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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만수르의 개그 아닌 리얼 라이프

“우리 아들은 스케치북 대신 백마에 그려요”

글·김지은 자유기고가|사진·REX 제공, 만수르 인스타그램, 알 막툼 인스타그램

2014. 10. 31

지금까지 세상에 존재해온 수많은 부자 중 이처럼 독특한 ‘신드롬’을 일으킨 사람이 또 있을까. 세계 최고 부자 만수르를 향한 세간의 관심은 개그 프로그램의 소재로 등장할 만큼 뜨겁다.

만수르의 개그 아닌 리얼 라이프

자신이 구단주로 있는 축구팀 맨체스터 시티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구장을 방문한 만수르. 그가 구단을 인수한 이후 팀의 성적은 날로 향상되고 있다.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Sheikh Mansour Bin Zayed Al Nahyan·44).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국의 왕자이자 아랍에미리트 초대 대통령 ‘셰이크 자예드 빈 술탄 알 나얀’(1918~2004)의 다섯째 아들, 아랍에미리트 부총리, 자산 규모 71조원의 국제석유투자회사 사장이자 아랍에미리트 연방정부 소속 국부펀드인 에미리트투자청 회장, 맨체스터 시티 FC의 구단주,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이자 프리미어리그 공식 스폰서인 바클레이의 최대 주주, 다임러벤츠 최대 주주,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 크라이슬러 빌딩의 소유주, 독일 포르쉐와 폭스바겐 지분 소유….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등 세계 최고 자산가로 알려진 이들을 가볍게 제치고 우리 앞에 혜성같이 등장한 부자 중의 부자 만수르. 하지만 혜성같이 등장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우리에게 그의 행보가 알려진 것이 최근의 일이라는 뜻일 뿐 그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벼락부자라는 의미는 아니다. 앞서 열거한 것처럼 그의 신분과 직책, 보유 자산은 그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이미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었으니, 신이 내린 부자라는 말은 바로 그를 두고 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30조원에 달한다는 개인 재산과 1천조원의 가치를 지닌다는 만수르 가문의 재산도 어디까지나 추정치일 뿐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한 가지 의아한 것은 지금까지 매년 발표되던 세계 최고 부자 순위에서 그의 이름이 등장하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는 점인데, 이는 세계적으로 왕가의 재산은 비밀에 부치거나 부자 순위에서 열외로 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억수르’ 말고 ‘만수르’의 위엄

국내에서 만수르가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것은 KBS2 ‘개그콘서트’에 ‘만수르’라는 풍자 코너가 생기면서부터다. 부자들의 허세를 비꼬는 내용으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큰 반향을 일으켰던 ‘만수르’는 하지만 방영 1회 만에 프로그램 명을 ‘억수르’로 바꾸는 해프닝을 겪어야 했다. 외교적 문제를 이유로 한국석유공사 측이 만수르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내용의 방영을 자제해줄 것을 ‘개그콘서트’ 제작진에 요청했기 때문이다. 만수르의 정치·외교적 입지가 대단하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만수르가 국내에 처음 알려진 것은 2008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 FC를 인수하면서부터다. 맨체스터 시티 인수 당시 “부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말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던 그는 자신의 말이 허세가 아님을 입증이라도 하듯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나갔다. 구단 인수 당시 맨체스터 시티가 지닌 채무 7천3백억원을 한 번에 해결한 만수르는 테베즈, 아데바요르, 산타 크루스, 야야 투레, 발로텔리 등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해 6천억원이 넘는 이적료를 지불했으며, 최근에는 FC 포르투의 엘리아큄 망갈라 영입을 위해 약 5백54억원의 이적료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격적인 것은 이적료만이 아니다. 선수단에 대한 그의 애정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선수들은 그가 제공한 최고급 펜트하우스에 머물며, 구단에서 제공하는 전용기를 타고 이동한다. 현재 맨체스터 시티 구단에는 선수 개인별 경호원과 구단 전속 의사들이 24시간 대기하고 있으며, 영국 최고의 변호사 30명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선수들을 위해 1백억원의 스카우트 비용을 들여 대영제국 훈장을 받은 잉글랜드 최고의 요리사를 구단 전속 요리사로 채용했다. 선수들을 위한 16개의 전용 연습구장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혜택은 맨체스터 시티 팬들에게까지 이어졌다. 전용 구장까지의 이동이 불편하다는 팬들의 말에 구장 앞까지 모노레일을 깔고, 구장 5백여 석에 히터 의자를 설치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덕에 그는 맨체스터 시민들에게도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현재 그는 맨체스터 시티 팬들을 위한 오페라 하우스와 콘서트홀, 카지노, 호텔, 극장, 게임센터 등을 건립할 예정이라고 한다.

최하위권을 맴돌던 맨체스터 시티는 이런 구단 측의 아낌없는 투자를 발판으로 2011~2012 시즌에 이어 이번 2013~2014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룩하며 세계 최강의 팀에 등극했다. 이후 “부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발언이 만수르의 입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구단 인수에 관여한 만수르 측근의 발언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 출처가 어디건 그는 부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 셈이다.

만수르의 개그 아닌 리얼 라이프

1 만수르의 아들이 백마에 페인트 칠을 해 얼룩말을 만들었다. 만수르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2 만수르는 승마를 좋아해 중동 지역에서 열리는 승마 대회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3 두 아들과 함께한 만수르.

국내에는 단편적으로만 알려졌지만 사실 그는 아랍에미리트 내에서 꽤나 존경받는 성실한 정치인이다. 맨체스터 시티 구단의 우승을 축하하는 자리에서도 그는 “맨체스터 시티는 맨체스터 시민을 위한 것”이라는 말로 맨체스터 시민들을 감동시켰다고 한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태어난 그는 아부다비 대학 졸업 후 미국 보스턴의 터프스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고 고국으로 돌아가 정계에 입문했다.

일반적인 부자들이 자신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그는 자신의 일상을 스스럼없이 SNS에 올리고 생각을 공유한다. 그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과 사진을 보면 모범적인 남편, 다정한 아버지로서의 면모가 보인다. 여러 명의 부인을 둘 수 있는 아랍의 전통에 따라 두 명의 부인을 두고 있으며, 두 부인과도 매우 사이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첫 번째 부인은 1994년 결혼한 두바이 공주 셰이카 알리아 빈트 무함마드 빈부티 알 하메드이며, 2005년 결혼한 두 번째 부인은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 아랍에미리트 부통령 겸 국무총리의 딸인 셰이카 마날 빈트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이다.

특이한 사항은 만수르의 둘째 부인이 중동의 여성 사교 클럽인 ‘두바이 레이디스 클럽’ 창시자로서 ‘일중독자’로 불릴 만큼 다양한 대외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에 반해 첫째 부인의 행보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왕족과 친족혼으로 맺어진 첫째 부인은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아랍에미리트의 전통 때문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예술품 컬렉터로 유명한 만수르의 가족은 아트 페어와 예술품 경매장에도 모습을 자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그의 두 번째 부인 알 막툼이 홍콩 바젤 아트 페어에 VIP 자격으로 참석해 눈길을 끈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만수르의 아들이 백마를 스케치북 삼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 인스타그램에 공개돼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사회적 현상으로 떠오른 만수르 효과

만수르 사진을 지니고 다니면 지갑이 두둑해진다? 터무니없는 소리 같지만 의의로 SNS를 통해 만수르의 사진을 공유하거나 휴대전화에 저장하고 다니는 젊은이들이 많다. 만수르의 사진을 아예 프린트해 지갑에 넣고 다니거나 부모와 친지들에게 선물하는 이들까지 있는 걸 보면 ‘만수르 효과’는 개그의 소재 수준을 넘어 ‘신드롬’, 즉 사회적 현상으로까지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그의 행보에 대한 한 네티즌의 평가는 만수르에 열광하는 대중의 속내를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자기 배 불리기에 바쁜 우리나라 재벌들보단 개인의 욕망에 충실하게 이것저것 하고픈 거 하며 사는 만수르가 백배 나은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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