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수록 커지는 외로움과 허무감,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중년 남성일 경우 그 해결책으로 연애를 시작하기도 한다.(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박명환(이하 박) 나이가 들면서 마음이 허전할 때가 많아요. 흔히 중년 남성들이 가을을 탄다고 하는데 그게 꼭 계절의 변화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아무리 돈 있고 권력 있는 남자라 해도 사는 게 힘들고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지긴 마찬가지죠.
김경수(이하 김) 아내와 자식이 있어도 외롭더라고요. 인간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라지만 특히 40대에 접어들면서 내적인 갈등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고, 말동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죠.
박 사실 주변에 보면 애인을 둔 중년 남자들이 꽤 있어요.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남자들 사이에서는 애인을 둔 게 또 다른 능력으로 비치기도 하죠.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내게도 다시 사랑이 찾아오면 어떨까, 한 번쯤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하고요.
김 사실 전 40대 중반에 연애를 해봤어요. 마흔다섯에 만나 3년 정도 사귀다가 지난해 헤어졌는데 얼굴도 예쁘고 참 착한 여자였어요. 아이 없는 이혼녀였는데 저보다 나이가 열 살 정도 어렸어요. 제가 사업에 실패했을 때도 저를 진심으로 위로하며 감싸줬죠. 당시 아내에게 하지 못하는 말도 그녀에게는 다 털어놓았어요.
아내와 많은 대화 나누지 못하는 남자일수록 연애하고 싶은 욕구 느껴
박 이 나이가 되면 돈 버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새삼 느끼게 돼요. 나이는 들어가는데 아이들은 점점 커가고 돈 들어갈 때는 많아지잖아요. 그런 심리적인 압박감을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로 애인을 찾는 것 같아요. 사실 가정은 남자에게 엄청난 짐으로 여겨질 때가 있어요. 모든 걸 혼자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힘든 일이 있어도 쉽게 아내에게 털어놓지 못하죠.
김 저도 그녀를 만나면서 사랑의 밀어를 속삭인 게 아니에요. 시시콜콜한 일상을 털어놓았죠. 오늘 있었던 일,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느낀 생각 등을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어 좋았어요. 사실 아내와는 대화를 나눌 분위기가 조성이 안돼요. 들어줄 생각도 안 하고요.
박 상처받은 마음을 푸근하게 감싸주는 여자가 생기니까 삶의 활력이 넘치지 않던가요?
김 당연하죠. 그녀를 만나면서 젊은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아 설레고 좋았어요. 새롭게 사랑의 감정이 용솟음쳤다고나 해야 할까요. 비록 외모는 변했지만 사랑의 감정은 그대로더라고요. 아니, 젊었을 때보다 더 애틋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섹스를 할 때도 아내와 할 때와는 기분이 달랐어요. 남자들은 여자가 흥분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우쭐해지잖아요. ‘아직 남자로서 쓸 만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요. 그녀와 섹스를 하면 남자로서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 같아 좋았어요. 반면 아내는 저를 돈 버는 기계쯤으로 여겼을 뿐 잠자리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박 저도 50대에 접어드니까 남자로서 매력을 상실해가는 게 아닌가 하는 초조감이 들어요. 마음은 그대로인데 몸은 예전같지 않다는 걸 느끼게 되면서 자신감도 없어지고요.
<b>김경수</b>(가명·48세·사업) 결혼 20년 차.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으며 최근 3년간 연애한 경험이 있다.(좌) <br><b>박명환</b>(가명·50세·직장인) 결혼 17년 차. 30대 초반에 결혼해 세 아이를 두고 있고 결혼 후 연애 경험은 없다.(우)
김 그러고 보면 남자들은 강한 듯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자보다 한없이 여린 존재예요.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고 힘들어도 힘든 내색을 하지 못하죠. 남자라고 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지 않겠어요. 그럴 때 아내가 받아주지 않으면 인생이 더 팍팍하게 느껴지죠.
박 저 역시 아내와 나누는 대화는 매우 단조로워요. 주로 아이들 교육얘기나 집안 대소사, 가끔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서 얘기하죠. 저뿐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중년 부부가 그렇게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김 아내에게는 미안했지만 당시 너무 외로웠어요. 아내가 무뚝뚝하고 사랑 표현에 인색한 사람이어서 더 그랬던 거 같아요. 어쩔 때는 아내한테 남편 대접을 못 받는다고 생각하니까 바람피우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박 그래서 남자들은 바람피울 때 상대에게 아내에 대한 쌓였던 불만을 늘어놓기도 한다잖아요. 가정생활이 행복하지 않다는 걸 얘기하면서 더 위로받고 싶은 거죠.
김 그녀를 만나면서 아내와 이혼하고 그녀와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했어요.
박 보통은 바람을 피워도 가정을 깨고 싶어 하지는 않는 것 같던데요.
김 경우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저는 정말 그녀와 재혼하고 싶었어요. 그녀와 헤어지는 게 몹시 안타깝고 마음 아팠죠. 하지만 아내와 이혼하지 못하니까 결국 그녀와 헤어질 수밖에 없었어요. 사실 우리가 헤어진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어요. 섹스 때문이었죠. 저는 사랑하는 여자니까 만날 때마다 섹스를 하고 싶어 했는데, 그녀는 그걸 부담스러워했어요. 연애 감정만 나누고 육체적인 관계는 아주 가끔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녀를 만난 과정에서 정신적인 사랑과 육체적인 사랑을 비율로 따져봤을 때 저는 육체적인 사랑에 조금 더 무게중심을 뒀던 것 같아요. 사랑하는 여자니까 만나면 한 번이라도 더 안고 싶고 섹스하고 싶었던 거죠. 하지만 그녀는 제가 섹스만을 위해 자신을 만나는 것처럼 느껴졌나봐요.
“뜨거운 사랑의 감정도 좋지만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심리가 더 커요”
박 남자들과 여자들이 생각하는 사랑이 조금은 다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남자는 여자에게 자신을 과시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가 섹스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고요.
김 저는 사랑과 섹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대다수의 남자들이 애인을 만들 때는 정신적인 사랑 못지않게 육체적인 사랑도 중요하게 생각하잖아요.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섹스를 빼고 얘기할 수 없으니까요.
박 중년에 접어들어 로맨스를 꿈꾸게 되는 데는 호르몬의 영향도 크다고 봐요. 남성호르몬이 점점 줄어드니까 마음이 더 여려지고 소녀 같은 감성으로 변하는 거죠.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 흘릴 때도 많고요. 남자들도 알고 보면 참 불쌍한 존재예요. 직장생활하다 보면 사표 던지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고 속으로는 욕이 나와도 겉으로는 웃으면서 굽실거려야 할 때도 많고요. 그런 스트레스 때문에 남자들이 밖에서 술을 마시는지도 몰라요.
김 맞아요. 저도 사업이 힘들 때 그녀를 만났잖아요. 사랑하는 사람이 아픈 부위를 어루만져주니까 살 것 같더라고요. 솔직히 뜨거운 사랑의 감정도 좋았지만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는다는 것에 더욱 큰 힘을 얻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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