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JU SPECIAL|PART1 제주도 & 스타
톱스타 이효리는 멀리 제주에서도 잔잔한 파고를 일으키고 있다. 어느 것에도 속박당하지 않는 진정한 행복을 찾고있는 덕이다. 자칭 타칭 ‘소길댁’으로 불리는 이효리와 ‘스타’ 방문객들의 리얼 제주 라이프를 취재했다.
지난해 뮤지션 이상순(40)과 결혼해 제주 애월읍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이효리(35). ‘제주식 킨포크’ 삶을 살고 있는 그에게 많은 이들이 열광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기른 채소와 손수 잡은 물고기로 아침상을 차리는 모습이 대중에게 자연주의적 삶이라는 또 다른 동경을 품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블로그 사진 속 이효리 말고, 진짜 제주 속 이효리는 어떤 모습일까. 그의 리얼 제주 생활이 궁금하던 차에 지난 11월 8일 애월읍 카페 하루하나 앞마당에서 펼쳐진 플리마켓 ‘반짝반짝 착한가게’에서 이효리·이상순 부부를 만났다.
아쉽게도 아침부터 주룩주룩 비가 내렸지만 이효리는 남편과 함께 자신들이 직접 농사지은 콩을 팔러 마켓에 나왔다. 정식 오픈 시간은 오후 1시였지만 이효리는 그보다 2시간가량 일찍 나와 장사 준비를 시작했다. 비가 와서인지 두툼한 잠바에 긴 치마를 입은 모습이, 얼핏 봐서는 톱스타 이효리 패션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수수하고 소박했다. 이날 이효리는 또 다른 판매자를 동행했다. 절친으로 알려진 의상 디자이너 스티브J·요니P 부부가 자신들의 옷과 액세서리를 들고 마켓을 찾은 것. 이들은 마켓 한가운데 나란히 좌판을 펼치고 가져온 물건들을 열심히 진열했다. 가장 먼저 이효리는 준비해온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꺼내 ‘소길댁 유기농 콩 1kg 1만원, 2kg 2만원’이라고 가격표를 만들었다. 흰색 깔끔한 포장지에 ‘소길댁’이라는 스티커까지 붙어 있는 콩은 일반 마트에서 팔아도 손색없을 정도로 상품성이 우수했다.
이효리는 장사할 준비를 다 마치자 남편에게 좌판을 맡기고 본격 ‘쇼핑’에 나섰다. 유기농 청국장에 제주 한라산 기슭에서 채취한 나물과 버섯, 유기농 빵과 감귤잼까지 양손 가득 물건을 산 그는 쌀쌀한 날씨에 딱 어울리는 뜨끈한 쌀국수 한 그릇까지 해치우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본격적인 장이 열리자 콩 판매는 이상순이 도맡아했다. “콩 농사가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이상순은 “유기농이라 어차피 약도 치지 않아서 농사랄 게 없었는데, 수확하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 콩 가지를 베고 썩은 콩을 골라내는 데만 일주일이 꼬박 걸렸다. 둘이 쪼그려 앉아 콩 고르느라 온몸이 다 쑤셨다”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콩은 맛이 있냐”고 묻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정말 달고 맛있다. 콩나물 콩인데 밥에 넣어 먹어도 맛있고, 콩나물로 키워도 되고, 삶아서 콩국수 해 먹어도 정말 기가 막히다”며 1kg 콩 한 봉지를 덥석 안겼다. 그러고는 묻지도 않은 말에 “다음번엔 보리농사를 지을 생각”이라며 허허 웃었다.
이효리가 블로그에 공개한 콩 수확 과정 사진을 봐도 초보 농사꾼 부부의 애환이 느껴진다. 이효리는 사진 밑에 “우리 밭엔 돌이 너무 많아 기계가 들어올 수 없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약 1천 평 되는 밭에 약도 치지 않아 콩 반 풀 반. 일일이 낫으로 베려니 막막했지만, 그래도 주변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았다”고 적었다. 콩을 베던 중간 새참으로 막걸리와 비빔밥을 먹는 모습, 다 벤 콩 가지 더미 위에 강아지 순심이·모카와 함께 누워 있는 모습에서 첫 수확의 흐뭇함이 느껴진다.
이날의 콩 판매는 대성공. 1kg짜리 40개는 30분 안에 동이 났고, 2kg짜리 40개도 매진됐다. 스티브J와 요니P는 일명 ‘상순 바지’라 이름 지은 체크 모직 바지를 70% 할인된 가격에 팔았는데, 따뜻하고 편해 올가을부터 이상순이 교복처럼 입고 다녔기 때문이라고.
지난해부터 시작된 ‘반짝반짝 착한가게’ 플리마켓은 올해부터 매달 정기적으로 문을 열었다. 이효리·이상순 부부는 지난 5월부터 딱 한번만 빼고 매달 마켓에 나와 물건을 팔았다고 한다. 그동안은 주로 해외에서 사온 빈티지 옷과 소품들을 내놨는데 이날은 처음으로 ‘파머’ 자격으로 마켓에 참여했다. 플리마켓 주최 측인 카페 하루하나 주인장 김수연 씨는 “이효리 씨 부부는 늘 일찍 나와 준비를 한다. 집에 강아지를 많이 키우다 보니 옷에 강아지 털이 묻었을까 봐 테이프로 일일이 다 떼어내고, 구겨진 옷은 스프레이로 물도 뿌려놓는 등 공을 많이 들인다. 해외에서 비싸게 사온 옷도 여기서는 매우 싼 가격에 내놓는다”고 말했다.
마을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
이날 마켓에는 이효리 이웃인 가수 장필순도 판매자로 참여했다. 장필순은 가방, 옷, 신발 등 본인이 소장하고 있는 물건과 함께 가까운 지인이 만든 종이 공예품을 판매했다. 가수 유열 가족과의 뜻밖의 만남도 이뤄졌다. 아내, 어린 아들과 함께 장터를 찾은 유열은 후배 가수 이효리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고 “가수로 활동할 때도 멋졌지만 이렇게 서울을 떠나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의미 있는 일들을 찾아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마켓은 오후 5시가 넘어 파했다. 보통은 3시간 정도 장이 서지만 이날은 올해 마지막 마켓인 만큼 판매자들도 손님들도 아쉬운 마음에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효리 부부 역시 끝까지 좌판을 지켰다. 보통은 물건이 다 팔리면 조용히 자리를 뜨곤 했다는데 이날은 지인들과 함께 옆 판매자들하고 얘기를 나누는 등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그동안 이효리·이상순 부부의 제주 생활을 옆에서 지켜본 한 지인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자신들의 유명세 때문에 혹여나 마을에 폐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더욱 자신들을 낮추고 제주의 삶과 문화에 동화되려 애쓴다고. 이들이 농사를 짓고, 그 수확물을 마을 사람들과 나누는 것 역시 이런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아름답지만 사유하려 하지 않고, 제주의 자연과 사람 그리고 정서에 맞추려는 이효리 부부의 모습이 정감 있게 다가온다.
글·김유림 기자|사진·지호영 기자, 이효리 블로그
톱스타 이효리는 멀리 제주에서도 잔잔한 파고를 일으키고 있다. 어느 것에도 속박당하지 않는 진정한 행복을 찾고있는 덕이다. 자칭 타칭 ‘소길댁’으로 불리는 이효리와 ‘스타’ 방문객들의 리얼 제주 라이프를 취재했다.
지난해 뮤지션 이상순(40)과 결혼해 제주 애월읍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이효리(35). ‘제주식 킨포크’ 삶을 살고 있는 그에게 많은 이들이 열광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기른 채소와 손수 잡은 물고기로 아침상을 차리는 모습이 대중에게 자연주의적 삶이라는 또 다른 동경을 품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블로그 사진 속 이효리 말고, 진짜 제주 속 이효리는 어떤 모습일까. 그의 리얼 제주 생활이 궁금하던 차에 지난 11월 8일 애월읍 카페 하루하나 앞마당에서 펼쳐진 플리마켓 ‘반짝반짝 착한가게’에서 이효리·이상순 부부를 만났다.
아쉽게도 아침부터 주룩주룩 비가 내렸지만 이효리는 남편과 함께 자신들이 직접 농사지은 콩을 팔러 마켓에 나왔다. 정식 오픈 시간은 오후 1시였지만 이효리는 그보다 2시간가량 일찍 나와 장사 준비를 시작했다. 비가 와서인지 두툼한 잠바에 긴 치마를 입은 모습이, 얼핏 봐서는 톱스타 이효리 패션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수수하고 소박했다. 이날 이효리는 또 다른 판매자를 동행했다. 절친으로 알려진 의상 디자이너 스티브J·요니P 부부가 자신들의 옷과 액세서리를 들고 마켓을 찾은 것. 이들은 마켓 한가운데 나란히 좌판을 펼치고 가져온 물건들을 열심히 진열했다. 가장 먼저 이효리는 준비해온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꺼내 ‘소길댁 유기농 콩 1kg 1만원, 2kg 2만원’이라고 가격표를 만들었다. 흰색 깔끔한 포장지에 ‘소길댁’이라는 스티커까지 붙어 있는 콩은 일반 마트에서 팔아도 손색없을 정도로 상품성이 우수했다.
이효리는 장사할 준비를 다 마치자 남편에게 좌판을 맡기고 본격 ‘쇼핑’에 나섰다. 유기농 청국장에 제주 한라산 기슭에서 채취한 나물과 버섯, 유기농 빵과 감귤잼까지 양손 가득 물건을 산 그는 쌀쌀한 날씨에 딱 어울리는 뜨끈한 쌀국수 한 그릇까지 해치우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본격적인 장이 열리자 콩 판매는 이상순이 도맡아했다. “콩 농사가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이상순은 “유기농이라 어차피 약도 치지 않아서 농사랄 게 없었는데, 수확하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 콩 가지를 베고 썩은 콩을 골라내는 데만 일주일이 꼬박 걸렸다. 둘이 쪼그려 앉아 콩 고르느라 온몸이 다 쑤셨다”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콩은 맛이 있냐”고 묻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정말 달고 맛있다. 콩나물 콩인데 밥에 넣어 먹어도 맛있고, 콩나물로 키워도 되고, 삶아서 콩국수 해 먹어도 정말 기가 막히다”며 1kg 콩 한 봉지를 덥석 안겼다. 그러고는 묻지도 않은 말에 “다음번엔 보리농사를 지을 생각”이라며 허허 웃었다.
이효리가 블로그에 공개한 콩 수확 과정 사진을 봐도 초보 농사꾼 부부의 애환이 느껴진다. 이효리는 사진 밑에 “우리 밭엔 돌이 너무 많아 기계가 들어올 수 없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약 1천 평 되는 밭에 약도 치지 않아 콩 반 풀 반. 일일이 낫으로 베려니 막막했지만, 그래도 주변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았다”고 적었다. 콩을 베던 중간 새참으로 막걸리와 비빔밥을 먹는 모습, 다 벤 콩 가지 더미 위에 강아지 순심이·모카와 함께 누워 있는 모습에서 첫 수확의 흐뭇함이 느껴진다.
이날의 콩 판매는 대성공. 1kg짜리 40개는 30분 안에 동이 났고, 2kg짜리 40개도 매진됐다. 스티브J와 요니P는 일명 ‘상순 바지’라 이름 지은 체크 모직 바지를 70% 할인된 가격에 팔았는데, 따뜻하고 편해 올가을부터 이상순이 교복처럼 입고 다녔기 때문이라고.
지난해부터 시작된 ‘반짝반짝 착한가게’ 플리마켓은 올해부터 매달 정기적으로 문을 열었다. 이효리·이상순 부부는 지난 5월부터 딱 한번만 빼고 매달 마켓에 나와 물건을 팔았다고 한다. 그동안은 주로 해외에서 사온 빈티지 옷과 소품들을 내놨는데 이날은 처음으로 ‘파머’ 자격으로 마켓에 참여했다. 플리마켓 주최 측인 카페 하루하나 주인장 김수연 씨는 “이효리 씨 부부는 늘 일찍 나와 준비를 한다. 집에 강아지를 많이 키우다 보니 옷에 강아지 털이 묻었을까 봐 테이프로 일일이 다 떼어내고, 구겨진 옷은 스프레이로 물도 뿌려놓는 등 공을 많이 들인다. 해외에서 비싸게 사온 옷도 여기서는 매우 싼 가격에 내놓는다”고 말했다.
<font color="#333333"><b>(T)</b></font> 이효리가 블로그에 공개한 콩 수확 모습. 초보 농사꾼의 즐거움이 그대로 전해진다. <font color="#333333"><b>1</b></font> <font color="#333333"><b>2</b></font> 올해의 마지막 플리마켓에서 직접 농사 지은 유기농 콩을 판 이효리·이상순 부부. 내년엔 보리농사를 지을 예정이라고 한다. <font color="#333333"><b>3</b></font> 이효리와 이웃사촌인 가수 장필순. 이날 플리마켓에서는 옷과 종이공예품을 판매했다.
마을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
이날 마켓에는 이효리 이웃인 가수 장필순도 판매자로 참여했다. 장필순은 가방, 옷, 신발 등 본인이 소장하고 있는 물건과 함께 가까운 지인이 만든 종이 공예품을 판매했다. 가수 유열 가족과의 뜻밖의 만남도 이뤄졌다. 아내, 어린 아들과 함께 장터를 찾은 유열은 후배 가수 이효리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고 “가수로 활동할 때도 멋졌지만 이렇게 서울을 떠나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의미 있는 일들을 찾아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마켓은 오후 5시가 넘어 파했다. 보통은 3시간 정도 장이 서지만 이날은 올해 마지막 마켓인 만큼 판매자들도 손님들도 아쉬운 마음에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효리 부부 역시 끝까지 좌판을 지켰다. 보통은 물건이 다 팔리면 조용히 자리를 뜨곤 했다는데 이날은 지인들과 함께 옆 판매자들하고 얘기를 나누는 등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그동안 이효리·이상순 부부의 제주 생활을 옆에서 지켜본 한 지인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자신들의 유명세 때문에 혹여나 마을에 폐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더욱 자신들을 낮추고 제주의 삶과 문화에 동화되려 애쓴다고. 이들이 농사를 짓고, 그 수확물을 마을 사람들과 나누는 것 역시 이런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아름답지만 사유하려 하지 않고, 제주의 자연과 사람 그리고 정서에 맞추려는 이효리 부부의 모습이 정감 있게 다가온다.
글·김유림 기자|사진·지호영 기자, 이효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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