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초,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 예쁜 원피스로 한껏 멋을 낸 귀여운 꼬마숙녀가 “와~ 여기가 어디예요? 예쁘다~”라고 시끌벅적하게 웃으며 등장했다. 이혜승(37) 아나운서의 딸 민하린(6) 양이 엄마의 손을 꼭 잡은 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안녕하세요, 민하린입니다”라고 인사를 한다. 얼핏 봐도 야무진 인상. 역시 그 엄마의 그 딸이다.
이혜승 아나운서가 누구인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나와 SBS 아나운서로 입사한 이후 외대 통역번역대학원을 병행해서 다닐 정도로 일과 공부에 열성이고, 토익 만점의 영어 실력으로 국내에서 동시통역 진행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아나운서다. 이런 뛰어난 실력자를 향해 “엄마가 나보다 영어를 못한다”고 자신 있게 외치는 딸, 이 앙증맞은 외침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하하하. 제가 아이 앞에서 영어를 쓴 적이 거의 없어서 그런가 봐요. 한 사람이 아이를 향해 두 언어를 동시에 사용하는 게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고, 저는 국어만 담당하기로 했거든요. 그럼 영어는 누가 가르치느냐고요? 남편이 하죠. 거의 원어민 수준이거든요.”
“하루에 한 단어, 한 문장을 10분씩”
이혜승 아나운서의 남편 민준기(37) 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나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무엇보다 민병철어학원으로 유명한 건국대 민병철 교수의 아들이다. 이렇게 영어라면 아쉬움 없는 환경에서 자랐으니 하린 양이 일찍 영어에 능숙해진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이혜승 아나운서는 의외의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영어를 담당한 남편이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너무 짧다는 게 문제예요.”
결국 하린이는 평범한 가정의 아이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영어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TV에서 보여준 하린이의 영어 실력은 분명 범상치 않았다. 현장에서 하린이에게 “영어로 이야기해보라”고 청하자 아직 쑥스러운지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이런 딸을 대신해 이 아나운서가 휴대전화에 저장된 동영상을 보여줬다. 동영상 속 하린이의 모습은 더욱 놀라웠다. 엄마가 영어로 질문하자 주저함 없이 ‘중국어’로 대답을 했다. 겨우 여섯 살인 아이가 영어는 기본이고, 중국어까지 능숙하게 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이쯤 되면 언어 신동이 아닐까.
하린이의 현재 영어 실력은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프리 토킹이 가능한 정도라고 한다. 한국어가 100%라면 영어는 70% 수준이라고. 외국어를 한 가지 더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중국어도 배우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공부했기에 이처럼 남다른 외국어 실력을 갖추게 됐는지 더욱더 궁금해졌다.
이혜승 아나운서는 “부모의 관심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어릴 때부터 영어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했다”고 한다.
“하린이는 갓난아기 때부터 영어에 노출시켜왔어요. 하루에 10~20분씩 남편이 영어로 노래를 불러주고 제가 율동을 해줬죠. 남들이 보면 하루에 10분씩 하는 공부가 시시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웃음). 그런데 이게 매일 반복되면 아이가 그만큼 익숙해지는 거잖아요. 그냥 모국어처럼 최대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신경을 썼어요.”
하지만 이들 부부는 아이가 영어보다 한국어를 먼저 배우고 습득하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남편 덕분이다. 아이의 언어 교육 문제로 고민하던 남편은 아동 언어 발달 분야에서 유명한 하버드대 캐서린 스노 교수에게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 “아이에게 외국어 교육을 언제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직접 문의했다. 별 기대 없이 보냈는데 놀랍게도 이틀 만에 답변이 왔다. 캐서린 스노 하버드대 교수는 “아이가 앞으로 가장 많이 쓰게 될 모국어를 제일 먼저 배우는 게 좋다. 영어도 동시에 배우면 좋겠지만, 앞으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쓰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모국어보다 다른 언어를 먼저 가르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답해줬다. 부부는 이 하버드대 교수의 조언대로 아나운서인 엄마가 모국어를 가르치고, 아빠가 조금씩 영어를 가르치는 것으로 해결점을 찾았다.
“엄마들, 영어 못한다고 고민하지 마세요”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늘 바쁜 아빠가 아이에게 직접 영어를 가르쳐줄 시간이 현실적으로 부족했다. 결국 이혜승 아나운서가 시아버지인 민병철 교수의 조언대로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아버님은 영어 책 읽기와 동영상 보여주기를 추천해주셨어요. 그리고 영어 책을 고를 때 꼭 오디오 CD가 함께 있는 것을 선택하라고 하셨죠. 엄마가 한번 읽어준 후 CD를 틀어주라고요. 원어민의 발음을 직접 들어보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특히 아이의 연령에 맞는 교육적인 영어 동영상도 많이 보여주라고 하시더라고요. 대신 혼자 시청하게 하지 말고 부모가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죠.”
평소 손녀를 각별하게 아끼는 민병철 교수의 조언은 하린이의 성향에 딱 들어맞았다. 책상 앞에 앉혀놓고 공부를 하자고 했으면, 지금처럼 영어를 잘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어 동영상을 틀어놓고, 엄마와 함께 캐릭터와 내용을 이야기하다 보니 저절로 아이의 입에서 영어가 흘러나왔다. 더불어 아이가 좋아하는 영어 애니메이션 관련 캐릭터 인형, 책, 교구 등을 활용해서 끊임없이 영어에 노출시키려고 노력했다.
“한국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뽀로로’ 영어 버전을 많이 보여줬고, 외국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페파피그’라는 만화도 자주 보여줬어요. 이 밖에 엄마들에게 인기가 많은 만화 중 영어 버전이 있는 애니메이션을 열심히 찾아봤죠. 만화를 함께 시청해야 아이와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저도 무척 많이 봤답니다.”
흔히 엄마들은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싶은데 본인이 영어를 못하고 발음이 나쁘다고 고민하며 영어 교육 자체에 울렁증을 드러낸다. 이에 대해 이혜승 아나운서는 “요즘에는 좋은 교재가 워낙 많아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아버님이 아이들에게 영어 책을 엄마의 목소리로 읽어주고, 그다음에 오디오 CD로 들려주면 효과가 더욱 좋다고 조언해주셨잖아요. 그러니 엄마가 영어를 못해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아이들은 엄마의 목소리를 더 좋아하니까 오히려 자신감을 가지세요. 게다가 요즘은 영어 책에 오디오 CD가 딸린 것이 많아요. 영어와 한국어로 된 쌍둥이 책을 구입하는 것도 괜찮고요. 펜 형식으로 만들어져 책이나 교재에 찍기만 하면 오디오가 나오는 교구들도 있어서 요즘에는 참 영어 배우기 쉬워졌어요.”
이 아나운서는 아이의 하루 공부 목표를 매우 작게 설정한다. 아이가 처음 영어를 배우기 시작할 때도 하루에 10분만 투자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하린이가 여섯 살이 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루에 한 문장, 노래 한 곡만 한다는 생각으로 영어에 접근한다.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해야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다는 게 엄마의 지론.
“요즘에는 챈트(chant, 연이어 외치는 구호) 형식으로 아이와 대화를 해요. 대화를 그냥 평범하게 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그 평범한 대화를 구호처럼 리듬이나 악센트를 넣어서 하면 아이들이 더 재미있어하거든요. 저도 처음에는 효과가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정말 효과가 있더라고요. 짧은 일상 대화를 영어 그리고 중국어로 바꿔서 리듬감 있게 이야기하니까 아이가 잘 따라 해요. 단,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하면 안 돼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엄마와 언어 놀이를 하는 느낌을 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렇게 일상 대화를 챈트 형식으로 하기 시작했더니, 어느 순간 아이가 알아듣고 말할 수 있는 영어와 중국어 문장이 늘어나 있었다. 인터뷰 초반 기자에게 보여줬던 동영상은 이혜승 아나운서와 하린 양이 챈트로 대화하는 내용이었다. 앞으로는 외국어도 2가지쯤은 해야 할 것 같아 중국어를 시작했는데 다행히 하린이는 중국어 습득도 빨랐다.
“하린이가 영어나 중국어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재미있어해요.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놀이로 하는 거죠. 저도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아서 동요나 기본적인 단어 위주로 접근하고 있어요. 영어나 외국어는 다른 무언가를 하기 위한 ‘도구’잖아요. 그런데 영어 자체만으로 울렁증이나 거부감이 생기면, 그때부터는 전부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언어를 배우는 게 ‘공부’가 아니라 ‘놀이’로 여기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엄마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두 아이, 내 인생의 축복”
이 아나운서는 2012년 5월 둘째를 낳았다. 이름은 민서준(2). 둘째를 낳고 나서 그는 인생에서 또 하나의 행복을 찾았다고 고백한다.
“아이가 둘이 되니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하린이 한 명만 있을 때는 왠지 외롭고 쓸쓸해 보였는데, 지금은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이 예뻐 죽겠어요. 물론 싸우기도 하는데, 그런 모습도 웃음이 난답니다. 가족은 원래 시끌벅적해야 좋은 거잖아요. 둘째 서준이가 우리집 웃음 폭탄이에요.”
서준이가 태어난 후,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하린이가 살짝 질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자기 동생이라고 얼마나 챙기고 예뻐하는지 모른다고. 남편 역시 요즘 서준이의 애교에 푹 빠져 산다. 남편은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밥을 먹이는 일은 잘 못해도, 아이가 좋아할 만한 놀이공원에는 앞장서서 데리고 나간다. 첫째 아이 때는 모르는 게 많고, 정신이 없어서 놓치고 지나갔던 소소한 부분들도 이제는 마음이 여유로워서 그런지 하는 짓마다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두 아이는 제 인생에 큰 축복인 것 같아요. 하린이와 서준이는 나중에 커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보통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이 똑같기 힘들잖아요. 결국 자기 인생을 스스로 행복하게 만드는 그런 아이들이 되기를 꿈꿔요.”
마음으로 믿고 사랑해주는 양가 부모님, 든든하고 믿음직한 남편, 여기에 사랑스러운 딸과 아들. 요즘 이 아나운서는 더 바랄 게 없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일 이외 외부 약속은 절대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이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혜승 아나운서. 그야말로 진정한 행복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아닐까.
이혜승 아나운서가 누구인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나와 SBS 아나운서로 입사한 이후 외대 통역번역대학원을 병행해서 다닐 정도로 일과 공부에 열성이고, 토익 만점의 영어 실력으로 국내에서 동시통역 진행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아나운서다. 이런 뛰어난 실력자를 향해 “엄마가 나보다 영어를 못한다”고 자신 있게 외치는 딸, 이 앙증맞은 외침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하하하. 제가 아이 앞에서 영어를 쓴 적이 거의 없어서 그런가 봐요. 한 사람이 아이를 향해 두 언어를 동시에 사용하는 게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고, 저는 국어만 담당하기로 했거든요. 그럼 영어는 누가 가르치느냐고요? 남편이 하죠. 거의 원어민 수준이거든요.”
“하루에 한 단어, 한 문장을 10분씩”
이혜승 아나운서의 남편 민준기(37) 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나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무엇보다 민병철어학원으로 유명한 건국대 민병철 교수의 아들이다. 이렇게 영어라면 아쉬움 없는 환경에서 자랐으니 하린 양이 일찍 영어에 능숙해진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이혜승 아나운서는 의외의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영어를 담당한 남편이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너무 짧다는 게 문제예요.”
결국 하린이는 평범한 가정의 아이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영어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TV에서 보여준 하린이의 영어 실력은 분명 범상치 않았다. 현장에서 하린이에게 “영어로 이야기해보라”고 청하자 아직 쑥스러운지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이런 딸을 대신해 이 아나운서가 휴대전화에 저장된 동영상을 보여줬다. 동영상 속 하린이의 모습은 더욱 놀라웠다. 엄마가 영어로 질문하자 주저함 없이 ‘중국어’로 대답을 했다. 겨우 여섯 살인 아이가 영어는 기본이고, 중국어까지 능숙하게 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이쯤 되면 언어 신동이 아닐까.
하린이의 현재 영어 실력은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프리 토킹이 가능한 정도라고 한다. 한국어가 100%라면 영어는 70% 수준이라고. 외국어를 한 가지 더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중국어도 배우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공부했기에 이처럼 남다른 외국어 실력을 갖추게 됐는지 더욱더 궁금해졌다.
이혜승 아나운서는 “부모의 관심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어릴 때부터 영어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했다”고 한다.
“하린이는 갓난아기 때부터 영어에 노출시켜왔어요. 하루에 10~20분씩 남편이 영어로 노래를 불러주고 제가 율동을 해줬죠. 남들이 보면 하루에 10분씩 하는 공부가 시시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웃음). 그런데 이게 매일 반복되면 아이가 그만큼 익숙해지는 거잖아요. 그냥 모국어처럼 최대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신경을 썼어요.”
하지만 이들 부부는 아이가 영어보다 한국어를 먼저 배우고 습득하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남편 덕분이다. 아이의 언어 교육 문제로 고민하던 남편은 아동 언어 발달 분야에서 유명한 하버드대 캐서린 스노 교수에게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 “아이에게 외국어 교육을 언제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직접 문의했다. 별 기대 없이 보냈는데 놀랍게도 이틀 만에 답변이 왔다. 캐서린 스노 하버드대 교수는 “아이가 앞으로 가장 많이 쓰게 될 모국어를 제일 먼저 배우는 게 좋다. 영어도 동시에 배우면 좋겠지만, 앞으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쓰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모국어보다 다른 언어를 먼저 가르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답해줬다. 부부는 이 하버드대 교수의 조언대로 아나운서인 엄마가 모국어를 가르치고, 아빠가 조금씩 영어를 가르치는 것으로 해결점을 찾았다.
“엄마들, 영어 못한다고 고민하지 마세요”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늘 바쁜 아빠가 아이에게 직접 영어를 가르쳐줄 시간이 현실적으로 부족했다. 결국 이혜승 아나운서가 시아버지인 민병철 교수의 조언대로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아버님은 영어 책 읽기와 동영상 보여주기를 추천해주셨어요. 그리고 영어 책을 고를 때 꼭 오디오 CD가 함께 있는 것을 선택하라고 하셨죠. 엄마가 한번 읽어준 후 CD를 틀어주라고요. 원어민의 발음을 직접 들어보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특히 아이의 연령에 맞는 교육적인 영어 동영상도 많이 보여주라고 하시더라고요. 대신 혼자 시청하게 하지 말고 부모가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죠.”
평소 손녀를 각별하게 아끼는 민병철 교수의 조언은 하린이의 성향에 딱 들어맞았다. 책상 앞에 앉혀놓고 공부를 하자고 했으면, 지금처럼 영어를 잘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어 동영상을 틀어놓고, 엄마와 함께 캐릭터와 내용을 이야기하다 보니 저절로 아이의 입에서 영어가 흘러나왔다. 더불어 아이가 좋아하는 영어 애니메이션 관련 캐릭터 인형, 책, 교구 등을 활용해서 끊임없이 영어에 노출시키려고 노력했다.
“한국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뽀로로’ 영어 버전을 많이 보여줬고, 외국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페파피그’라는 만화도 자주 보여줬어요. 이 밖에 엄마들에게 인기가 많은 만화 중 영어 버전이 있는 애니메이션을 열심히 찾아봤죠. 만화를 함께 시청해야 아이와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저도 무척 많이 봤답니다.”
흔히 엄마들은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싶은데 본인이 영어를 못하고 발음이 나쁘다고 고민하며 영어 교육 자체에 울렁증을 드러낸다. 이에 대해 이혜승 아나운서는 “요즘에는 좋은 교재가 워낙 많아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아버님이 아이들에게 영어 책을 엄마의 목소리로 읽어주고, 그다음에 오디오 CD로 들려주면 효과가 더욱 좋다고 조언해주셨잖아요. 그러니 엄마가 영어를 못해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아이들은 엄마의 목소리를 더 좋아하니까 오히려 자신감을 가지세요. 게다가 요즘은 영어 책에 오디오 CD가 딸린 것이 많아요. 영어와 한국어로 된 쌍둥이 책을 구입하는 것도 괜찮고요. 펜 형식으로 만들어져 책이나 교재에 찍기만 하면 오디오가 나오는 교구들도 있어서 요즘에는 참 영어 배우기 쉬워졌어요.”
이 아나운서는 아이의 하루 공부 목표를 매우 작게 설정한다. 아이가 처음 영어를 배우기 시작할 때도 하루에 10분만 투자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하린이가 여섯 살이 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루에 한 문장, 노래 한 곡만 한다는 생각으로 영어에 접근한다.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해야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다는 게 엄마의 지론.
“요즘에는 챈트(chant, 연이어 외치는 구호) 형식으로 아이와 대화를 해요. 대화를 그냥 평범하게 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그 평범한 대화를 구호처럼 리듬이나 악센트를 넣어서 하면 아이들이 더 재미있어하거든요. 저도 처음에는 효과가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정말 효과가 있더라고요. 짧은 일상 대화를 영어 그리고 중국어로 바꿔서 리듬감 있게 이야기하니까 아이가 잘 따라 해요. 단,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하면 안 돼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엄마와 언어 놀이를 하는 느낌을 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렇게 일상 대화를 챈트 형식으로 하기 시작했더니, 어느 순간 아이가 알아듣고 말할 수 있는 영어와 중국어 문장이 늘어나 있었다. 인터뷰 초반 기자에게 보여줬던 동영상은 이혜승 아나운서와 하린 양이 챈트로 대화하는 내용이었다. 앞으로는 외국어도 2가지쯤은 해야 할 것 같아 중국어를 시작했는데 다행히 하린이는 중국어 습득도 빨랐다.
“하린이가 영어나 중국어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재미있어해요.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놀이로 하는 거죠. 저도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아서 동요나 기본적인 단어 위주로 접근하고 있어요. 영어나 외국어는 다른 무언가를 하기 위한 ‘도구’잖아요. 그런데 영어 자체만으로 울렁증이나 거부감이 생기면, 그때부터는 전부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언어를 배우는 게 ‘공부’가 아니라 ‘놀이’로 여기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엄마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스튜디오 촬영 중 영어로 대화하면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있는 이혜승 아나운서와 하린 양.
이 아나운서는 2012년 5월 둘째를 낳았다. 이름은 민서준(2). 둘째를 낳고 나서 그는 인생에서 또 하나의 행복을 찾았다고 고백한다.
“아이가 둘이 되니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하린이 한 명만 있을 때는 왠지 외롭고 쓸쓸해 보였는데, 지금은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이 예뻐 죽겠어요. 물론 싸우기도 하는데, 그런 모습도 웃음이 난답니다. 가족은 원래 시끌벅적해야 좋은 거잖아요. 둘째 서준이가 우리집 웃음 폭탄이에요.”
서준이가 태어난 후,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하린이가 살짝 질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자기 동생이라고 얼마나 챙기고 예뻐하는지 모른다고. 남편 역시 요즘 서준이의 애교에 푹 빠져 산다. 남편은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밥을 먹이는 일은 잘 못해도, 아이가 좋아할 만한 놀이공원에는 앞장서서 데리고 나간다. 첫째 아이 때는 모르는 게 많고, 정신이 없어서 놓치고 지나갔던 소소한 부분들도 이제는 마음이 여유로워서 그런지 하는 짓마다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두 아이는 제 인생에 큰 축복인 것 같아요. 하린이와 서준이는 나중에 커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보통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이 똑같기 힘들잖아요. 결국 자기 인생을 스스로 행복하게 만드는 그런 아이들이 되기를 꿈꿔요.”
마음으로 믿고 사랑해주는 양가 부모님, 든든하고 믿음직한 남편, 여기에 사랑스러운 딸과 아들. 요즘 이 아나운서는 더 바랄 게 없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일 이외 외부 약속은 절대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이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혜승 아나운서. 그야말로 진정한 행복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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