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경(37)·임채원(36) 부부는 지난 크리스마스에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첫아들 준영군을 얻은 것.
“사실 아내의 나이가 적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이가 건강하게, 그것도 크리스마스에 태어나 기쁨이 두 배였어요. 마침 옆 병실에서는 (차)태현이 부부가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제가 태현이보다 하루 일찍 아빠가 됐죠. 의사선생님이 두 병실을 오가면서 ‘나오려면 아직 멀었어요. 조금 더 기다리세요’라고 말하는데 둘 다 어찌나 속이 타던지…(웃음). 그날을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요.”
하지만 임채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하늘이 노래져야 아이가 나온다”는 어른들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더라는 것. 첫아이치고는 비교적 쉽게 낳은 편이지만 출산의 고통은 상상 이상이었다고 한다.
“저는 아파도 내색을 잘 안 하는 성격인데 그 고통만큼은 숨길 수가 없더라고요. 분만실에 들어갔을 때 의사선생님이 ‘숨을 크게 한 번 들이마시고 열 번에 나눠 내뱉으라’고 해서 남편이 숫자를 세줬어요. 하나, 둘, 셋, 넷… 처음 몇 번은 시키는 대로 했지만 결국 남편에게 버럭 화를 냈어요. ‘왜 이렇게 숫자를 늦게 세?’ 하고요(웃음).”
“아내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다”는 최승경과 “남편을 꽉 잡고 산다”는 임채원. 하지만 두 사람도 이제 생후 50일을 갓 넘긴 준영이 앞에서는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초보아빠, 초보엄마다.
“진짜 내 배 속에서 나온 거 맞나 아직도 신기해요. 아이 돌보느라 지치다가도 씩 웃는 배냇짓 한 번에 피곤함이 싹 가셔요(웃음).”
한때 설사병에 걸려 최승경·임채원 부부의 애를 태운 준영군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크고 있다.
임신우울증 찾아와 한동안 마음고생
임채원은 임신우울증에 걸려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특히 임신 초기에는 입덧이 심해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졌다고.
“조금만 이상한 냄새가 나도 곧장 화장실로 달려가더라고요. 신혼집에 바른 페인트 냄새가 빠지질 않아 결국 장모님 댁에 몇 달간 머물렀는데 어느 날은 ‘스킨·로션 냄새만 맡아도 속이 메스껍다’며 가까이 오지도 못하게 했어요. 그래서 아내를 만날 때는 아무 것도 바르지 않고 꺼칠한 얼굴로 갔죠(웃음).”
뿐만 아니라 몸에 물도 끼얹지 못할 만큼 피부가 건조해졌다고. 당시 임채원은 드라마 ‘대조영’에 출연하고 있었는데, 화장을 할 수 없을 만큼 피부 트러블이 심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임신하면 마냥 행복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보습 연고를 발랐지만 피부는 논바닥처럼 갈라졌고 조금만 피곤해도 온몸이 퉁퉁 부어올랐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보톡스 맞았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죠. 지금 생각하면 웃어넘길 수 있는 말이지만 그때는 속상해서 눈물이 났어요.”
입덧이 가라앉은 뒤에는 눈에 띄게 달라진 몸매가 그를 힘들게 했다고 한다. 체중이 17kg 정도 불어났는데, 한복을 입어도 불룩한 배가 잘 가려지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그는 “스태프와 동료 연기자들의 배려로 막달까지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자신감이 떨어져 연기에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보통 아내가 임신을 하면 남편이 가슴, 배 등을 마사지해주잖아요. 저는 살이 트고 배가 뭉쳐도 남편에게조차 달라진 제 모습을 보이기 싫어 마사지를 못하게 했어요. 그러면서 남편에게 온갖 짜증을 다 부렸죠.”
하지만 최승경은 이런 임채원을 잘 보듬어줬다고 한다. 임신한 몸으로 촬영장에 가는 아내가 걱정됐지만 한 번도 “일을 그만두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오히려 “열심히 해라. 그것도 태교의 한 방법이다”라며 적극적으로 지지해줬다고 한다.
“제가 ‘아기를 위해 집에서 쉬라’고 했다면 아내는 더 큰 상처를 받았을 거예요. 아내를 위해 모든 걸 해주고 싶었지만 어떤 것도 해줄 수 없어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서 한시라도 아내가 편안한 마음을 갖길 바랐죠. 저희는 억지로 클래식 음악을 듣고 동화책을 읽거나 육아일기를 쓰지 않았어요.”
그의 진심어린 걱정 덕분인지 까다롭던 아내의 식성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임채원은 임신 중 평소 잘 먹지 않던 사과·건포도·아이스크림을 많이 먹었는데, 그가 원할 때마다 최승경은 한달음에 마트에 가 사왔다고. 점차 마음의 안정을 찾은 임채원은 남은 임신 기간 동안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 배냇저고리와 모빌, 딸랑이 등 아기용품을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남편은 처음에 그런 일도 하지 말라고 했어요. 집안 살림도 저 대신 도맡아줬고요. 지금도 그렇지만 아이보다 저를 배려해주는 남편의 마음 씀씀이가 고맙고 한편으로는 미안했어요.”
설사병 심하게 앓는 아이 간호하며 아이의 소중함 새삼 깨달아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임신 기간이 지나고 6시간 진통 끝에 준영군은 첫 울음을 터뜨렸다. 임채원과 함께 분만실에 들어간 최승경은 아이의 탯줄을 자르며 감격의 순간을 맞이했다고 한다.
“한 아이의 아빠가 됐다는 기분… 어유~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어요. 힘든 상황을 견뎌준 아내와 건강하게 태어난 아이에게 고마웠어요. 정신이 혼미해진 아내에게 끊임없이 고생했다, 사랑한다고 속삭였죠. 아이를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고요.”
임채원은 출산 후 젖몸살을 심하게 앓았다고 한다. 가슴에 돌덩어리를 올려놓은 것처럼 아프고 열이 38℃까지 오른 것.
“아무리 아파도 2시간에 한 번씩 아이에게 젖을 물려야 하잖아요. 시도 때도 없이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 밤잠을 설치고…. 그러던 어느 날 서러운 마음이 들어 남편 앞에서 펑펑 울었어요. 산후우울증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던 남편도 그런 제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랐죠.”
하지만 그도 잠시, 임채원은 원인 모를 설사병을 앓아 체중이 급격히 줄어든 아이를 돌보느라 산후우울증을 자연스레 잊었다고 한다. 대신 아이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새근새근 잠든 아이를 보며 ‘이렇게 예쁘기만 한데 왜 그동안 몰랐을까’ 하고 후회했어요.”
다행스럽게도 그후 준영군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크고 있다고 한다.
“준영이는 처음 태어날 때부터 목을 가눴어요. 믿지 않으시겠지만 진짜예요~(웃음). 목에 힘을 줘 빳빳하게 세우고 있다가 어느 순간 툭 떨어뜨리죠. 지금 6kg이 조금 넘는데 다른 아이들보다 성장이 빠른 편이라고 해요.”
양가 부모 모두 손자를 보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신혼집에 찾아온다고 한다. 특히 최승경의 부모는 임채원이 좋아하는 떡, 사골국을 챙겨와 “수고했다”며 어깨를 토닥거려준다고. 요즘 드라마 ‘미우나 고우나’ ‘쾌도 홍길동’ ‘그래도 좋아’ 등에 출연하느라 분주한 날을 보내고 있는 최승경은 “아무리 바쁘더라도 하루에 한 번씩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려고 노력하는 아빠”라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와 눈을 맞추고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옷도 갈아입지 않고 제일 먼저 준영이에게 가요. 잘 놀았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죠. 자라면서 떼가 늘었지만, 아내를 닮아가는 모습이 예쁘기만 해요.”
아이는 성격 또한 임채원을 닮았다고 한다. 감성적이고 마음이 여린 최승경과 달리 임채원은 이성적이고 똑 부러진 성격인데, 최승경은 “준영이는 칭얼거릴 때도 짧고 강하게 ‘빽!’ 하고 운다. 뒤끝 없는 아내의 성격을 똑 닮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이는 자라면서 백번도 더 얼굴과 성격이 변한다는데, 나보다 야무진 아내를 닮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준영군은 얼마 전 50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임채원은 “백일 된 아이처럼 양 어깨에 힘을 주고 의젓한 자세를 취하더라”며 자랑했다.
“‘어느새 우리 아들이 저렇게 컸구나’ 싶어 가슴이 뜨거워졌어요. 건강하게 자라달라고 마음속으로 기도했죠. 앞으로 밖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엄마, 안에서는 친구 같은 엄마가 돼주고 싶어요.”
“나이가 많아 둘째까지는 계획하지 못했다”는 임채원과 달리 “기왕 둘째를 가진다면 준영이에게 남동생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은근히 아이 욕심을 드러낸 최승경. 하지만 그도 당분간은 아내와 준영군에게만 신경을 쓸 생각이라고 한다.
닭가슴살로 만든 음식과 야채샐러드로 남편 다이어트 도와
임채원은 요즘 아이 키우는 재미뿐만 아니라 살림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한다. 결혼하기 전에는 라면밖에 끓일 줄 몰랐는데 결혼한 뒤에는 자연스레 요리에 관심이 생겼다고. 그가 요즘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남편 최승경의 다이어트. 4년 동안 꾸준한 운동으로 40kg 이상을 감량한 최승경이 한 달 전, 드라마 촬영 중 다리 부상을 입어 운동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승경은 이날도 지팡이를 짚고 약속 장소에 나타났다.
“남편이 다친 걸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별일 아니라기에 마음 놓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무릎 인대가 늘어나고 연골이 찢어졌더라고요. 드라마 스케줄 때문에 수술을 못하고 현재 통원치료를 받고 있어요. 저는 잘 낫지 않을까봐 걱정인데, 남편은 살이 찔까봐 걱정을 해요.”
그런 최승경을 위해 임채원은 닭가슴살로 만든 음식과 야채샐러드를 만들어준다고 한다. 가급적이면 인스턴트음식이나 밀가루 음식을 피해 다이어트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여준다고.
두 사람은 결혼 후 한 차례도 싸우지 않았다고 한다. 최승경은 “상대방에게서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는 데 재미를 느끼는 게 그 비결”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오랜 기간 연애를 해도 결혼하고 나면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잖아요. 1년도 채 연애하지 않고 결혼하다 보니 저희도 그런 점이 많았어요. 특히 정리정돈을 잘하는 아내와 달리 저는 쓰고 난 물건을 아무 곳에나 뒀거든요. 그런데도 집안에 큰소리가 나지 않는 건 아내가 ‘자기야, 이런 건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어’ 하며 웃어넘기기 때문이에요.”
대화를 많이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두 사람은 가끔씩 맥주를 마시며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데 한번 시작된 대화는 새벽 2시가 넘어도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요즘에는 아이 얘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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