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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계수미 전문기자의 힐링 파워

국제정신분석가 전남대 의대 이무석 교수

“날 행복하게 하는 마음 휴식법”

사진 조영철 기자

2009. 11. 09

국제정신분석학회에서 인정한 국내 5명의 국제정신분석가 중 한 사람인 이무석 교수. 자신의 임상 경험을 담은 ‘30년 만의 휴식’ ‘나를 사랑하게 하는 자존감’을 펴내 베스트셀러 작가로서도 주목받고 있는 그가 일상생활에서의 마음관리법에 대해 쉽게 풀어주었다.

국제정신분석가 전남대 의대 이무석 교수




참 선한 인상이다. 얼굴에 배어 있는 웃음, 구수한 전라도 억양이 처음 보는 사람의 긴장감을 녹여준다. 10월 주말 오후 서울 청담동에 자리한 이무석 정신분석연구실. 집처럼 편안하게 꾸며진 공간에서 이무석 교수(64)를 만났다. 전남대 의대 정신과에서 진료하는 그는 주말마다 이곳에 와서 정신분석을 원하는 환자들의 개인 상담을 해준다고 한다. 이 교수는 “평소 마음관리를 소홀히 하다가 아프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첫마디를 꺼냈다.
“사람들이 돈 관리, 몸 관리는 열심히 하는데 마음관리는 아주 못하고 있어요. 자기 마음이 마치 무쇠라도 되는 것처럼 마음에 엄청난 부담을 안겨놓고 학대하고…. 그러다가 불면증에 시달리고 우울증에 빠지고 심지어 정신분열증까지 걸립니다.”
이 교수는 “일상생활에서 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잘 돌보면 행복과 평안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무엇보다 ‘정신에너지’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우리 마음에는 힘이 있어요. 정신분석에서 사이킥 에너지(psychic energy)라고 하는 정신에너지인데요, 전기에너지같이 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모든 일을 할 때 꼭 필요해요. 그 에너지가 고갈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죠.”
이 교수는 정신에너지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다.
“한 주부가 집에 있는데 친구가 전화를 해서 ‘좀 전에 네 남편을 봤는데 어떤 젊은 여자와 호텔에서 다정한 모습으로 나오더라’ 하는 겁니다. 전화를 끊고 주부가 ‘잘못 봤을 거야’ ‘아니야, 그럴지도 몰라’ 하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그 생각이 정신에너지를 확 가져가버립니다. 그때 초등생 딸이 와서 ‘엄마, 내일 학부형 회의래’ 하면 갑자기 짜증이 나면서 ‘그 학교는 회의도 자주 한다. 난 못 가!’ 하게 되는 거죠.”
이 교수는 “정신에너지가 바닥나면 짜증이 많이 난다”고 하면서 “평소 마음이 넓은 사람도 정신에너지가 부족하게 되면 마음이 간장종지만해져서 조그만 일 하나에도 화를 내게 된다”고 덧붙인다.
“남편이 퇴근했는데 들이댈 증거가 없으니 따지지도 못하고 방에 드러누웠던 주부가 다음 날 혼자 힘없이 앉아 있는데 친정 여동생이 놀러왔어요. 그런데 ‘어제 형부가 호텔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점심 사줬다!’ 자랑하는 겁니다. ‘어느 호텔?’ 물어보니 어제 친구가 말한 호텔이 맞는 거예요. 오해가 풀리자마자 그 문제가 가져갔던 정신에너지가 바로 돌아올 것 아닙니까. 이럴 땐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져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그리고 의욕이 생기지요. ‘참, 우리 딸 학교에서 학부형 회의를 한다고 했는데!’하며 달려가게 되는 겁니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 정신에너지를 갖고 가는 스트레스를 제대로 이해하고 풀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겪는 스트레스로 ‘포기하지 못하는 것’ ‘분노’ ‘열등감’ 이 세 가지를 꼽았다. 포기해야 하는 것을 아는데도 포기가 안될 때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그는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만이 포기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의사 한 분이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해줬는데요. 아주 친하게 지내던 동창에게 큰돈을 빌려줬는데 일년이 지나도 갚지 않아 ‘돈의 안부’를 물어봤다고 해요. 얼마 후 동창들을 통해 기분 나쁜 소리가 들리더니 급기야 한 친구가 찾아와 ‘너 돈 좀 있다고 친구지간에 유세 부리지 마라’ 충고하더래요. 돈 빌려간 친구에게 ‘뭐라 하고 다니니?’ 따지다가 둘이 싸우게 됐는데, 이 친구가 ‘ 나 네 돈 못 갚어. 재주 있으면 받아가봐’ 하더랍니다.
화가 나서 소송을 하려는데 차용증서를 못 찾겠더래요. 충격을 받아 그때부터 환자도 못 보고 매일 밤을 거의 꼬박 새우면서 지냈다고 해요. 그렇게 20일쯤 지난 어느날 새벽에 신경이 있는 대로 곤두서는데, 갑자기 더럭 겁이 나더랍니다. ‘이러다 내가 미쳐버리겠구나!’ 그러다가 ‘내가 무슨 짓 하고 있나. 돈 떼인 것만 해도 얼마나 손해인데 미쳐버리면 이게 뭐야?’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어 눈을 떠보니 오후 5시더래요.
그분이 그러는 거예요. ‘그 길로 일어나 환자 보고 오늘 이렇게 삽니다. 마음이 참 중요합디다. 그 친구가 와서 사과한 것도 아니고 돈 갚은 것도 아닌데, 내가 단지 마음을 바꿔 먹어 잠을 자게 됐으니까요.’”
이 교수는 “내가 전문가로서 볼 때 그가 포기를 하면서 잠을 자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큰돈을 포기하기 전에 중요한 한 과정을 끝낸 거예요. 그게 뭐냐 하면 계산이에요, 계산. 어느 게 손해가 크냐 하는 거죠. ‘떼인 돈’이냐, ‘떼인 돈 + 미치기’냐. 이런 쉬운 산수가 어딨어요? 그런데 많은 사람이 그걸 안 끝낸다고. 미련 때문에 계속 매달려 있다고요. 포기하면 그 문제가 가져간 정신에너지가 다시 돌아오는데 말입니다.”

자기 위로 기능 강한 사람은 어려움에 부딪혀도 금방 털고 일어나
“어떤 이를 미워하는 사람과 누구에게 미움받는 사람 중 누가 더 불행할까요?”
이 교수는 큰 스트레스가 되는 분노에 대해 말하기 전 먼저 질문부터 던진다.

국제정신분석가 전남대 의대 이무석 교수

“미워하는 사람이 더 불행하다는 걸 전 정신과에 있으면서 알았어요. 그 전엔 미움받으면 불행한 줄 알고 미움 안 받으려고 기를 쓰고 노력했거든요. 그런데 미움받는 사람들은 정신과에 안 오더라고요(웃음). 미워하는 사람들이 오죠. 외도가 들통나 구박받는 남편은 안 오고 아내가 남편이 미워죽겠다고 옵니다. 누굴 미워하는 사람은 참 불행합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죠.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얼굴이 벌게지고 주먹을 꽉 쥐게 되고. 마음속 분노는 굉장한 정신에너지를 가져가버립니다.”
분노는 수명도 단축시킨다. 이 교수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달스트롬 교수의 연구결과를 제시한다. 의대생을 분노감이 높은 그룹과 낮은 그룹으로 나누고, 25년 후 조사해보니 분노감이 높은 그룹이 낮은 그룹보다 사망률이 7배나 높았다고 한다. 법대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25년 후 분노감이 높은 그룹이 낮은 그룹보다 사망률이 5배 높았다고.
“미워하는 사람이 있으면 안 돼요. 마음속에서 용서해줘야 하는데 쉽지 않죠. 나를 괴롭게 한 그 사람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주면 용서하는 게 좀더 쉽습니다. 그 사람도 먹고살려니까 그랬을 거야, 자기 문제 때문에 그랬을 거야, 하는 식으로요. 가령 차를 몰고 가는데 차 앞으로 어떤 운전자가 새치기해서 확 들어왔다가 가버리면 화가 나잖아요? ‘쫓아가서 차를 박아버릴까보다’ 씩씩대면 정신에너지가 빠져나가요. 이때 ‘운전 참 사납게 하네, 화장실이 급한가보지?’ 그쪽 입장에서 좋게 생각해주면 마음이 풀려요.”
한편 이 교수는 “한 심리학 잡지 조사에 따르면 남편을 미워하는 아내가 적잖다”고 말한다. 사랑하니까 기대도 크고 실망도 크기 때문일 거라고.
“남편들이 아내가 속상할 만한 일들을 많이 하잖아요(웃음). 부부싸움을 할 때 녹음기를 틀어놓은 듯 옛날 일부터 다 끄집어내면 마음속에 분노의 보따리들을 쌓아놓은 거죠. 어떤 일이 터지면 의식 저 밑에 쌓였던 분노가 터지니까 격렬한 분노가 나와요. 분노의 보따리들을 모두 다 꺼내 태워버리세요. 마음속 지하실에 함께 갇혀 있던 정신에너지가 모두 돌아오면서 마음이 가벼워지고 의욕이 막 솟아날 테니까요.”
세 번째 스트레스로 언급한 열등감에 대해 이 교수는 “마음에 고통을 주는 감정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이 힘들어하는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열등감은 자존감이 지나치게 낮을 때 생기는 것으로 자존감은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다. 사람들은 ‘자기 가치감’과 ‘자신감’, 이 두 가지로 자신을 평가한다.
“먼저 자기 가치감은 ‘난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주는 가치 있는 사람이야’라고 평가할 때 일어나는 감정이에요. 자기 가치감이 높으면 사람을 만날 때 마음이 편하고 즐겁죠. 반대의 경우엔 상대의 눈치를 보느라 당당하게 자기 주장을 펴지 못하고 대인기피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자신감은 ‘난 내게 맡겨진 일을 잘해낼 수 있어’라고 믿는 거예요. 자신감이 있어야 어떤 일을 시작하고 도전도 하죠. 자신감이 없을 땐 무기력증에 잘 빠집니다.”
“이 같은 자존감이 무너질 때 우울증이 찾아온다”고 이 교수는 말한다. 자존감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자기 위로 기능’을 활용해야 한다고.
“한 실연당한 여자가 깊은 슬픔에 빠졌어요. 믿고 사랑했던 남자에게 버림받은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비참하게 보였죠.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던 어느 날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런 소리들이 들리는 겁니다. ‘스스로 작아지지 말자. 힘을 내야지.’ ‘그 남자 이기적이고 위선적이야. 지금 헤어진 게 오히려 잘된 거잖아.’ 이런 자기 위로의 음성은 실연의 아픔을 훌훌 털게 만들죠.”
자기 위로 기능의 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 교수는 “위로 기능이 강한 사람은 큰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도 절망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금방 일어난다. 우울한 감정에서도 빨리 벗어나는데, 내면에서 자기를 살리는 위로의 말이 샘물처럼 솟아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자기를 위로하기는커녕 비난하고 파괴하는 자기 비난 기능이 강한 사람이 있는데, 이런 자기 비난이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고 덧붙인다.
“앞서 여자와 달리 실연당한 후 심한 우울증으로 자살을 기도한 여자가 있어요. 내면에서 이런 소리들이 울리는 겁니다. ‘그가 떠난 건 다 네 탓이야. 네가 얼굴이 예쁘니, 학벌이 좋니, 집안에 돈이 많니, 뭐 하나 내놓을 게 있어야지.’ ‘네 인생은 별 볼일 없어. 넌 무가치한 사람이야.’ 밖에서 누가 그러면 따지기라도 하겠지만 자신의 평가이기 때문에 저항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대로 침몰해버리게 되는 거죠.”
이 교수는 “이런 자기 비난으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심리학자 제임스는 ‘자존감 = 성취경험 ÷ 욕심’으로 보았다. 즉 성취경험을 늘리는 외에 욕심을 줄이면 자존감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열등감의 심리에는 남보다 우위에 서려는 욕심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이런 욕심을 채워주지 못하는 자신의 외모, 능력, 재산이나 집안이 부끄럽고 싫은 거죠. 욕심을 버리면 열등감 극복이 쉬워져요. 사실 헛된 욕심이거든요. 예를 들어 배우처럼 예쁜 얼굴에 열등감을 느끼기보다 ‘나는 나야. 내가 실현해야 할 내 가치는 따로 있어’,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이런 마음으로 살아요. 건강한 자기애를 가진 거죠.”
또한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성취 점수를 높이면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를 위해 새로운 일을 시도해볼 수도 있고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경험을 쌓을 수도 있다.
“성적 욕구를 참지 못하고 퇴폐업소에 남몰래 가곤 하던 남자가 어느 날 그곳에 가고 싶은 욕구를 극복하고 일찍 귀가했어요. 아내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내가 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대요. 순간 자신이 ‘괜찮은 사람’으로 보였다고 해요. 물론 단 한번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존감이 회복되는 길에 들어선 거죠. 스스로 떳떳해지는 것이 자존감을 높이는 길이에요. 반대로 죄책감은 자존감을 무너뜨리죠.”



국제정신분석가 전남대 의대 이무석 교수

이무석 교수는 마음의 움직임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행복의 열쇠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행복은 미뤄두지 말고 일상생활에서 매일매일 느끼세요”
한편 그는 “마음은 깨지기 쉬운 것이라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일상에서 마음 상할 일이 얼마나 많아요. 상한 마음은 못 본 체 무시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상한 마음을 달래주어야 해요. 그래야 그것이 어두운 무의식의 뒤편에서 나를 붙잡지 못하게 되지요. 몸이 아픈 것이 쉬라는 신호이듯 내 마음이 불편하다면 그것은 주인에게 살펴달라고 신호를 보내오는 거예요.”
이 교수는 마음을 달래고 살피는 방법으로 다음 몇 가지를 제안한다. 무엇보다 이 세상에 오직 한 사람뿐인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하고 스스로 격려하는 게 필요하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누구에게나 힘든 순간이 많이 있었을 겁니다. 그걸 참아내고 여기까지 온 자신을 격려해주세요. 수고했다고 다독이고요. 자신에게 무리한 요구를 했다면 오늘 밤 조용한 시간에 거울을 보며 사과하세요.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미안해. 그간 내가 너를 너무 구박했지?’ 하면서 말입니다.”
믿을 만한 상대에게 자신의 속을 털어놓는 것도 마음을 달래는 방법이라고 한다.
“상담 기법으로 ‘환기’라는 건데요. 방의 공기가 탁할 때 나쁜 공기가 나가고 새 공기가 들어오는 거죠. 그런데 얘기를 듣는 상대의 태도가 아주 중요해요. ‘그만 한 고생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 누구는 더 했어’ 하면 마음 상태가 더 안 좋아집니다. 내 말을 들어줄 상대를 잘 골라야 해요. 신뢰감이 가는 친구, 바르게 사는 친구를 골라 공감적 반응을 얻으면 마음 건강이 회복되는 효과가 큽니다. 얘기해놓고는 ‘이 친구가 소문내지 않을까, 내 말을 하지 않을까’ 부담이 느껴지는 경우라면 피해야 하죠.”
이 교수는 “인간관계에서 자신의 자유로운 마음 영역을 확보하는 ‘마음의 경계’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집, 남의 집에 경계가 지워져 있듯 마음에 울타리를 쳐서 스스로 보호하는 것이라고.
“예를 들어 여직원이 예쁜 옷을 사 입고 회사에 나갔는데, 남자직원이 ‘무슨 아동복을 입고 다녀? 조카옷 빌려입고 왔어?’ 하는 겁니다. 이 여직원이 화장실 거울에 가서 비춰보니 정말 자기 눈에도 아동복같이 보이는 거예요. ‘부끄러워서 어떻게 하지? 집에 가서 갈아입고 올 수도 없고’ 이런 고민이 든다면 마음의 울타리가 무너져버린 거죠. 내 울타리 안에서는 예쁜 옷이었는데 옆동네 남자직원의 파도가 우리 집을 침범해서 아동복으로 만들어놓았으니까요.”
반면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이게 아동복으로 보여요? 아이들 눈에는 아동복밖에 안 보인다니까” 하며 여유 있게 웃음으로 응수하는 여직원은 마음에 튼튼한 울타리가 처져 있는 것이라고. ‘내 가치관, 네 가치관’을 선명하게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많이 보호된다고 한다.
이 교수는 “행복에 대해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어떤 목표에 도달해야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아파트 평수를 넓히면, 회사에서 승진하면, 우리 아이가 대학에 합격하면 행복할 거라고 기대하죠. 하지만 목표에 닿으면 또 다른 목표가 생기게 돼 있어요. 이런 사람들은 죽으면 묘비에 ‘내일이면 행복했을 사람 여기 잠들다’ 이렇게 새겨질 겁니다(웃음).”
그는 “행복은 어느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그때그때 찾아서 느끼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때문에 목적지향적으로 살면 행복을 느끼기 힘들다고.
“저희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고향집으로 식사하러 아침 8시반까지 와라’ 그러셨어요. 그럼 전 집에서 한 시간 반 거리인 그곳까지 가면서 늦지 않게 도착하는 데 온 신경을 집중했죠. 그런데 제 아내는 달랐어요. 운전하는 제 옆자리에 앉아 ‘아, 경치가 아름답다’ 감탄하고, ‘역시 모차르트는 천재야’ 하면서 차 안에 흐르는 음악도 즐기는 겁니다. 똑같은 차 속에 있었는데 아내가 저보다 행복지수가 훨씬 높았던 거죠. 전 도착해서 ‘안 늦었구나’ 하고 한 번 행복해했어요. 아니, 엄밀히 말하면 행복이 아니라 안도감을 느낀 거였죠.”
이무석 교수는 40대 초반 영국 런던에서, 50대 중반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3백50여 시간에 걸친 개인 정신분석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분석을 통해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면서 마음에 평안과 기쁨, 자유로운 감정을 느끼게 됐다고. 그는 “우리의 마음은 연약한 듯하면서 강하고 불합리한 듯하면서 합리적이고 불가사의한 듯하면서 이해되는 참 신비로운 것”이라고 하면서 “마음의 움직임을 가만히 들여다보라”고 주문한다.
“마음을 들여다보면 나를 알아가게 됩니다. 무엇에 기쁨을 느끼고 무엇에 화를 내는지, 무엇에 힘들어하는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금 행복하다고 느끼는지…. 어쩌면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어서 자신이 낯설게 보일 수도 있어요. 혹 새롭게 알게 된 자신이 부족해보여도 그대로 인정해주는 게 필요해요.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았다면 싸매주고 위로해주고요. 나를 이해할수록 어떤 묶임이 풀린 듯 훨씬 편안하고 자유로워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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