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검색어는 ‘YG X-파일’. 자극적인 제목에 먼저 눈길이 가지만 그 실체를 들여다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X-파일은 LIG투자증권에서 배포한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매출 분석 자료로, 이 보고서를 작성한 정유석 애널리스트는 올해 YG 목표 주가를 8만1천원으로 점치며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YG 양현석 대표 일가가 보유 중인 YG 주식의 가치 또한 액면가 기준으로 따져봐도 2천억원(무상 증자분 포함)을 훨씬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대표는 YG 주식의 35.79%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고 동생인 양민석 CEO도 상당한 지분을 가진 대주주다.
YG의 맞수라 할 수 있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역시 소녀시대의 ‘지(Gee)’ 열풍 이후 주가가 급상승해 현재 SM의 수장인 이수만 회장의 주식 보유(21.97%) 시가 총액은 2천억원을 넘어섰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나가는 엔터테인먼트 업체는 어디일까. 한국을 넘어 세계 시장까지 넘보는 YG와 SM 전격 비교.
잘 키운 아이돌, 열 재벌 안 부럽다
LIG투자증권은 YG의 올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22.7% 늘어난 1천6백70억원, 영업이익도 167.4% 급증한 3백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목표 주가도 2월9일 기준, 4만8천1백50원에서 8만1천원으로 2배 가까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배경에는 YG 소속의 빅뱅·2NE1·세븐·거미·싸이·타블로 등의 가수와 구혜선·유인나·강혜정· 정혜영 등 배우들의 왕성한 활동이 숨어 있다. 보고서에는 현재 SBS ‘일요일이 좋다-K팝스타’(이하 ‘K팝스타’)에 심사위원으로 출연 중인 양현석의 방송 활동을 빗대 ‘사장님도 일하시는 중’이라고 쓰여 있다. 특히 기대되는 것이 빅뱅과 2NE1의 왕성한 활동과 해외시장 진출.
보고서에 따르면 빅뱅은 지난해 절반 정도만 활동하고도 2백90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렸는데, 오는 3월 컴백하면 매출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3월2~4일로 예정된 빅뱅 콘서트에서만 4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며, 콘서트에서 선보일 새 앨범의 판매량도 2012년 음반 음원 부문 매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더욱 놀라운 건 YG의 수입을 연예인별로 구분했을 때 빅뱅이 총매출의 41%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빅뱅의 올해 매출이 지난해의 2배가 넘는 7백8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루 매출이 2억원이 넘는 셈이다. 빅뱅의 매출은 콘서트 수입이 3백80억원, 음반 음원 수입이 1백20억원, 광고 수입이 50억원 등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현재 미국에서 윌아이엠과 함께 음반작업 중인 2NE1에 대한 기대감도 명시하고 있다. 현지에서 음반을 발매해 지난해보다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2NE1의 올해 예상 매출은 3백억원으로 지난해 2백20억원에 비해 27% 정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2NE1은 콘서트 수입이 1백50억원, 음반 음원 수입이 50억원, 광고 수입이 30억원 등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올해 가수 싸이가 30억원 정도 수입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지난해 Mnet의 ‘슈퍼스타 K’에 출연했던 김은비, 강승윤 등 8명의 연습생이 데뷔를 준비 중이라는 보고가 눈길을 끈다.
향후 주가를 끌어올릴 YG의 대표 아이돌 그룹이 빅뱅과 2NE1이라면, SM에는 소녀시대· 동방신기·슈퍼주니어·샤이니·F(x)등이 있다. 얼마 전 소녀시대가 ‘데이비드 레터맨 쇼’ 등 미국 지상파 방송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SM은 시가 총액 1조원에 다시 근접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23일 장중 6만7백25원을 기록해 시가 총액 1조원을 넘어선 바 있다. 이후 4만원 초반까지 밀렸다가 소녀시대의 활동 무대가 동남아와 유럽을 넘어 미국에까지 본격 확대됐다는 소식에 그 주 다시 시가 총액 9천억원을 넘어섰다. 2월17일 기준 SM의 시가 총액은 9천5백61억원이고, YG 시가 총액은 3천26억원에 달한다.
SM 역시 올해 아이돌 그룹의 놀라운 수입이 예상된다. 해외시장 진출에 따른 기대인데 실제로 소녀시대, 동방신기 등 상위 5개 그룹이 외국에 진출하면서 매출도 급상승했다. 그동안 SM 연간 매출을 보면 2008년 4백35억원, 2009년 6백18억원, 2010년 8백64억원으로 증가했고 지난해 매출 추정치는 9백83억원, 올해는 1천5백92억원에 이른다.
한편 SM과 YG 모두 투자 리스크의 요인이 같다. 빅뱅과 2NE1, 소녀시대와 동방신기 등 주요 아이돌 그룹의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만일 주요 연예인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매출의 변동성이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
가수 발굴·트레이닝 시스템 비교
최근 ‘K 팝스타’에서 SM, YG, JYP엔터테인먼트의 스타 양성 시스템 일부가 공개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3사 대표인 보아, 양현석, 박진영이 생방송에 진출할 출연자들을 캐스팅한 뒤 각자의 방식으로 트레이닝을 거쳐 대결을 펼치는 것. 그간의 방송을 보면 처음에는 원석에 가까웠던 참가자들이 전문가의 손을 거치면서 점점 보석으로 거듭나는 걸 알 수 있다. SM은 일찌감치 ‘아이돌 스타의 사관학교’라 불렸을 만큼 완벽한 커리큘럼에 의한 맞춤형 트레이닝을 고수한다. 선호하는 인재상은 기본기가 갖춰진 인물. 오디션을 통해 연습생을 발굴할 때는 인성과 가능성, 잠재력, 스타성, 실력 등을 종합적으로 본 뒤 일대일 맞춤 트레이닝을 실시한다. 각자 가지고 있는 재능과 장단점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게 수업을 진행한다. 얼마 전 한 방송을 통해 알려진 바에 의하면 SM 초창기 멤버인 보아를 육성하기까지 30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SM은 트레이닝 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이 확고하기로 유명하다. 이수만 회장은 국내외 강연 때마다 SM의 컬처 테크놀로지(Culture Technology), 이른바 CT를 강조한다. 이 회장은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1 SM 타운 인 파리 라이터스·퍼블리셔스 콘퍼런스’에서 전 세계적으로 부는 한류 열풍의 비결에 대해 “10년 넘게 쌓인 CT” 덕분이라고 했다. 이날 이수만 회장은 SM의 음악이 세계시장에서 인정을 받는 것에 대해 “1990년대 이후 IT가 아닌 CT의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CT는 IT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교한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SM은 음악을 단순히 감이 아니라 이론화되고 체계화된 CT로 만들어 활용하는 회사이며, 연습생을 뽑아 3~7년의 트레이닝을 거쳐 보석으로 만드는 과정이 모두 CT라는 얘기였다.
실제로 SM은 국내뿐 아니라 태국, 말레이시아, 캐나다에서 글로벌 오디션을 개최해 연습생을 선발한다. 이때 3~7년 후 바뀔 외모와 목소리도 시뮬레이션을 거쳐 미리 알아본다고 한다. 이 테스트를 거쳐 뽑힌 연습생은 ‘인 하우스 트레이닝’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정식 가수로 거듭난다.
SM 소속 연예인과 모든 직원, 연습생은 회사원처럼 일정 시간에 출퇴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심지어 소속 작곡가도 마찬가지. SM의 대표 작곡가인 유영진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한다. 규칙적인 생활 덕분에 작곡가로서의 수명도 길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반면 YG는 끼와 개성을 중시한다. SM이 규격화된 틀을 정해놓고 그 안에서 스타를 만들어낸다면, YG는 각자의 개성과 창의력에 맞는 트레이닝을 실시하는 편. 양현석은 평소 가수들에게 ‘무대 장악력’을 가장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YG 가수들이 아티스트적인 이미지가 두드러지고 무대 위에서 YG 고유의 색깔인 카리스마를 분출시킬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빅뱅과 2NE1의 자유분방한 ‘스트리트(street) 컬처’를 들 수 있다. 이들은 여타 아이돌의 기계적인 면모와 달리 자신들만의 개성을 확실하게 드러낸다. 그게 아무리 반항적인 이미지라 해도 주류 대중문화에서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음을 증명해냈다.
이처럼 개성을 강조하다 보니 일각에서는 YG 소속 가수는 캐스팅 때 절대로 외모를 보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돌기도 한다. 과거 방송을 통해 알려진 빅뱅의 멤버 대성의 캐스팅 비화를 보면 외모를 따지지 않는다는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과거 빅뱅의 캐스팅을 전담했던 한 매니저는 방송 인터뷰에서 “대성을 마지막 멤버로 들였을 때 다들 ‘YG는 진짜로 얼굴을 안 보는군요’라고 말할 정도였다”며 “처음에는 사무실 식구들도 대성을 보고 ‘아 제일 못생긴 아이’라고 불렀다”고 말해 대중을 폭소케 했다.
양 대표의 이러한 성향은 최근 ‘K팝스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인 출연자 이미셸을 평가할 때 요모조모 잘못한 점을 따지고 분석하는 박진영과 달리 그는 “제가 단순한 걸까요. 저는 들어서 좋으면 좋습니다”라고 말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렇다고 YG에 피나는 연습이 없는 것은 아니다. SM과 마찬가지로 각 팀별 보컬·안무 트레이닝 시스템을 갖추고, 인성과 무대 매너 같은 감성 교육도 실시한다.
해외 진출 포석인 외국어 공부
최근 전 세계적으로 K팝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고조된 만큼 아이돌의 외국어 공부는 기본 코스가 됐다. SM은 소속 연기자들에게 금전적인 면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일대일 과외는 물론 현지 연수까지도 과감하게 실시한다. 실제로 슈퍼주니어 최시원과 소녀시대 효연은 그룹으로 데뷔하기 전 연습생 시절 각각 1년 동안 중국에서 어학 연수를 했다. 처음부터 두 사람을 중국에서 활동시킬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SM은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멤버들에게 현지에서 외국어를 배우고 문화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생활 밀착형 언어 습득은 국내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SM 연습생들은 보컬·안무 트레이닝을 받는 동시에 1주일에 3~5회, 회당 2시간씩 영어·일어·중국어 등을 배운다. 외국어에 능통한 멤버들이 동료들에게 직접 외국어를 가르쳐주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영어에 능통한 소녀시대 티파니와 제시카를 들 수 있다. 이들은 팀원과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하며 멤버들이 영어를 쉽게 익힐 수 있게끔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YG에도 연습생들을 위한 외국어 수업 시간이 따로 있다. 트레이닝 코스에 영어·일어·중국어 수업 시간이 마련돼 있고 연습생들은 각자 배우고 싶은 언어를 1주일에 3회, 회당 1시간30분가량 외국어 강사에게 배운다. 아직까지 K팝 열풍의 중심이 일본이기 때문에 이들이 가장 먼저 선택하는 언어는 일본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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