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피겨 스타 안도 미키가 얼마 전 딸을 출산했다. 큰 사진은 2007 세계선수권대회 시상식 후 촬영한 것이다. 당시 안도 미키가 금메달, 김연아는 동메달을 수상했다.
“지난해 10월쯤 임신 사실을 알았어요. 끝까지 고민했고 가족들도 반대했지만 아이를 포기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스케이트보다 아이를 선택했습니다.”
일본은 요즘 피겨스케이팅 선수 안도 미키(26)의 출산으로 떠들썩하다. 안도 미키는 7월 1일 아사히TV의 ‘보도 스테이션’에 출연해 싱글맘이 된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는 4월 도쿄의 한 병원에서 3.3kg의 딸을 낳았다. 사전에 녹화된 방송에서 그는 연신 눈물을 훔치면서도 “아이를 처음 봤을 때 귀엽다는 것밖에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내가 굉장한 일(출산)을 한 것 같다. 벌써 딸 바보가 된 것 같다”고 고백했다.
“피겨 선수로서 저는 그동안 하고 싶은 대로 살아왔던 것 같아요. 스케이트는 지금 제가 있게 해준 고마운 존재지만 여자로 태어난 이상 엄마로서의 삶도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안도 미키의 고백에 일본 열도는 충격에 휩싸였다. 그동안 아무도 그의 임신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솔직한 고백에도 불구하고,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안도 미키는 아사다 마오와 함께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피겨 스타 중 한 명이었다. 아홉 살 때 본격적으로 스케이트를 시작해 2002년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여자 최초로 4회전 살코점프를 성공해 주목받았으며,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안도 미키에 대한 일본인의 기대감도 높아졌다. 지금도 일본 언론에는 그의 이름 앞에 ‘여성 피겨 사상 최초로 4회전에 성공한 선수’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하지만 안도 미키의 이후 행보는 팬들 기대감에 미치지 못했다. 그는 경기 성적 못지않게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화제에 오르내리는 일이 많았다. 2008~2009시즌을 앞두고, 국제빙상연맹이 잘못된 에지 사용을 금지하기 위해 채점 규정을 바꾸자 한 시즌을 버려가면서까지 교정에 성공해 2010~2011시즌 그랑프리파이널 시리즈에서 2승을 거두며 제2의 전성기를 맞는 듯했지만 2011~2012, 2012~2013 두 시즌을 연거푸 쉬면서 사생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받아왔다.
출산 한 달 만에 연습 재개, 아이 아빠는 공개할 수 없다
안도 미키는 소치 올림픽 출전을 준비하기 위해 출산 한 달만에 연습을 재개했다.
안도 미키의 출산 못지않게 주목받은 것은 아이 아빠가 누구냐 하는 것이었다.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그의 스승이던 러시아 출신의 니콜라이 모로조프(38) 코치. 안도 미키는 모로조프 코치와 2009년 미국 뉴저지의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살다시피 했으며, 2011년에는 두 사람이 결혼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모로조프 코치는 피겨 선수와 세 번 결혼해 모두 이혼한 전력이 있다. 안도 미키는 아사히TV 인터뷰에서 모로조프와의 관계를 묻자 “그와는 좋은 관계였다. 함께 경기에 나가면 연습에서 안 되던 것들도 실전에서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곤 했다. 은퇴할 때까지 함께해줄 것이라 100% 믿었지만 거절당해서… (결별하게 됐다)”라고만 밝혔을 뿐, 아이의 아버지인지 여부에 관해서는 확답을 하지 않았다. 자신이 아이의 아버지로 거론되자 모로조프는 “그녀의 임신 사실도 몰랐다. 나는 아이 아버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결혼설이 나온 직후인 2011년 초 이미 결별했다고 한다.
그 다음 아이 아빠로 거론된 인물은 역시 피겨스케이트 선수인 난리 야스하루(28). 안도 미키가 모로조프 코치와 결별한 이후인 2011년 9월 일본 주간지 ‘여성 세븐’은 그가 야스하루와 교제 중이라고 보도했고, 지난 5월 사진 주간지 ‘프라이데이’에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이 실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역시 “안도 미키와 동거한 적도 없고, 그녀가 낳은 딸과도 아무 관련이 없다”며 강력히 부인하고 나섰다.
일본 언론이 세 번째 아이 아빠로 지목한 인물은 한 이벤트 회사의 간부. 그는 안도 미키보다 20세 이상 연상인 데다 유부남이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측성 보도일 뿐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안도 미키에 대한 일본 언론의 사생활 캐기와 근거 없는 보도가 도를 넘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안도 미키 소속사는 “지금 아이의 아빠가 누구인지는 중요치 않다. 이제 와서 무책임한 남편을 찾아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보다 장고 끝에 출산을 결심한 안도 미키의 용기에 따뜻한 시선을 보내 달라”는 당부를 했다.
자신을 향한 따갑고 호기심 어린 시선에도 불구하고, 안도 미키는 7월 6일 후쿠오카에서 열린 아이스쇼 무대에 올라 공연을 했다. 7월 14일 공연에는 딸의 아빠로 지목된 난리 야스하루도 출연했지만 두 사람은 끝날 때까지 서로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안도 미키가 사람들로부터 비난받을 위험을 감수하고 출산 사실을 밝힌 건 홀가분한 마음으로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는 올림픽을 위해 아이를 낳은 지 한 달 만인 5월부터 연습을 시작했으며, 곧 미국으로 건너가 안무 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그는 소치올림픽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공백기를 가지면서 스케이트가 제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어요. 정말 스케이트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 건 처음이에요. 다시 여러분 앞에 서고 싶습니다.”
우리에게 김연아의 경쟁자로만 부각됐던 안도 미키는 이제 용감한 선택을 한 엄마이자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운동선수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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