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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수학과 이혜숙 교수의 ‘19단 열풍 문제점 진단 & 창의력 키우는 수학 교육’

“아이에게 19단 강요하면 엄청난 스트레스 때문에 오히려 수학에 대한 흥미 잃게 할 수 있어요”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장옥경‘자유기고가’ ■ 사진·김성남 기자

2005. 05. 02

세계적인 IT 강국 인도 사람들이 19단을 외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학부모들 사이에 ‘19단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19단이 수학 능력 증진과 무관할뿐더러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화여대 수학과 이혜숙 교수를 만나 19단 열풍의 문제점과 인도 사람들이 수학을 잘하는 이유, 수학놀이교육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화여대 수학과 이혜숙 교수의 ‘19단 열풍 문제점 진단 & 창의력 키우는 수학 교육’

“인도는 수학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나라예요. 요절한 천재 수학자 라마누전을 비롯해 국제적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수학자들 중 인도 출신이 많죠. 또 인도 사람들은 구구단에서 더 나아가 19단을 줄줄 외워요. 작은 슈퍼마켓의 주인도 계산기보다 더 빠르게 18×19를 계산해 물건을 팔 정도죠. 하지만 인도인들이 19단을 외웠기 때문에 수학과 과학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이화여대 수학과 이혜숙 교수(57)는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 불고 있는 ‘19단 외우기 열풍’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 항간에 “인도가 정보통신기술(IT) 강국이 되기까지는 19단 외우기의 공이 크다”는 주장과 “19단이 지능 계발에 도움이 된다”는 설이 있지만 이는 과장되거나 왜곡된 것일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입장이다.
“인도가 세계 최고의 IT 강국, 수학을 잘하는 나라가 된 것은 19단 외우기 자체보다 어렸을 때부터 수학교육을 심도 있고 강도 높게 해 수학적 감각을 길러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명상이 발달하는 등 생각을 많이 하는 사회 분위기가 두뇌 계발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고요. 인도의 정보기술연구소들이 처음부터 정보기술에 수학을 접목해 연구를 진행한 것도 우수 IT 인력 육성에 크게 기여했다고 봐요.”
덧붙여 그는 “19단을 외우려면 구구단을 외울 때보다 몇 배 이상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오히려 엄청난 부담과 스트레스를 안겨줘 사고력 증진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수학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가을부터 4∼6학년에게 재량학습 시간에 19단을 가르치고 있는 수원 율전초등학교가 같은 해 12월 학생 1백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60%의 학생이 외우기가 힘들다고 답했다고 한다. 또한 19단의 문제점으로 ‘외우기 어렵다’(44%), ‘외우기 불편하다’(26%), ‘활용 영역이 좁다’(19%), ‘경제성이 낮다’(10%) 등을 꼽았다고.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뭔가 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죠. 암기로 계산을 빨리 하면 ‘내 아이가 뭔가 하고 있구나’ ‘공부를 시킨 결과가 있구나’ 하며 위안을 삼아요. 하지만 단순한 암기력만으로는 수학 능력을 높이거나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의 원리를 이해할 수 없죠.”
19단 열풍의 문제점을 꼬집는 수학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수학을 잘 몰라서 벌어진 일이라고 진단한다. 수학의 지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덧셈과 곱셈 등 사칙연산을 수학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는 것. 이 교수 역시 “수학 활동에는 곱하기 같은 연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인 사고의 패턴과 도형 그래프 등 눈에 보이는 패턴을 이해해야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이 포함된다”며 “세계적인 수학계의 흐름 역시 계산법이 바탕이 되는 이론수학 외에 사고력과 추리력, 창의력 등을 중시하는 이산수학이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산수학은 선택과 배열, 그래프, 알고리듬, 의사결정과 최적화 등 컴퓨터 과학과 공학 등에 응용할 수 있는 수학 영역을 가리키는 것.
그는 “불필요한 것을 없애고 에센스를 뽑아내고, 복잡한 형태에서 패턴을 찾아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개념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수학의 핵심 요소”라며 초등학교 고학년 교과서에 나와 있는 ‘어떻게 하면 펜을 떼지 않고 한번에 그릴 수 있는가’를 묻는 ‘한붓그리기’가 대표적인 수학의 예라고 설명했다.

이화여대 수학과 이혜숙 교수의 ‘19단 열풍 문제점 진단 & 창의력 키우는 수학 교육’

“휴가 기간에 온 가족이 승용차로 같은 길은 두 번 이상 가지 않고 전국의 모든 국립공원을 방문하고 집에 돌아오는 일이 가능할까 하는 것도 같은 한붓그리기 문제예요. 지하철이나 도로를 건설할 때, 정류장을 만들 때도 이 방법을 쓰고요.”
한붓그리기는 수학이 단순히 수학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관광, 건축, 가정경제 등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인 것이다. 그는 “수학은 이 외에도 전자공학과 생명공학, 반도체공학 보안기술 등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학기술을 설명하는 언어가 바로 수학이에요. 과학기술이 사회발전의 핵심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수학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자리 잡혀야 하고, 수학을 활용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분야의 학문이 융합되는 창의적인 교육에 대한 관심이 턱없이 부족했다고 지적한 그는 이제부터라도 암기보다는 학생들 스스로 주변 현상들에서 패턴을 찾아내고 그것을 통해 문제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쪽으로 수학 공부의 방향을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일상생활과 관련된 문제들로 동기를 유발하고 수준에 맞는 문제들을 골라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스스로 개념을 정립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19단은 무리지만 덧셈 뺄셈, 구구단은 빨리 익히는 것이 좋아
“수학을 잘하려면 수학을 친구처럼 가까이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문제풀이 과정에서 아이 스스로 성취감을 맛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교과서에 나온 공식이 수학의 전부라고 인식해버리면 수학을 어려워하게 되죠. 하지만 수의 규칙이나 소수의 개념, 수리연산 등 수학의 기초 영역은 아이들의 놀이와 장난감을 통해서도 충분히 접할 수 있어요. 덧셈, 뺄셈, 이진법, 십진법 같은 명칭까지는 알지 못해도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개념을 터득하면 나중에도 수학을 어렵지 않게 느끼죠.”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숫자가 적힌 카드를 나눠주며 두 개의 묶음으로 분류하라고 하면 아이들은 나름대로 규칙을 정해 분류한다고 한다. 어떤 아이는 짝수와 홀수로 분류하기도 하고 또 다른 아이는 수의 크기에 따라 분류하기도 한다는 것. 이것은 단순하지만 각각의 아이들이 숫자 카드 분류 기준을 세우는 과정에서 수의 규칙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유익한 교육이 된다고 한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장난감 정리하기, 친구들에게 사탕을 똑같이 나누어주기 등도 알게 모르게 수학적 사고를 심어주는 것들이라고.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19단은 무리가 있지만 덧셈과 뺄셈, 구구단 정도의 기본적인 연산은 아이에게 되도록 빨리 숙달시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문제해결력이 뛰어나도 기본적인 연산 속도가 늦거나 실수가 잦으면 의기소침해져서 수학에 대한 흥미를 잃을 수 있다는 것. 역으로 말하면 어릴 때 어느 정도의 연산 실력을 갖춰놓는 것은 수학에 흥미를 붙이는 작용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어머니 수학·과학실험아카데미 운영하는 이혜숙 교수가 일러준‘창의력과 사고력 쑤~욱 키우는 수학 놀이’
이화여대가 여성 과학기술인 양성을 위해 2003년 설립한 와이즈(WISE, Women Into Science & Engineering) 거점센터의 장을 맡고 있는 이혜숙 교수는 어려운 학문으로만 느껴지는 수학과 과학이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리기 위해 ‘WISE 어머니 수학·과학실험아카데미’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어머니와 아이가 함께 다양한 관찰과 실험을 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어머니와 아이 모두 수학이 연필과 종이만 갖고 혼자서 하는 활동이 아님을 깨닫고, 수학과 연관된 과학 활동들을 통해 생활 자체를 수학과 과학의 장으로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출발했다고. 이 교수는 “새로운 문제에 대한 이해가 자신보다 아이가 훨씬 빠르고 어른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해결방안을 아이가 먼저 제시할 때 많은 부모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며 가정에서 쉽게 해볼 수 있는 수학 놀이 몇 가지를 소개했다.

암호로 편지 쓰기
1. 한글의 자음을 순서대로 적은 다음 각각을 숫자 1부터 순서대로 연결한다.
이화여대 수학과 이혜숙 교수의 ‘19단 열풍 문제점 진단 & 창의력 키우는 수학 교육’

2.한글의 모음을 순서대로 적고 알파벳 대문자 A부터 순서대로 연결한다.
이화여대 수학과 이혜숙 교수의 ‘19단 열풍 문제점 진단 & 창의력 키우는 수학 교육’



3. 간단한 단어를 한글로 쓴 다음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각각에 해당하는 숫자와 알파벳으로 바꾸어 암호편지를 쓴다.
4. 같은 방법으로 친구에게 편지를 써서 해독하게 해본다.
예) 안녕 : 8, A, 2, 2, D, 8



[Tip] 대응 관계를 통해서 함수의 개념을 학습할 수 있는 놀이다. 한글의 모음과 자음에 각각 숫자를 1부터 24까지 연결하거나 한글의 모음과 자음에 각각 소수(2, 3, 5, 7, 11…) 24개를 연결하는 등 방법을 달리해 암호편지를 써보자. 이 외에 미리 약속한 사람 외에는 해독하기 어렵게 암호편지를 쓸 수 있는 방법이 또 뭐가 있을지 생각해보도록 한다. 우리가 보내는 정보가 어떻게 전달되고 비밀이 유지될지 생각해보도록 한다.

마법카드로 마음속에 있는 숫자 알아맞히기
마법카드 만들기준비물 : 마분지, A4 용지, 사인펜, 연필, 가위
1. A4 용지에 1부터 31까지의 수를 1, 2, 4, 8, 16으로 분해해서 큰 수부터 내림차순으로 정리한다. 예) 1=1, 2=2, 3=2+1, 4=4, 15=8+4+2+1, 27=16+8+2+1
2. 마분지를 5×8cm 크기로 잘라 5장의 카드를 만든다.
3. 5장의 카드 왼편 상단에 각각 1, 2, 4, 8, 16을 사인펜으로 써 넣는다.
4. 1단계에서 정리한 숫자들을 보며 분해된 수 중 1, 2, 4, 8, 16이 있으면 그 숫자가 적힌 카드마다 사인펜으로 분해되기 전 숫자를 적어넣는다. 1, 2, 4, 8, 16은 이미 써 넣었으므로 다시 적지 않는다. 예) 3은 1이 적힌 카드와 2가 적힌 카드에 써넣고, 27은 1, 2, 8, 16이 적힌 카드에 각각 써넣어야 한다.

숫자 맞히기 놀이하기
1. 아이와 마주 앉아 1부터 31까지의 숫자 중 하나를 생각해 보라고 한다.
이화여대 수학과 이혜숙 교수의 ‘19단 열풍 문제점 진단 & 창의력 키우는 수학 교육’

2. 카드를 차례로 보여주며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숫자가 있는지 물어본다. 있다고 대답한 카드의 맨 왼쪽 상단에 있는 숫자만 더한다. 예를 들어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다섯 번째 카드에는 있고, 네 번째 카드에는 없다고 하면 각각의 맨 왼쪽 상단에 적혀 있는 1, 2, 4, 16을 더하면 23이 된다. A4 용지에 정리해놓은 23=1+2+4+16과 답을 알아낸 방식이 같음을 설명한다.
[Tip] 같은 방법으로 여러 숫자를 맞혀보고, 역할을 바꿔서도 게임을 해본다. 수를 표현하는 방법에 대한 이해를 돕는 놀이로 자연스럽게 십진법과 이진법의 관계를 보여줄 수 있다. 시계를 활용해 60진법을 소개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축구공 만들기
준비물: 캐러멜 60개, 이쑤시개 90개
1. 캐러멜에 이쑤시개를 끼워 캐러멜이 꼭짓점이고, 이쑤시개가 변이 되는 정오각형을 만든다.
이화여대 수학과 이혜숙 교수의 ‘19단 열풍 문제점 진단 & 창의력 키우는 수학 교육’

2. 정오각형을 중심으로 주위를 정육각형 다섯 개로 확장시킨다.
3. 정오각형을 중심으로 하는 정육각형 5개를 다시 정오각형으로 연결한다. 축구공이 될 때까지 같은 방식을 반복해 연결한다.


[Tip] 입체 도형의 특성을 살펴볼 수 있는 놀이. 축구공은 구처럼 보이지만 사실 정오각형과 정육각형을 이어 붙인 것이다. 비슷한 방법으로 정육면체, 직육면체 등 입체 도형을 만들고 전개도를 그려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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