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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궁금한 이남자

코믹 연기로 인기 모은 MBC 드라마 ‘신입사원’의 ‘송 이사’ 김일우

■ 글·김유림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2005. 06. 01

얼마 전 종영한 MBC 드라마 ‘신입사원’에서 악역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인물 ‘송 이사’로 인기를 모은 탤런트 김일우. 진지함과 유쾌함을 함께 지니고 있는 그에게 연기의 즐거움 & 싱글 라이프에 대해 들어보았다.

코믹 연기로 인기 모은 MBC 드라마 ‘신입사원’의 ‘송 이사’ 김일우

근엄한 척 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손거울로 얼굴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예쁜 여직원에게 ‘외로운 하이에나’라며 유혹의 손길을 뻗치는 드라마 ‘신입사원’의 ‘송 이사’ 김일우(42). 그는 지난 85년 공채로 KBS에 입사해 올해로 20년째 방송생활을 하고 있는 베테랑급 연기자다.
“송 이사는 회사 내에 존재하는 음모와 알력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미움을 살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의외로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저도 깜짝 놀랐어요. ‘신입사원’이 방영되고 개인 홈페이지 방문자 수가 만 단위로 올라갔는데, 많은 분들이 방명록에 응원의 글도 써 주셔서 큰 힘을 얻었어요. 극중 미옥(한가인)에게 수작을 거는 장면 때문에 저를 진짜 작업남(?)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은데 제발 그런 오해만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 순수한 사람입니다(웃음).”
진지한 듯하면서도 코믹한 연기를 능청스럽게 소화하는 그는 작가와 연출자의 의도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애드리브를 하고 적절한 소품도 직접 준비한다고. 일에 있어서만큼은 주변 사람들에게 완벽주의자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꼼꼼한 성격이며 고집도 세다는 그는 “혼자 살다 보니 점점 더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을 정확히 구분짓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한 SBS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을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악역으로 등장한 그는 자신의 역할이 주연이든 조연이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한다.
“‘감초 연기자’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아요. 누구는 감초고 누구는 녹용, 산삼이란 말이에요?(웃음) 연기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 모든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내가 하고 있는 연기가 주연을 빛내주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어느 누구와 대결한다 해도 기 죽지 않을 자신이 있고 저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연기의 색깔이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오케스트라 연주도 여러 포지션이 있어야만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낼 수 있듯 연기도 마찬가지예요.”
“극중 연기 때문에 ‘작업남’ 오해받지만 저 순수한 사람입니다”
현재 경기도 일산의 한 빌라에서 혼자 살고 있는 그는 아직까지 운명의 상대를 만나지 못했을 뿐 절대로 독신주의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지난해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로 만나는 사람이 없어요. 좋은 사람만 나타나면 언제라도 결혼을 하고 싶지만 그게 어디 뜻대로 되는 일인가요. 가장 큰 문제는 그동안 혼자 즐기는 방법을 너무 많이 터득했다는 거예요. 친구들 만나는 걸 좋아하고 혼자서도 여행을 자주 가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었던 거죠. 하지만 더 이상 인생을 혼자 즐기고 싶지 않아요. 맛있는 음식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고 싶고, 아름다운 풍경도 혼자 보기에 너무 아깝거든요. 만약 결혼을 한대도 아이보다는 아내를 훨씬 많이 사랑할 것 같아요. 물론 제가 이런 말을 하면 결혼한 선배들은 ‘너도 자식 낳아봐라’ 하고 혀를 차더라고요(웃음).”

코믹 연기로 인기 모은 MBC 드라마 ‘신입사원’의 ‘송 이사’ 김일우

연기를 하는 사람에게는 모든 역할이 중요하기에 ‘감초 연기자’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김일우.


10년 전 부모님이 미국 뉴욕으로 이민을 가 한국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는 그는 가족이 없다 보니 개를 유난히 좋아하게 됐다고 한다. 7년째 비글(소형 사냥개)을 한 마리 키우고 있는데 얼마 전 전원주택에서 빌라로 이사하면서 다른 한 마리는 아는 집에 맡겼다고. 그는 “일 끝내고 집에 들어오면 꼬리 흔들면서 나를 반겨주는 강아지가 있어 그나마 외로움을 덜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스킨스쿠버, 스키, 승마 등 활동적인 운동을 좋아하지만 가끔은 차분하고 정적인 것도 즐긴다고 한다. 등산을 할 때도 절대 정상을 향해 걸음을 재촉하지 않는다는 그는 “걷는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면서 새 소리, 풀벌레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무 냄새, 바람 냄새를 맡으면서 산을 오르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한다며 “좀 더 나이 든 후에 조용한 바닷가에 집 한 채 짓고 사는 게 꿈”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오는 6월 중순부터 방영되는 KBS 새 주말극 ‘보물찾기’에 출연 예정인 그는 극중 독학으로 의대를 나온 뒤 부잣집 딸과 결혼해 신분 상승을 꾀하는 가난한 집안의 둘째 아들 역을 맡았다. 그는 “이번에도 악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또다시 미움을 살 것 같아 걱정”이라며 “하지만 서서히 가족에게 돌아오는 인물인 만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봐주길 바란다”는 부탁의 말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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