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배두나(33)와 오빠 배두한 CF 감독을 정재은 감독의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 관객과의 대화 현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작품은 건축가 정기용에 대한 다큐멘터리로, 배두나는 작품에 출연하지 않았지만 정재은 감독의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에 출연했던 인연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다. ‘말하는 건축가’의 예고편 영상과 뮤직비디오는 배두한 감독이 만들었다.
배두한 감독은 2008년 박카스 CF로 얼굴을 알린 인물. 그는 ‘배두한 씨의 피로회복제는 상상력이다’ 편에서 훈남 직장인으로 출연해 주목을 받았다. 2010년에는 SK텔레콤 CF ‘행복기변’ 편에서 점심 시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단골 우대?”라는 대사를 하기도 했다. 그는 “모델이나 배우를 하려고 출연한 것은 아니다”라며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스태프가 투입된 작품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정재은 감독은 여러모로 이들 남매와 인연이 깊다. 2001년 만든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에 배두나가 출연하며 인연을 맺었다. 남동생 배태한은 이 영화에 대해 온라인에 시리즈로 글을 썼다. 정 감독은 “태한 씨가 올려준 글 덕에 영화 자체도 관심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남동생인 배태한은 형(두한)이나 누나(두나)처럼 연예계에 몸담고 있지는 않지만, 배두나의 동생이라는 사실만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2월에 열린 그의 결혼식에서 배두나가 남동생과 함께 찍은 사진을 미니홈피에 공개하며 한차례 기사화되기도 했다. 결혼식에 앞서 그는 한창 뉴욕에서 영화 촬영 중이던 누나를 찾아가 격려하는 등 돈독한 우애를 자랑했다.
배두나의 오빠 배두한 감독은 ‘말하는 건축가’ 예고편을 만들며 어렵고 딱딱한 제목의 다큐멘터리 예고편에 ‘사랑을 말하는, 시간을 말하는, 사회를 말하는’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주인공인 정기용 건축가에 대한 콘셉트를 정리한 것. 정 감독은 “두나가 좋은 오빠를 둬서 좋은 뮤직비디오와 예고편을 제작할 수 있었다”고 치켜세웠다. 이에 배두한 감독은 제가 “영화계에 몸담고 있는 두 분의 서포터즈를 하고 있는데 그게 바로 제 여동생과 정재은 감독님이다”라고 말했다.
배두나는 데뷔 당시 연기보다 연출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꾸준히 연기 이외의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보였다. 어머니인 연극배우 김화영이 출연한 연극 ‘로베르토 쥬코’에 개인 자격으로 투자했고, 연극제작사 ‘탄탄대로’를 만들었다. 2004년에는 연극 ‘선데이 서울’에 제작비를 투자, 자신도 연극배우로 나섰다. 2008년 어머니가 주연한 연극 ‘그녀가 돌아왔다’의 제작에도 참여할 정도로 다방면에 관심과 재능이 많다.
지난해에는 영화 촬영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독일 베를린에서 5개월여 동안 워쇼스키 형제 감독의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촬영을 마무리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톰 행크스, 휴 그랜트, 할리 베리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화제를 모은 작품. 올해 말 개봉 예정인 이 영화는 6개의 이야기로 이뤄져 있는데, 그중 배두나는 2144년 서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복제인간 이야기의 주인공 손미-451 역을 맡았다. 배두나가 캐스팅된 데는 그의 영원한 원군 친오빠의 지원도 한몫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 측 프로듀서가 배두나에게 연락을 했고, 오디션 영상을 보여달라는 말에 배두한 감독이 직접 영상을 찍어서 보내줬던 것. 이후 내한한 프로듀서와 배두나 측이 만나 계약이 성사될 수 있었다.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남북단일팀의 실화를 다룬 영화 ‘코리아’도 작업을 마치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원이 현정화, 배두나가 북한의 리분희를 연기했다. 그는 북한 사투리를 연습하고 왼손으로 탁구 치는 연습을 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작년에 굉장히 바쁘게 영화 촬영했는데 개봉한 게 없어서…(웃음). 여름에는 ‘코리아’라고 탁구 이야기를 찍었고, 베를린에서는 워쇼스키 감독님들과 여러 배우와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찍었는데 솔직히 정말 좋았고 재미있었어요. 외국의 작업 환경이라고 다른 건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도 한 번 제 안이 청소된 것 같은 기분? 즐길 거 즐기고, 쏟아낼 거 쏟아내고 잊지 못할 2011년을 보냈죠.”
배두나가 존경하는 배우는 윤여정과 주디 덴치. 그들 같은 연기를 하는 것이 꿈이다. 정재은 감독이 기억하는 배우 배두나는 감독을 확실하게 믿고 감독 편이 돼주는 배우. 남매를 꾸준히 봐온 정 감독의 눈에 비친 두 사람은 어떨까.
“남매니까 많은 부분이 닮았죠. 두나 양은 천생 배우라서 우리가 생각할 때는 교감할 기회가 많지 않은지 모르겠는데 언제나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굉장히 무심한 느낌이 들어요. 두 분의 캐릭터는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아마도 배우로서의 정체성 때문이겠죠. 두한 군이 두나보다 훨씬 더 친절하고 따뜻하고 사려 깊은 것 같아요(웃음).”
‘말하는 건축가’에 나오는 건축가 정기용은 정당하지 못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에 대해선 자신 있게 표현하는 인물이다. 배두한 감독은 예고편 제작을 하면서 그런 면을 닮고 싶었다고 했다.
강한 동생의 이상형은 ‘천사 오빠’
“제가 그렇지 못한 편이라서 그분의 그런 면이 부럽더라고요. 제 동생 두나는 제가 부러워하는 그런 면을 가지고 있어요. 제가 유약하다면 두나는 강하다고 생각합니다.”(배두한)
“두나는 몽상가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공기인형 같기도 하고(웃음).”(정재은)
“맞아요. 저 조금 무심한 거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해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왜냐면 너무 예민해서 많은 것을 버리지 않으면 제 안에서 터져버릴 것 같거든요. 그래서 웬만하면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마음을 안 주려 하죠. 연기할 땐 모든 걸 ‘퐁당’ 할 수 있으니까 연기로 풀고. 어떤 분들은 쿨해 보인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아, 저희 오빠는 천사가 맞아요. 본인은 유약하다고 겸손을 떠는데 집에서는 더 천사예요. 사실 제가 배우 생활을 할 수 있었던 데는 가족의 영향도 많이 받았어요. 제가 무심하게 보이지만 좌절도 쉽게 하고, 밤새워 울고 그러기도 해요. 그러면 오빠가 방에 슬그머니 와서 밤새도록 옆에 있어주고. 완전 천사예요. 든든한 지원군이죠. 저도 이제 이기적인 짓 그만하고 가족들 도우면서 살고 싶어요.” (배두나)
“이미 충분히 하고 있잖아(웃음).” (배두한)
배두나의 멘토는 어머니. 인생 선배이자 연기 인생 선배이기도 하다. 그가 제일 존경하는 사람 역시 어머니다. 이성으로서 이상형을 물을 때는 주저 없이 ‘친오빠 같은 남자’를 꼽았다. 밝고 유머러스하고 존경할 만할 사람이 이상형이라는 것. 그래서인지 두 사람은 관객과의 대화 시간 내내 스스럼없이 장난치며 서로 의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행사가 끝나고 나서도 따라오는 팬들을 마다하지 않고 일일이 사인해주고 사진 촬영에 성의 있게 응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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