에서는 불륜이 직접적 이혼 사유가 아니다. 아이의 죽음으로 부부가 갈등을 겪고 이혼을 선택하지만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끝까지 남아 있다. 진언만을 바라보는 설리, 해강을 첫사랑 독고용기인 줄 착각하고 극진히 아끼는 백석 모두 진언과 해강 부부의 사랑에 속만 끓인다. 불륜녀, 불륜남이라기보단 유부남을 짝사랑하는 여자, 유부녀인 줄 모르고 짝사랑하는 남자다.
2 1인 3역, 그리고 배우 김현주의 화양연화
여주인공 김현주는 첫 방송부터 주인공 해강과 쌍둥이 동생 독고용기의 대조적 캐릭터를 섬세한 내면까지 빈틈없이 소화해내고 있다. 올해로 데뷔 20년 차인 김현주는 극의 초반 아이를 잃은 비통함으로 냉혈한이 된 변호사 도해강과, 천년제약의 비리를 고발하려다 죽임을 당한 애인을 대신해 끝까지 회사의 비리를 밝혀내려 고군분투하는 독고용기를 흔들림 없이 연기하며 “역시 김현주”라는 감탄사를 연발케 했다. 최근에는 사고로 기억을 잃고 쌍둥이 동생 독고용기로 살아가는 해강의 또 다른 모습을 실감나게 연기해내고 있다. 1인 2역이 아니라 3역인 셈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드라마 제목을 치면 ‘애인있어요’의 김현주에 빠진 사람들의 사연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20년을 배우로 살아왔으니 팬이 많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이제 와서 새삼 팬이 되었다는 사람들이 많아진 건 재밌고도 놀라운 일이다.
3 천년제약의 음모, 여기에 맞서는 용기
드라마는 사랑을 향해 달려간다. 그런데 이들의 사랑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세상을 위해 지켜야 할 ‘용기’가 필요하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주인공 해강의 쌍둥이 자매 ‘독고용기’를 쫓는 이유다.
진언의 아버지 최만호의 제약회사 천년제약에서 일하던 독고용기는 같은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애인이 회사 비리를 밝히려다 목숨을 잃으면서 새로운 운명과 맞닥뜨린다. 그녀는 납치를 당하고 목숨을 위협받으면서도 진실을 밝히려 애쓰지만, 진실을 향해 용기를 내는 일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그런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발 동동 구르며 기다리던 할머니 남초록(강부자) 여사는 끝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내가 가만있으라 했잖여. 그저 쥐 죽은 듯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살 수는 있다고!” 하지만 용기는 가만있을 수 없었다. 살아갈 힘을, 이유를 찾기 위해 반드시 용기를 내야 했으니까.
사고로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채 독고용기로 살아가는 해강은 스무 살 풋풋했던 시절의 밝고 씩씩한 해강으로 돌아간 상태다. 동생의 이름처럼 한 발 한 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용기를 내고 있는 그녀에게는 비록 피를 나눈 형제자매는 아니지만 그 이상으로 사랑스럽고 든든한 동생들(태양의 집 아이들)도 생겼다. 천년제약의 며느리로 살아가기 위해 아등바등 하던 때는 결코 느끼지 못했던 행복감이다. 기억이 돌아오면, 그녀는 이 달콤한 행복의 순간을 뿌리치고 다시 가시밭길 같은 사랑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
중반부를 향해가고 있는 드라마는 독고용기가 사실은 해강임을 확신하는 진언과 설리, 죽은 줄 알았던 해강이 살아 있음을 직감하게 되는 가족들, 독고용기인 줄만 알았던 사람이 해강일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 백석의 관계가 얽히고설키면서 또 한 번 파란을 예고한다. 여기에 악의 축으로 지목되는 천년제약의 사위 민태석(공형진)의 동생 민규석(이재윤)이 이튼 칼리지를 졸업한 유능한 의사로 등장하면서, 천년제약이 개발한 위장병 치료제 푸독신의 부작용 관련 비리를 밝혀줄 중요한 열쇠를 쥐게 될 것으로 보여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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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SBS 제공
■ 디자인 ·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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