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샤를 합시다’는 대도시에서 혼자 살아가는 인물들의 싱글 라이프를 그려내며 깊은 공감을 얻고 있다.
‘1인 가구 3년 차’에 접어든 33세 직장 여성 이수경(이수경), ‘1인 가구 9년 차’로 싱글 생활에 도가 튼 보험왕 출신의 29세 청년 구대영(윤두준), 그리고 이제 막 독립 생활을 시작한 23세 여대생 윤진이(윤소희) 등 같은 오피스텔 주민 싱글 남녀 3명이 등장한다. 드라마는 각각 다른 개성과 연령대의 주인공들을 통해 다양한 싱글 라이프를 디테일하게 묘사한다.
그중에서도 중심은 수경의 이야기다. 빼어난 미모, 변호사 사무실 실장이라는 번듯한 명함을 지닌 그는 얼핏 당당한 골드미스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결혼한 지 6개월 만에 위자료도 없이 이혼한 뒤 빠듯한 월급으로 소박하게 살아가는 여성이다. 직장에서는 상사들의 눈치를 보고, 집에서는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보일러 대신 털모자로 무장하며 겨울을 나는 수경의 모습은 트렌디 드라마 속 싱글 여성 판타지를 완전히 벗어나 있다.
작품은 수경의 리얼한 일상 묘사를 통해 여성이 혼자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묻는다. 남에게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는 성격에다 조직 생활로 스트레스를 받는 수경에게 모든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독립 생활은 자유 그 자체다. 수경의 삶 반대편에는 남편 내조와 두 아들의 육아로도 모자라 시부모까지 모시고 사느라 혼자만의 시간은 꿈도 꿀 수 없는 친구 경미(정수영)의 삶이 있다. 전업주부인 경미에겐 수경의 싱글 라이프가 로망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경에게도 고민은 있다. 이혼 역시 결혼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싱글 여성에게는 남자가 꼭 필요하다는 듯 소개시켜주지 못해 안달인 동료, 이혼녀라는 이유로 쉽게 생각하며 접근하는 남자 등 혼자 사는 여성에 대한 편견은 기혼 여성들의 피곤한 삶 못지않은 스트레스의 원인이다. 극에서 주요 미스터리로 등장하는, 귀가 여성 연쇄 테러 사건 역시 싱글 여성들의 사회적 불안감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극 중 수경의 끊임없는 허기는 그 모든 스트레스와 불안감의 반영이다. 여자 혼자 사는 것의 불편함은 여자 혼자 먹는 일의 불편함과도 같기 때문이다. 기껏 용기를 내 유명 맛집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릴 때 수경에게 쏟아지는 사람들의 시선과, 1인분은 팔지 않는다는 식당 주인의 이야기는 그 불편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경의 허기는 늘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몇 년 전 골드미스들의 화려한 싱글 라이프를 다룬 인기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는 브런치 문화를 유행시켰다. 네 여인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장면들은 모든 여성의 로망이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드라마 속 판타지일 뿐이다. 현실 속의 여성들은 가사에 시달리느라 외출 한 번이 어려운 경미 같은 주부이거나, 혼자인 것이 눈치 보여 대충 끼니를 때우는 수경 같은 싱글 여성인 경우가 더 많다. 결국 여성에 대한 사회적 조건이나 시선이 변하지 않는 한, 싱글이든 기혼이든 현대 여성의 삶은 모두 피곤하다. 이제야 심심했던 이 드라마의 제목이 현대 여성들의 스트레스를 다독여주는 친절한 위로처럼 다가온다.
김선영 씨는…
‘텐아시아’ ‘경향신문’ ‘한겨레21’ 등의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MBC· KBS·S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에서 드라마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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