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반창꼬’의 괄괄하고 우스꽝스러운 ‘미수’를 닮아 실제 성격이 밝아졌다는 배우 한효주. 그는 “자기중심적으로 사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지 몰랐다. 친구들은 제가 좀 이상해졌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한효주를 만났다. 드라마 ‘찬란한 유산’과 영화 ‘오직 그대만’ 등에서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우는’ 캔디 같은 옷만 골라 입던 그다. “미수가 갑갑했던 한효주 안의 ‘막’을 벗겨내는 자유를 줬어요.”
인터뷰 전 함박눈을 맞으며 사진을 찍던 그는 가녀린 몸을 바르르 떨었다. “자기중심적이고 제멋대로인 캐릭터, 너무너무 통쾌해요.”
그는 영화 속 미수가 전작들과 닮지 않은 캐릭터인 데다 ‘양념’이 많아 탐이 났다고 했다. ‘반창꼬’는 멜로에서 그치지 않고 구조대원들의 촌각을 다투는 치열한 삶과 웃음을 그렸다.
20대 여배우 기근이라는 평가를 받는 요즘 영화계에서 한효주는 주목받는 배우로 꼽히고 있다. 그는 “개성이 강하지 않아 어느 자리에 내놓아도 무던히 어울려서 그런가?”라며 웃었다.
고수와의 호흡에 대해 물었다. 초반 낯가림이 심했지만 상대를 배려하는 배우여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고 그는 말했다.
극 중의 황당한 술버릇도 눈길을 끌었다. “실제 술버릇? 글쎄요. 극과 극이에요. 미친 듯이 울거나 미친 듯이 웃거나. 그렇게까지 되는 날이 별로 없긴 해요. 사실 저는 말이 많은 편도 아니에요.”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청초하고 차분한 이미지.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자 떨어지는 낙엽에도 까르르 웃는 수다쟁이가 됐던 그는 갑작스럽게 딴소리를 했다. “캐릭터가 오래 투영되고 분위기를 잘 타는 편이죠. 사실 아직 전 미수예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끝난 뒤에는 한동안 중전처럼 조용했어요.”
내년 2월까지 영화 ‘감시’를 촬영한다. 잘 웃지 않고 다혈질인 역할을 맡아 짧은 단발로 헤어스타일을 바꿨다. 손가락으로 머리를 굵게 잡아 훌렁 빗어 넘겼다. “다음 인터뷰를 할 땐 산만해지고 시크한 ‘다중(多重)이’로 나올걸요?”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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