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여안녕’은 네 형제가 힘을 합쳐 몰락한 집안을 다시 일으켜세우는 과정을 통해 진한 가족애를 그리는 가족드라마로 오연수(34)는 셋째 성민(이종원)의 오랜 친구이자 연인 박여진을 연기한다. 다른 여자와 결혼한 성민에게 여전히 각별한 감정을 갖고 있으면서도 쿨한 친구 사이로 지내는 커리어우먼이다. 지난해 30%를 웃도는 시청률을 기록한 KBS 수목드라마 ‘두 번째 프러포즈’에서 억척스럽고 귀여운 이혼녀를 연기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전혀 다른 캐릭터를 원했어요. 외모, 배경, 성격 모두 딴판이죠. 그러다보니 조금 힘들어요. 전작은 저와 비슷한 점이 많았거든요. 일단 같은 아줌마고(웃음) 아이들을 키우고, 솔직하게 내지르는 성격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에는 커리어우먼이다보니 화장도 짙고 머리도 매일 다듬어야 해요. ‘두 번째 프러포즈’에서는 일어나서 세수하고 질끈 머리 묶고 연기하면 되니까 좋았는데(웃음). 신랑이 ‘변화는 하되 과장되지 않게 하라’고 조언해줬어요.”
“결혼하고 안정이 되니까 연기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번 드라마에서 상대역을 맡은 이종원과 그의 남편 손지창은 매우 절친한 사이. 90년대 초반 함께 드라마에 출연한 것이 계기가 되어 같은 연예인 농구팀 멤버로 활동했고 요즘도 자주 만난다고 한다. 오연수의 말에 따르면 이종원이 상대역을 맡았다는 소식을 듣고 손지창이 “잘됐다. 모르는 사람보다 낫다”며 좋아했다고.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종원이 오빠네 언니하고도 잘 아는 사이예요. 오빠와 상대역으로 출연하는 것은 처음이지만 89년도쯤 모델 활동하면서 만났고, 같은 드라마에도 출연한 적이 있어서 호흡 맞추기가 편해요. ”
그는 또한 “남편이 내가 나온 드라마를 꼭 모니터링해준다. 녹화까지는 안 하지만 나중에 인터넷으로 꼭 다시 챙겨 보더라”며 은근한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극중에서 이종원은 아내에게 오연수와 만나는 사실을 밝힐 만큼 떳떳한 친구 사이지만,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혼 남녀의 우정에는 사회적인 편견이 있게 마련. 이들 역시 ‘쿨’한 친구라고는 하지만 우정과 불륜 사이를 위태롭게 오가는 관계다. 오연수는 “실제 나라면 친구로 못 지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죠. 남편에게도 떳떳하게 말할 수 있고, 여자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친구라면요. 하지만 이들처럼 한때 결혼까지 하려던 사이였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않나요. 저라면 아무리 오래된 친구 사이라도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만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는 실제로 남편 손지창에게 그런 친구가 있다고 해도 “겉으로는 쿨한 척 하면서 속으로는 기분 나쁠 것 같다. 나 모르게 그런다면 더 얄미울 것”이라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지난 90년 MBC 탤런트 공채로 데뷔해 올해로 연기 경력 15년을 맞은 오연수는 “최근 채시라, 김희애 등 주부 연기자들이 드라마를 통해 제 2의 전성기를 누리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그중 한 사람으로서 어떤 생각이 드냐”는 질문에 “언니들이 잘해줘서 나는 그냥 따라가는 것”이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제 경우에는 결혼하고 생활이 안정되니까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아이들이 이제 어느 정도 커서 떼어놔도 조금 안심이 되고요. 엄마가 일하는 것을 아이들도 알아요. 제가 나가려고 하면 ‘엄마, 어디가? 엄마, 찰칵하러 가?’ 하면서 인사를 해요(웃음).”
어느새 7살이 된 큰아들 성민이는 엄마가 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얼마 전에도 대본을 보고 있는데 조용히 그의 곁에 다가와 유심히 훑어보더니 “엄마, 그런데 성민이가 여기 왜 나와?” 하며 물었다고 한다. 상대역을 맡은 이종원의 극중 이름이 ‘성민’인 것. 또한 그는 “22개월 된 둘째 경민이는 큰아이 때보다 떼어놓기가 수월해 좋기는 한데 한편으로는 형을 엄마보다 더 좋아해서 엄마가 나가도 ‘나가는가 보다’ 하고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고 말하며 웃었다.
두 아이를 낳았지만 여전히 날씬한 몸매와 윤기나는 피부를 자랑하는 오연수는 “아무 생각 없이 살려고 노력한다”며 젊음을 유지하는 나름의 비법을 소개했다.
“생각을 많이 안 하려고 해요. 걱정이 생기면 잊어버리려고 노력하고, 속앓이를 안 하려고 애쓰고요. 제가 좀 단순해요(웃음). 생각을 많이 안 하는 게 몸에도 좋아요. 간간이 체력관리를 위해서 헬스클럽에서 운동도 하고요.”
지난해 ‘두 번째 프러포즈’에서 오지호와 연상연하 커플을 연기한 오연수는 “얼마 전 TV에서 영화 ‘올드 보이’를 보고 유지태와 연기를 함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와 남편을 재우고 우연히 TV로 그 영화를 보았는데 유지태가 연기를 잘해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고. 그는 “실제로 아직 한 번도 못 만났는데 궁금하다”며 쑥스러운 듯 웃음을 지었다.
“오랜만에 나오면 사람들이 ‘어머, 저 사람 왜 저렇게 늙었어?’ 할까봐 이제 일년에 한 작품씩 꾸준히 하려고 한다”는 오연수. 그는 “앞으로 ‘아줌마’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한 CF가 많이 들어오면 좋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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