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민(30)은 참 바지런한 가수다. 2004년 제대 후 곧바로 새 음반을 내고 활동을 시작하더니 지난해엔 베스트 앨범과 더불어 자전 에세이집 ‘길을 지나가다 문득’도 냈다. 이어 올 초에는 일일드라마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에 6개월간 출연했고 드라마가 끝난 지 얼마 안 된 지난 가을엔 새 앨범을 발표했다. 보통의 연예인들이 앨범홍보 활동이나 영화, 드라마 한 편이 끝나면 6개월에서 1년 넘게 ‘재충전’의 시기를 갖는 것에 비하면 쉼없이 다양한 장르로 뻗어나가는 홍경민의 행보는 에너지가 넘쳐 보인다.
그리고 이번에는 12월1일부터 서울 백암아트홀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동물원’ 무대에 오른다고 한다.
“7집 앨범을 내기 전부터 뮤지컬에 출연하기로 약속돼 있었어요. 음악이나 연기 하나만 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포기해야 하는 나머지 것들이 조금 아깝더라고요. 좋은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건 기회인데… ‘힘들어도 하자!’이러다 보면 일이 겹치는 거죠.”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자신은 ‘가수’라고 강조한다. 때문에 “연기는 못해도 부담이 적지만 노래는 본업이라 부담이 크다”고.
홍경민은 12월 한달 동안 공연될 뮤지컬 준비를 위해 하루 8시간 이상 연습실에서 지낸다.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좋아해요. 실제로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뮤지컬을 하게 되니까 마냥 신기했던 것들이 조금 가까워지는 느낌도 들고 기분이 묘해요. 나름 재미도 있고요. 하지만 노래와 다른 활동을 비교할 수는 없죠. 다른 활동은 못한다고 안 시켜줘도 그만이지만 노래는 그럴 수 없잖아요.”
뮤지컬 ‘동물원’은 그룹 동물원의 노래들로 이뤄진 창작 뮤지컬. 이전에도 다른 뮤지컬 무대에서 여러 번 러브콜을 받았지만 동물원의 노래를 좋아했기에 이번 작품에 끌렸다고 한다. 첫사랑과 옛 친구들이 등장해 젊은 날 가졌던 꿈과 열정을 떠올리고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뮤지컬의 내용을 듣다가 혹시나 그에게도 다시 만나면 가슴 저릴 만한 첫사랑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자신의 인생을 바꾼 첫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초등학교 동창생인데 고등학교 때 좋아하게 됐어요. 그 친구 때문에 많은 게 바뀌었죠. 한 예로 저희 고등학교는 등교시간이 오전 7시였는데 그 친구 학교는 8시였어요. 그 친구가 보고 싶어서 항상 지각을 했죠. 오죽했으면 당시 제 별명이 대학생이었겠어요. 학교 오고 싶을 때 오고 가고 싶을 때 간다고(웃음). 사랑 때문에 마음만 앓다가 ‘어른들은 괴로울 때 담배를 피우던데 도움이 되나?’ 이러면서 담배도 피우게 됐고요(웃음). 밴드활동을 하며 음악을 하게 된 것도 그 친구 때문이었죠. 삐딱하게 가다가 대학도 못 갈 뻔했어요. 나중에 다시 연락이 닿아서 지금까지 연락하고 지내는데, 물론 그때와 같은 감정은 없어요.”
절절한 첫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며 “한때는 순정파였다”며 웃는다. 그러고보니 그의 나이도 이제 서른이 넘었다. 혹시 결혼계획은 없을까.
“여자친구도 없어요. 사랑을 끊은 지가 언제인데(웃음). 이상형은 갈수록 없어지는 것 같아요. 자기일 열심히 하는 여자, 편하게 해주는 여자… 그 정도? 정말 이 여자다 싶은 사람이 있으면 결혼하겠지만 나이가 됐으니 찾아보자, 이런 생각은 안 해요.”
“사랑 끊은 지가 언젠데요… 이번 크리스마스는 무대 위에서 보내게 됐어요”
매일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연습에 몰두한다는 그는 공연이 12월31일까지 꽉 차 있어 올 크리스마스는 무대 위에서 보낼 예정이다. “12월은 끝났다”며 웃는 그에게 콘서트 무대와 뮤지컬 무대를 비교해달라고 하자 “뮤지컬에서는 준비한 것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면서 손사래를 친다.
“한우물만 파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저 역시 하나만 정말 잘하고 싶고요. 가수니까 콘서트를 정말 잘할 수 있다면 좋겠고 50, 60세 돼서도 라이브 공연 계속하면서 사는 게 꿈이에요. 그런데 현실은 가수가 쇼프로도 하고, 다른 활동도 많이 해야 하잖아요. 그런 걸 무시할 수 없는 거죠. 한편으로는 제가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재주가 있다는 것,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도 큰 복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러 개를 하더라도 욕은 먹지 않도록 ‘최소한 기본 이상을 하자’ 이런 건 있어요. ‘대단한 연기자’라는 평가는 못 받더라도, ‘웬만큼 하네’ 소리 들을 만큼은 해야죠. 뮤지컬만 하신 분들을 따라갈 순 없겠지만 최선을 다해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그에게 마지막으로 ‘인생의 좌우명’을 물었다. 역시나 담담하지만 의미심장한 멘트가 돌아왔다.
“좌우명이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요. 알렉산더 대왕이 반지에 새길 문구를 찾는데, 전쟁에서 승리를 얻어 기쁨을 주체하지 못할 때 자제할 수 있고 동시에 전쟁에서 졌을 땐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문장을 쓰고 싶었대요. 그래서 현자에게 찾아가 들은 말이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예요.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모두 지나가기 때문에 좋은 일 생겼다고 너무 좋아하지 말고, 나쁜 일 생겼다고 너무 우울해하지 말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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