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하는 남편, 메이크업하는 아내로 유명한 조민기(41)·김선진(40) 부부. 지난 91년 이명세 감독의 영화 ·첫사랑’에서 배우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처음 만나 결혼에 골인한 두 사람은 현재 각자의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지만 ‘누구의 아내, 누구의 남편’으로 불릴 때가 더욱 기분 좋다고 말한다.
“신혼 때는 정말 죽기 살기로 많이 싸웠죠. 20년 넘게 따로 살았는데, 하루아침에 손발이 척척 맞을 리가 없잖아요. 더욱이 연애기간이 8개월 밖에 안됐기 때문에 결혼하고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치열하게 싸우고 맞춰온 결과 지금은 남편의 눈빛, 목소리만으로도 기분을 간파할 수 있어요(웃음).”
“드라마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할 수 있는지, 깜짝깜짝 놀라요”
촬영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오는 남편에게 김씨가 붙여준 별명은 ‘집돌이’. 현재 SBS 주말드라마 ·사랑과 야망’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조민기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촬영을 하고서도 집에 와서는 아내와 또다시 수다(?)를 떨 정도로 다정한 성격이라고 한다. 자기 전 침대에 누워 하루 종일 촬영장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쏟아내고, 집에서 일어난 시시콜콜한 일까지 묻는다고.
“드라마에서는 냉철하고 지적인 이미지로 나오지만 민기씨의 원래 모습을 아는 사람들은 ‘가증스럽다’고 말해요(웃음). 남편이 집에서 행동하는 걸 생각하면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할 수 있는지, 저도 깜짝깜짝 놀라거든요.”
조민기 역시 자신의 모습이 어색할 때가 많다고 한다. 특히 드라마 초반에는 대학생 연기를 위해 한동안 교복을 입고 출연했는데, 그 때문에 네티즌 사이에서 비난을 받기도 했다고. ‘그 나이에 대학생이 말이 되냐?’를 비롯해 ‘정말 뻔뻔하다’ ‘얼꽝이다’ 등의 내용이 올라왔는데, 그는 “그런 글 밑에 ‘그러게 말야. 내 딴에는 한다고 한다’ 등의 글을 쓰고 싶었다”며 웃었다.
지난해 6월, 10년 동안 여행하며 찍은 사진을 모아 첫 전시회를 연 조민기는 최근 ‘사랑과 야망’이란 타이틀을 걸고 다시 한 번 사진전을 가졌다. 이번 전시회는 자신의 일터인 드라마 ·사랑과 야망’의 촬영장을 렌즈에 담은 것으로 촬영장 가는 길, 드라마 제작과정, 분장실 풍경, 배우들의 이면 등을 다양하게 포착했다.
“사진 찍은 걸 가족들에게 자주 보여주는데, 아내는 늘 ‘좋다’는 말만해서 이제는 못 믿겠어요(웃음). 처음 전시회도 아내의 적극적인 권유로 열게 됐고, 이번에도 전시회를 연다니까 저보다 더 좋아하더라고요.”
평소 사진 외에도 건축 인테리어 의상 음악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그는 “항상 진화한다는 생각으로 산다”고 말한다.
김선진씨 또한 가을 결혼 시즌을 맞아 한창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2월 자신이 운영하는 헤어살롱 2호점을 오픈한 그는 조만간 프랜차이즈 사업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화장품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소비자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의 화장품을 만들고 싶어요. 외국의 경우 가격이 저렴해도 질 좋은 화장품이 참 많거든요. 그동안 익힌 노하우를 대중에게도 전달하고 싶어요.”
김씨는 오랫동안 영화 메이크업을 담당해오며 많은 연예인과 친분을 쌓았지만 최근 들어 사업에 전념하느라 연예계 일은 조금씩 줄여가고 있다. 얼마 전 영화 ·황진이’ 출연자들의 메이크업 담당을 제안받았으나 고사했다고. 올해로 18년째 한우물을 파고 있는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남편의 격려 덕분이라고 말한다.
얼굴 생김새부터 성격까지 엄마 아빠를 반반씩 나눠 닮은 딸 윤경·아들 경현.
“제가 민기씨를 남편이기 이전에 배우로 보는 것처럼, 남편도 제 일을 많이 존중해줘요. 두번째 숍을 오픈할 때도 민기씨가 인테리어를 도맡아서 해주는 바람에 제가 한시름 놓았죠. ·사랑과 야망’ 촬영을 시작할 무렵 2호점 공사가 시작됐는데, 촬영이 끝나면 곧장 이곳으로 달려와 자재 선택부터 소품까지 모든 걸 남편이 결정해줬어요. 물론 본인이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남편이 직접 도와주니까 마음이 든든하더라고요(웃음).”
결혼해서 지금까지 시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김씨는 가정을 돌보는 데도 프로정신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새벽부터 일을 시작해도 오후에는 집안일을 하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을 학원에 데려다주는 등 가정주부로서의 역할도 다하고 있다.
“물론 여느 직장과 달리 일하는 시간을 융통성 있게 조절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죠. 시부모님께 도움받는 부분도 많고요. 그래서 저는 맞벌이하는 친구나 후배들에게 시부모님과 함께 살면 불편한 점보다 좋은 점이 더 많다고 얘기해줘요. 아이들 교육 면에서도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친정어머니로부터 음식솜씨를 물려받은 김선진은 손이 빠르고 음식도 푸짐하게 장만하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맏며느리다보니 명절 음식과 제사상도 직접 차리고 해마다 설과 추석에는 14명의 친척이 먹을 음식을 준비한다고. “‘당신이 최고’라는 말 한마디가 듣고 싶어서 힘들어도 꾹 참고 일한다”며 싱긋 미소를 짓는 그는 심지어 명절 때마다 메인 요리를 바꿔서 준비할 정도로 열성이 대단하다.
“가족들이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될 수 있는 대로 다 해주려고 해요. 남편이 촬영하다 말고 전화해서 ‘갈비찜 먹고 싶어’ 하면 특별한 스케줄이 없는 한 바로 마트에 가서 장을 봐다가 남편이 오기 전에 갈비찜을 완성시켜놓죠(웃음).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그게 좋아서, 제가 좋아하니까 하는 거죠 뭐.”
나이에 걸맞지 않게(?) 여전히 장난기가 많고 호기심 많은 남편을 볼 때면 ‘아들 한 명 더 키운다’는 생각이 든다는 김선진씨. “요즘도 멋지게 차려입은 남편을 보면 다시금 반하게 된다”고 말하는 그가 호기심 많은 남편과 사는 게 어떤 것인지 설명해줬다.
“며칠 전에는 큼지막한 박스가 택배로 배달돼 왔더라고요. 열어봤더니 다양한 모양의 얼음 얼리는 케이스가 가득 담겨 있었어요. 남편이 인터넷 쇼핑으로 산 거였죠. 얼음 케이스를 보고 어찌나 흥분하며 좋아하던지, 하루 종일 아이들과 냉동실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왕얼음이다’ ‘별모양’이다 하고 노는데, 웃음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이에 대해 조민기는 “똑같이 녹아 없어질 얼음이지만 아이들에게 다양한 모양의 얼음을 보여주면서 세상을 즐겁고 특별하게 사는 법을 가르쳐줬다”며 능청을 떨었다.
현재 초등학교 5학년생인 큰딸 윤경과 한 살 아래의 아들 경현은 어려서부터 엄하게 자라서인지 투정부리는 법을 모른다고 한다. 아이들 교육방침에 대해 묻자 두 사람은 ‘엄부 밑에 효자 난다’는 속담을 동시에 읊었다.
“아이들은 엄하게 키울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간혹 ‘아이가 기죽을까봐 야단치지 않는다’고 말하는 부모가 있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안타까워요.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예의범절이 뭔지, 도덕성이 뭔지 어떻게 알겠어요.”
김선진씨는 남편의 말을 이어받아 “우리 아이들은 감히 ‘반항’이란 걸 모른다. 혹시 반항하고 싶어도 후환이 두려워 못할 것”이라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엄부 밑에 효자 난다’며 엄하게 아이들을 키우는 부부
조민기는 아무리 화가 나도 아이들에게 매를 드는 법은 없다고 한다. 매를 드는 것은 폭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아이들이 잘못했을 경우 대개는 말로 타이르고 가끔 따끔하게 혼을 내야 할 때는 손으로 엉덩이를 때린다고 한다. 그는 “아이의 엉덩이가 아픈 만큼 때리는 내 손도 아프다”며 “그러면서 부모로서의 잘못은 없는지 반성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김선진씨는 평일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않기에 주말이면 미술관·박물관·공연장 등 아이들이 가고 싶어하는 곳은 어디든지 데리고 간다. 아이들에게 체험교육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 또한 아이들 공부에 있어 ‘열성엄마’다. 사교육을 따로 시키고 있지만 시험 기간만 되면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며 밤을 새울 정도라고.
“‘시험공부할 준비 됐니’ 하고 물으면 딸아이는 으레 자기 이불과 베개를 들고 동생 방으로 와요(웃음). 시험기간에는 항상 셋이 한방에 모여서 공부를 하고 잠도 같이 자거든요. 아이들도 습관이 돼 그런지 이제는 엄마가 없으면 집중이 잘 안 된다고 해요. 문제집을 날짜에 맞춰 단원별로 나눠서 풀게 하고, 채점도 해주면서 부족한 부분이 뭔지를 짚어주죠.”
엄마 아빠의 얼굴을 반반씩 섞어놓은 두 아이는 부모의 서구적인 외모를 그대로 닮아 시원한 이목구비를 가졌다. 성격은 딸은 엄마를, 아들은 아빠를 닮았는데, 특히 아들 경현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 어렸을 때 아빠와 똑 닮았다고.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고 상대방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는 것이 행복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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