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중문과에 재직중인 모해연 교수(34)는 중국 항주에서 태어나 북경대학교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중국에 어학연수 온 한국인 남편을 만나 94년 한국에 온 그는 지금도 일년에 두 번씩, 방학이 되면 친정인 항주를 비롯해 중국의 여러 곳을 방문하고 돌아온다.
“중국인 하면 가장 먼저 ‘만만디 정신’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만만디 정신은 ‘천천히, 여유롭게’란 뜻을 가진 말로 중국인의 성향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이죠. 하지만 요즘은 그 반대로 ‘콰이콰이디(빨리빨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79년부터 시장경제가 도입되면서 개인의 능력에 따라 돈을 벌 수 있게 됐기 때문이에요. 빨리 움직여야 남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또 그래야만 여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늘면서 ‘만만디 정신’은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됐어요.”
모교수는 경제개방 이후 눈에 띄는 변화로 아파트 건설 붐을 꼽았다. 이전에는 정부에서 공급하는 다가구 주택인 단층집에서 생활했는데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능력이 생기면서 너도나도 새로 지은 좋은 집에서 살고 싶어한다는 것.
“한국에서는 바닥이나 벽지, 기본적인 가구, 싱크대 등을 일률적으로 인테리어를 한 상태에서 분양을 하잖아요. 하지만 중국에서는 기본 골조만 세운 상태에서 분양을 해요. 벽지와 바닥재는 물론 모든 실내 인테리어를 집주인이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죠.”
중국인들은 남들과 똑같은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산 물건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 아파트의 내부는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모습을 띠는데 보통 중국인들은 집값의 10∼20%를 가구를 사고 집안을 꾸미는 데 투자한다고.
중국에서는 97년부터 한가구 한자녀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아이를 2명 이상 낳으면 과중한 벌금을 내야 하는 것. 이때부터 중국 부모들 사이에서 교육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중국 부모들은 아이의 명문대학 진학을 위해서 빚을 지더라도 아낌없이 투자해요. 유치원 때부터 영어, 피아노, 컴퓨터 등의 과외를 시키고, 명문 사립학교에 보내기 위해 학교 근처로 이사를 가기도 하죠.”
한가구 한자녀 정책으로 아이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
중국은 기본적으로는 평준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중학교부터는 ‘중점학교’라는 이른바 일류학교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시에서 치르는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학생들만 진학할 수 있는데 이곳에 입학하면 한 달에 2백 위안(우리 돈으로 약 2만7천원, 직장인 평균 월급 4백 위안 정도)이나 되는 수업료를 내야한다고. 그러나 성적이 나쁘더라도 ‘기부금 입학제도’를 통해 일정 금액의 기부금을 내면 입학이 가능해 기부금을 내서라도 아이를 중점학교에 보내려는 부모들이 많다는 것이 모 교수의 설명이다.
모해연 교수는 중국 항주 출신으로 한국인 남편을 따라 94년 한국에 건너왔다. 그는 남들과 똑같은 것을 싫어하는 개성 강한 성격을 중국인들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았다.
중국인들은 집안에 복이 떨어지라는 의미로 복(福)자가 거꾸로 쓰인 장식물을 걸어놓는다고
또 일부 부유층은 ‘귀족학교’라 불리는 사립 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내기도 한다. 귀족학교는 외국인 선생을 고용하고 고급 헬스클럽 등의 체육시설을 갖추고 있는 최고급 학교로 1년 학비가 평범한 직장인의 2∼3년치 연봉에 해당하는데, 현재 5천여 개 정도가 있다고. 그 밖에 해외 유학 붐도 일고 있어 호주, 뉴질랜드, 영국, 미국 등으로 조기유학을 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모 교수가 한국에 와서 가장 놀란 것은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는 한국 남자들의 보수적인 사고방식이었다고 한다. ‘하늘의 반쪽은 여자’라는 말이 있는 중국에서는 여성의 지위가 매우 높은 편이며 대부분의 여성들이 직장에서 일을 한다고. 또한 아이를 낳은 후에는 누구나 6개월에서 1년까지 출산 휴가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중국으로 출장을 다녀온 한국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실무자가 대부분 여성이라 깜짝 놀랐다는 거였어요. 중국에서는 회사 내 남녀 차별이 없어 여자라도 능력만 있으면 높은 자리까지 얼마든지 올라갈 수 있거든요.”
중국에서는 결혼한 부부의 90% 이상이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가사를 분담하는 것 역시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누구든 먼저 퇴근한 사람이 장을 봐서 식사 준비를 하고 청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중국 가정을 방문해 보면 아내는 책을 읽거나 텔레비전을 보고 있고, 남편은 식사를 준비하거나 아이를 돌보고 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집에 손님이 방문할 때는 한국과 정반대의 모습이 연출되는데 남편은 밥을 하거나 차를 준비하고, 아내는 손님과 대화를 나누며 접대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
“중국 남자들은 육아에도 무척 적극적이에요.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해 회식이나 술자리가 있더라도 오후 9시 이전에 반드시 끝내고 귀가할 정도지요.”
10년 전부터 토요휴무제 시행되면서 주말이면 가족끼리 놀러다녀
모 교수가 남편, 아들과 함께 중국에서 찍은 사진들. 붉은색과 황금색의 화려한 장식이 돋보이는 중국 전통 혼례 복장을 입고 남편과 기념촬영을 했다.
아들 위제와 함께 그가 졸업한 북경대학교 정문 앞에서 촬영한 사진.
중국의 요리는 고칼로리 음식이 많은 북경요리, 맵고 강한 향이 나는 사천요리, 조미료를 중시하는 광동요리 등 지역에 따라 각기 특색을 갖고 있다. 모 교수는 지역을 아우르는 중국 요리의 특징으로 식재료를 다양하게 사용하며, 각종 조미료와 향신료를 많이 쓴다는 것을 꼽았다. 또 맛이 풍부하고 모양 역시 화려하다고.
“중국인의 주식은 쌀과 밀가루예요. 남방 사람들은 미판, 니엔카오 같은 쌀로 만드는 음식을 즐겨 먹고, 북방 사람들은 만토우, 라오빙, 국수, 만두 같은 밀가루 음식을 끼니마다 먹어요. 또 건강을 중시하기 때문에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등의 육류와 어류를 먹을 때는 반드시 야채를 곁들여 영양에 균형을 맞추죠.”
하루 세끼를 모두 챙겨 먹는 중국인들은 아침 식사는 밀가루 음식이나 죽 등으로 간단하게 해결하는데, 요즘은 아침을 사먹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식당이 오전 7시면 문을 연다고. 점심은 2∼3시간 정도로 무척 긴 편인데 중국인의 낮잠 자는 습관 때문이라고 한다. 중국 사람들에게 낮잠은 하루 일과 중 하나로 점심 시간이 되면 밥을 먹고 반드시 낮잠을 자는데 직장과 집이 가까운 사람들은 아예 집으로 가서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고 온다고.
중국식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민속박물관 앞에서 남편과 함께 찍은 사진.
모 교수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95년부터 토요휴무제 실시로 여가 시간이 늘어나면서 평일에는 각종 학원에 다니고 주말에는 온 가족이 유명관광지로 나들이를 간다고 한다.
모 교수는 최근 들어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예전과 크게 달라진 중국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놀랄 정도라고 말한다. 돈과 물질적인 것을 무척 중요하게 여기고 컴퓨터, 자동차, 집이 3대 필수품으로 꼽히며, 백화점 진열장에는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이 넘쳐난다는 것.
“중국에서 길을 걷다보면 말이 끄는 마차와 최신식의 수입 자동차가 함께 거리를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구시대의 모습과 번화한 선진국의 모습을 동시에 갖고 있죠. 화려했던 과거의 모습과 최첨단을 향해 가는 현재의 모습이 혼재되어 있는 것이 바로 지금의 중국이라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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