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을 적용한 칫솔로 국내에 이어 세계시장에 진출한 크리오 정태상 대표.
하루 세 번, 우리 몸의 은밀한 구석구석을 어루만져주는 것은 뭘까. 정답은 칫솔이다. 고가가 아니란 이유로 아무 브랜드 제품이나 집어 들었다가 잇몸과 치아가 상하게 되는 건 순식간이다. 하루에도 수차례 입안에 넣는 제품인 만큼 검증된 제품을 골라 써야 한다. 그렇기에 부친에 이어 2대째 칫솔을 생산하는 종합 생활용품 제조업체 크리오 정태상 대표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곳에서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대표적인 브랜드가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봤음직한 ‘클리오(CLIO)’다.
중앙대 불문학과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세상 돌아가는 일보다 사람 사이 의리와 자연의 아름다움에 관심이 많았다는 정 대표. 천생 문학도인 그가 경영의 세계로 뛰어든 건 ‘투쟁’의 결과물이었다고. 1985년부터 가내 수공업 형태로 칫솔을 만들던 태왕산업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그는, 1995년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영업을 탈피해 크리오를 설립하고 자사 브랜드 ‘클리오’를 내놨다.
“정부에서 일회용품 사용에 제재를 가한 뒤 선친께서 하던 일회용 칫솔 제조 사업이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살려고 이 일에 뛰어들었죠. 처음에는 많은 사람이 ‘상경계 출신도 아니면서 무슨 회사 경영이냐, 맨땅에 헤딩하지 마라’고 말렸어요. 하지만 굴하지 않았죠. 시간이 지나 사업이 안정기에 접어들 무렵 ‘내가 열심히 하는 건 상수인데 시장과 환경 변화라는 변수에 휘둘리지 않는 길이 없을까’라는 고민이 생겼어요. 크리오는 그 고민의 산물이죠.”
크리오는 지난해에만 칫솔 4천만 개를 판매해 매출 2백89억원, 당기순이익 15억원을 올린 내실 있는 회사다. 국내 점유율 25%를 넘어선 데 이어 일본, 대만, 중국, 러시아, 동남아에도 진출했다. 미국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국내 어린이 칫솔 중 가격 대비 품질 1위
크리오의 주력 상품은 ‘라운드 혼합모 칫솔’이다. 2010년 세계 처음으로 개발해 한국과 미국에 특허 등록을 한 기술(지름 0.18㎜ 미세모 끝을 둥글게 가공 처리하는 기술)을 적용한 제품. 6월 한국소비자원의 발표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 중인 어린이용 칫솔 36종의 품질과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 혼합모 제품 중 ‘쥬니어클리오R’이 모 끝 다듬질 수준 96%로 조사 대상 가운데 가격 대비 품질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품이 나오기까지 정 대표는 세 차례나 생산 설비를 보완하며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칫솔은 생활 필수품 중에서도 위생용품”이라며 “팬시한 것도 좋지만, 기본에 충실해 기술적으로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게 규격에 맞춘 제품을 고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바쁘면 칫솔질을 하는 둥 마는 둥 할 때가 많잖아요. 하지만 그건 양치질을 안 한 거나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이를 닦는 가장 큰 이유는 치간에 낀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하기 위해서인데, 대충 닦으면 치아 표면만 닦고 끝나버려요. 미세모와 일반모가 섞인 혼합모를 활용해 치아 표면은 일반모로 닦고, 미세모로 잇몸을 마사지하고 치간에 낀 이물질을 제거해야 제대로 이를 닦았다고 할 수 있어요. 칫솔질할 때 사각사각 소리가 명쾌하게 난다면, 제대로 양치질하고 있다는 증거예요.”
크리오는 올해 1월 미국 대형유통사 타겟(Target)과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내년에는 기존 칫솔 제조 공법과 차별화된 새로운 공법으로 만든 칫솔도 선보인다. 정 대표는 “앞으로는 칫솔뿐 아니라 치약과 가글액, 치간 칫솔과 치실 등 구강 제품으로 전 세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까지 5년이 걸렸어요. 주위에선 ‘가능성이 없으니 하지 마라’고 말렸지만, 저는 ‘시장이 있으면 간다’고 생각했어요.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듯, 목표가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나아갈 거예요. 처음부터 그럴싸한 명함에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지금 하는 일을 좋게 만들어 내 명함을 멋지게 만드는 것도 좋잖아요. 앞으로도 틀을 깨고 계속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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