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훈(40)이 2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했다. 지난 10월 초 흰 셔츠에 까만 조끼를 덧입고 캐주얼한 차림으로 쇼케이스 현장에 나타난 그는 “어디서든 통기타를 치며 편하게 노래 부를 수 있도록 의상에 신경을 썼다”고 말하며 웃음 지었다. 데뷔 초부터 주로 반듯한 정장을 입고 노래 불렀기에 그의 변화는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제껏 ‘신승훈만의 색깔을 드러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주로 슬픈 발라드를 썼어요. 그런데 10집까지 만들고 나니 변화가 절실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선택한 게 모던록 장르예요.”
그동안 발라드만 고집해온 그는 이번 앨범에서 과감하게 그 틀을 깼다. 창법에도 변화를 줘 트레이드마크인 비성 대신 경쾌한 통기타 선율과 어울리는 두성을 쓰려 노력했다고. 이 때문에 예전 같으면 몇 번 만에 끝냈을 녹음을 수십 번에 걸쳐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타이틀 곡은 ‘라디오를 켜봐요’. 데뷔 초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부르며 청취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그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담아 제목을 정했다고 한다.
“이문세 선배님이 진행하던 ‘별이 빛나는 밤에’에 ‘신승훈의 노래세상’이라는 코너가 있었어요. 그 때 여고생들이 제 방송분을 녹음해서 다음 날 학교 친구들과 함께 듣고는 ‘오빠, 음악 정말 좋았어요’라며 단체 엽서를 보내주곤 했죠.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기분이 좋아요. 당시엔 대중과 소통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들과 너무 멀리 떨어진 듯해 아쉬워요.”
이번 앨범을 통해 지금까지의 음악인생을 총정리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싶었다는 그는 “도전이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데뷔하기 전 6년 동안 생맥주를 파는 라이브 바에서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어요. 그때 외우던 팝송만 1백 곡이 넘어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에게 노래를 들려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죠. 지금 딱 그 심정이에요. 누가 이 노래를 좋아해줄지 모르지만 노래를 들려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인생의 터닝포인트, ‘결혼’ 아닌 ‘새로운 음악’
신승훈은 지난 90년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 데뷔, 이듬해 ‘보이지 않는 사랑’으로 가요순위 프로그램에서 14주 동안 1위를 차지해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1집부터 8집 앨범까지 모두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이렇게 꾸준히 활동해오던 그는 10집 앨범 발표 후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공백기 동안 뭘 했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은데 그동안 일본에 있었어요. 2003년 처음 일본에서 공연을 한 후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그곳에서 활동하며 인지도를 쌓았죠.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일본에서도 최고 아티스트만 설 수 있다는 요코하마 아레나홀에서 공연을 했는데 한국 가수로는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인정을 받았구나’ 싶어 굉장히 뿌듯했죠.”
공교롭게도 그와 함께 90년대 가요계 트로이카로 불리던 서태지, 김건모도 비슷한 시기에 컴백했다. 신승훈은 그들의 음악에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90년대 가요계는 한국 대중음악의 황금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 당시 저희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다시 활동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하거든요. 이번에 나온 두 사람의 앨범을 모두 들었는데 좋더라고요. 저도 그 친구들에게 자극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선의의 경쟁을 펼쳤던 그때처럼 한 무대에 같이 서면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불혹의 나이에도 아직 솔로인 그는 몇 해 전부터 인터뷰 때마다 결혼계획을 물으면 “2년 뒤에 하겠다”고 대답해왔다. 이번에도 결혼과 관련된 질문을 예상했는지 그는 묻기도 전에 “결혼 언제 하냐고 물으시면 ‘2년 뒤’라고 말할 거예요”라며 선수를 쳤다.
“사실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분명히 ‘결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이별 노래를 구슬프게 부르는 가수라 해도 결혼해서까지 계속 슬픔을 노래할 리 없잖아요. 하지만 9년 전부터 결혼할 거라는 말만 계속하고 있네요(웃음). 생각처럼 쉽게 풀리는 문제가 아닌 것 같아 안타까워요.”
그에게 사랑 때문에 울어본 적이 있냐고 묻자 “5집 앨범까지가 모두 한 사람을 생각하며 만든 앨범”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전 한 사람을 사랑하면 굉장히 깊이 빠져요. 이별 후에도 오랫동안 잊지 못하고 가슴 아파하죠. 그래서 슬픈 노래를 잘 부르나봐요(웃음). 사랑 때문에 웃기도, 울기도 많이 했는데 10집 앨범까지 그 모든 감정이 들어가 있어요. 이제는 다른 사랑 노래도 불러보려고 해요. ‘자아’에 대한 사랑 같은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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