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유지연(30). 이름 석 자만 듣고 그가 누군지 바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KBS 드라마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에 자주 출연했던 연기자라고 하면, 그제야 사람들은 ‘아~’ 한다. 서울대(국악과 가야금 전공) 출신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깜짝 놀라 ‘정말?’이라며 되묻는다.
“‘사랑과 전쟁’에서 제가 맡았던 역할들이 주로 불륜을 저지르는 캐릭터였어요. 그 때문인지 제가 서울대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 많은 분이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그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교에 대한 언급을 꺼렸다고 한다. 학교 선후배들이 자신을 어떤 시선으로 볼지 걱정스러웠기 때문. 무엇보다 ‘잘나가는’ 배우가 아니다 보니 학교를 내세울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어릴 적부터 연기자가 꿈이었다고 한다. 가야금 역시도 연기자가 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고등학교 1학년 때 배우기 시작했다고.
“96년, KBS 제2기 슈퍼탤런트(공채 18기)를 뽑는다는 TV 자막을 보고 가족들 몰래 원서를 내고 시험을 봤어요. 합격한 뒤 가족들에게 얘기하니까 모두 뒤로 넘어가더라고요. 저희 가족은 모두 평범해요. 아버지는 공무원이셨고, 어머니는 전형적인 가정주부시죠. 네 살 위 오빠는 딱 모범생 스타일이고…. 그러니 제 탤런트 합격 소식은 그야말로 충격이었죠. 하지만 모두 저를 이해하고 제 결정을 환영해주셨어요.”
바라던 연기자가 되었건만, 정작 연기할 기회는 잘 주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박선영, 김태우, 이주현, 이상인 등 공채 동기들이 주·조연을 맡아 두각을 나타냈지만 그는 그저 간간이 단역만 맡았다. 그러다 지난 2003년 5월, ‘사랑과 전쟁’에서 불륜을 저지르는 주인공 역을 맡은 동료가 갑자기 출연을 거부하면서 그에게 출연 기회가 주어졌다.
이후 그는 ‘사랑과 전쟁’에서 자주 ‘불륜녀’ 캐릭터를 맡게 됐는데 문제는 그런 쪽으로 이미지가 고정되다 보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은 게 연기자의 욕심이잖아요. 그런데 자꾸 같은 이미지의 역만 들어오니까 회의가 들더라고요. 고민 끝에 이미지 변신을 위해 1년 만에 ‘사랑과 전쟁’을 그만뒀어요.”
“‘사랑과 전쟁’에 출연하며 굳어진 이미지 때문에 소개팅도 안 들어와 고민이에요”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잠깐잠깐 단역으로 나온 것을 제외하면, 비중 있는 역할로 나온 것은 고작 10편 내외였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은 그가 ‘사랑과 전쟁’에 출연하는 줄 알고 있는데 이는 케이블 채널을 통해 계속 재방송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연기를 쉬어도 소용이 없더라고요. 2005년에 방영된 KBS ‘드라마시티-으라차차 첫날밤’에서도 결국 남자 부하직원을 유혹하는 상사 역할을 맡았죠. 어차피 안 되는 거, 이젠 편안하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이게 내 길인가보다 생각하고요(웃음).”
마음을 비우니 의외의 곳에서 기회가 왔다. 주부들에게 얼굴이 널리 알려진 덕분에 지난해 8월부터 주부 대상 프로그램 KBS ‘감성매거진 행복한 오후’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게 된 것. 또 지난해 말부터는 부동산TV RTN의 정보 프로그램 ‘부동산 Q·A 모르면 손해’의 MC를 맡아 진행자로도 나섰다.
마음을 비웠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다. 바로 결혼문제. 결혼할 나이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불륜녀’ 이미지가 굳어져 선이나 소개팅이 전혀 들어오지 않아 고민이라는 것.
“얼마 전, 한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런 사정을 얘기했더니 주변 분들이 ‘진작 말하지 그랬냐’며 선 자리를 알아봐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기다리고 있어요(웃음).”
패널·MC로 활동하면서도 꾸준히 연기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그는 본격적으로 연기 공부를 하기 위해 이번 학기 성균관대 대학원(공연예술 전공)에 진학했다고 한다.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서 명세빈, ‘달자의 봄’에서 이혜영이 맡은 역처럼 당찬 커리어우먼을 연기해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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