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자급자족하던 때는 자신이 직접 생산한 것이니 믿고 먹을 수 있었다. 세상이 변해 대부분 남이 만들어준 음식을 먹게 되며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그 많은 식재료들이 어디에서 오는지 확인할 수도 없고 믿기도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소비자 고발’을 통해 양심을 속이고 판매하는 사람들에게 철퇴를 휘둘렀던 이영돈 PD가 2011년 채널A로 적을 옮겼다. 그는 여기서도 ‘킬러 본능’을 드러내며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이하 먹거리 X파일)을 시작했다.
‘먹거리 X파일’은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벌어지는 불법과 탈법 현장을 고발하는 ‘현장 고발’, 당연하다고 믿고 있는 음식에 대해 한 번 더 의문을 던지는 ‘당신이 모르는 먹거리의 진실’, 그리고 양심적인 식당을 발굴해 소개하는 ‘착한 식당-모자이크를 벗겨라’ 등 세 코너로 구성돼 있다. 불량 업체에 경종을 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양심적으로 운영되는 업소에 대한 칭찬까지 곁들여 바람직한 먹거리 소비문화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치밀한 검증 통해 착한 식당 가려내
이렇게 시작한 ‘먹거리 X파일’가운데 가장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착한 식당’코너. 기존 고발 프로그램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착한 식당 운영자들의 모습은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방송이 나간 후 밀려드는 문의 전화 때문에 제작진은 홈페이지에 식당 정보 코너를 따로 마련할 정도가 됐다.
이영돈 PD 역시 ‘착한 식당’에 많은 애착을 갖고 있다. 세 가지 X파일 중 제작 과정이 가장 힘들고 손이 많이 간다고. 메뉴를 정하면 프로그램 콘셉트와 맞는 정직한 식당을 전국에 수소문하는데 꼭 맞는 곳을 찾기 어렵고, 찾았다 해도 검증 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착한 식당’ 선정 기준은 음식 주제에 따라 다르다. 주로 재료가 100% 국내산인지, 자연산인지, 주인이 직접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음식을 준비하는지, 조리 과정이 위생적인지, 가격은 합리적인지 등을 따진다. 착한 식당 리스트를 살펴보면 값비싼 식당을 찾아보기 힘든데, 이는 보편적인 가격 내에서 얼마나 충실한 음식을 만드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후보 식당 리스트를 만든 뒤에는 전문가와 제작진이 몰래카메라를 들고 암행 취재에 나선다. 이 과정은 첩보영화가 따로 없다. 제작진은 식당 내부의 동선을 미리 파악해 조리 과정을 카메라에 담는다. 전문가 평가단은 메뉴 구성과 재료 상태는 어떤지 점검하고 일반 손님이나 맛집 블로거로 가장해 주인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 최종 후보를 선정하면 전문가와 제작진은 한 식당을 몇 차례 더 방문한다. 이들이 내놓는 음식이 한결같은지 검증하기 위해서다. 5월 18일 착한 빵집으로 선정된 뺑드빱바의 이호영 씨는 “검증단이 처음 방문했을 때 관련 업종 종사자인가 생각할 만큼 꼼꼼하게 이것저것 물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선정 과정은 어렵고 힘들지만 일단 ‘착한 가게’로 뽑히면 대박이 나기를 바라는 게 이영돈 PD의 속마음이다.
“착한 식당의 주인들은 한결같이 고집이 있고, 먹거리에 대한 자부심이 강합니다. 단순히 맛집인 줄 알고 기대했던 맛과 다르다며 실망하는 분들도 간혹 계십니다만 착한 식당은 맛집이 아닙니다. 원칙을 지키는 분들이 성공해야 우리도 어디서나 착한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착한 먹거리가 당연한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2012년 2월 시작한 이후 5월 21일 현재까지 착한 식당으로 선정된 곳은 10군데. 제작진은 앞으로도 온 국민이 즐겨 먹는 평범한 메뉴들을 중심으로 착한 식당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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