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는 ‘대빡이 삼천빡 투어’가 화제가 됐다. KBS ‘개그콘서트’ ‘골목대장 마빡이’에 출연 중인 개그맨 김대범(28)이 방송에서 ‘수능을 보는 수험생을 위해 삼천빡 투어를 하겠다’고 말한 뒤 실제로 자신의 미니홈피에 ‘대빡이 삼천빡 투어 동영상’을 올린 것. 동영상에는 자신의 옥탑방을 시작으로 서울시청 앞, 경복궁, 노량진 수산시장, 한강, 패스트푸드점, 횡단보도 앞, 찜질방, 지하철 안 등 서울시내 다양한 장소를 배경으로 절을 하고 이마를 치는 모습이 담겨있다.
“제 홈피에도 글을 올렸듯 솔직히 3천 번은 못했고 한 3백30번 정도 했어요. 10월 말 녹화 때 즉흥적으로 얘길 했는데, 약속은 지켜야 할 것 같았어요. 문제는 수능시험일(11월16일) 얼마 안 남았고, ‘개그콘서트’ 일정이 빡빡해서 도저히 삼천빡은 불가능하더라고요. 말을 뱉어놓고 지키지 못하는 게 죄송스러워서 최소한의 성의로 장소를 다양하게 바꿔가면서 했죠. 최대한 시간적 여유를 낼 수 있는 이틀간 서울시내 20여 군데를 돌아다녔어요. 사실 삼천빡 투어 이전에 방송에서 애드리브로 ‘1촌 신청을 하시면 도토리를 주겠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그날 5만 명이 1촌 신청을 한 거예요. 처음 1백 명 정도에겐 도토리를 줬는데 5만 명은 무리더라고요. 그때 ‘왜 도토리 안 주냐’고 욕도 많이 먹고(웃음), 코미디 프로에서 한 말이라 웃으며 넘길 줄 알았는데 실제로 믿고 온 분들이 배신감을 느꼈다고 생각하시니까 죄송했어요. 그 뒤로는 방송에서 한 말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그는 ‘삼천빡 동영상’ 이후에도 한겨울 ‘냉수마찰’ 등의 동영상을 선보이며 네티즌과의 약속을 실천했다.
“냉수마찰을 하러 여의도공원에 이어 국회에 갔는데 반바지에 슬리퍼, 코트만 걸친 모습을 보고 이상하게 보시더라고요. 그 상태에서 옷을 벗으니까 제지당했고요. 그래서 냉수마찰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국회도 국민과의 약속을 잘 지키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표현해보고 싶다고 하니까 흔쾌히 허락해 주셨어요.”
2004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개그콘서트’ ‘웃음충전소’ 등에 출연하고 있는 그가 현재 주력하는 프로그램은 단연 ‘개그콘서트’의 ‘골목대장 마빡이’. 이마나 볼, 무릎 등 몸의 한 부분을 손바닥으로 치는 동작을 반복하는 이 코너에서 대빡이로 등장하는 그는 마치 검도의 검을 휘두르는 동작 뒤에 무릎을 치는 동작을 취한다. 5분이 조금 넘는 코너지만 그동안 1백~2백회 정도 동작을 반복하는 탓에 몸무게가 6kg가량 빠졌다고 한다.
“처음 코너를 맡고 2주 동안은 피멍이 들어서 장난이 아니었어요. 지금은 굳은살이 박여서 아프지 않아요. 누구 말대로 고통 뒤에는 그만큼 강해지는 것 같아요(웃음).”
30만원짜리 옥탑방에서 네 남자가 함께 사는 중, 새해소망은 전셋집으로 옮기는 것
현재 그는 서울 신길동에 있는 옥탑방에서 개그 지망생인 후배 3명과 함께 산다.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단칸 옥탑방에서 다섯 명이 함께 살았는데 지난해 초 방이 2개 있는 월세 30만원짜리 옥탑방으로 옮겼다고.
“제 고향이 경남 진해인데 스무 살부터 개그하겠다고 서울로 올라와서 몇 년 동안 고시원을 전전하며 살았어요. 그때 배고픔이랑 외로움을 겪어봐서 지방에서 올라온 후배들 심정을 알죠. 저도 같이 살면 좋으니까 다 함께 데리고 살아요. 그나마 방송출연하면서 돈을 좀 벌게 돼 지난해 방 두 개짜리 옥탑방으로 옮겼는데, 새해 소망이 있다면 전셋집으로 옮기는 거예요. 사람들은 TV 출연하면 돈을 많이 벌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전셋집으로 옮기는 것도 쉽지 않아요.”
서울 신길동 옥탑방집. 특이하게도 TV는 61인치다.
신기한 점은 7평 남짓한 그의 방 한 칸에 61인치 텔레비전이 있다는 사실. 전자제품 마니아라는 그는 컴퓨터 모니터도 21인치를 구입했다.
“고시원에서 살 때도 TV는 31인치였어요. 아무래도 큰 화면으로 보면 디테일한 것들을 파악하기도 좋거든요. 그런 것들을 감지하는 게 개그 아이디어를 찾는 데도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해서 무리해서 구입했죠.”
그는 개그를 위한 일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대빡이’ 소품으로 월세 두 달치인 60만원짜리 가발을 사고, 캠코더 구입을 위해 80여 만원을 투자한 것.
아주 어릴 적부터 개그맨을 꿈꿨다는 그는 사람들에게 얼굴이 알려져 인기를 얻고 있는 요즘 행복해서 잠을 못 잘 정도라고 한다.
“초등학교 졸업앨범 ‘남기고 싶은 말’에 제가 ‘나는 개그맨이 될 것이다. 지켜봐라’라는 멘트를 적어놨더라고요. 꿈을 이뤄 저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아요. 얼마 전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는데 ‘우리 반에서 그때 하고 싶어했던 일을 지금 하고 있는 사람은 너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어떤 칭찬보다도 힘이 됐어요.”
그의 침대 위에는 이경규, 전유성, 김제동, 박준형, 주성치 등 그만의 ‘개그 영웅’ 사진을 모아놓은 액자가 걸려있다. 개그맨이 되겠다는 꿈을 이룬 그는 변치 않고 성실한 자세로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남을 웃기는 게 마냥 좋아 개그맨이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삼천빡 동영상’에서 제가 자신이 한 말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힘을 얻었다는 네티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 개그가 자기만족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했어요. 앞으로는 많은 사람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웃음을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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