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교육 8천 명 학습지도 교사 중 실적 1위를 차지한 김효순씨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매달리면 성공은 따라오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따뜻한 햇살 사이로 찬바람이 불던 9월 중순, 전북 전주에서 연봉이 1억원인 방문학습지 교사 김효순씨(29)를 만났다. 그는 현재 재능교육의 8천여 명 학습지도 교사 중 2006년 누계실적 부문 1등 사원이다. 포상으로 내년에는 부모와 함께 유럽여행도 갈 예정이다.
아침 일찍 재능교육 서전주지역국 사무실을 찾았을 때, 김효순씨는 아이들 지도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학습지 진도를 체크해서 교재를 챙기고, 복습 분량을 정하느라 바빴던 것. 하루에 15명의 학생을 지도하는 그는 오후 1시부터 아이들을 만나기 시작해 밤 11시30분 즈음에야 일정을 마친다. 그가 맡는 학생은 만 3세 유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까지 다양하다. 김씨가 이렇듯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는 것은 특유의 친화력 덕분이다.
“아이들과 인간적으로 친해지려고 노력해요. 그들의 유행어나 관심분야에 대해서도 늘 주의를 기울이죠. 제가 망가지는 모습도 스스럼없이 보여주고, 진솔한 체험담을 들려주기도 해요. 요즘은 맞벌이 부모가 외동자녀를 둔 경우가 많아서, 학습지 교사가 친구가 돼주는 걸 아이와 학부모 모두 좋아해요. 물론 저도 좋고요.”
그와 비슷한 경력을 지닌 2년 차 지도교사의 평균 월수입은 2백만~3백만원. 그런데 어떻게 그는 10년차 회사원도 받기 어려운 1억원의 연봉을 받게 된 걸까.
“학생에게 맞춤옷을 입혀준다고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에게 수학을 지도하다보면 수학점수가 낮은 원인이 단순히 수리능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알게 돼요. 간혹 국어능력이 떨어져서 수학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이럴 때, 국어를 같이 가르치면 아이의 전반적인 학습능력이 향상돼요. 제가 높은 급여를 받는 것은 많은 학생을 지도하는 이유도 있지만, 한 학생의 특성을 파악해 여러 과목을 가르치기 때문일 거예요.”
사실 방문학습지 지도교사는 그의 첫 직업이 아니다. 대학을 졸업한 99년 그는 모교인 전북대에서 교수 추천을 받아 서울의 한 은행에 취업했다. 하지만 은행 업무는 그가 꿈꾸던 이상과 많이 달랐다. 업무 외적으로 고객을 접대해야 하고, 꽉 막힌 실내에 갇혀 근무하는 것이 답답해 그는 8개월 만에 은행에서 나왔다. 다음으로 그가 취업한 곳은 증권회사였다. 투자자를 모집하고, 개미투자자의 자산운용을 돕는 것이 그의 업무였다. 하지만 이 일 역시 자신의 이상과는 달랐다. 자신의 노력 여부와 상관없이 증시 흐름에 따라 수입이 달라졌다. 그는 개인적으로도 주식투자에 실패했던 2002년 말 회사를 그만두었다.
열심히 일한 만큼 보상을 받는 직장을 찾던 차에 그는 “언니가 학습지 교사인데 그 직업이 너랑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친구의 권유를 받았다. 절실하게 일하기를 원했던 그는 두 번 고민하지 않고 인터넷에 입사지원서를 넣었다.
“처음부터 이 일에 대해 낙관적인 비전을 본 것은 아니에요. 당시 주식투자를 해서 본 손해가 워낙 컸던 탓에, 얼른 돈을 벌어야했습니다. 처음 입사해서는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아무도 모르게 한 시간씩 일찍 출근해 사무실을 청소하고, 지구장님이 하는 일은 무엇이든 따라했어요. 뭘 쓰고 계시면 저도 똑같이 쓰고, 어딜 가시면 저도 따라가고, 졸면서도 회식 자리에 붙어 앉아서 말씀 듣고…. 그렇게 열심히 했기 때문에 학습지 교사 일에 빨리 적응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자신도 성장할 수 있어 그 어떤 일을 할 때보다 행복해
학습지 교사 일을 시작한 후 그의 삶은 달라졌다고 한다. 많이 웃게 됐고, 아이들을 좋아하게 됐으며, 성격도 한층 부드러워졌다고. 무엇보다 인생의 지표가 생겼다는 것이 그를 행복하게 한다.
“학습지 교사는 제가 바라는 직업의 이상을 모두 갖추고 있어요. 전문직이고, 노력한 만큼 수입이 보장되고, 보람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저 자신도 성장하고 인정받을 수 있어 기뻐요.”
그는 요즘도 학생을 지도하고 홍보활동을 펼치느라 일요일에도 일을 한다. 그가 바쁘게 일하는 데는 부모의 영향이 컸다. 어렸을 때부터 그의 부모는 “여자 또한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좋으며, 이왕이면 꼭 필요한 사람, 최고의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쉰 날을 다 더하면 한 달도 안될 거예요.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구하는 데도 이틀이면 충분했죠. 쉬는 동안 마음이 조급해져서 책 판매 영업을 한 적도 있어요. 성격상 할 일이 없는 걸 못 참아요. 여유시간이 생겨도 여가를 즐기기보다는 일을 만들어 하는 편이죠. 목표가 분명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바쁘니 그는 남자친구를 만날 시간도 없다. 그는 “바빠서 사람 만날 시간도 없고, 결혼생각도 없다. 지금은 일하는 게 좋다”며 수줍게 웃는다. 그러면서도 “강호동이나 LG의 포수 조인성처럼 듬직하고 유머러스한 사람이 곁에 있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이상형을 밝히기도 했다.
그의 또 다른 목표는 후배 학습지 교사를 양성하는 교육파트에서 일하는 것이다. 해외지사에서 근무하는 것도 그의 장기적인 꿈 중 하나다.
“저를 모델로 삼은 직원들이 있어요. 다른 지역에 있는 선생님들이 제게 쪽지나 메일을 통해 연락하기도 해요. 그럴 땐 기분 좋죠. 책임감도 더 느끼고요. 그들에게 좋은 모델이 돼서 나아갈 길을 제시해주는 것도 제 목표입니다.”
김효순씨는 “자신의 성공 비결이 실업난에 허덕이는 젊은이들에게 모두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첫 직장에서 실패한 이유는 절실하게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열심히 매달리면 성공은 따라오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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