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만취 상태라도 폭력은 용서될 수 없는 일이다. 사실을 감추려 거짓말까지 했다면 사태는 더 심각하다. 드라마 ‘내조의 여왕’을 통해 ‘미중년’으로 떠오르며 인기를 누리던 탤런트 최철호(40)가 뜻밖에도 이 불미스러운 일의 한 가운데에 섰다. 그는 지난 7월8일 경기도 용인의 한 식당에서 동료 탤런트 손일권, 후배 여성 등과 함께 식사를 겸한 술자리를 갖던 중 만취한 상태에서 동석한 여성을 폭행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그는 소속사를 통해 “나는 여성을 때린 적이 없다.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CCTV가 공개되면서 거짓말이 들통 났다. CCTV에는 그가 여성을 발로 차는 장면 등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최철호는 출연 중인 드라마 ‘동이’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에 그는 사건 발생 사흘 만인 7월1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죄 인터뷰를 하며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검정색 양복에 고개를 숙인 채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최철호는 먼저 카메라를 향해 몇 초간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며칠 간 잠을 이루지 못한 듯 얼굴이 푸석해 보였다. 그는 미리 준비한 사과문을 꺼내 읽어 내려가면서도 연신 “죄송합니다”라고 말했고, 팬들에 대한 미안함과 가족들에 대한 죄스러움을 전할 때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먼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털어놓았다.
“비겁하고 얄팍한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오랜 무명 생활 끝에 지난해 잠깐 얻은 인기를 잃을까 두려웠고, 생각할 겨를 없이 저도 모르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지금 출연 중인 드라마나 가족, 팬들에게 불이익이 갈까봐 두렵기도 했고요.”
최철호는 그 자신도 폭행 화면을 봤는데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꼴불견이었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럼에도 사죄를 해야 할 것 같아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언론의 취재 과정에서 그의 폭행을 여러 차례 강력하게 부인한 소속사의 주장 역시 자신이 둘러댄 거짓말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가 밝힌 폭행의 원인은 술이었다. 폭행당한 여성은, 최철호의 주장에 의하면 연기 지망생으로, ‘동이’의 열렬 시청자였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술자리에서 연기와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갔는데 평소 같으면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을 이야기도 술에 취한 상태라 귀에 거슬리더라는 것.
“보통 때라면 웃어넘길 수 있는 이야기였는데… 당시는 연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여 있는 상황인데다가 취하기까지 하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힘들게 얻은 인기 잃을까 두려운 마음에 거짓말, 거짓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 깨달아
기자회견장에서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는 최철호. 그는 “죄송하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그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술로 인해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한동안 술을 끊었다고. 그의 아내는 지난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신혼 초에는 남편과 술 때문에 자주 다퉜다. 모든 아내가 그렇겠지만 밤늦게까지 남편이 집에 안 들어오면 화가 나고 걱정도 되지 않는가. 그런데 아이를 임신하고 나서부터 남편이 달라졌다. 일절 술을 입에 대지 않는데, 그런 강한 의지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한 바 있다.
술을 끊자 일도 술술 잘 풀렸다. 90년 연극으로 데뷔한 그는 지난해 ‘내조의 여왕’으로 스타 연기자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고, ‘천추태후’ ‘파트너’ 등으로 KBS 연기대상 조연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손에 쥐다보니 긴장감이 떨어졌고, 다시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다고 한다. 최철호도 이 점이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저와 가깝게 지내는 분들은 다 알고 있는 일인데, 예전부터 술을 마시면 실수가 잦아 지난 2년 동안 술을 끊었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인데 술만 마시면 폭발하곤 했거든요. 술을 마시지 않는 동안은 좋았습니다. 일도 잘 풀리고 난생 처음으로 인기도 얻으며 그전에 누리지 못했던 기쁨을 누렸죠. 힘들다는 이유로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게 너무나도 후회가 됩니다. 무엇보다 자식 걱정만 하는 부모님, 그리고 이번 일을 가장 가슴 아파하는 아내와 아들, 앞으로 태어날 둘째에게 굉장히 미안합니다. 제 한 순간의 잘못으로 가족들이 감당해야 할 고통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 대목에서 최철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은 그는 “ 거짓말을 할 때는 마음을 졸였는데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오히려 홀가분하기도 하다. 지금 이 자리는 잘못된 처신으로 인한 당연한 결과이다”라며 자신에게 가해지는 채찍을 달게 받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사건이 발생하고 제가 거짓말을 했을 때 한 팬께서 저를 전적으로 믿는다는 글을 ‘동이’ 게시판에 써 주셨습니다. 그 분한테 너무 죄송합니다. 이번 일로 인해 거짓은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이 일을 좀 더 나은 사람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고자 합니다.”
이날 최철호는 폭행과 관련해 법적인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드라마 ‘동이’ 출연 여부는 제작진의 뜻에 따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마저도 부담이 됐는지 다음날 ‘동이’에서 자진 하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그는 지인과 모처에서 자숙하며 향후 거취를 고민 중이다. 소속사 관계자는 당분간은 활동이 어렵지 않겠냐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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